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수납전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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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지난 시간부터 저희가 ‘정리수납전문가’라는 직업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신종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불필요한 물건들을 처분하도록 도와주고, 있는 가구를 잘 활용해서 최대한 편하게 공간 배치를 해주고, 집안의 남은 물건을 질서있게 정리해 주는 일입니다. 단순한 일 같지만 이 일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보면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입니다.

장인숙: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집안에 옷이며, 책, 가구, 살림살이들… 집안에 물건이 많아서 뭐가 어디있는지 모를 때도 많고, 집에서 지갑이나 도장을 잃어버려도 못찾았던 적도 있으셨을 거예요. 정리수납전문가의 손길이 닿으면 정리정돈이 잘 되는 것은 물론, 그때부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확실하게 알고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는 집, 공간을 더 넓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죠.

이승재: 제가 지난주 방송하고 나서 정리수납전문가들이 바꿔놓은 집들을 많이 찾아 보게 됐거든요. 솔직히 집 깨끗하게 치워주는 것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요? 그 이상이었습니다.

장인숙: 정리수납전문가들이 의뢰인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얘기가 작업을 끝내고 나면 “제가 생각한 거 이상이에요.”, “솔직히 이 정도일 줄 몰랐어요”라는 말이랍니다. 정리수납전문가들이 일을 할 때 첫번째 하는 작업이 바로 ‘비우는 것’입니다. 집집마다 그렇게 불필요한 짐들이 많다네요. 공간을 넓히려면 비우는 것이 가장 먼저 되어야겠죠? ‘집을 왜 비워?’, ‘왜 버려야하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집에 오래된 물건들이 쌓이고 쌓여서 집 주인이 내가 아니라 물건이 되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그럼 생활도 답답해지고요. 이사를 쉽게 다니는 남한 사람들에겐 불필요한 것들이 많으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거든요.

이승재: 맞아요. 요즘엔 최소한의 물건으로 내 공간을 넓게 쓰려는 사람들이 또 많더라고요. 그러려면 자기 공간에 대한 정리부터 시작해야겠죠.

장인숙: 맞습니다. 그래서 정리수납전문가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죠. 공부도 하고 실습도 하고 자격증도 따야 하는 전문가의 영역이 된 거죠. 남한에선 직업사전에 등재된 지 5년밖에 안 되는 신생직업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영국 등 이미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된 국가에서는 1980년대부터 유망하다고 각광받아온 직업입니다.

이승재: 자, 이젠 남한에서도 유망합니다. 지금 이 일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 남한에 2만여 명 된다는데요. 제가 보니, 이 분들 주로 일하는 방식이 인터넷에 개인 광고를 올리고 일감이 생기면 그때그때 나가시는 방식이에요.

장인숙: 이 직업이 처음 시작될 때는 말씀하신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리수납 전문업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정적인 로임을 원하신다면 이런 회사에 취업해서 일할 수 있습니다. 시간에 제약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으시면 그것도 가능하고요. 개인의 선택이죠.

이승재: 그렇군요.

장인숙: 정리수납전문가는 여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직업입니다. 종사자 대부분이 주부이며 특히 결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많이 일하는 편입니다. 남한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꾸준히 주부들을 대상으로 이 자격 취득을 도와주는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주부1): 전 20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냈거든요. 잘할 수 있는 것이 살림이나 아이 키우는 것? 제가 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하다가 이 일이 맞을 것 같아서 수납정리사 2급을 따고 지금은 1급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사회적으로 직업에 대한) 인식이 덜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여러 선생님(전문가)이 배출되서…. 정리수납전문가는 미래의 좋은 직업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어서요. 신랑분도 같이 하신다면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주부2): 정리수납전문가 교육을 받아보니까 제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됐어요. 또 사업적으로도 비전이 있는 것 같아 창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승재: 방금 말씀하신 분들은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을 갖춘 분들인데요. 이분들이 회사에 취업하기 보다는 창업을 더 생각하고 계신 것 같네요. 제가 40대 정도의 탈북민들을 만나보면 남한 사회에서 제일 어려워하시는 부분이 조직생활입니다. 아무래도 자란 문화가 다르다 보니,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소외감도 당연히 있을 거고요.

장인숙: 그렇죠. 또 영어 같은 것도 어렵잖아요. 저희는 어릴 때부터 배우니까 생활 속에 파고든 외래어들이 좀 있거든요. 이 정리수납전문가는 조직생활하면서 하는 일이 아니니까 탈북민들에게도 좋을 것 같고요. 또 창업 이야기를 마저하면 저는 누가 사업을 시작한다고 할 때, 많이 고민해 보고 시작하시라고 조언하는 편입니다. 위험성이 많아서요. 하지만 이 직업은 창업도 얼마든지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승재: 아무래도 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때문이겠죠?

장인숙: 가장 큰 이유죠. 정리수납전문가는 아이디어와 육체적 노동으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초기비용이 크게 들지 않습니다. 업무 공간이 고객의 생활공간이기 때문에 사무실이 꼭 필요하지도 않고, 사무공간이 있어야 하더라도 큰 공간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고가의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말 자기 자신이 가장 큰 장비이자 재산인 셈이죠.

이승재: 아까 남편과 같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들어봤는데요. 탈북민들, 남한 사회에서 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서로 의지한다면 더 호흡도 잘 맞고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어, 이 직업이 다양하게 뻗어나갈 길도 많다고 들었어요.

장인숙: 네. 비슷한 직업군으로는요. 최근 독거노인, 1인 가구의 증가 등 남한이 핵가족사회가 되다 보니 사람이 죽으면 유품정리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정리수납전문가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자리고요. 정리수납을 계속 하다보면 확실히 보이는 눈이 다를 거예요. 아는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또 보이거든요.

이승재: 그럴 것 같아요.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 얘기로는 정리수납전문가가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 감각까지 있으면 고객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장인숙: 고객들의 상황을 보면서 어떤 곳은 ‘아, 아이들이 부모의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배치 해야하겠다’, ‘아, 이 집은 아이들이 어리니 아이들 눈 높이에 맞게 책장을 배치해야겠다’ 이런 감각들이 살아날 수 있어요. 책장 같은 것들을 예로 들면, 책장은 세로로 높게 세워져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가로로 눕히면 정말 또 다른 느낌이거든요. 이런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을 ‘공간 크리에이터’라고 합니다. 공간을 창조하는 사람인 거죠. 정리수납전문가가 되면 이런 공간크리에이터도 쉽게 될 수 있습니다. 공간크리에이터는 집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다양한 전시장들, 가구전시장, 주택전시장, 백화점, 쇼핑몰등에서 충분히 자기 능력을 발휘하며 일할 수 있습니다.

이승재: 네. ‘비운 만큼 보이더라.’ 인생을 살다 보니 몇 번쯤은 케케묵은 마음의 상처나 오래된 추억을 비워내고 그 안에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잘 생각해보니 물건도 그런 것 같습니다. 버려야할 것들을 찾아주고 그 자리에 새 것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 정리수납전문가였습니다.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