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특집] 세계에 우뚝 선 한국영화 '기생충'

SM. 영화 <기생충> OST 중 '믿음의 벨트'

insert 1. 아카데미 시상식

현지 시간으로 2월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와 'Parasite(기생충)'이라는 단어가 잇달아 불리고 사람들의 환호 소리도 이어집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이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오스카상'이라며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시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는데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윤하정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101년 한국 영화사는 물론이고 92년 아카데미상 역사에서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덕분에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떠들썩한데요. 오늘은 북한 청취자 여러분에게도 이 반가운 소식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아카데미상을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부터 알아보죠. 영화평론가 제이슨 베셔베이즈 씨입니다.

int 1. Jason Bechervaise(제이슨 베셔베이즈, 영화평론가) 아카데미상은 영화계에서 사람들이 가장 탐내는 영예입니다. 아카데미상보다 더 큰 상은 없습니다. 매우 받기 힘든 상이죠. 그리고 영어 영화가 아닌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았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입니다. 정말 역사적인 일이죠.

실제로 한국 영화는 지난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후보로 뽑힌 적도 없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선정됐고, 상까지 받은 건데요.

아시아 출신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받은 것도 <기생충>이 처음입니다.

특히 <기생충>은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아서 아카데미상이 진정한 국제 영화상으로 탈바꿈하는 데도 의미 있는 역할을 했습니다.

<기생충>은 앞서 2019년 5월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것도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영화 <마티>이후 두 번째입니다.

칸, 베니스, 베를린영화제 등 유럽에서 열리는 영화제가 작품성에 좀 더 치중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의 아카데미상을 받았다는 건 대중성에 있어서도 인정을 받은 셈인데요. 그래서인지 영화 <기생충>에 대한 세계 관람객들의 반응도 다양합니다.

int 2. 영화 <기생충> 관람객

1. 영화 <기생충>을 세 번이나 봤어요. 무척 재밌어요. 영화에서 다룬 계급과 부의 불평등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현상이라.

2. 봉준호 감독 영화는 많이 봤고, 너무 좋아요(웃음). 복잡하고 예민한 주제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영화라서.

3. <기생충>은 좋은 각본으로 러시아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영화팬들이 한국과 한국영화에 대해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이쯤 되면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실 텐데요. <기생충>은 가난한 일가족이 부유한 집안에 기생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빈부 격차, 불평등' 문제를 꼬집습니다.

insert 2. 영화 <기생충>

반지하 주택에 사는 4명의 일가족. 돈이 없어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사용할 수 없게 되는데요. 아들의 명문대생 친구가 고액 과외 자리를 소개합니다.

아직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아들은 미대생을 꿈꾸는 여동생 덕에 위조한 가짜 학위로 부잣집 딸의 과외 선생님이 되고, 거짓말을 조금 더 보태 여동생은 그 집 아들의 미술 교사, 아버지는 운전기사, 어머니는 가정부로 일하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아슬아슬한 만남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데요.

문화와 언어가 다른 데도 이 영화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평론가 제이슨 베셔베이즈 씨입니다.

int 3. Jason Bechervaise(제이슨 베셔베이즈, 영화평론가) 영화 <기생충>에는 한국 특유의 요소들이 있지만 동시에 그 영화가 다루는 자본주의의 문제와 사회 불평등의 문제는 국제적입니다. 자본주의는 사실 어디에나 있잖아요. 중국같이 자본주의 체제가 비교적 일반적이지 않은 곳에도 엄청난 사회적 불평등은 존재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매우 획기적인 방법으로 풀어내는 재능이 있습니다. 매우 다가가기 쉬우면서도 재미있죠.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본 탈북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대학생 박연주 씨입니다.

int 4. 박연주(탈북 대학생) 서민과 부유층의 차이가 너무 심해서 현실에 이런 사람들이 정말 있는지. 없는 자는 계속 없이 살아야 하나... 뭔가 안타까웠어요, 서민들의 삶이. 저도 서민이잖아요(웃음).

남한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직장인 박성 씨는 북한 사회와도 비교해 봅니다.

int 5. 박성(탈북 직장인) 북한도 빈부격차가 심해요. 특히 북한은 계급사회라서 권력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가 극명해서 북한사람들도 이 영화를 보면 공감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은 좋은 부분이 많은데도 사회가 가진 어두운 면을 드러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영화를 더 좋아하는 게 아닐까. 북한에서는 이런 영화를 만들거나 표현할 생각 자체를 못할 거예요.

두 사람은 남한 사회에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int 6. 박연주(탈북 대학생) 조금 더 나은 삶, 아주 높은 자리까지는 힘들더라도 어느 정도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공부도 하고 살려고 해요.

int 7. 박성(탈북 직장인) 한국에서 10년을 살면서 노력하면 어느 정도 대가가 있다는 걸 경험했거든요. 많은 부분이 영화와 달리, 본인이 한 것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50여 개 영화제, 60여 개 시상식에서 160개가 넘는 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텐데요. 이미 한국에서만 천만 명 이상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고, 북미 지역에서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이 천 개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전 세계 입장권 매출로 따지면 1억6천만 달러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요.

봉준호 감독은 앞서 1월 5일 미국의 또 다른 영화 시상식인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 영화상'을 받으며 '자막, 한 1인치 정도 되는 그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는데요. 이번에 아카데미상을 받으며 그 말을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insert 3. 봉준호 감독 지금 와서 찬찬히 돌이켜보면 때늦은 발언을 한 것 같아요. 이미 장벽이 많이 허물어져 있었고, 요즘 다양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는 세상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담은 우리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훨씬 편하게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에서도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SM. 영화 <기생충> OST 중 '믿음의 벨트'

영어권 영화와 배우들의 잔치라는 지적을 받아온 아카데미시상식도 휩쓴 영화 <기생충>, 지금 전 세계는 극장과 또 인터넷을 통해 한국어로 연기하는 영화 <기생충>을 각 나라 언어로 번역된 자막을 통해 관람하고 있을 텐데요. 남한과 언어 장벽, 자막이라는 장벽이 전혀 없는 북한에서는 언제쯤 이 영화를 자유롭게 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