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선생님, 오늘은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직업이 있어서 아예 이 일에 대해서 여쭤보려고 직업을 정해서 나왔어요.
장인숙: 네. 그러셨군요. 어떤 직업이 궁금하세요?
이승재: 자동차 정비원이요. 왜냐면 제가 만나는 탈북민마다, 특히 젊은이들마다 “북한에서 차 한 대 갖는게 소원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남한은 차를 살 때, 먼저 차를 받고 10년에 걸쳐서 차 값을 나누어 갚는 것도 가능하니까 오자마자 자동차부터 구입하는 친구들도 많이봤고요. 이런 얘기를 듣다 보니까 ‘아 탈북민에게 자동차 정비원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인숙: 네. 저도 탈북민 남성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직업 중에 하나가 바로 자동차 정비원입니다. 그런데 일단, 이 일은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남북한의 자동차 산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하거든요.
이승재: 좋습니다. 어떤 부분이 다른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장인숙: 기자님은 한국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몇 대나 되는지 아시나요?
이승재: 글쎄요. 꽤 많을 거예요. 제 주변 사람들만 보면 한 가정당 1대 씩은 갖고 있는 것 같아서요. 아마도 1000만 대는 넘지 않을까요?
장인숙: 잘 알고 계시네요. 한국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초 한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2,360만 대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화물차, 버스, 승합차, 특수차를 모두 합한 것이지만 이 자동차 등록대수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개인 승용차입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은 집보다 차를 먼저 사는 사람도 많고요. 부부가 각각 승용차 한 대씩 갖고 있는 집도 늘어나는 추세거든요.
이승재: 저희 집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차 한 대인데요. 워낙 자가용 운전을 많이 하니까, 만약 한 대 더 산다고 해도 솔직히 낭비라는 생각이 안들 것 같아요. 어, 그렇다면 자동차 정비원이 자연스럽게 많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장인숙: 많이 필요하죠. 저는요. 저도 직접 운전해서 출퇴근하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운전하면서 차가 고장날까봐 걱정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남한의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자동차 기술도 발전했기 때문이겠지만… 제가 정기적으로 자동차 정비원을 찾아 차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승재: 부지런하시네요. 북한에서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는 것만도 아무나 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차 고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차를 고칠 수 있을까요?
장인숙: 네. 북한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금 28만 대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자체가 희소하고 또 북한은 도로사정이 좋지 않고 낡은 차량이 많아서 고장도 잘 나는 편이래요. 고장나면 가까운 곳에 정비소가 없기 때문에 직접 차를 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환경 때문에 북한에서 운전할 줄 아는 분들은 대부분 스스로 정비까지 하신다고 합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매일 운전하는 저보다, 북한에서 차를 가진 분들이 훨씬 자동차에 대해 잘 아시겠네요. 그런데 면허 하나 따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고 북한에 차도 그렇게 많지 않으면 운전원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을 거 같은데요?
장인숙: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운전원이 되면 벌이도 좋고 편한 일이어서 굉장히 인기가 높죠. 특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북한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북한의 자동차 산업은 군수산업에 밀려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맞물려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네요. 그 결과 연간 2,000~3,000대 규모에 불과했던 자동차 생산량이 1만대 이상까지 늘어났다고 하니, 앞으로 북한도 자동차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명 이 직업은 남북한 어디에서든 꼭 필요한 일이 될 거라 저는 확신합니다.
이승재: 결론적으로 자동차 정비원, 북한에서 운전원은 앞으로도 전망이 좋다… 라고 말씀하고 계신데요. 물론 저도 동의하고요. 자, 이제 남한의 자동차 정비원이라는 직업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죠. 저는 몇 번 스스로 차를 고쳐보려해도 이거 쉽지가 않더라고요. 배워도 잘 모르겠고요.
장인숙: 북한의 운전원들은 어쩌면 ‘남한에선 운전하면서 어떻게 차도 하나 못 고치냐’ 하실 수 있겠지만 남한에서 이 일은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기술을 습득하는데 까다로운 편은 아닌데요. 물론 전문대학이나 대학에 가서 자동차 및 기계 분야를 전공하는 방법도 있겠지만요. 이 직업은 나이, 학력이 상관없어요. 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자동차 정비는 사설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에서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울 수 있고요. 자동차생산공장에 들어가서 자동차 정비기술을 습득할 수도 있습니다. 그 후에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면 됩니다.
이승재: 우리 탈북민들이 자격증을 따기에도 부담감은 크지 않겠네요.
장인숙: 네. 다만 시간은 좀 투자를 하셔야 합니다. 일단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시험은 1년에 4회 볼 수 있습니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두 번을 치릅니다. 이 자격증을 따려면 짧게는 5개월에도 할 수 있지만 사람들 말이 평균 2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물론 2년 내내 자격 취득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자동차 정비 업체에서 보조로 일하면서 기술도 익히고 돈도 벌면서 공부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이승재: 제가 몇년 전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우려고 했는데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이젠 자동차 자체가 많이 발전되어서, 이 일을 하려면 자기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장인숙: 맞습니다. 자동차 정비원이 되면 자동차정비업체, 자동차운수업체, 외제차수입업체 등에 취업할 수 있고요. 또 일부는 자동차 내부를 새롭게 단장하는 카인테리어업체, 자동차를 아예 개조해서 새로운 차로 만드는 튜닝전문점에서 일할 수도 있는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비의 횟수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고 있긴 해요. 그래도 차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자동차 정비원은 꼭 필요한 직업이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기본 정비 외에 튜닝이나 카인테리어를 같이 배워서 더욱 경쟁력있는 자동차 정비원이 되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승재: 선생님도 탈북민에게 이 일을 많이 추천하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탈북민들의 반응은 솔직히 어떤가요?
장인숙: 네. 이 일은 자격 취득까지 오랜 시간 걸리다보니 탈북민이 많이 도전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탈북민들은 남한에 정착하면 빨리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 오랜 시간 공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래도 자동차정비기술은 정비소에서 일을 하면서 많진 않지만 돈을 벌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고요. 탈북민들이 잘만 찾아보시면 교육비 지원을 받을 방법도 많습니다.
이승재: 네. 잘 들었습니다. 방송을 하다보니 종종 차가 고장날때 자동차 정비원을 찾아 떨면서 고장 내용을 설명하던 생각이 나네요. 혹 수리가 잘못되어 또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던 기억도 있고 말이죠. 그렇게 보면 자동차 정비원은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요. 실제로 현역으로 종사하는 자동차 정비원을 만나, 어떻게 준비하면 일류 자동차 정비원이 될 수 있을지, 심도있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인숙 선생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장인숙: 네. 감사합니다.
이승재: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