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네. 이번 시간도 기대가 됩니다. 오늘은 어떤 직업을 준비하셨나요?
장인숙: 네. 지난주에는 저희가 용접원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 제가 소개할 직업은 바로 도장원이 되겠습니다.
이승재: 도장원이라, 쾅쾅찍는 도장을 만드는 분들은 아닐 것 같고요.
장인숙: 도장원이라 말하면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시지만 그건 아니고요. 예전엔 도장공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선 칠장이라고 하더라고요. 도장원은 바로 물건이나 공간에 색을 입히는 분들입니다. 건축물이나 선박, 자동차,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제품들… 크고 작은 제품의 표면에 도료를 칠하는 일이죠.
이승재: 쉽게 말하면 색칠하는 일이네요. 건물이든 제품이든 색이 없으면 안되니까요.
장인숙: 그렇습니다. 그래서 기술만 잘 익히면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엔 도장이 필요하죠. 도장전문업체나 건설회사, 가구회사, 자동차회사, 실내환경을 바꾸는 인테리어회사 등에서 기본적으로 도장원을 필요로 합니다. 도장은 색을 입히는 것뿐 아니라 부식을 막고 닳지 않도록 내구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게 하죠. 생산과정의 수많은 단계 중 마지막이 도장인 것이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이승재: 북한에서도 페인트 칠하는 풍경이 낯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남한에서도 종종 뉴스를 접하는데요. 북한에서도 도시의 새로 지은 아파트나 낡은 건물,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건물에 칠 하시는 분들이 색을 입히고 계시더라고요.
장인숙: 북한의 경우, 가정에서는 주로 페인트를 구해다가 직접 칠하고요. 아파트나 건물은 각 시군에 있는 국가보수사업소에서 전담으로 처리합니다. 하지만 남한의 도장원은 전문직입니다. 아파트나 건설현장 등에선 반드시 경력이 출중한 도장원을 채용해서 도장을 합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그런가하면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도장원들이 기본적으로 마스크, 보안경, 방진복 등을 완전히 갖추고 가루형태의 도료를 분사해서 도장을 하더라고요. 이건 페인트칠과 또 다른 것 같아요.
장인숙: 네. 기자님이 보신 것은 분체도료입니다. 페인트 칠과는 다르지만 이 역시도 도장원의 기술이 필요한 일입니다. 분체도료는 주로 도장을 전문적으로 하는 큰 공장에서 사용됩니다. 이럴 땐 먼지가 많은 만큼 당연히 집진장치나 여과장치가 제대로 갖춰져야 하겠죠. 몇백 kg이상의 철제, 쇠 제품 등을 도장할 때 주로 공장에서 분체도료를 사용합니다. 그외에 일반 현장에서 도장작업이 이뤄질 때는 페인트 같은 액체도료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승재: 지난주에 저희가 용접원을 얘기하면서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얘길 했었는데 도장원은 어떤가요? 제 기억 속에 도장하시는 분들은 다 연세가 좀 있으셨거든요.
장인숙: 한국엔 지금 도장원으로 일하는 분들이 33,000여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한 직업전문연구소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0.7%씩 도장원의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다만 지금 젊은이들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먼지나 분진 등의 어려운 작업환경 때문에 그럴 것 같아요.
이승재: 그렇군요. 그럼 그 33,000여명 중 대부분이 50~60대 중년 남성들인가요?
장인숙: 네. 그분들이 70% 이상 된다고 합니다.
이승재: 지난 시간에 저희가 말씀드렸습니다만, 과거에 등한시 되기도 했던 기술직에 대한 남한 사회의 인식이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기술의 근원이 되는 뿌리기술, 남한 사회가 정한 6대 뿌리기술에 이 도장기술도 포함되어 있어서요. 앞으로 이 일에 대한 처우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그래서 장 선생님께서 오늘 이 직업을 추천하시는 것 아닐까 싶어요.
장인숙: 맞습니다. 도장원의 평균로임은 월 300만원, 약 2,700달러가 넘습니다. 이 정도는 남한 사회에서 볼때 일반 행정직의 초봉보다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60대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점, 경력이 쌓이는 만큼 더 높은 로임을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화학물질을 사용해 작업하기 때문에 건강상 염려되는 점도 있어요. 그래도 정부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뿌리기술에 대한 작업환경 개선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재: 요즘에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낡은 계단이나 담벼락에,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처럼 알록달록하고 예쁜 그림들이 펼쳐져 있더라고요. 이런 것도 도장원들이 하는 건가요?
장인숙: 그렇습니다. 도장원도 여러 분야가 있지만 건물에 색을 입히는 분들을 건물도장원이라고 합니다. 건물도장원의 경우, 기존 건축물에 대한 리모델링과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성장하고, 도시의 재생사업도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요. 요즘 뜨는 기술은 ‘특수도금 도장기술’입니다. 쇠나 철에 아연이나 특수재질의 금속을 도금한 후 색을 입히는 방법으로 내구성을 더 높인 것이죠. 젊은 분이라면 대학의 ‘금속재료학과’, ‘표면처리학과’ 이런 곳에 진학하셔서 이런 고급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더 차별화된 기술인력이 되겠죠.
이승재: 표면처리학과, 제가 대학을 다녔을 20여년 전엔 잘 못들어봤는데 이런 학과가 있다는 것도 기술인력에 대한 사회의 필요가 높아졌다는 뜻 같습니다. 하지만 도장원이 되기 위해 꼭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 건 아니죠?
장인숙: 모든 기술이 다 그렇듯이, 대학보다 중요한 것은 자격증입니다. 이 일도 자격증을 취득하면 되고요. 기업에 취업해서 숙련공의 보조원으로 일하며 기술을 습득하면 됩니다. 경력과 기술이 쌓이면 각 공정을 책임지는 작업 반장, 혹은 전체적인 공정을 감독하는 관리자로 승진할 수 있습니다. 경영능력이 쌓이면 자동차 도장, 가구 도장, 금속 도장 등 자신의 사업체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이승재: 우리 탈북민들께도 차별없이 열려있는 기회입니다. 듣기로는 도장원이 되기 위한 자격증만 취득하면 탈북민도 취업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죠?
장인숙: 네. 사설직업교육기관에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요. 관련 기술자격증으로는 금속도장기능사, 표면처리기능사 등이 있습니다. 보통은 6개월~1년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제품 완성단계에 도장이 빠질 수 없기에 자신의 관심 분야에 맞는 도장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승재: 그런데 좋은 기술자가 되려면 기술만 열심히 배우면 되겠지만, 그래도 이 직업이 색을 내는 일이잖아요. 색채 조합 능력, 이런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장인숙: 맞습니다. 주로 제품의 기능과 분위기에 맞는 적절한 페인트 재료를 선택하거나 배합하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각이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승재: 네. 오늘은 도장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직업을 선택할 때 자신이 잘 하는 것, 자신이 원하는 것부터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 중에 누군가는 내게 맞는 일을 쉽게 찾기도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시간을 많이 들이기도 하고, 또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죠. 자신의 직업을 찾는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 분들께서는 나에게 맞는 일, 내가 가장 좋아할 수 있는 일, 그 일을 조금이라도 쉽게 찾으셨으면 합니다. 그 바람을 위해 오늘도 저희는 열심히 달려갑니다. 장인숙 선생님 오늘도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장인숙: 네. 감사합니다.
이승재: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