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 쉰내 나고 껍질 씹히는 허연 밀된장, 주민들 "보기도 싫다"
- 앞으로 콩된장 생산 안 될 것이라는 전망 나오는 이유?
- 중국 파견 노동자 이탈과 '쌍상' 휘장 수여의 연관성은?
- 북 당국, 해외 노동자 이탈 부담으로 개성공단식 임가공 집중할 듯
올해는 콩이 아닌 밀로 만든 된장이 공급됐습니다 .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는 악평이 이어집니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무단 이탈해 공관을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달라' 요청한 사건 직후 북한 당국은 모든 중국 파견 노동자들에게 '쌍상'을 수여했습니다. 그 배경,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지은 , 안창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안창규 기자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북한 당국은 식량 다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2021년 옥수수 재배 면적을 줄이고 밀과 보리 농사를 늘렸습니다. 2023년 작황은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비, 재배 면적이 123% 늘었고 수확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산된 밀이 주민에게 도움이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올해 당국이 밀로 담근 된장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죠? 안 기자, 그렇게 맛이 없답니까?
안창규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소식통들이 전한 바로는 밀 된장은 콩된장에 비해 짜고, 쉰내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나며 맛도 못하다고 합니다. 또 가공을 제대로 하지 않은 밀을 쓰다 보니 밀 껍질이 씹히는 데다 색이 허연 게 보기도 싫다고 했습니다.
사실 된장은 콩으로 만든 메주를 건조시킨 다음 소금물에 발효시킨 식품으로 ‘된장’하면 누구나 먼저 떠오르는 게 아마 콩일 겁니다. 북한도 작년까지는 콩으로 된장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공급했습니다.
진행자 : 다른 장은 공급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독 된장은 공급하는군요.
안창규 기자 : 그렇습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각 지역 식료품 상점에서 공급하던 된장, 간장은 물론 심지어 소금 공급도 중단됐습니다. 2000년 이후 당국은 콩 농사를 적극 장려했습니다. 매일 주민들이 콩으로 영양을 보충해 식량 부족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실례로 최근까지 북한 당국은 군대에서 만연한 식량부족과 영양실조를 막기 위해 매일 150g의 콩을 군인들에게 먹이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비료, 농약 부족과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콩 생산량이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시기 평양을 시작으로 북한 전역에서 기초식품공장을 꾸리는 열풍이 불었습니다. 식량은 공급하지 못해도 주민들에게 된장, 간장은 꼭 공급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후 각 시 군에 있던 장 공장 혹은 식료 공장을 기초식품공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추진되었고 여기서 된장, 간장을 생산해 국정 가격으로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원자재인 콩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생산이 들쑥날쑥했고 부족한 콩 대신 강냉이(옥수수)를 섞어 된장을 만들었습니다.
작년까지 공급된 된장이100% 콩으로 만든 된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기 괜찮았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북한에서 전 주민에게 그나마 국가 공급이 근근이 유지된 건 된장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맛이 없고 품질이 낮은 밀 된장이 공급되다 보니 된장만은 그냥 콩으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북한에서 밀 된장의 맛과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진행자 : 아무래도 안 기자님보다 '된장'은 김 기자님이 잘 아실 것 같아 여쭤봅니다. 혹시 북한에서 '밀 된장' 들어보시거나, 만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김지은 기자 : 네, 한때 러시아에서 밀을 식량으로 지원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밀을 가루내어 빵을 만들어 먹고 밥을 해 먹기도 하고 국수와 떡국(수제비)도 만들고 장도 만들었습니다. 밀로 만든 된장은 국영식료공장들에서 대량 생산하였는데 그 색깔이 희고 묽어서, 선호도는 낮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냥 밀가루를 지짐(부침개)을 부치듯이 풀어놓은 것처럼 묽었고 맛은 소금을 넣어 짠맛 외에 특별히 맛있다는 기억은 없습니다. 그나마 식료상점을 통해 식구별로 배급하는 된장이기 때문에 서민들은 된장을 빠짐없이 공급받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부터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국가의 식량 배급제도 사라지며 된장을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각 도의 장 공장에서 일부 간부들을 위해 된장을 생산했는데 이것도 콩이나 옥수수로 만든 속성 된장이었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집에서 자체적으로 콩된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진행자 : 예전에도 밀 된장은 만든 적이 있군요. 어쨌든 인기는 없지만 소식통은 '콩된장은 앞으로 아예 생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콩 농사는 이전과 비슷하게 짓고 있지 않습니까? 올해 20x10정책으로 지어진 공장에 원료를 위해 콩 생산도 많고요. 된장 원료를 굳이 대체하는 이유, 뭘까요?
안창규 기자 : 사실 된장을 콩 대신 밀로 만들어 공급하는 건 콩 생산량이 부족해서 아니라 콩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말 한국 농촌진흥청은 2023년 북한의 밀보리 생산량을 2022년에 비해 22.2% 증가한 22만 톤, 콩 생산량은 5.6% 많은 19만 톤으로 추정했습니다. 19만 톤이면 북한 주민들에게 된장을 만들어 공급하는 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콩은 된장, 간장 외에도 기름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고 두유, 두부, 콩나물, 엿, 떡, 과자 등 다양한 식료품 생산과 가축 사료로 축산업에도 쓰입니다. 콩을 된장, 간장 만드는 데, 다 사용하면 다른 식료품 생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특히 두부나 콩나물 같은 건 북한에서도 가정 식탁에 자주 오르는 품목입니다.
또 질문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지난 시기 수확되는 콩 대부분이 기초식품공장에 최우선 공급되다 보니 시장에 나오는 양이 자연히 줄어서 가격을 상승시키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시장가격 상승을 우려한 북한 당국이 된장 생산에 주로 사용하던 콩을 다른 식료품 원료에 활용하는, 그렇게 해서 시장 콩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밀 재배면적을 계속 늘리는 만큼 향후 밀 생산량은 현재 수준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 밀을 밀가루로 가공해 주식으로 사용하면서 동시에 된장 원료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개연성이 높아 보입니다.
진행자 : 간장, 된장, 고추장 중에서 주민들의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된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도 식량 공급이 없는 지금도 여전히 된장 공급은 지속하는 것으로 보이고요. 이제 앞으로 주민들은 '된장다운 된장'을 먹기 위해서는 집에서 담가 먹는 수밖에 없는 걸까요?
안창규 기자 : 북한 주민들에게 3가지 선택지가 있어 보입니다. 당국이 공급하는 맛없는 밀 된장을 그냥 먹든가, 또 콩을 구입해 집에서 자체로 된장을 담가 먹든가, 아니면 개인이 콩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파는 콩된장을 사 먹든가 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당국이 공급하는 밀 된장은 맛은 없지만 국정 가격(1kg당 1,200원정도)에 공급되니 돈이 적게 들지만 자체로 장을 담가 먹거나, 개인이 만든 콩된장을 사 먹거나 하자면 돈이 많이 듭니다.
그러니 돈 없는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맛없고 쉰내 나는 밀 된장을 계속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된장이 맛있어야 국이나 반찬이 제맛이 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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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북한이 최근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이 함께 들어가 있는 초상 휘장을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했다는 소식입니다. 쌍상은 북한 내에서도 간부만 패용한다고 들었는데요, 일반 노동자인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이유는 뭘까요?
김지은 기자 : 북한에서 간부들은 일반 주민들보다 당과 국가,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것을 인정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충성심이 높은 사람의 표징이 쌍상을 다는 것이고, 쌍상을 달았다는 것은 당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쌍상은 김일성, 김정일의 얼굴이 있는 하나의 초상휘장이던 것을 두 개를 하나로 합쳐 만든 것입니다. 그것도 일반 테두리가 아닌 당기 폭에 싼 형상을 하여 ‘당상’이라고 불립니다.
그래서인지 장마당에서도 일반 한 개짜리 초상 휘장보다 쌍상은 거의 두 배로 비쌉니다. 최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양강도 장마당에서 쌍상이 몰래 거래되는 가격은 7만 원(4.1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진행자 : 엄청 비싸네요.
김지은 기자 :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겠죠. 초상 휘장을 달지 않으면 규찰대가 길에서 단속하고 조서를 써 해당 조직에 알리고 벌금을 내게 되는데 차라리 같은 값이면 금빛이 번쩍이는, 당상이 더 멋있다고 다들 생각합니다. 이처럼 간부들에게만 당상을 배부한 것은 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당의 신뢰를 받는 대상이라는 표시이기 때문에 초상휘장을 놓고도 한국에서 백화점 옷이냐, 지하철에서 구매한 옷이냐와 같은 감정으로 치부됩니다.
초상휘장은 원래 돈으로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데 중앙에서 초상화 보급을 실시할 때, 혹은 교부를 실시할 때 해당 관계자들이 특히 쌍상을 몇 개씩 따로 빼내어 몰래 돈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쌍상 도둑도 많습니다. 한때 쌍상이 인기가 높으면서 사람들이 도둑이 무서워서 쌍상을 겉옷에 달고 다니기 두려워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돌던 우스개가 있는데 ‘어느 날 한 노당원이 쌍상을 달고 장마당에 갔다가 쓰리꾼(서리꾼)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쌍상을 유심히 살펴보자 겁을 먹은 노당원이 혼자 말로 ‘수령님, 안으로 들어가셔야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쌍상을 떼어 속옷에 달았다’는 유머도 돌았습니다. 그만큼 쌍상은 일반 초상휘장보다 비싸기 때문에 팔아도 먹을 것을 사고, 신발도 살 수 있어서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쌍상을 해외 파견 일반 노동자에게 지급했다는 것은 당에 대한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소식통들은 “충성의 외화벌이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 쌍상을 수여하는 시점이 왜 하필 지금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최근에 단둥 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가 공관으로 찾아가 "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죠? 이 사건과 이번 쌍상 수여, 연관성이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중국으로 들어왔다가 철수한 북한 노동자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중국 돈 1만 원을 갖고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충성의 당 자금을 바치고 또 국가에서 제기되는 각종 대상 건설 지원사업과 수해 기부 등에 내면 남는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의 6년 동안 갇혀서 벌었는데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중국 돈 5천 원 정도도 가져갈 수 없으니 누가 계속해서 일할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실제로 취재해 보면 북한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당이 파견한 ‘충성의 외화벌이 전사’라는 생각보다 김정은의 비자금을 벌어들이는 ‘현대판 노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하다 못해 숙소 아파트에서 떨어져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습니다.
공장 내부와 숙소 곳곳에 당 사상 구호들과 정치 문구를 가득 써 붙여 놓았지만 외부로 나갈 수 없는 노동자들에겐 구호를 보는 것조차 고역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당에서 이들을 조금이라도 달래 보자는 차원에서 간부의 상징, 충신의 상징 쌍상을 수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 코로나 봉쇄 해지 이후 중국의 북한 노동자들이 송환됐다는 소식을 몇 차례 전해드리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 이런 송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중국의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입니까?
김지은 기자 : 송환은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 1월부터 시작된 송환은 매달 꾸준히 진행되다가 수해가 발생한 후 일시 멈추긴 했습니다만 다시 9월 30일, 재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10월 10일 중국의 국경절 명절을 지나, 14일부터 다시 매주 두 차례씩 약 250명에서 300명의 노동자들을 송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송환 절차나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노동자들의 변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 당국은 충성의 외화벌이 전선에 나선 전사들이라고 파견 노동자들을 추켜 세우고 있지만 갇힌 공간에서 수년간 강제노동을 강요당하는 청년들의 마음이 바뀌고 당국자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렇다고 8년~9년 이상 체류하는 노동자들을 계속 가둬둘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도 노동자 파견으로 인해 큰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당국의 엄격한 통제 아래서도 많은 노동자들은 외국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북한이 제도적으로 잘못된 국가, 독재사회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의 일부 회사에 북한 노동자들이 신규 파견되었지만 앞으로 파견 노동자를 늘리게 될지 미지숩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개성공단 형식으로 대부분의 제품을 북한 안에서 생산하고 최종 포장만 중국에서 하는 것으로 외화벌이 방식을 완전히 바꿀 가능성도 높습니다. 최근 임가공 자재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그 물량이 상당합니다.
그러나 계속 북한이 외부와의 차단을 고집한다고 민심을 다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파견 노동자뿐 아니라 외교 일꾼들이나 무역 일꾼들의 눈과 귀도 막고 그들의 외부 활동도 전부 차단해야 억지 선전전이 가능할 테니까요.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 함께해 주신 김지은 ,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현주였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