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풍작이라더니 결산분배 받을 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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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풍작 선전 위해 서두른 결산분배, 애국미 공제까지 더해져 속 터지는 농민들

-북한의 풍작 일부 지역에 불과, 올해 벼 수확량 늘지 않을 듯

-탈북 막기 위해 양강도 주민 동원해 못판자 만들어

이예진: 최근 북한 노동신문에는 높게 쌓아 올린 쌀 포대 사진을 잇따라 공개하며 북한의 올해 수확 성과를 과시했죠. 동시에 각 농장의 연간 알곡 생산량과 재정 등을 총화하는 결산분배를 평년보다 앞당겨 농민들의 불만이 크다는 소식, 이 시간을 통해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손 기자, 북한 당국이 결산분배에 애국미를 미리 공제하겠다고 해서 일부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요?

손혜민: 네. 그렇습니다. 애국미를 징수한 건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당국이 애국미를 징수하는 방식은 연간 결산분배가 실행된 이후라는 겁니다. 하지만 올해는 결산분배가 진행되기 이전에 미리 공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농민들의 반발이 높아지는 건데요. 결산분배가 국가에서 공짜로 주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1년간 죽어라 농장에서 일하고 받는 것이고, 그것을 제대로 받아야 내년도 먹고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국가권력으로 1인당 50킬로 쌀벼를 애국미 명목으로 강제 징수하는 것은 농민은 굶어 죽으라는 말이거든요. 도시 주민처럼 농민들은 장사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결산분배가 중요하다는 것은 당국도 모르지 않겠지만, 국가권력으로 애국미를 강제로 사전에 징수하는 것은 독재국가의 진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예진: 그럼 대략적이라도 계산을 좀 해보죠. 결산분배에서 애국미를 제하고 나면 농민들이 받게 되는 올해 분배량, 평년보다 더 많기는 한 겁니까?

손혜민: 그 부문도 주목해야 할 부문인데요. 지난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 전부터 북한은 올해 작황이 풍년을 이루었다며 쌀마대를 산처럼 쌓아놓고 결산분배가 시작됐다고 선전했습니다. 농사가 잘되었으면 농민들에게 차례지는 결산분배도 늘어나야 할 게 아닙니까. 하지만 평안남도 은산군 읍 농장에서 일하는 현지 소식통에 의하면 올해 결산분배는 200킬로 밖에 안 된다고 전했습니다. 거기다 애국미를 50킬로 공제했으니 실제로 받게 되는 결산분배는 150킬로입니다.

기준대로라면 실제로 북한 농민들이 농장에서 일하고 연간 받아야 할 결산분배는 350~500킬로입니다. 노력공수에 따라 다르지만 400킬로는 되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영농자재 부족과 큰물 피해 등으로 작황이 안 좋으면 연간 100킬로 정도, 심하면 1킬로도 받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농사가 잘되었다고 하면서 기껏 200킬로를 결산분배로 주면서 그마저 애국미로 50킬로를 공제한 것인데, 애국미 징수는 1차, 2차, 3차로 계속될 것이어서 사실상 결산분배로 받는 것은 없다고 보셔도 과언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예진: 올해 초에도 보릿고개를 앞두고 북한 당국이 전 주민을 대상으로 '애국미 헌납운동'을 유도하기도 했죠.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나 지금처럼 풍작일 때나 걷고 있는 애국미, 과연 얼마나 애국적으로 쓰이고 있을까요, 모두 군대로 보내지는 겁니까?

손혜민: 애국미 운동의 시초는 1946년 3월 토지개혁 정책으로 무상으로 땅을 받은 농민들 중에서 황해남도 재령군 김제원 농민이 그해 수확한 쌀을 국가에 헌납하며 시작된 운동입니다. 다시 말해 땅이 없던 농민들이 농사할 땅을 준 나라가 고마워 스스로 바친 쌀이 애국미인데요. 하지만 농업협동화 이후 애국미 운동은 성격이 변질되어 지금은 농민들과 공장 노동자들의 원한의 대상으로 되고 있습니다.

당장 먹을 식량도 없는데, 올 초부터 당국은 나라의 쌀독을 가득 채우는 사람이 애국자다, 적대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국방력을 지탱하자 해도 쌀이 필요하다며 애국미 헌납에 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했죠. 그렇게 징수한 애국미가 군인들의 식량으로 공급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군인들의 식생활은 지금도 이밥 한 그릇 배불리 못 먹는 수준입니다. 결국 어떻게 해서라도 농민이나 공장 노동자가 저축한 여유 식량을 애국미로 징수해 국가 양곡으로 확보함으로써 곡물 수급에서 국가의 주민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예진: 안창규 기자, 탈곡도 안 끝났는데 북한 당국이 결산분배를 서둘러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는 소식 지난 시간에 전해 주시면서 ‘결산분배를 했다는 농장 소식은 아마 계속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떻습니까, 실제로 늘었습니까?

안창규: 네, 많이 늘었습니다. 현재도 북한 관영 매체에 각 농장에서 결산분배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이 계속 실리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북한이 결산분배가 진행되었다고 명칭을 공개한 농장은 황해남도를 중심으로 30여 개가 넘습니다. 북한은 결산분배 소식을 전하면서 이전에 낙후하던 농장들이 작년에 비해 많은 알곡을 증수했고 특히 농사가 잘 되지 않은 지역인 함경북도가 풍작을 이루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 보도를 보면 지난 10월 8일 배천군 역구도농장을 시작으로 황해남도에서는 10개 농장에서 결산분배가 있었다고 소개하고 있으나 황해북도, 평안남도, 평안북도에서 결산분배가 진행했다는 농장은 몇 개 안 됩니다. 일부 지역이나 농장의 농사 작황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과 농장이 많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이 결산분배 소식을 통해 풍년을 거두었다는 선전을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유례없는 풍작이라는 북한 당국의 선전도 일부 지역에만 해당하는 일이라는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전체적인 수확량이 선전하는 것만큼 많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안창규: 한동안은 결산분배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은 더 나올 겁니다. 북한이 워낙 과대 선전, 거짓선전을 잘하는 데다 당국이 하라고 했으니 농장들이 결산분배를 무조건 해야 하니까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부 지역의 농장들이 풍작을 거두고 결산분배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그 어떤 수치도, 국가 알곡생산계획을 수행한 농장의 비율도 공개하지 못하는 건 알곡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농장이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관영매체가 황해남도의 농사가 잘되었다고 선전하는 비율은 높지만 다른 주요 곡창 지대인 황해북도, 평안남도, 평안북도는 그렇지 못합니다. 황해남도의 경우 배천군 역구도농장을 시작으로 10여 개의 농장이 결산분배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평안남도는 3개 농장에서만 결산분배가 있었고, 황해북도와 평안북도는 아직 결산분배를 했다는 농장이 소개된 적이 없습니다. 향후 좀더 주목해 봐야 하겠지만 황해북도, 평안남도, 평안북도의 작황이 좋지 않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식량문제의 원만한 해결은 물론 북한 당국의 선전이 거짓임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황해북도는 황해남도와 함께 북한의 제일가는 곡창 지대입니다. 또 평안남도에는 유명한 열두삼천리벌이 있고 문덕, 숙천, 평원, 대동, 증산 등 서해안 지역이 다 농사를 위주로 하는 농업 군입니다. 평안북도 역시 서해안 지역과 청천강 유역의 벌지대에 대규모 농장이 많습니다. 이 3개 도가 풍작을 거두지 않는 한 다른 도의 농사가 아무리 잘 되었다 해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강원도,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그리고 함경남도의 일부 시 군은 한 해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자기 지역의 식량 자급자족 조차 불가한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북한당국이 풍작과 이른 결산분배 보도를 연발하는 배경은 식량 증산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김정은의 정책과 지시가 정당했고 효과가 있었음을 부각하기 위해서라고 판단됩니다. 북한의 주장처럼 전국적인 풍작이 아닌 일부 지역에 국한된 풍작일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올해 수확량은 작년 생산량인 450만톤 수준 내지는 그보다 조금 더 높을 것이며 결국 주민 식량공급 정상화는 아직 요원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일부 지역에서 풍작을 자랑하며 잔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북한의 대중국 쌀 수입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 기자, 올해 작황으로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해결될 수 있을까요?

손혜민: 안 기자님 말씀처럼 식량 수급은 요원하다고 보여집니다. 북한 주민의 1년 소비량은 300~350만톤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농경지에서 생산되는 작물이 500만톤 이상 보장되어야 하거든요. 농작물은 단순히 주민 식량으로 공급되지 않고, 우리가 알다시피 2호미로 불리우는 전시식량과 산업용 등으로 우선 공급되고 나머지를 국가 양정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급됩니다.

북한이 선전하는 것처럼 올해 작황이 풍년을 가져왔다면 수확작물은 최소 600만톤은 추산된다는 설명인데, 하지만 여기에는 신빙성이 부족합니다. 정말 농사가 잘되어 북한에서 곡물 수급이 가능하다면 공장노동자들에 대한 식량배급이 진행돼야 하지만 아직 북한주민들의 식량사정은 여전히 긴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 양강도에서 압록강을 따라 세워진 국경 차단벽 바닥에 못을 박은 판자를 깔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다는데요. 안 기자, 이로 인해 혜산시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요?

안창규: 도시 중심부를 제외한 북한의 모든 해안가와 압록강, 두만강의 전 구간에 봉쇄차단물이 있습니다. 바닷가에 설치한 차단물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거라고 볼 수 있지만,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설치한 차단물은 철저히 주민 탈출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차단물이라는 게 정말 어설픕니다. 주민 거주지역은 제대로 철조망을 늘였지만 인적이 드문 지역이나,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중국 쪽 맞은 편 북한 지역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싸리나무나 잡관목 같은 것을 엮어 울바자를 세운 정도에 불과합니다.

현재 북한 양강도에서 이 울바자 같은 차단물 안쪽에 탈북방지용 못판자를 깔고 있다는 겁니다. 못판자는 길이 2m, 너비 0.2m의 판자에 10cm 되는 대못이나 뾰족하게 날을 세운 철사를 촘촘히 박아 만듭니다. 문제는 국경 봉쇄차단물 자체가 주민들을 동원해 몇 년 전에 세운 건데, 대부분 넘어지거나 부서져 최근 재차 주민들을 동원해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게 끝나자 각 인민반에 과제를 하달해 못판자를 만들어 깔고 있는 겁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한 세대당 못판자 2개 정도 만들어 바치거나 현금 2만원(2.7달러)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겨울나이(겨울나기) 준비로 가정들이 돈 쓸 일이 하도 많은데 이런 데까지 돈을 써야 하니 혜산 주민들의 불만이 없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예진: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탈북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과연 못으로 된 판자, 탈북을 막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안창규: 대부분의 탈북민들이 어두운 밤에 강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합니다. 국경경비대를 피해 야간에 몰래 차단물을 넘어야 하는 북한 주민이 차단물을 넘다가 자칫 못판자에 발이 찔릴 수 있습니다. 못판자에 발을 심하게 다친다면 그날 탈출을 포기해야 할 겁니다. 이렇게 못판자를 설치해 탈출을 시도하는 주민이 탈출을 포기하게 하거나 탈출 시도자를 잡겠다는 속셈인 거지요.

저와 연결된 소식통은 “아무리 날카로운 ‘못 판자’를 설치해도 갈 사람은 어떻게 하나 도망을 친다”, “지금까지 총을 멘 경비대가 지키지 않고, 국경 차단물이 없어서 숱한 사람이 강을 건너 갔겠는가”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경을 지키는 군인에게 돈이나 물건을 주고 그 군인이 잠복근무를 서는 시간에 강을 건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부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벌어 장가갈 준비도 하는 거지요. 북한 당국도 이를 철저히 경계하고 있으나 북한 경제여건, 군인들의 병영생활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군인들의 일탈을 막긴 어려울 거라 봅니다.

이예진: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손혜민,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