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한 택시 운전수가 되기 위한 조건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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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진행자 :최근 북한에서는 '조카는 절대 집에 들이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올 만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소식 자세히 알아보죠.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 문성휘 기자:안녕하세요?

진행자 :문 기자, 지난달 젊은 조카가 고모와 고모부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죠. 살해 동기가 뭐였습니까?

니켈 밀수하던 조카 , 우발적으로 고모 부부 살해

문성휘 기자 :네, 살해 동기를 알려면 무엇보다 간단한 사건 개요부터 풀어 보아야 합니다. 먼저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은 폭설로 인한 열차운행 중단이었습니다. 남한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음력설을 앞둔 지난달 28일부터 기온이 급격히 내려갔는데요. 여기다 1월 30일부터 31일 사이 길주 이남 지역엔 폭설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폭설로 열차 운행까지 중단되었다고 하는데요. 예상치 않게 열차운행이 중단되면서 여행 중에 있던 수많은 손님들은 꼼짝 못하고 고립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혜산-평양 제2열차는 양강도 운흥군 운흥읍에서 멈췄다고 하는데요. 손님들은 이곳에서 무려 한주일 동안이나 열차에 갇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양강도 운흥군은 밤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고 하는데요. 난방도 되지 않는 열차에서 손님들은 영하 20도의 날씨를 버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이 있는 사람들은 친척이나 지인의 집을 찾아갔고, 친척이나 지인이 없는 사람들은 주머니에 있는 돈과 물건을 다 털어 주변 주민들의 집을 숙소로 삼아 머물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중엔 군인 2명과 함께 열차에 오른 28살의 범인도 있었던 거죠. 범인은 양강도 백암군 양흥노동자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양흥노동자구에 있는 마그네샤크링카 광산에서 노동자로 일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돈을 벌고 싶었던 그는 함경북도 길주군과 양강도 운흥군 대오천 노동자구를 오가며 밀수품인 니켈을 날랐다고 합니다. 길주군엔 군수품공장인 ‘길주연결농기계공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니켈을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곳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사용하는 니켈을 몰래 빼돌려 돈벌이를 한다는데요. 범인은 이곳 노동자들이 몰래 빼돌린 니켈을 돈을 주고 거두어들였다고 합니다. 니켈은 북한에서 KG당 20만원, 중국 인민폐 74위안에 거래되는 고가의 금속입니다.

니켈 밀수 , 열차안전원들에게 단속되지 않은 이유

진행자 :그러니까 광산 노동자였던 범인이 밀수를 위해 몰래 빼돌린 고가의 니켈을 들고 열차를 탔다는 건데, 어떻게 검열에는 걸리지 않았을까요?

문성휘 기자 :밀수되는 니켈은 단속이 매우 심합니다. 단속이 심해 민간인들은 열차에 가지고 오를 수 없다고 하는데요. 범인이 살고 있는 백암군 양흥노동자구엔 인민군 8총국(후방총국)의 일부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고 합니다. 범인은 밀수품인 니켈을 열차로 운반하기 위해 8총국 군인들과 손을 잡았다고 하는데요. 북한엔 열차안전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임의로 민간인들의 짐을 뒤지고 몸을 수색합니다. 그러나 군인들은 열차 경무관 외에는 그 누구도 검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군인들은 민간인들보다 단속이 덜하다, 니켈과 같은 밀수품을 쉽게 운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범인은 니켈 운반을 위해 8총국 분대장과 병사 한 명을 끌어들였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운흥군 대오천 노동자구에서 가지고 온 니켈을 밀수꾼들에게 넘겨주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물건을 넘겨주고 돌아가는데, 갑자기 열차 운행이 중단돼 버린 겁니다. 이들은 처음 2~3일 동안 열차에서 버텼다고 합니다. 그러나 열차 운행이 언제 재개될 지도 모르고, 더 이상 추위를 이길 수 없어 운흥읍에서 30리가량 떨어진 운흥군 심포리까지 걸어갔다고 하는데요.

운흥군 심포리에는 범인의 고모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열차 운행이 재개될 때까지 고모의 집에 머무르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고모부가 범인인 조카만 받아들이고 동행하던 군인 2명은 못 받겠다고 하자 그로 인해 말다툼이 일었고, 화가 난 고모부가 조카인 범인에게 주먹질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급기야 조카도 주변에 있던 빨래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빨래 방망이에 맞은 고모부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는 거죠. 남편이 쓰러지는 것을 보자 고모가 크게 고함을 질렀고 겁에 질린 조카는 고모마저 빨래 방망이로 내리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살해 동기는 우발적이었다는 건데요. 열차 운행이 중단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었던 거죠.

북한 군인들에 대한 주민들 피해의식 커

진행자 :고모부가 군인들을 집 안에 들이려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으로 짐작할 수 있을까요?

문성휘 기자 :우선 첫 번째로 북한의 열악한 생활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조카도 돌보기 어려운데, 그 조카가 동행하던 군인들까지 돌봐달라고 하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그리고 군인이라고 하면 당연히 북한 주민들은 손사래를 치기 마련입니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살인, 강도, 절도, 강간 사건의 절반 이상이 군인들의 짓입니다. 거기다 군인들의 위생상태도 말이 아니거든요.

제대로 먹지 못하는 데다 요즘 같은 겨울철엔 난방도 안 되는 병실(내무반)에서 솜 동복을 껴입은 채로 잠을 자는 것이 군인들입니다. 그러니까 몸에서 냄새가 고약하게 나고, 특히 겨울철엔 목욕을 못하고 옷을 갈아입지 못해 군인들의 옷에는 이와 서캐가 많다는 거죠. 군인들을 하룻밤 집에 재우면 그 집은 몇 달 동안 이와 서캐를 제거하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그러니까 안면이 없는 군인들을 집에 들이지 않겠다고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준이었다는 거죠.

진행자 :그렇군요. 그런데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하기에는 범인과 그 일당이 고모와 고모부를 살해한 뒤에 개를 잡아먹고 술판을 벌였다는 게 전혀 납득이 가질 않거든요. 또 하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는데요. 살해를 저지른 조카가 늘 군인들과 동행하며 밀수품을 운반했다고 하는데, 군인들이 어떻게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 군인들이 밀수나 범죄에 가담하는 일이 북한에선 흔한 건지 궁금합니다.

북한 군인들의 범죄율 세계 최고 수준

문성휘 기자 :네, 범인인 조카가 고모의 집을 찾았을 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저녁이었다고 하고요. 고모의 집이 동네에서 좀 떨어진 단독주택이었다고 합니다. 고모는 술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기에 집에 술이 있었다고 하고요. 바깥 기온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고, 어차피 갈 곳도 없으니 일행은 고모의 집에서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거기다 술까지 있겠다, 고모도 고모부도 다 사망했으니 집에서 기르는 개도 주인이 없는 개가 되고 말았다는 거죠. 주인 없는 개를 이들이 잡아먹었다고 보면 무방합니다. 외부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끔찍한 범죄여도 북한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그럴 수 있는 범죄였다는 거죠.

또 군인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냐고 했는데, 돈만 있으면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상급 지휘관들에게 돈을 바치고 얼마든지 시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군인들이 밀수나 다른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는 북한에서 너무 비일비재합니다. 민간인들의 밀수는 국경경비대 군인들을 끼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이미 언급을 했지만 음력설을 앞둔 1월 말경에도 북한 양강도에서는 군인들이 도로를 막고 지나가던 자동차를 세워 배터리를 강도질한 사건을 비롯해 군인들에 의한 여러 사건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늘 주장하는 사실이지만 군인들의 범죄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단연코 북한이라고 저는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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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일당 상승에 북한 남성 경쟁”Opens in new window ]

진행자 :북한에서 먹고 살기 어렵다는 얘기가 들릴수록 군인들의 범죄 소식이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네요. 다음 소식 알아보죠. 북한의 물가가 오르면서 올해 들어 택시업계 임금도 두 배 가량 상승했다고 합니다. 예전부터 택시 운전수는 북한에서 인기 직업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젊은이들까지 가세해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나 봅니다. 그런데 이제는 북한에서 대부분 그렇듯 알음알음 아는 사람을 고용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하는데요. 손 기자, 그럼 택시 운전수를 경력이나 실력을 보고 뽑고 있는 겁니까?

북한에서 택시 운전수 고용 기준 1순위는?

손혜민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운전수는 트럭이든 버스든 남성들에게 인기 직업입니다. 특히 개인 택시 운전수는 무일푼 남자라도 일당 고수익을 챙길 수 있어 인기가 점점 높아지는 건데요. 따라서 개인 택시 운전수를 고용하는 기준이 점점 높아지는 것인데, 경력이나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1순위로 알려졌습니다. 아무래도 택시 운전수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직접 돈을 받는 사람이니 돈 앞에서 흑심이 없는 순수한 마음을 우선 보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겠나요.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듯이 북한처럼 살기 힘든 사회에서는 더 하지 않겠습니까. 그만큼 택시 운전수를 고용하는 문제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는 말입니다. 택시 운전수를 고용할 때 운전 경력이나 실력도 중요하지만, 솔직성을 보는 이유인데요. 솔직하지 못한 운전수를 고용하면 택시 주인은 영업 수익을 절반 때우게 되죠. 이 경우 택시 주인이라도 항소할 데가 없습니다. 북한에는 개인 택시 운전사를 보호해주는 제도적 환경이 부재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죠.

한국에는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이나 택시 운전사나 서로의 인권을 보호해주고 시비를 해결해주는 법과 체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제가 택시를 탈 때마다 느끼는 건 데요. 택시 의자 등받이나 승차하는 문을 보면, 손님이 택시 운전수에게 막말을 한다든지, 택시 비용을 내지 않는다든지, 심지어 술에 취한 손님이 택시를 타고 가다 토하는 경우 상당한 벌금을 내야 한다는 처벌 조항이 스티커로 붙어 있어 감탄하곤 합니다.

인간의 도덕과 양심은 타고나는 것보다 사회적 환경으로 만들어져 사회 범죄가 사전에 예방됨을 한국 사회에서 배우게 된 거죠. 특히 한국 택시에는 택시를 관리하는 업체와 연결된 전산결제망이 설치되어 있어 북한처럼 택시 기사가 손님에게 받은 돈을 떼먹는다는 상식조차 없는 것도 북한과 비교되는 현실입니다.

북한에서 택시 주인 대부분이 돈주여성인 이유

진행자 :말씀을 듣고 보니 북한에서 택시 운전수를 뽑는 기준 1순위가 인성인 이유가 납득이 가네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사회 구조적으로 여성들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기회조차 없다고 합니다. 특이한 건 택시 운전수를 고용하는 택시 주인 대부분이 돈주여성들이라는 건데요.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요?

손혜민 기자 :성별 직업을 차별화하는 북한 사회 구조를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성은 무조건 퇴직할 때까지 국영공장 노력으로 일해야 하고, 여성은 결혼하면 가정주부로 고착되는 구조가 북한 아닙니까. 이러한 성별 분업이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장마당이 등장하며 여성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건데요. 비국영노력인 여성들이 장마당에서 장사하도록 종합시장 제도가 주어진 반면, 공장에서 일하는 남성들은 월급과 식량도 받지 못하면서도 출근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장마당에서 돈을 번 여성들이 택시를 사고, 남성들이 택시 운전사로 고용되는 성별 분업의 새로운 구조가 발생하는 겁니다.

특히 북한에는 운전면허를 취득할 응시자격이 남성에게만 주어집니다. 물론 전쟁을 배경으로 제작한 북한 영화에 트럭을 운전하는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군 합니다. 대표적으로 북한에서 신상옥 감독이 제작한 ‘길’이라는 제목의 영화 주인공이 화물차 운전사인데요. 그 여성이 어떻게 운전면허 자격을 획득했는지 확인할 자료가 없지만, 북한에서 제가 40년 살면서 버스나 화물차를 여성이 운전하는 사례는 단 한 번도 못봤습니다. 대신 건설장에서 기중기(크레인) 운전이나 공장기업소 권양기 운전에는 여성인력이 등용됩니다.

만약 북한에서 윤전 설비가 국가 설비로 등록되지 않고 개인 소유권이 허용된다면 자연히 여성에게도 차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는 국가시험 응시가 주어지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에서는 바퀴로 굴러가는 버스와 화물차, 택시 등 소 달구지까지 국가 설비로 등록되어 있어 운전면허 역시 국가에서 선택한 남성 위주로 차면허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이론교육과 실기시험이 주어집니다. 가부장제사회인 북한에서 살고 있는 남성이라도 당 조직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운전면허교육에서 배제되는 구조인데, 하물며 여성은 말할 것도 없겠죠.

북한 운전수들의 뛰어난 차 정비 실력

진행자 :북한 여성들이 운전면허 자격증은 따지 못해도 남성 운전수들을 고용하는 택시 주인이 될 만큼 생활력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네요. 운전면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북한에선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정비도 할 줄 안다고 하죠. 더구나 운전면허급수가 1급이면 차 설계와 제작까지 한다고 하는데요. 급수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북한에서 운전수의 사회적 위상은 어느 정도 됩니까?

손혜민 기자 :북한 운전수들만큼 차 정비를 잘하는 사회도 보기 힘들 겁니다. 북한 도로는 비포장도로가 많고 한국처럼 터널공사가 진척되지 않아 모든 차들은 울퉁불퉁 돌이 박혀 있는 산길로 운행해야 하므로 타이어 펑크나 엔진 고장이 빈번합니다. 그러면 차 운전수들은 그 자리에 차를 세워놓고 차 바퀴에 쟈끼를 설치하고 타이어를 떼서 쥬브 땜을 하거나, 차 앞체 뚜껑을 열고 달아오른 엔진을 눈으로 살펴보며 어디가 고장인지 찾아서 수리합니다. 운전수라면 차 정비 기술부터 자연히 익히게 되죠. 한국처럼 도로 곳곳에 차 정비소가 없다 보니 운전수는 정비 기술을 습득하는 것입니다.

차 운전급수는 4급부터 시작해 1급까지 올라가지만, 운전수의 위상까지는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1급 운전사는 차 설계와 제작까지 가능한 기술자로 상징되지만, 실질적 위상은 월급의 가치가 아닙니까. 1급 운전사라도 먹고 살기 힘들면 위상은 고사하고 택시운전 기사보다 못한 겁니다. 북한 당국이 개인 택시들을 정부 명의로 소속시켜 놓고 수익 징수에만 신경 쓰다 보니 1급 운전사가 떡장사만 못한 현실적 책임은 중앙정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진행자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