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음악 산책> 윤하정입니다.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회사와 학교가 토요일부터 쉬고,
추석 당일 전후로 하루씩 공휴일이기 때문에
지난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연휴였는데요.
무려 닷새를 쉬었는데, 몸과 마음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남한에는 ‘명절증후군’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평소 떨어져 지내는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인 만큼 음식 장만도 해야 하고,
특히 제사를 지내는 가정은 준비할 게 더 많겠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우 대학 진학이나 직장 때문에
서울, 경기 지역에 인구의 2/5인 2천만 명이 생활하다 보니
명절 때면 고향을 찾아 기차로, 버스로, 자동차로 이동하는 인구가 상당합니다.
국토교통부 발표를 보면 이번 추석 연휴 총 이동 인원은 3200여 만 명으로,
하루 평균 546만 명이었다고 해요.
기차나 비행기야 정체가 없지만, 한꺼번에 몰린 자동차로 고속도로가 막히면서
고향 오가는 길에 왕복 10시간 이상을 차 안에서 보낸 사람도 많고요.
또 명절인 만큼 찾아뵐 곳도 많고, 집에 오는 손님도 많죠.
이렇게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서 몸도 피곤하고 신경도 곤두서다 보니
연휴를 지내고 나도 더 힘들고, 이런저런 불만으로 화도 나고, 가족끼리 다투기도 하고,
심하면 몸과 마음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명절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북한에서도 방송 들으면서 ‘딱 내 얘기’라고 생각하는 분들 있을 텐데요.
일단 이번 추석 명절에서 벗어나 볼까요?
장미여관의 ‘퇴근하겠습니다’로 오늘 <음악 산책> 출발합니다.
BM 1. 장미여관 – 퇴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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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닷새간의 추석 연휴를 지내고 나니, 또 <음악 산책> 시간이다(웃음).
박성진 : 명절이 더 힘든 것 같다.
물론 음식을 내가 만드는 건 아니지만
어머니나 아내, 누나들 사이에서 눈치는 보니까(웃음).
예전 같으면 명절에 가족들과 외출도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계속 집에서 먹고 자고 했더니, 허리도 쑤시고 엉덩이도 아픈 것 같다.
진행자 :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니까 속도 불편하고.
남한의 경우 명절 연휴가 기본적으로 사흘이다 보니
음식도 장만해야 하고, 청소도 자주 해야 하고…
그래서 명절을 보내고 나면 더 힘들다고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을 하는데
북한도 상황은 비슷한지?
박성진 : 북한은 남한보다 가부장적인 사회라서
남자들이 부엌일 등 여자들이 할 일을 하면 자존심 상해 한다.
지금은 평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문화가 조금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남자들은 술 마시고 카드놀이 하고,
여자들은 계속 음식 만들고 설거지 하고… 그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여자들이 무척 힘든데,
제때 술상이나 밥상이 안 들어오면 남자들은 고래고래 소리까지 지른다.
진행자 : 박성진 씨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그러는지?
박성진 : 그렇지는 않다.
요리야 어머니나 아내가 잘하니까 나서지는 않지만
음식을 장만하려면 여러 도구도 꺼내야 하고 상도 펴야 하고… 그런 부차적인 일을 돕는다.
요리가 끝나면 남녀가 함께 식사하고.
하지만 북한의 경우 그런 문화가 없다.
명절이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하루 종일 부엌에서 산다. 식모에 가깝다.
진행자 : 듣는 내가 답답하다(웃음).
한국의 경우 요즘은 명절 음식이라는 개념이 많이 흐려졌지만
설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을 꼭 준비하는데, 북한도 그런지?
박성진 : 남북한의 음식 문화는 굉장히 다르다.
북한도 예전에 쌀이 많을 때는 떡도 치고 고기도 먹었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이것도 바뀌어서
지금은 그냥 생활 수준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걸 준비하는 것 같다.
진행자 : 송편 자체가 없나?
박성진 : 송편은 있다. 소는 지역마다 다르고.
그런데 명절에 모두 떡을 먹는다는 문화는 이제 없다.
남한이야 시장에 떡이나 음식 재료들이 잘 준비돼 있어서
사다가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북한은 옛날처럼 절구로 떡을 직접 만들어야 하니까 이래저래 힘들다.
요즘은 장마당에서 떡을 팔기도 하니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사다 먹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진행자 : 같은 추석인데 지내는 모습이나 먹는 음식은 확연히 달라진 것 같다.
하지만 명절 뒤에 몸과 마음이 피곤한 건 비슷한 듯(웃음).
어떤 노래로 지친 심신을 달래 볼까?
박성진 : 다시 힘을 충전하라는 뜻에서 크라잉넛의 신나는 노래 ‘말 달리자’ 준비했다.
진행자 : 노래 들으면서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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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 2. 크라잉넛 – 말달리자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들으면서 답답한 속이 좀 뚫리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면 남북한의 명절 모습은 비슷하면서도 또 상당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일단 한국에서는 명절에도 한복을 입는 일이 드물고요.
개신교 등 종교에 따라 제사를 아예 지내지 않기도 합니다.
또 많이 먹지도 않는 음식을 장만하느라, 고향 오가느라 고생하지 말고
호텔에서 푹 쉬자며 이른바 ‘호캉스’를 하기도 하고요.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해외여행이 쉽지 않지만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 여객 수는 총 5만2천여 명으로
지난해 추석 때보다 48%나 늘었다고 해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없던 시절에는 어땠냐고요?
2019년 추석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이용한 사람은 89만7천여 명입니다.
평양 인구의 1/3 정도가
추석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오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셈이죠.
2년째 해외여행에 나서지 못한 이들은 제주도를 비롯해 국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추석에도 전통적인 명절을 뒤로 하고 여행을 즐긴 이들이 많은데요.
북한에서도 노래로나마 함께 여행을 떠나볼까요?
볼빨간사춘기의 ‘여행’ 들어보죠.
BM 3. 볼빨간사춘기 – 여행
명절증후군, 그러니까 명절을 지내면서 쌓인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기 위해
남한에서는 저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데요.
백화점 등 상점에서 평소 갖고 싶었던 옷이나 신발, 물건을 사서
스스로, 또는 명절증후군을 심하게 앓고 있는 가족에게 선물하기도 하고요.
안마라고 할까요.
음식 만들고 상 치우느라, 오랜 시간 운전하느라 힘든 몸 여기저기를
돈을 내고 마사지를 받기도 합니다.
고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경치 좋은 곳에서 하루 머물다 가기도 하고요.
집에 돌아와 쌓인 감정을 쏟아내며 시원하게 다툴 수도 있겠죠(웃음).
북한에서는 명절에 쌓인 피로감을 어떻게 푸는지 궁금한데요.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휴식이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푹 쉬는 거죠.
이건 남북한 모두 마찬가지일 텐데요.
그런 차원에서 이번 주말이 아주 중요합니다.
북한에서는 토요일도 일을 하실 테니,
일요일만이라도 잘 쉬어야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휴식이라는 이름의 팀이 있네요.
휴식이 부르는 ‘사랑했던 날’ 들으면서 오늘 <음악 산책> 마무리 할게요.
지금까지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BM 4. 휴식 – 사랑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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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윤하정, 에디터 이현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