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오늘은 타일기술, 타일기능사를 소개하신다고요?
장인숙: 저희 재단에서 탈북민들께 ‘타일기능사’, 이 직업을 추천하면서 관련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타일기능사는 탈북민들 뿐만 아니라 남한의 20~30대 젊은 층의 주목도 받는 직업입니다. 제가 오늘 이 직업을 갖고 나온 이유가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 이 직업은 전적으로 실기시험만으로 자격시험을 치른다는 것이에요.
이승재: 아, 필기시험… 공부하는 시험 없이요? 좋네요. 대부분의 기술직도 필기시험을 보는데…
장인숙: 그래서 탈북민들에게 추천하는 겁니다. 탈북민들은 필기 시험에 부담을 많이 가지시는데요. 이 일은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일이라, 손재주가 뛰어나고 꼼꼼하고 부지런한 탈북민들이 충분히 업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로임도 꽤 높아서 기술과 경력만 쌓이면 대기업 수준의 소득도 올릴 수 있어요.
이승재: 좋은 직업이네요. 자, 여기서 ‘타일기능사?’ 이 직업이 뭘까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텐데요. 아마 청취자 여러분이 다 아실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다이류’라고 부르죠. 벽이나 바닥에 붙이는 건축자재. 네. 그겁니다. 남한에선 영어 단어 그대로 타일이라고 발음하고요. 타일기능사는 타일을 전문적으로 붙이는 사람이죠. 이제부터 차근차근 왜 이 일이 좋을 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장인숙: 네. 요즘 남한에서는 건축물이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건축 자재도 특수재료가 개발되고, 다양하고 새로운 시공방법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택,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에 대한 고품질화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요. 따라서 건축 시공분야에서의 인력은 점점 더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다이류’, 타일은 건축구조물의 내부 뿐만 아니라 외벽, 바닥, 천정 등에 사용되면서 그 쓰임새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거든요. 타일 시공도 분야별로 전문적인 영역이 있습니다. 어, 기자님께 한번 여쭤볼까요? 기자님은 타일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이승재: 타일 하면 당연히 욕실이죠. 목욕탕? 화장실?
장인숙: 맞아요. 그동안은 그랬어요. 많은 분들이 욕실 타일만 아시겠지만, 최근엔 욕실 뿐 아니라 부엌이나 거실 벽, 바닥 등에 대리석 타일을 부착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라도 나만의 개성을 살려 바닥을 시공하고 다양한 타일로 벽을 장식하고…. 이렇게 내 집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거예요.
이승재: 건물 내부의 골조는 그대로 두고 새롭게 고치는 것을 리모델링, 건물 내부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인테리어라고 하는데요. 요즘 리모델링, 인테리어 다 인기예요. 예전처럼 그냥 지어진 아파트에 가구, 가전을 들고 들어가서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 자기 스타일대로 고쳐 사는 것이죠. 집안 내부를 북유럽식으로 해놓는다거나 커피숍 혹은 영화관처럼 만드는 것도 인기고요. 음악하시는 분들은 또 방음 잘되게 시공하시잖아요. 여기 다 타일이 사용됩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종류의 타일들이 많더라고요. 모양도 정말 다양하고요.
장인숙: 그렇습니다.
이승재: 북한도 타일공장들이 쉴새 없이 돌아간다고 들었는데요. 제가 맞게 들은 건가요?
장인숙: 요즘 TV화면을 보면요. 평양거리가 바뀌었습니다. 회색건물, 붉은 구호판으로 무거웠던 분위기가 갖가지 연하고 부드러운 색의 고층건물이 즐비한 모습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죠.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무표정한 이들 건물에 색채가 입혀졌어요.
이승재: 아, 이렇게 색채가 바뀐 것에서는 아무래도 타일들이 크게 한 몫을 했겠군요.
장인숙: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최근 평양의 새로짓는 건물들은 연한 색상의 타일들과 대형 판유리, 금속재료를 섞어서 마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 시대 들어서 천리마타일공장등 외장재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다는 뉴스도 자주 접하게 되고요.
이승재: 북한도 평양 부유층의 경우엔 내부 인테리어가 아주 인기라고 들었습니다. 네. 사람들은 대부분 완성된 타일 벽만 보거나, 베테랑 타일기능사가 척척 손쉽게 붙이는 모습만 보기 때문에 이 일을 간단한 작업이라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영상으로 남한의 타일기능사 실기시험을 치르는 장면을 봤거든요.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장인숙: 타일기능사는 사실 도면을 보고 그대로 타일을 붙이면 되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매우 간단하고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아닙니다. 엄청나게 정교하고 실력에 따라 완성도의 편차가 큰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전문가’라고 부르는 거죠.
이승재: 10년 쯤 전에 저도 타일공장을 하시던 친척이 있어서 남은 타일을 많이 얻어온 적이 있어요. 제가 화장실에 직접 붙이려다가 실패했어요. 타일을 그냥 다 버렸는데요. 또 중간중간 제가 뭐 충격을 가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깨지더라고요.
장인숙: 아무나 못하죠. 그래서 전문가를 넘어서 종종 ‘타일 장인’이라는 말도 많이 씁니다. 타일을 세공하는데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데요. 특히 타일 중에는 종잇장처럼 휘청거리는 것도 있고 유리처럼 쉽게 깨지는 것도 있어서 늘 파손의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대형 타일의 경우 한 장에 600달러에서 900달러짜리 고가도 있어서 두 명 이상이 함께 들어야 하고, 운반을 위한 별도의 도구까지 사용할 정도라네요. 타일 붙일 곳의 모양과 치수를 정확히 재서 재단해야 하고 1mm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수평, 수직, 경사 등 조금도 틀어지면 안되는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타일을 재단하는 사람, 붙이는 사람 이렇게 분업화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승재: 1mm의 오차도 용납이 안된다. 아까 방송 초반에 로임이 높다라는 말씀을 살짝 해주셨는데, 이렇게 정교한 일이라면 정말 돈도 많이 벌긴 해야겠어요. 이 일을 가르치는 사설학원도 크게 인기라고 들었습니다.
장인숙: 얼마 전 언론에서 타일기능사의 일상이 공개되면서 크게 화제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건축업계의 타 직종대비 높은 로임을 받는다고 알려지면서 ‘일당 350달러도 가능하며 외제차도 몰고 다니더라’라는 등 소문이 무성할 정도였습니다. 최근 방송에 나왔던, 건물 외벽 대형타일을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기능사는 7~8명이 한 팀으로 타일시공을 하는데요. ‘서민갑부’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왔는데 연 매출이 7억 즉 63만 달러나 된다고 합니다. 다만 어떤 직업이든 그만큼 실력 있고, 열심히 하는 전문가여야 하겠죠.
이승재: 대단합니다. 이 방송 하다보면 당장 저부터 직업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렇게 기술 이야기를 하다보면 북한의 사회 통념상, 남자들만 가능할거라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남한엔 여성 기술자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장인숙: 그럼요. 다른 건설업종에 비해 타일기능사는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등의 육체적 강도가 높은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나이가 있어도 작업이 가능하고요. 자재 등을 옮기는, 힘을 쓰는 일은 초보자가 하니까 숙련도가 높은 기술자들은 그보다 힘을 덜 들이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여자분들도 도전하시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적합한,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타일분야가 많기도 하고요.
이승재: 네 감사합니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은데 벌써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네. 타일기술은 지금 벽돌쌓기, 미장과 함께 국제기능경기대회에서 3대 건축종목에 속할만큼 전문성을 인정받는 기술이 됐습니다. 다음시간엔 이 전문적인 기술, 보다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