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어느 누구나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위성사진은 북한의 변화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됐는데요, 'RFA 주간프로그램 - 하늘에서 본 북한', 북한을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오늘의 북한을 살펴봅니다.
위성사진 분석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화려하게 조성된 평양의 '여명거리'.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준공식에 참석하고, 외국 언론에도 공개할 정도로 야심차게 진행한 건설 사업인데요, 이후 위성사진에서 공개되기는 처음입니다.
룡흥 네거리에서부터 금수산태양궁전에 이르기까지 '여명거리' 양옆에는 초고층 아파트와 현대식 상점, 공장, 사무실 등이 들어서 있고, 오랫동안 정체 상태를 보이던 김일성종합대학 3호 교실도 완공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수많은 주민을 노동에 강제로 동원하고, 건축 자금까지 주민에게 거둬들이며 만든 여명거리의 모습은 화려하지만, 얼마나 많은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지는 불투명합니다. 위성사진에서 처음 확인된 여명거리를 들여다봤습니다.
- 룡흥 네거리부터 금수산태양궁전까지, 초고층 건물 눈에 띠어
- 북한 최초의 '쇼핑몰', 여명거리종합상업구도 관심
- 오랫동안 진전 없던 김일성종합대학 3호 교사도 완공∙개교
-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아직 썰렁한 거리, 도로에 차도 없어
미국의 상업위성이 2017년 4월 22일에 촬영한 북한의 수도 평양의 모습입니다. 불과 3주 전의 평양을 하늘에서 바라본 사진인데요,
우선 김일성 국가주석의 생일, 태양절을 맞아 야심 차게 외국 언론에 공개했던 여명거리를 살펴봤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1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여명거리 준공식을 성대하게 열었죠.
여명거리는 평양의 룡흥 네거리에서 금수산태양궁전에 이르는 구간으로 2016년 4월 이후 1년 만에 완공한 신도시인데요, 특히 '여명거리 조성'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의 경제는 문제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중요한 건설 사업이었습니다.

위성사진에서 바라본 여명거리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70층 높이를 포함한 고층 아파트가 우뚝 서있습니다. 아파트의 높이,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 잘 조성된 공원 등을 볼 때 북한 당국이 여명거리의 조성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데요,
여명거리에는 44동, 4천804세대에 달하는 아파트가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수와 연구원, 당 간부 등이 새 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몇 가지 특징 중 하나는 '여명거리종합상업구'가 조성됐다는 점입니다. 서방국가에서 흔히 '쇼핑몰'이라 일컫는, 다양한 이름의 상점과 물건을 둘러보고 살 수 있는 경제 구역인데요, 우뚝 솟은 상업 건물에 '만리마', '룡흥' 등의 이름을 내세운 여러 상점, 그리고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북한에서 볼 수 있는 첫 번째 '쇼핑몰'이라고 소개했는데요,
[Curtis Melvin] 여명거리에서 가장 흥미 있는 구역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는 '쇼핑몰'이라고 부르는 구역인데, 다양한 상점이 한 곳에 모여 있는 형태를 말하죠. 예를 들어 이곳에서 '만리마' 상표의 다양한 물건이 팔리고, '룡흥 식당'이나 '룡흥약국'등도 있고요, 하지만 아직 내부 공사까지 마무리됐는지, 각 상점이 손님을 맞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이밖에도 여명거리는 '녹색건축기술교육사'와 중국을 대상으로 외화벌이를 위한 새 '여명피복공장' 건물도 여명거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로를 따라 금수산태양궁전 쪽으로 이동하면 금수산 전차 역도 새 단장을 했습니다. 북한 학생이 버스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면 다시 전차를 타고 금수산태양궁전까지 이동하는데요, 여명거리 건설 사업과 함께 전차 역을 새롭게 탈바꿈한 겁니다. 넓게 조성된 주차장에는 20대 가까이 버스와 차량도 보입니다.

건너편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의 새 건물이 보입니다. '김일성종합대학 3호 교사'로 불리는 이 건물은 2006년에 건축을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진전되지 못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여명거리 건설 사업과 함께 완공됐는데요, 북한의 조선중앙TV는 10일, 이 건물의 완공과 함께 개교 사실을 알렸습니다 (TV 보기) .
하지만 그 옆에는 아직 건설 공사가 끝나지 않은 구역이 있는데요, 이제 막 아파트가 들어설 기초 공사의 흔적만 보입니다. 이 구역은 여명거리 건설 사업에 투입된 노동자들이 머문 곳이기도 하지만, 애초 목표로 했던 4월 15일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실제로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도 4월 말까지 건설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는데요,
[Curtis Melvin]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죠. 이미 북한에서도 대규모 건설사업이 많이 진행됐고, 북한 당국은 정치적 시기에 맞춰 여명거리를 완공하기를 바랐지만, 경제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한 것도 있을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구역도 현대화 사업을 완성됐기를 바라지만, 아직 지어지지 못한 아파트가 많은 것을 알 수 있죠.
당시 촬영된 위성사진의 또 다른 특징은 여명거리의 도로에 차량이 거의 없다는 건데요,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고작 3~4대에 불과합니다.
멜빈 연구원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발전된 평양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많은 건설공사를 진행했던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날 촬영한 평양의 또 다른 초호화 거리, '미래과학자거리'. 북한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위해 고층 아파트를 지은 이곳도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한 지시가 있었는데요, 다양한 모양으로 높게 지어진 아파트와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 등 평양시 전체에서도 미래과학자거리가 눈에 크게 띕니다.
[Curtis Melvin]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을 새롭게 변화시켰던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이후 대규모 건설 사업에 많은 역량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평양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만수대지구'의 재건축을 시작으로 창전거리, '위성과학자거리', '은하과학자거리', '미래과학자거리', 그리고 최근 '여명거리'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평양의 현대화 건설사업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계속되는 건설 공사가 일반 주민의 생활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는데요, 특히 평양에서는 '전시성' 공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통일부도 최근 북한 여명거리의 건설 사업에 대해 "그것이 민생에 도움이 되느냐?"라고 물은 뒤 노동당 고위층을 위해 만드는 여명거리는 일반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는데요,
여명거리뿐 아니라 각종 건설 사업도 자신의 능력과 의지를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일 뿐 결국 북한 특권층만을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전체 민생을 생각해서 하는 일을 아니라고 통일부는 평가한 바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시작된 이후 각종 건설사업에 필요한 자금과 물자가 부족해지자 이를 북한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반 주민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전시성 건설 사업으로 각종 부담을 떠안은 일반 주민 사이에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과 비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성사진 - 하늘에서 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