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원활하지 않은 전기 사정으로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 평양에는 고층 살림집들이 늘어나면서 승강기 운행이 문제인 듯합니다. 바쁜 시간에는 10미터까지 줄 선다는 요즘 평양의 전기 사정 알아봅니다. 또 일부 지방에서는 양곡 판매소가 휴업 상태로 전해졌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취재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오늘도 김지은, 안창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안창규 기자 : 안녕하세요.
평양이 전기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 , 세 가지
진행자 :전기가 가장 필요한 계절은 아무래도 겨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건조한 겨울철, 전기 생산량은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평양의 전기 부족, 계절 탓입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안창규 기자 : 두 가지 모두입니다. 계절 탓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우선 최근 평양에 송화거리, 전위거리, 화성거리 등의 여러 개의 새 거리가 완공되면서 각종 선전물과 거리 가로등, 무궤도전차 노선, 각종 편의시설, 문화시설이 증가했습니다.
또 보여주기식으로 고층 주택을 많이 짓다 보니 아파트 물 공급을 위한 고압 펌프와 승강기 등 전력 사용도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 외에도 시내 중심 곳곳에 이미 있던 낡은 주택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건설하는 재개발도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새로 완공된 거리와 아파트, 주요 건물, 녹지 등에 야간 불장식을 설치했습니다. 다 전기를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보니 전력 수요가 대폭 늘어난 셈입니다.
진행자 : 일단 평양 전역의 전기 사용량이 자체가 늘어난 것이 문제군요.
안창규 기자 : 네, 이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새 공업 공장, 농촌주택 건설 등 다양한 건설이 추진되고 학생 교복공장, 가방공장, 신발공장 등 다양한 공장이 새로 건설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철소, 강철공장, 시멘트 공장, 석회석 광산 등 평양시 5만 세대 주택 건설을 비롯한 주요 국가 중점 대상 건설과 관련한 공장 기업소에 전기를 최우선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 화력발전소들이 전력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북한은 발전량을 높이기 위해 석탄과 함께 중유나 LNG 가스를 같이 쓰지 못합니다. 전적으로 석탄에 의존하는 건데 석탄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전력 부족 요인입니다.
평양에만 50만kW 설비 용량을 가진 화력발전소가 두 개 있습니다. 하지만 1965년, 1994년에 각각 소련의 지원을 받아 완공된 것으로 설비가 매우 노후화돼 용량만큼 전력을 생산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평양에 필요한 전력 보장을 위해 북한에서 제일 큰 화력발전소인 북창화력을 비롯해 주변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까지 다 끌어다 쓰지만 절대량은 항상 부족한 상황입니다.
겨울철 더 ‘열일’하는 승강기... 문제는 자전거?
진행자 :그래서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고층 살림집의 승강기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 승강기를 기다리는 줄이 10 미터는 된다고요. 요즘 평양에서는 중층이라고 해도 20층 정도 되니 짐이라도 있으면 큰일입니다. 어떻게들 이용하세요?
안창규 기자 : 보통 사람은 짐이 있어도 이고 지고 메고 계단을 걸어 올라갑니다. 여름보다 겨울이 되면 매 가정들이 겨울나기 석탄, 김장 등을 하면서 집에 들여가야 할 짐이 많아집니다. 사람도, 승강기도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많이 일한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에서는 자전거를 밖에 세워 두지 못합니다. 어느 순간에 도둑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전거를 집안에 들여다 놓는데 이 자전거를 매일 아파트 집에 올려가는 게 일입니다. 그래서 높은 층에 사는 주민들이 자전거를 어깨에 멜 수 있도록 끈을 설치합니다. 자전거에 고정된 끈을 한쪽 어깨에 메면 계단을 올라갈 때 한결 쉽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짐이 있어도 씽씽 걸어 올라갈 수 있지만 나이가 많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노약자들을 어쩔 수 없이 승강기 앞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이 평양 주민들이 고층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승강기가 다니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일종의 대비책을 세우는 집도 많습니다. 도로에서 떨어진 아파트, 도로변에 위치한 아파트라 해도 도로에서 보이지 않는 쪽에 위치한 집들은 베란다에 도르래를 설치합니다. 이 도르래를 이용해 석탄, 물, 각종 짐을 집까지 끌어 올리는 겁니다.
진행자 : 2022년부터 평양 살림집 건설 사업이 진행 중이죠? 1단계, 2단계에서 모두 2만 호를 지었고 3단계 1만 호 건설이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 살림집 대부분이 고층 내지는 중층입니다. 모두 승강기가 필요하고 요즘은 또 난방도 전기로 하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기가 더 부족할 수 있겠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다고 보십니까?
안창규 기자 : 아무리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라고 해도 날이 갈수록 전력 사용량이 늘 수밖에 없는 만큼 그에 맞게 발전소도 계속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에서 중소형 발전소가 완공됐다는 소식은 간간히 들려 오지만 대규모 발전소가 건설됐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중소형발전소로는 극심한 전력 부족을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2000년대 초 김정일의 지시로 북한 전역에서 강줄기를 막아 전기를 생산하는 중소형발전소 건설 바람이 불었습니다. 군대는 부대별로, 사회 역시 인민위원회, 안전부 등 기관들이 없는 돈과 인력을 동원해 중소형 발전소를 많이 건설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진행자 : 대규모 발전소도 여러 개 건설하지 않았습니까?
안창규 기자 : 사실 대규모 발전소도 한두 개 건설해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희천속도’가 창조했다고 북한이 자랑하는 희천수력발전소가 있습니다. 2012년에 완공된 것으로 알려진 이 발전소는 설비 용량이 30만 kw입니다. 북한 기준에서는 대규모 발전소에 속합니다.
발전소 건설 초기 북한 당국은 희천발전소만 완공되면 평양시 전력 부족 문제가 완전히 풀린다고 떠들었습니다. 그 선전이 정말 요란했습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대중교통이 원만히 해결되고 가정집과 승강기, 상수도 등도 그 덕을 입게 된다는 겁니다.
발전소 건설이 진행되는 전 기간 전국의 주민들이 때 없이 돈과 각종 물자를 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평양 사람들이 평양시 전기 문제가 풀린다는 선전에 현혹돼 당국이 내라는 돈과 물자를 별다른 불만이 없이 냈습니다. 전기 덕을 볼 것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2년 희천발전소가 완공돼 전력 생산을 시작했음에도 평양 전력 부족은 여전했습니다. 참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지역 차 큰 북한의 전기 사정 , 평양 안에서도 심각한 격차
진행자 :전기 문제는 지방과 평양의 차이도 있지만, 평양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고요. 평양에서도 어떤 지역은 전기가 잘 오고 어떤 지역은 안 오고, 이런 차이는 왜 나는 겁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 전역이 전력 공급에서 차별이 많지만 사실 평양은 특히 더합니다.
평양은 중심 구역과 주변 구역으로 구분됩니다. 중심 구역에는 중구역, 모란봉구역, 보통강구역, 서성구역, 평천구역 대동강구역 등 10개 정도의 구역이 속하며 이외 다른 구역과 군은 주변 구역에 속합니다.
중심 구역은 주변 구역에 비해 전력공급이 훨씬 잘 됩니다. 말 그대로 평양시 중심부에 위치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전기뿐 아니라 온수난방, 식량 공급, 명절 공급 면에서도 중심 구역과 주변 구역은 판이한 차이가 있습니다.
중심 구역 중에서도 전기가 특별히 잘 오는 지역은 중구역입니다. 평양시에 속한 20개 넘는 행정구역 중 중구역은 면적이 제일 작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곳에 김정은이 거처하는 노동당 본부가 있고 주요 국가 기관이 밀집돼 있습니다. 또 만수대 김부자 동상을 비롯해 김일성광장, 인민대학습당, 만수대예술극장 등 평양의 주요 건축 상징물이 중구역에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구역이 특별 대우를 받는 셈입니다.
진행자 : 결국 핵심 계층들이 사는 곳에만 전기가 잘 온다는 얘기군요.
안창규 기자 : 네, 이 차이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는데 한때 평양 주민들 속에서 이런 말이 돌았습니다. 중구역 주민들은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라 노래를 부르며 밤을 즐기고 주변 구역에 속한 주민들은 어두운 집에서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밤을 보낸다는 겁니다.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라는 노래는 아름다운 수도의 밤거리를 거닐며 청춘의 꿈을 키운다는 내용이며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이라는 노래는 멀리서 장군님, 즉 김부자를 그린다는 내용입니다.
풀이하면 전기도 잘 오고 난방도 잘 공급돼 아무 걱정 없는 중구역 주민들이 뜨뜻한 집에서 TV를 보며 밤이 깊어지는 것을 아쉬워한다는 의미이고 반대로 전기도 난방도 오지 않는 방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보내는 주민들은 김부자가 거처하고 있는 중구역을 부러워한다는 의미입니다. 웃지 못할 비화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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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주민들이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양곡판매소. 지방의 양곡판매소가 판매할 식량이 없어 휴업인 상태로 전해졌습니다. 김 기자, 양곡 판매소는 엄연하게 따지면 ‘국영’으로 운영되는 곳 아닙니까? 양정기업소에서 식량을 받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식량이 없다니, 왜 그런 겁니까?
김지은 기자 : 우선 양곡판매소의 기능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양곡판매소는 기존에 장마당에서 팔던 식량을 국가가 지정한 장소에서 거래하도록 한 조치에 따라 등장한 식량 거래 장소입니다. 장마당에서 수많은 장사꾼들이 판매하던 식량을 양곡판매소로 일원화하면서 식량에 대한 국가의 통제권을 강화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면서 쌀, 보리 등 식량 가격을 국가가 통제하는 동시에 식량 거래에 내화 즉 북한 돈을 사용도록하고 판매 대금 역시 국가가 흡수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양곡 판매소는 해당 지역 양곡지도기관, 즉 행정위원회와 농업지도기관의 승인을 받아 운영하지만 실제 운영 주체는 해당 지역의 식량을 일괄로 구입해, 그걸 판매할 수 있는 금전적 밑천이 있는 개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양곡 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식량 역시 국가에서 운영하는 양정기업소(양정사업소)에서 사와야 하지만, 양정기업소가 양곡 판매소에 판매할 식량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양정기업소는 농장으로부터 수확한 알곡을 수매 받아, 군량미와 국가 계획분 즉 보안원, 사무원 등에 대한 식량 배급분 등을 우선 분배하고 양곡판매소에도 알곡을 판매합니다. 양곡 판매소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 올해뿐 아니라 예년에도 국가 필요량을 분배한 이후 양곡 판매소에까지 판매할 알곡이 부족했는데, 올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양곡판매소에 팔 식량이 없는 이유는 당국의 풍년 타령 ?
진행자 : 그래서 팔 식량이 없는 양곡판매소가 휴업 중이라는 얘기군요. 그런데 양정기업소 이외에 알곡을 구입할 통로는 없습니까?
김지은 기자 : 비법(불법)이긴 하지만 수확 시기, 보통은 가을이죠. 그 시기에 농장원이나 관계자들에게 식량을 사들입니다.
그러나 양곡판매소의 식량 가격은 보통 개인이 판매하는 데 비해 1킬로당 300원~500원정도 저렴합니다. 이 때문에 판매 기준을 맞추기 위해 양곡판매소는 최소한 시중 가격보다 킬로당 1,000원 정도 저렴하게 식량을 사들여서 이윤을 내왔습니다.
당연히 양곡판매소에 식량을 넘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손해입니다.
따라서 최근, 식량을 보유한 사람들은 양곡 판매소를 통하지 않고 판매자와 서로 전화로 연락하며 직접 거래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올해는 농장원들도 내다 팔 식량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식량이 부족하다는 결론인데, 북한 당국은 올해 풍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지 않았습니까? 식량 작물 생산 목표는 107% 달성했다고 밝혔는데요.
김지은 기자 : 작황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풍작이라고 해도 내부에서 소비할 식량은 부족한 것이 원인입니다.
소식통들은 지난해 큰 자연재해는 없었으나 비료와 살초제 등 농약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실제 수확량은 높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평균적으로 농사가 잘되었다는 것이 흉년이 아니라고 하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특히 국가에서 ‘농업 생산 증대’, ‘풍작’을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농장 간부들은 농장의 수확량을 늘려 허위 보고를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합니다. 계획량을 채우지 못한 농장 간부들이 교화소까지 가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 모면하기 위해 수확량을 부풀려 보고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장원들이 떠안습니다.
부풀려 보고는 했어도 일단 보고한 알곡량은 무조건 국가에 바쳐야 하기 때문에 올해 일부 농장에서는 농장원들에게 현물 분배를 하는 척한 뒤, 다음날 분배분을 회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풀린 알곡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서 수확 이후 농장원들에게 현물 분배를 거의 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진행자 : 농장원들은 가을 이후 받는 현물 분배로 한 해를 살아가야지 않나요? 보릿고개까지는 아직 한참인데 양곡판매소에서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주민은 물론 농장원들의 생활이 막막해 보입니다.
김지은 기자 : 농장원들은 죽을 쑤어 먹으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는 소식은 지난가을부터 들리고 있는데요, 양곡 판매소 상황도 그렇고 예상보다 북한 내부 식량난이 열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문제는 사실 농사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농사는 전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맡겨야 하는데 농사를 국가가 주관하고 수확도 대부분 국가가 가져가는 지금의 형식이면 북한의 농사는 천년이 가도 흉작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중국에서 강냉이가 들어가고 러시아에서 밀가루가 들어간다고 하죠? 해마다 외국에 의존해야 겨우 현상 유지하는 북한의 식량문제, 농민들이 자유롭게 농사를 짓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식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풀릴 수 있는 문제이니 결국 이것은 체제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진행자 : 그렇기 때문에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안타깝습니다. 전기 문제도, 식량 문제도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길 바라겠습니다. [지금 북한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인사)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