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지난주에 이어 만화를 그리는 사람, 애니메이터에 대해 알아봅니다. 만화, 요즘 남한에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데요. 지난주에 저희가 이렇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갖는 가장 큰 힘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맞죠?
장인숙: 네. 정말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애니메이터란 직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정말 다양한 일을 합니다. 첫 번째는 만화가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다만 요즘 남한은 종이나 책에 그리는 만화보다 인터넷 상에서 연재하는 만화, ‘웹툰’의 시장이 훨씬 큽니다. 이렇게 웹툰 작가로 활동할 수 있고요. 또 애니메이터는 만화영화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의 ‘령리한 너구리’를 들 수 있는데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남한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영화 시장도 넓다는 특징이 있죠. 그 외에도 애니메이터는 게임이나 오락, TV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이승재: 예전엔 만화가가 되려면 배우고자 하는 만화가 스승의 문하생이 되어서 몇 년씩 배우다가 출판사나 신문사 문을 두드리고 다녀야 간신히 세상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는데요. 요즘은 복잡한 절차나 과정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을 인터넷에 게시할 수 있잖아요. 사랑 얘기든, 정치 풍자든, 미래세계든 재미있고 실력이 좋다면 얼마든지 입소문이 나죠?
장인숙: 그렇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인터넷을 통한 시작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자신의 작품을 게재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개인의 습작들이 인기를 얻고 이어 독자들이 찾게 되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포털사이트에 게재할 기회가 생기면서 전문작가로 소득을 올리게 되는 겁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시간 나시면 생각나는 것, 상상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그러다보면 의외로 내게 애니메이터의 자질이 발견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승재: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 탈북민 중에서도 남한에서 애니메이터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탈북민 최성국 씨는 남한에서 인기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 분이 그린 인터넷 만화 중에는 탈북청년 김용철의 좌충우돌 남한 정착기를 그린 ‘로동심문’이 유명하죠. 한번 만나볼까요?
최성국: 남한 분들이 북한을 잘 모르고 계시더라고요. 서로 편견도 있고 오해도 있으니까요. ‘아, 그럼 남쪽에서 북을 잘 알고 파악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말로 하면 좀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고 그래서 쉬운 만화를 선택한 겁니다. 남쪽에 온 사람(탈북민)이 왜 이렇게 사는지, 북한에서 어떤 삶이었기에 남한에선 그렇게 선택하는지, 한마디로 문화공감을 이끌어내려는 거였죠.
이승재: 탈북 애니메이터 최성국 씨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남북한의 소통을 위해 애쓰시는 탈북민이 참 많습니다. 듣고보니 만화, 애니메이션이 소통에 있어 아주 쉽고 편한 매개물이 될 수 있겠군요.
장인숙: 탈북민 애니메이터들은 그들만이 겪었던 북한 이야기, 탈북과정, 남한 생활에서 있었던 독특한 소재를 통해 남북한의 문화차이를 재미있게 또는 안타깝게 묘사합니다. 저는 이런 탈북작가들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얻을 때도 있고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 지 진지한 정보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이승재: 그렇겠네요. 자, 이렇게 ‘상상하는 모든 것을 그릴 수 있다’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남한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습작을 시작할 수 있고, 또 뭐가 있을까요?
장인숙: 애니메이터가 되려면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구성하는 상상력, 독창성,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또 연재하는 작품이라면 주기에 맞춰 작품을 완벽히 완성해야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만화가 좋다고 도전하기엔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과 역량을 잘 고려해야겠죠.
최성국: 그림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아요. 이야기를 재미있게, 같은 이야기도 재미있게 만화적으로 표현하고 꾸며 나가는 게 정말 좋겠습니다. 만화라고 해서 너무 과장되거나 거짓처럼 보이면 안돼요. 의미있게 가치있게 제작해야 좋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기술들을 일부러 배워서 자기 것으로 소유하면 그것 역시 나의 좋은 기술이 될 수 있겠죠.
이승재: ‘그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용과 의미다’, 지난주에 장 선생님도 말씀하셨는데 오늘 최성국 씨도 강조해 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펜으로 그림 그리는 시대도 아니니까 여러가지 컴퓨터 기술을 잘 숙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선생님 보통 애니메이터가 되려면 어떻게 배워야 하죠?
장인숙: 요즘은 웹툰 애니메이션이 대중화되면서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 이용이 대중화됐어요.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전문대학이나 사설학원 같이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교육하는 교육기관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이렇게 학교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기선 애니메이션 관련 이론과 색채실습, 스토리(이야기) 작법, 영상 편집, 컴퓨터 활용법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승재: 사실 예전엔 애니메이션 하면 일본이었죠. 일본 만화 정말 유명하거든요. 하지만 요즘 한국 애니메이션도 성장추세거든요. 선생님은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앞날을 어떻게 보십니까?
장인숙: 지금 한국의 인터넷 만화, 웹툰은 전 세계를 주도할 정도의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받습니다. 웹툰은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 드라마, K-pop이라 불리는 한국 대중가요에 이어 세 번째로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이렇게 한 번 인기를 얻게 되면 기존 만화 판매 수익에 이어서, 만화의 주인공들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이 제작되어 돈을 더 벌 수 있고요. 인터넷에서 만화를 볼 때 기업의 광고가 붙어서 추가 수익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작업에 애니메이터의 손길이 필요하겠죠. 또 인기 만화는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2차 저작권료 수입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만화시장 규모가 지난해 9억 달러(9천 억원)를 넘어섰고, 남한의 만화 사이트인 네이버 웹툰에서도 하루 거래액이 300만 달러(30억)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만화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고 하니 애니메이션 산업 성장은 아직 그 최고점을 예측하기 힘든 추세입니다.
이승재: 한번에 3~4달러 내고 보는 만화인데 하루 거래액이 저렇게 많군요. 그래서 탈북민 애니메이터가 만드는 작품은 또 얼마나 색다를 지 기대가 됩니다. 남한토박이들과는 또 다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장인숙: 맞습니다. 요즘 ‘강철비 2’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요. 남북분단으로 인한 극적인 상황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원래는 인터넷 만화였는데 인기를 얻어 영화로 제작됐죠. 이외에도 남북 분단으로 인한 극적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웹툰은 정말 많습니다. 천재 남파간첩이 남한에서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감동과 유머를 적절하게 구성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대표적입니다. ‘강철비’나 ‘은밀하게 위대하게’ 같이 남북분단의 현실 앞에서 각자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지만, 때로는 남북이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 전개 속에서 통일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작품들을 북한 주민들과도 함께 보면서 통일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고요. 또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을 함께 보고 싶은 맘도 드네요.
이승재: 네 감사합니다. 2주간에 걸쳐 애니메이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