타일기능사 (2)

타일 작업을 하는 모습.
타일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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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오늘도 지난주에 이어 타일기능사 계속 알아봅니다. 북한에선 ‘다이류’라고 말한다고 들었는데요. 벽이나 바닥에 붙이는 건축자재를 남한에선 타일이라고 부르고요. 타일을 다루는 사람을 타일기능사라고 말합니다. 선생님! 지난주 방송 못들으신 분들을 위해 한번 더 설명해주시죠.

장인숙: 네. 남한의 건축물은 점점 대형화되고요. 주택, 상업시설, 문화시설은 점점 더 고품질화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축구조물의 외벽, 바닥, 천정 등에는 그동안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여러 색깔과 다양한 재료의 타일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타일’하면 욕실만 생각하시거든요. 하지만 건축물의 내부를 봐도 요즘엔 욕실 뿐 아니라 부엌, 거실, 바닥 등에 대리석 타일을 부착해서 고급스럽게 연출하는 이른바 인테리어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일기능사는 일자리가 풍부하다는 점, 바로 지난주에 제가 말씀드린, 이 직업을 추천하는 이유였습니다.

이승재: 정말 종류가 많더라고요. 유리처럼 투명한 타일, 종잇장처럼 휘는 타일, 어디 아랍 왕실에서나 쓰일 법한 특이한 문양들까지 말입니다. 비싼 것은 타일 한 장에 1000달러까지 간다네요. 예민하고 섬세하게, 아주 잘 다뤄야 하는 일 같습니다. 네. 몸으로 하는 힘든 기술을 기피하는 편인 남한의 20~30대 젊은이들에게 오히려 이 직업이 인기도 많다는데요. 그 이유가 로임이 높다는 점이었어요.

장인숙: 네. 로임이 높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실력만큼,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로임은 기술과 경력에 따라 나뉘는데요. 일단 타일기능사는 세 부류로 나뉩니다. 초보기술자인 ‘조공’, 중간기술자인 ‘준기공’, 마지막으로 상위기술자인 ‘기공’. 이렇게 기술수준에 따라 로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승재: 조공, 준기공, 기공. 기술에 따라 하는 일도 좀 다를 것 같고요. 로임도 얼마나 차이나는지 궁금해지네요.

장인숙: 가장 초보인 조공은 줄눈재기 같은 간단한 작업을 맡습니다. 하루 평균일당은 11~13만원, 약 100달러 좀 넘습니다. 이에 비해 비교적 난이도 있는 작업을 담당하는 준기공은 17~20만원, 약 160달러 정도 벌고요. 기공은 일당 25만원, 약 210달러 정도 받습니다. 이들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는 작업반장이나 수십년 경력을 가진 숙련자도 있습니다. 이분들은 일당 40만원, 약 335달러도 가능합니다. 실력이 소문난 사람들은 정말 부르는게 값이라는 표현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승재: 바야흐로 이젠 100세 시대. 제가 보기엔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 수록 더 많이 버는 직업이 가장 정직하고 공평한 직업 같아요. 탈북민들이 젊은 분들만 있는게 아닙니다. 연세 드신 분들도 많으신데요.

장인숙: 맞습니다. 은퇴하는 중장년층과 전역을 앞둔 군인들이 재취업을 하기 위해, 인생 2막을 계획하면서 이 일에 많이 도전합니다. 연세 드신 분들이 다시 조직생활을 하신다는 게 힘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업체에 취직하지 않고 ‘타일기능사 관련 협회’ 같은 데 가입만 해 두고 혼자서 필요할 때 일감을 구하고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는 것. 북한식으로 말하면 임금노동자처럼 일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중장년층이 이 일을 선호하는 이유죠.

이승재: 좋습니다. 바로 이렇게 일하시는 탈북민들을 저희가 만나봤습니다. 직접 목소리로 출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셔서 저희가 대신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선생님, 소개해 주시겠어요?

장인숙: 네. 50대 후반의 신영철 씨입니다. 이 분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자신의 나이에 딱히 할 일을 찾을 수 없었고 조언해 줄 부모형제도 없어서 직업 선택이 어려우셨다고 합니다. 신영철 씨는 육체적으로 힘들다 해도 기술을 가지면 오랫동안 일할 것 같아서 이 직업을 선택하셨다고 하네요. 초반엔 주로 용역업체에서 청소를 하시다가 제주도에 가게 되셨는데, 거기서 타일기능사를 만나셨다고 합니다. 기술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잘 안 알려주시더래요. 그래서 지게를 만들어 한 달 동안 허드렛일을 도와드렸더니 그 분이 감동을 하셔서 타일기술을 가르쳐주셨답니다. 이후 하루 4시간만 잠을 자고 3개월 동안 매일같이 일을 한 결과 지금은 후배 탈북민들에게도 타일기술을 알려줄 수 있을 만큼 타일기능사로 성장하셨다고 합니다.

이승재: 참 다행입니다. 더구나 본인이 힘들게 배운 일을 후배들에게는 아낌없이 가르쳐 주고 계신가 보네요.

장인숙: 맞습니다. 다른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데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하십니다. 신영철 씨는 기본적으로 3개월은 숙련된 타일기능사 옆에서 보조업무를 해야 기본기술을 익힐 수 있고, 6개월 이상은 매일 꾸준히 이 일을 해봐야만 그 이후 혼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셨습니다.

이승재: 좋습니다. 타일기술이 지금 벽돌쌓기 또 미장기술과 함께 국제기능경기대회에서 3대 건축종목에 속할 만큼, 건축분야에서는 전문성을 인정받는 기술이 됐습니다. 최근 타일기술을 가르치는 학원들은 수강생들로 북적이고 있고요. 이번엔 타일기술을 교육하는 선생님을 만나봤습니다. 주로 군부대에서 기술을 가르치신다고 하고요. 곧 탈북민 단체에서도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타일기능사 정원우 씨의 이야기 들어봅니다.

정원우: 네. 한번 교육을 받는데는 12주 정도가 걸립니다. 저희가 타일과 접착제를 드리면 배운대로 잘 따라서 벽에 붙여보는 교육입니다. 쉬워보이지만 어렵고 정교한 작업이라 저희 기준에 통과된 분들에 한해서, 저희가 타일기능사 자격시험을 보도록 도와드리고 있어요. 국가시험(자격증)은 1년에 총 4번까지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일을 안 해본 분들은 처음에 3주정도 생소해 하십니다. 그 이후에는 배우는데 크게 어려워하시는 분들은 아직 못봤고요. 이 일은 다른 기술보다 좀더 쉽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거 정말 잘 배우고 정말 열심히 하면 1년 안에 400~500만원 버는 것도 가능합니다. 탈북민들께 아마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아서 추천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승재: 네. 잘들었습니다. 또 요즘 젊은 탈북민들을 떠올려보니까요. 탈북 청년들 중에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유학도 준비하고, 캐나다나 호주의 ‘워킹홀리데이’ 제도라고요. 현지에서 일하고 돈 벌면서 1~2년씩 있다 오는 친구들도 많은데요. 기술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이민가기 쉽다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이 배우기도 하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인숙: 오늘 방송을 준비하면서 현직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지인에게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이 일에 전망이 밝다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현재 종사자의 연령대가 50대인 점을 고려하면 추후 젊은 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판단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해외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만, 해외 취업의 경우 국내보다 높은 연봉을 벌 수는 있지만 국가마다 자재, 기술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셔야 하겠습니다.

이승재: 네. 감사합니다. 지난주에 이어 2주간 타일기능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타일 시공이 완료된 공사현장을 보면 그렇게 깨끗하고 멋질 수가 없죠. 하지만 작업 도중의 공간은… 먼지도 많고 건축물 자재들이 뒹구는, 쾌적하지 못한 모습일 겁니다. 아름답고 멋진 건축물이 만들어지기까지 부지런히 기술을 갈고 닦았던 누군가의 땀방울을 절실히 느끼게 됐네요.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