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군복 보급 못하는 ‘북한군’, 원인은 무상 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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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강도 코로나 어린이 연달아 사망에 14세 이하 학생 방학 연장
  • 주민들에게 인민군대 발싸개 천 바치라 지시
  • 4월 여름 군복 보급도 차질, 원인?

먼저 양강도에서 발생한 코로나 현황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달 초, 학교가 임시 방학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는데요. 김지은 기자. 최근 상황은 어떻습니까? 좀 진정이 되는 국면인가요?

김지은 기자 : 네,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양강도 혜산시에서 5살, 7살 등 10살 미만의 아이들이 연이어 사망했고 관련 소식이 주민 속에 전해지면 굉장히 두려워하고 또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확산 사태에서는 사망자가 거의 아이들이며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재확산의 원인은 밝혀졌습니까?

김지은 기자 :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 1월과 2월, 북한에서는 각종 행사가 연이어 진행됐습니다. 1월 1일 신년맞이 궐기 및 선서 모임, 새해 거름 전투, 2월 8일 건군절, 2월 16일 광명성절, 3월 8일 부녀절, 중국산 뜨락또르(트랙터) 선물행사 등 굵직한 국가행사 외에도 지방대상공사인 도로보수 자갈 채취, 농촌 살림집 건설자재 등 끊임없는 집체 동원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주민들이 예외없이 참석했고요. 그러나 양강도는 북한에서도 굉장히 추운 지역입니다. 2, 3월에도 눈이 내리는데, 이런 가운데 주민들이 단체로 내몰리며 코로나와 폐렴 등 독감, 미코플라즈마 폐렴 등이 확산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런 상황에서 면역력이 취약한 어린이들이 감염되면서 사망자가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달 초 시작된 학생들의 임시 방학은 당초 10일로 지정됐으나 아직 해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고급중학교 15~17세 학생들에 한해서만 부분적으로 방학이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코로나 재확산 사태는 아직 진정 국면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한에서는 주민들에게 뭘 만들어 바쳐라, 사서 바쳐라 하는 일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매년 새로운 물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총 끈을 만들어 바치라고 했고 올해는 발싸개입니다. 지난해 총 끈보다는 규격에 맞는 천만 바치는 올해가 좀 수월해 보이는데 실제로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김지은 기자 : 북한에서 전해오는 내부 소식을 듣다 보면 기가 막힐 때가 많습니다. 국가가 하는 것은 거의 없고 전부 주민들을 동원하거나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게 당연시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향은 제가 북한에 있을 때보다 심해졌고 점점 심해지는 상황입니다.

3월 중순 동사무소를 통해 각 인민반에 포치된 인민군대 지원은 각 세대 별로 사방 30cm 규격의 흰색 면 천, 한 장씩이었습니다. 북한은 가정에 사용하지 않은 그냥 천을 보관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주민들은 사용하던 이불 등을 찢어서 바칠 것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상 북한 당국이 인민군대 지원품을 주민들에게 걷는 역사는 오래입니다. 학생들에게 꼬마계획으로 인민군대 지원용 토끼 가죽을 바치라 했고 이외에도 파고철, 파지, 파고무, 파유리, 학교 꾸리기용 뺑끼(페인트), 횟가루, 니스(바니쉬), 난방용 땔감 등을 바쳐야 했습니다. 각 가정에서 바치는 양도 많습니다. 도로 청소, 철길 보수, 살림집 건설용 자재로 자갈과 벽돌, 시멘트, 각자 등을 요구하면서 한편으로 인민군대 지원품으로 돼지고기, 개가죽, 군대가 입을 속내의, 장갑이나 군대 동화까지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주민들도 “당국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겠으니 제발 내라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 이런 입장입니다. 또 주민들 속에는 북한 당국이 선전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는 어디 있느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남한 군대에서는 양말 신습니다. 발싸개가 자체가 상당히 생소한데요.

반대로 북한에서는 남한 군이 양말을 신는다는 게 또 신기하겠죠.

군대를 다녀오신 안 기자께 질문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군은 왜 발싸개를 사용합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군은 장교는 양말을 신지만 일반 현역 군인은 전부 발싸개를 사용하는데 사실 발싸개는 이전 소련의 유물입니다. 1948년 2월 8일 군이 창군되면서 양말 대신 발싸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피복 착용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한반도가 해방될 때까지 소련군 휘하의 88여단에서 대위로 있었던 김일성이 양말보다 발싸개가 군인의 전투 행동에 유리하다고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군인들이 사용하는 군복과 신발, 내복, 발싸개 모두 면으로 되어있습니다. 이중 발싸개는 든든하게 짠 흰색의 면천입니다. 요 몇 년간 군복과 내복 등 군인들의 피복 보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는 목화가 생산되지 않지요. 결국 외국에서 목화나 면사를 사와야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목화나 면사 수입이 차질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또 최근 북한의 방직공장, 견직공장, 편직공장들이 김정은이 관심을 가지는 학생 교복 생산에 총집중했습니다. 우선순위였던 발싸개 천 같은 군수물자 생산이 뒤로 밀렸고 그 결과 발싸개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주민들에게 발싸개 천을 바치라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면으로 된 두터운 발싸개 천이 양복 같은 것을 만들 때 옷을 빳빳하게 해주는 심지 감으로 좋다고 알려져 제대군인들이 새 발싸개를 몇 개씩 가져가기도 합니다. 제대군인의 집에는 발싸개 한두개 정도는 거의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이런 점도 발싸개를 바치라고 한 배경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북한 군대의 문화는 또 이렇게 다르군요. 지금 안 기자가 설명했지만 올해 발싸개를 바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은 무역이 아직 제한되는 상황에서 물자 부족이 배경으로 보입니다. 다른 군 보급은 어떤 상황입니까?

김지은 기자 : 북한군 보급 상황은 막연한(열악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더 악화되지 않았나 예상하는데요. 현재 북한 당국은 군인들이 주민들과 일체 접촉하지 못하게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습니다. 군대 내의 열악한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주민들이 길에서 만나는 군인들의 모습은 낡은 군복에 아주 마른 모습이라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또 남한의 군인들과 달리 북한의 군인들은 입대하는 날부터 부모들이 함께 군사 복무를 한다고 말합니다. 매달 북한돈 10만 원 씩(11달러) 보내야 군대에 나간 자식이 영양실조를 간신히 면할 수 있다는 게 요즘 주민들 속에 통하는 상식입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군 보급 실태는 현재 북한 당국이 세계적으로 막강한 강군이라고 자랑하는 것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공통된 전언입니다.

안창규 기자 :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북한군의 보급은 부대의 특수성 혹은 병과에 따라 다릅니다. 일반 군부대 기준으로 여름 군복과 내의는 매년 1벌, 겨울 군복은 2년에 1벌 공급됩니다. 보통 새로 받은 여름 군복을 1년, 겨울 군복은 2년간 행사나 외출 시 입는 정복으로 사용한 다음 막 입는 훈련복으로 사용합니다.

신발의 경우 이전에는 사병들에게 복무기간 1켤레의 가죽 군화를 주었으나 지금은 천으로 된 신발만 줍니다. 여름 신발은 4월과 7월, 1년에 2켤레, 겨울 동화는 1년에 1켤레 줍니다. 이외 난닝구(러닝셔츠)와 속옷은 매년 1개, 발싸개는 1년에 2개 보급됩니다. 여기에 드는 목화, 그리고 신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생고무를 사오려면 막대한 외화가 필요할 겁니다.

경제난 이후 북한 당국은 군복과 신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와 식용유를 사오는데 필요한 자금을 각 군단급 부대들이 자체로 조달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각 부대들이 저마다 자체 외화벌이 회사를 만들었지요. 현재는 국가가 이를 조달해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고 물자 반입도 차단되면서 원자재 조달이 여의찮다 보니 최근 몇 년간 군복을 비롯해 발싸개 천도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올해 물자 부족이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군요.

안창규 기자 : 그렇습니다. 그리고 4월부터 북한군 전체가 여름 군복을 착용하고 각 부대에서 군복, 신발 등 각종 피복류가 보급되야 하는데, 올해는 군복도 와야 할 수량이 다 오지 않았고 내의(면천으로 된 내복)와 발싸개는 공급량의 1/3도 보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부분 부대에서 보급된 수량을 우선 신병과 발싸개가 부족한 군인들에게 주고 있고 일부 부대는 낡은 군복 천을 뜯어 발싸개 대용으로 준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농번기를 앞두고 북한은 농기구, 농기계 확충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중국산 뜨락또르(트랙터) 1천 대를 수입했다고요.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한 조치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 농업 증산에 도움이 되는 규모입니까?

안창규 기자 :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산 트랙터를 한 대라도 받는 농장은 안도의 숨을 쉬겠지만 개별적 농장들의 상황이나 북한 전체적으로 볼 때 1,000대 정도로 부족한 트랙터를 충족하기에 어림도 없습니다.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 행정구역상 리가 2,955개, 노동자 구가 314개 있습니다. 한 개 농장이 리와 노동자 구를 단위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269개의 농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군부대 농장도 있고, 일부 중앙기관과 교육기관이 관할하는 부업 농장도 있는 만큼 실제 농장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대략 농장이 3,300개 정도 된다고 해도 1,000대의 트랙터로는 한 개 농장에 1대도 차려질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인 셈이지요. 더욱이 북한 농장들의 트랙터, 농기계 부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수십 년 전부터 북한에서는 매년 봄, 여름, 가을이 되면 어린 학생들까지 총동원하는 인해전이 벌어집니다. 모내기 전투, 김매기 전투, 가을걷이 전투 등입니다.

최근 북한이 식량 증산을 위해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 보급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이 너무 열악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그때까진 매년 전민을 동원하는 모내기 전투, 김매기 전투, 가을걷이 전투가 계속 이어질 겁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3월 초에는 혜산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선물이라며 각 농장에 트랙터를 보내지 않았습니까? 북한 관영매체에서 크게 보도했으나 이것 역시 중국산에서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 기자가 보도한 기사를 보면 소식통이 전해온 주민들의 반응도 중국산 트랙터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안창규 기자 :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낮다는 인식은 북한도 마찬가지여서 주민들이 중국 물품은 쓸 게 못 된다고 말합니다. 북한에서 통용되는 중국 물품을 보면 거의 다 품질이 좋지 않은 것들입니다. 외화가 충분하지 않은 무역회사들이 비싼 물건을 사오는 것보다 싼 물건을 가져다 비싸게 팔아 폭리를 얻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트럭도 마찬가지인데 현재 북한 도로를 달리는 트럭의 대부분이 중국산입니다. 트럭 운전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중국산 트럭이 새것일 때는 괜찮은 데 오래 가지 못하고 고장이 많다고 합니다. 필요한 부품이라도 흔하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문제인 겁니다. 중국산 트랙터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에도 뜨락또르 생산 공장이 있지 않습니까?

안창규 기자 : 그렇죠. 북한 남포시 강서구역에 트랙터를 생산하는 금성뜨락또르공장이 있습니다. 1958년에 러시아의 트랙터를 역설계해 28마력의 '천리마호' 트랙터를 처음 생산했지요. 1973년에 시설 확장공사를 거쳐 연간 수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고 했지만 1980년대 말부터 동유럽에서 필요한 원자재 보급이 끊기면서 장기간 가동을 멈췄습니다.

2017년 11월 김정은이 공장을 시찰하면서 트랙터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후 개건 현대화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 언급은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북한이 작년 8월 김정은이 재차 이 공장을 찾아 현대화 진행 실태를 요해했다며 새로 만든 트랙터를 운전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에서 트랙터를 들여온 걸 봐도 금성뜨락또르공장이 생산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현대화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산 트랙터와 마찬가지로 북한산 트랙터의 품질도 좋지 않습니다. 부품 정밀도가 떨어지고 강질이 낮아 고장이 잦아 할 일은 가득한데 트랙터의 가동률이 높지 못합니다. 2017년 이후 새로 개발한 80마력 트랙터가 일부 지역에 보급되었지만 1년도 안 돼 모두 폐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엔진 고장이 잦은 데다 변속기 유압 계통 고장은 수리가 안 돼 고철 덩어리로 전락했다는 겁니다.

트랙터는 밭을 일구는 데 주로 사용되죠? 남한 같은 경우에는 트레일러, 트랙터, 콤바인, 양수기, 드론까지 다양합니다. 북한 농장의 기계 사용 상황 그리고 생산 증산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지원돼야 할 것으로 진단하십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 경제 전반이 낙후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부문은 단연 농업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북한 농장에 농기계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거의 모든 농사일을 사람이 손으로 하는 상황입니다. 봄 파종에서 시작해 모내기, 김매기, 가을걷이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유일하게 기계, 즉 트랙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업을 꼽는다면 아마 밭을 가는 일과 탈곡일 겁니다. 북한 각 농장 작업반에 탈곡장이 있고 구형 탈곡기 한 대 정도 구비돼 있습니다. 트랙터도 한 작업반에 1대 이상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한 해 농사가 끝나면 땅을 갈아엎어야 하고 봄에는 땅을 고르게 펴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이 작업을 트랙터로 해야 하는 데 기름이 없거나 트랙터가 고장 났다면 어쩔 수 없이 소를 동원해 해야 하고 이마저도 부족하면 사람이 동원됩니다. 한국의 1960년대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북한이 식량 증산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가 충분히 보장돼 농민들의 힘든 일손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북한 농민들은 해를 보며 밭으로 나가고 달을 등지고 집으로 온다고 말합니다. 겨울을 제외한 일 년 내내 하루 14~16시간 이상 들에서 사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북한 주민들이 가장 기피하는 직업군은 바로 농민입니다.

또 농기계를 한번 보급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상황에 따라 추가 보급도 필요합니다. 보급된 농기계가 원만히 가동하도록 기름과 주요 부품을 충분히 보장해 주어야 하구요. 베어링, 타이어, 피데, 각종 너트 같은 걸 농민들이 손으로 만들 순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정부가 보급해야지요.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