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음악 산책> 윤하정입니다.
안녕한지, 건강한지, 잘 지내는지 묻는 인사말이 어느 때보다 피부에 와 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답답하게 느껴지는 한 해인 것 같습니다. 의례적인 인사말이 아니라 정말 잘 지내는지 걱정이 돼서일까요. 연말이라서 예년 같으면 한껏 들떠 있을 시기인데요.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조용한, 동시에 치열한 12월이 아닌가 싶은데요. 한국의 한 대형서점에서 올해 출판계를 보여주는 단어, 키워드로 '잠시 멈춤 - PAUSE'를 제시했습니다. 올해 독서 시장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단어는 단연 '코로나19'였고, 그와 관련해 완전한 멈춤인 'STOP'이 아니라 '잠시 멈춤 - PAUSE'가 키워드로 선정된 것은 일상 복귀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지금 대한민국은 잠시 멈춰 있습니다. 사람들이 집만큼이나 자주 찾던 카페, 찻집에 앉아 커피를 마실 수도 없고요. 밤 9시 이후에는 식당과 술집도 매장 문을 닫기 때문에 연말이면 줄줄이 잡히던 각종 모임이나 회식도 찾기 힘들죠. 9시 이후에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운행도 축소됐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해 12월 31일 밤부터 이듬해 1월 1일 새벽까지 열리던 서울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도 올해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한국의 대표적인 행사인데 말이죠.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잠시 멈춰 섰는데요. 'SPOP'이 아니라 'PAUSE', 완전한 멈춤이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잠깐의 멈춤이기에 희망을 품어봅니다. 이 잠시 멈춤에 적극 동참해야 하고요.
오월의 '종로에서'로 오늘 <음악 산책>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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