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김정은 전용 목장에선 왜 소머리고기만 팔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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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운곡목장에서 갑자기 장마당에 나온 소머리고기

-올해 고위간부 선물용 소고기 늘어난 이유

-사활 건 북 농촌살림집 건설, 전부 부실공사?

-당국 계획대로 10년 후 농촌 주민의 삶 달라질 수 있을까?

김 씨 일가 전용 목장에서 갑자기 다량의 소머리고기를 장마당에 내다팔았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북한 당국이 사활을 건 농촌살림집 건설, 입주한 농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연 앞으로 농촌 주민들의 삶은 나아질 수 있을까요? 자세한 소식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이예진:지난해 북한에서는 소고기를 몰래 팔았다는 이유로 9명이 공개 처형됐었죠. 일반 주민들은 이렇게 국가 소유인 소고기를 맘대로 먹지도, 팔지도 못합니다. 손혜민 기자, 그런데 이번에 장마당에 주민 판매용으로 나온 소고기가 있었다고요?

손혜민:네. 지난 3일부터 평안남도 안주장마당에 500g, 1킬로 단위로 비닐에 포장된 소머리고기가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소고기 정육이 아니라 소머리고기만 장마당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 문제인데요. 설명절을 맞으며 운곡종합목장에서 소를 도축해 정육은 평양으로 올라가고, 여기서 나오는 소대가리고기, 한국말로 소머리고기가 장마당으로 유통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소고기 정육은 김정은과 그의 가계가 소비할 식탁용 고기로 올라가고 부산물인 소머리고기가 주민들에게 판매된다는 말이죠.

북한에서 운곡목장은 주석목장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소, 돼지 뿐만 아니라 타조나 공작새 등 희귀한 조류까지 최고지도자의 건강음식으로 길러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기서 도축한 돼지나 소는 지금까지 목장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소가 전시 운송수단으로 규정되어 있어 소를 잡거나 소고기를 먹으면 사형인데, 인민의 지도자는 소고기를 먹는다는 게 알려지면 민심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운곡목장에도 사료가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자체로 부화하다 실패한 달걀을 버리지 않고, 장마당으로 유통해 판매하기 시작했거든요. 또 일부 간부들은 소를 도축할 때 일부를 빼돌려 장마당에 판매하며 개인 돈벌이나 운영자금 확보에 나섰습니다. 단 이 모든 것은 불법적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소머리고기를 판매한 점이 주목됩니다. 물론 소머리를 묵처럼 푹 삶아 소고기가 아닌 것처럼 상표도 없이 포장했지만요. 운곡목장에서 장마당에 넘겨줄 때 소머리고기라고 말하며 비싸게 넘겨주다 보니 주민들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예진:북한 주민들의 끼니 걱정은 계속 되고 있어도 김 씨 일가를 위해 특별 사료를 먹인 가금류로 가득한 곳이 바로 운곡목장이죠. 그런 운곡목장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소머리고기를 주민들에게 판매했다는 얘긴데요. 이걸 반가워 했을지 모르겠네요. 먼저 그동안 운곡목장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어땠습니까?

손혜민:운곡목장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먼저 소머리가격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소머리고기 가격을 본다면요. 500그램 한 봉지에 1만5천원(미화 1.8달러), 1킬로 한 봉지에 3만원(미화 3.6달러)이라고 합니다. 우선 가격부터 보면 이걸 누가 반가워하겠습니까. 그 돈이면 설날에 식구가 이밥에 떡을 해먹을 수 있는 쌀을 5~6킬로는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특히 운곡목장에서 사육하는 소는 일반 부림소처럼 풀을 먹지 않거든요. 사람도 먹지 못하는 알곡사료를 먹입니다.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북한 당국은 운곡목장 둘레마다 무장보초를 세우고 경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목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이죠. 목장에서 일하는 종업원 친척이 오면 보초병을 통해 친척 관계 증명서가 발급되고, 그 증명서를 가지고 목장마을에 들어가도 증명서에 밝혀진 기간 내에 나와야 합니다. 목장 밖으로 나갈 때는 훔쳐 나갈까 봐 짐을 검색하는 건 기본인데요. 그래서 운곡목장이 자리하고 있는 평안남도 일대 외 주민들은 이런 목장이 운영되는 줄도 모르고, 해당 지역 주민들도 산골에 있어 목장 위치를 아는 사람이 드뭅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2000년대부터 목장에 공급되는 사료가 부족하고, 특히 목장 종업원들도 월급 가지고는 살기가 어려워 목장과 외부가 연결된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그 암시장이 이제는 소머리고기를 유통할 정도로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 속에서는 목장에 대한 사실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서 김정은과 고위간부 선물용 소를 사육하고 있는 당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예진:외부로 소식이 전해질 만큼 장마당에서 판매된 소머리 양이 많았다는 얘기는 이번에 운곡목장에서 도축한 소가 많았다는 건데요. 이게 다 고위간부들에게 설 선물용으로 가는 겁니까? 그런데 왜 이번엔 여느 해보다 더 많았던 걸까요?

손혜민:그렇습니다. 소머리고기가 그렇게 많이 유통된다면 도축한 소도 수적으로 많을 게 아니냐는 게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또 소고기 정육은 김정은이 하사하는 고위간부용 선물로 공급되고 주민들에게는 소머리 부산물을 비싸게 팔아 돈을 번다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렇지 않겠나요. 지난 1월 중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은 평양과 지방의 차이를 줄이고 인민생활을 한 계단 올린다며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현실은 고위간부들에게만 소고기 정육을 선물로 주고, 주민들에게는 식량 공급도 안 하고 있으니 앞뒤가 다른 정책이고, ‘빚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입니다. 올 설명절에는 소머리고기가 유통되는 량이 많았다고 하니 그만큼 선물 정치로 체제 충성에 결집하려는 간부 숫자가 많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체제를 불신하는 권력층에 대한 선물 정치로 해소하려는 수뇌부의 고민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다음 소식입니다. 지난해 새로 건설한 북한의 농촌살림집들, 준공하는 날까지 부실공사 얘기가 계속 나왔는데요. 지금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나 봅니다. 문성휘 기자, 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 겁니까?

문성휘:양강도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전국 당원돌격대가 동원돼 2023년 7월부터 농촌살림집 건설을 시작했는데 2023년 10월 초에 농촌주민들이 완공된 살림집에 입주했습니다. 유치원, 탁아소를 비롯해 양강도에 건설된 살림집은 약 800여 세대라고 하고요. 석 달 동안에 800여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했다는 건데 정작 완공된 살림집에 입주한 농촌 주민들의 불만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우선 북부산간지대인 양강도의 실정에 맞게 살림집의 외부 벽체가 매우 두터워야 하는데 벽체가 두텁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고요. 또 살림집 벽체를 쌓은 블로크(블록)를 모래로 만들어 겨울철 냉기를 전혀 막지 못한다는 불만도 매우 높게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다 땔감이 없어 집안의 난방을 보장할 수 없는 점도 농촌살림집의 큰 결함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살림집은 크게 지어 놓았는데 밖으로부터 스며드는 냉기를 막지 못하고, 난방을 보장하지 못하니 어느 집이라 할 것 없이 벽지가 모두 곰팡이가 껴 떨어져 나갔다고 하고요.

북한 당국이 언론을 통해 농촌살림집에 입주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수도 없이 방영하고 있는데 정작 살림집의 외형만 보여줄 뿐 내부의 모습은 단 한 차례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농촌살림집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지적인데요.

제일 큰 문제는 상하수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집안에 위생실(화장실)까지 만들어 놓았지만 상하수도가 없다 보니 위생실을 전혀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고요. 농촌살림집의 한 칸을 창고로 만들었지만 2층이나 3층에 사는 주민들은 집안의 창고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농촌 주민들은 농기구나 여러 가지 물건들을 보관할 야외 창고가 꼭 필요하고, 양이나 염소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한데 문화환경을 파괴한다는 구실로 집짐승 우리나 야외 창고를 아예 짓지 못하도록 규정해 주민들의 불편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예진:주민들 불만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특히 "농촌의 주택난을 해결하려면 기존에 있던 살림집을 허물지 말아야 한다"는 소식통의 의견을 보면 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농촌살림집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족한 주택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 아닙니까?

문성휘:네. 북한 당국은 현재 새로운 부지에 살림집들을 더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살림집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농촌살림집들을 건설하고 있는데요.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부족한 농촌의 살림집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에 있던 살림집들을 허물지 말고 새로운 부지에 살림집들을 더 지어야 한다"며 "기존의 살림집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로 살림집들을 짓는다는 건 그야말로 '아랫돌 뽑아 윗돌 괸다'는 속담이나 마찬가지인 어리석은 놀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에 대해 소식통들은 “농촌의 주택난을 해결할 의지가 없이 오직 외부 세계만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농촌 살림집 문제를 적들의 반공화국 책동을 저지하기 위한 대적투쟁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문제의 원인이 있다는 것인데요.

김정은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적들이 정찰위성으로 우리 공화국의 낙후한 건물들을 사진으로 찍어 반공화국 모략 선전에 악용하고 있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고 합니다. 또 적들의 모략책동을 짓부수기 위한 대책으로 살림집 현대화를 독촉하면서 도시의 경우 살림집 외부 공사와 지붕 공사를 다그쳤고 지금은 농촌살림집의 현대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농촌의 부족한 살림집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내리는 결론입니다.

이예진:김정은 총비서는 최근 평양과 지방 간 격차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지방발전 20×10 정책까지 발표하며 농촌 등 지방 경제와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죠. 10년 후 농촌 주민들의 삶, 두 분은 얼마나 달라질 것으로 보십니까?

문성휘:네, 무엇보다 왜 지방발전 20×10 정책이냐, 이것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북한에는 2백여 개의 시와 군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마다 20개씩 10년이면 2백개의 시, 군의 지방 산업을 일떠세울 수 있다는 건데요. 지방 산업이라고 보면 간단합니다. 각 도에 화장품공장과 방직공장, 편직공장, 신발공장과 기계공장, 시멘트공장과 종이공장, 화학공장, 곡산공장이 있습니다.

시, 군마다 철제일용품공장, 목재일용공장, 화학공장, 건재공장, 농기계사업소와 농기구공장, 기초식품공장, 피복공장과 요업공장이 있습니다. 이게 모든 시, 군에 정해져 있는 공장들입니다. 이런 공장들을 현대화 해 가동시키겠다는 건데요.

김정은이 말하는 지방공장들 역시 현재 건물들은 다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으로 파괴되었다고 해도 그동안 많은 복구 노력을 기울였기에 일정하게 기계 설비들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공장들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종업원이 100명 미만, 작으면 종업원이 30명 정도입니다. 여기에 들여놓을 기계설비들도 현재 북한의 수준에서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는 거고요.

다만 북한이 지방산업 공장들을 어떻게 가동하게 되겠는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북한은 지방에 흔한 원료와 자재를 이용해 지방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현재 있는 공장들도 원료와 자재가 없어 가동을 못하는데 지방공장들을 현대화 해 가동을 하겠다는 건 그냥 남아나는 인력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 억지로 여기저기에 구겨 넣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실패가 너무도 뻔히 보이는 정책이어서 굳이 논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손혜민:지방발전 20×10정책 자체는 김정은 정부가 처음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단 이 정책이 실행되려면 시장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1996년 김정일도 지방경제 발전을 강조하면서 무역분권화를 확대했습니다. 국가 무역을 지방정부와 기업으로, 개인으로까지 확대한 겁니다. 2003년에는 종합시장 제도를 합법화 했거든요. 결국 아래로부터 형성된 장마당이 제도화되면서 주민들은 세금만 낸다면 장사를 할 수 있어 배급제 시대보다 소득이 올랐고, 지방정부 세원도 늘어났죠.

그러나 김정은 정부가 제시한 지방발전 20×10정책은 시장을 죽이고 노동당의 권한을 강화하여 독재정치를 정비하려는 그림입니다. 중앙당 조직지도부 지방공업지도과가 설치되어 지방발전 20×10정책을 총괄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10년 후가 아니라 3년도 못 가 이 정책은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축소하며 실패로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양성원,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