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북한 군 자력갱생은 도둑질뿐
-교복 공짜라도 입기 싫어요
-옆으로 매는 가방이 괴뢰문화라는 착각
북한 당국은 병사들의 식생활이 개선됐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병사들은 여전히 쌀밥 먹는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군부대의 자력갱생,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봅니다.
북한 당국이 교복공장까지 늘려가며 무상교복을 제공하고 있지만, 학생들이나 학부모 모두 이를 반기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관련 소식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예진: 지난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6·25 전쟁 당시 서울에 가장 먼저 진입했던 탱크부대를 방문했죠. 보도된 사진으로 보면 한 사발 가득 담긴 쌀밥과 고기, 계란 등을 먹는 병사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실상은 역시나 많이 차이가 나는 모양입니다. 문 기자, 군 부대에선 아직도 쌀밥 먹는 일이 흔치 않은 일이라고요?
문성휘: 네. 북한군에 이런 농담이 있습니다. "늘 장군님이 오신 날 같아라", 김정은이 오게 되면 먼저 식당에 들르고 그날 한끼는 병사들이 정말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늘 장군님 오신 날 같았으면 하는 것이 북한군 병사들의 바람이라는 건데요. 북한군 병사들이 얼마나 굶주리고 있는지를 이런 농담 한마디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북한군 부대에선 아직도 쌀밥, 이밥을 먹는 일이 흔치 않습니다. 북한군 병사들이 이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은 한 해에 9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신정과 구정,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생일, 인민군창건일인 2월 8일, 무력절인 4월 25일과 8.15 광복절, 노동당창건일인 10월 10일, 이렇게 모두 합쳐 9일입니다. 물론 이런 날도 이밥을 배불리 먹을 수는 없는데요. 그 외엔 모두 강냉이에 겨우 보일 정도로 입쌀을 섞은 밥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초봄엔 병사들에게 반찬도 차례지지 않습니다. 국도 건더기가 없는 멀건 된장물인데요. 북한군 병사들의 후방 공급은 해당 부대에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책임을 집니다. 병사들은 몰래 부대를 벗어나 부모님들이 보낸 돈으로 하루 두부 한 모, 혹은 반 모씩 사서 먹어야 하는데요. 그렇게 먹지 못하면 영양실조에 걸려 생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게 현재 북한군 병사들의 식생활 실태입니다.
이예진: 특히 이번 군부대 검열을 통해 병사 식량공급으로 주어진 쌀을 강냉이로 바꿔 남는 돈을 운영자금으로 쓰는 부대들이 적발됐다고 하셨는데요. 간부들이 횡령을 하는 게 아니라면 어떤 용도로 쓰고 있다는 겁니까?
문성휘: 네. 지금껏 북한군의 식량공급은 국경경비대의 경우 입쌀과 강냉이 비율이 7:3이고, 일반 보병부대의 경우 입쌀과 강냉이의 비율이 5:5였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을 김정은이 병사들의 식생활 환경을 개선할 데 대해 지시하면서 기존에 5:5였던 보병부대의 입쌀과 강냉이 비율을 8:2로 높였다고 하는데요. 또 김정은은 휴일과 평일에는 병사들에게 이밥만 먹이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강냉이를 섞어서 먹이도록 지시했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농사가 잘 되었으니 병사들에게 이밥을 먹이기 위해 이런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이 북한 현지 소식통들의 분석입니다.
그렇게 군인들에게 이밥을 먹이도록 하였지만 정작 병사들은 여전히 강냉이 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 이유는 군부대 지휘관들이 병사들에게 차례지는 입쌀을 강냉이로 맞바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북한에서 개인 장사꾼들이 몰래 파는 입쌀은 kg당 평균 6천4백원(미화 0.63달러)인데 강냉이는 kg당 평균 3천4백원(미화 0.33달러)정도입니다. 입쌀을 강냉이와 맞바꾸면 kg당 3천원(미화0.3달러)의 차익을 남긴다는 얘기인데요. 이렇게 남긴 돈으로 당장 부대에 시급한 물자를 구입하고, 부대꾸리기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북한의 국방성 산하에 후방총국이 있다고 하나 후방총국은 기껏해야 군인들의 식량과 군복을 공급해주는 것이 전부라고 하는데요. 그 외 부대꾸리기나 겨울철 병사들의 난방에 쓰일 땔감 같은 건 모두 부대에서 자력갱생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인민군 부대에서 자력갱생은 생명줄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러한 자력갱생은 군지휘관들의 식량 도둑질을 부추기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땔감도 자력갱생, 부대꾸리기도 자력갱생, 명절 준비에 병사들에게 먹일 부식물도 모두 자력갱생하라는 건데, 이게 다 돈이 드는 사업입니다. 자기 가족들도 먹여 살려야 할 군지휘관들에게 돈이 어디서 나겠습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돈이 있어야 해결할 일을 무작정 자력갱생으로 해결하라고 하니 군지휘관들은 병사들에게 차려질 식량을 도둑질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예진: 이런 상황이라 북한 병사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는 것 같은데요. 한국에선 올해도 국가에서 병사들에게 주는 생활비가 늘어 연차에 따라 매달 600~1000달러를 받고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에선 군부대마저 먹을 것부터 입을 것까지 모두 자력갱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데요. 군인이 실질적으로 자력갱생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합니까?
문성휘: 물론 있죠. 북한군 지휘관들에게서 자력갱생이 병사들의 식량을 빼돌리는 것이라면 북한군 병사들에게서 자력갱생은 도둑질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병사들에게 쥐어준 자력갱생의 '만능의 보검'이 도둑질입니다. 북한군 병사들 스스로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낮에는 공산군이고 밤에는 토벌대다", 그러니까 낮에는 총을 잡고 인민을 지키는 척 하다가 밤만 되면 인민을 상대로 약탈과 수탈을 거리낌 없이 자행한다는 얘기인데요.
간단한 사례로 북한군의 식당 운영체계는 남한과 완전히 다릅니다. 남한엔 군인들의 식사를 전문으로 하는 조리병들이 따로 있는 반면, 북한은 분대 별로 한 주일씩 순위를 정해 식사 당번을 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사들의 식사를 보장하려면 땔감이 있어야 합니다. 병사들의 식사를 보장하기 위한 땔감은 식사 당번을 맡은 분대에서 자체로 해결해야 합니다. 자력갱생, 도둑질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는 겁니다. 북한 당국도 병사들의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대책들을 내놓았습니다.
그 대책이라는 게 인민군 부대들에서 풀 먹는 집짐승을 키우고 콩농사를 지어 부식물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매 중대마다 염소를 키워 병사들에게 우유를 먹이고, 메주콩을 심어 매일 두부 한 모씩 먹게 하라는 것이 김정은의 요구인데요. 문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매 중대마다 젖을 생산하는 염소 10마리씩만 키우면 된다는 것이 김정은의 이론인데요. 북한군 보병 한 개 중대의 인원이 보통 150명 정도입니다. 여름철 염소 한 마리에서 하루 많게는 1.5리터의 젖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젖을 생산하는 염소 열 마리만 있으면 매일 병사들에게 100밀리의 우유를 공급할 수 있다는 건데요. 여기다 앞으로 젖을 생산할 염소까지 키워야 하니까 한 개 중대에서 보통 염소 20마리만 키우면 된다는 것이 북한 당국의 주장입니다.
메주콩 농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메주콩 1kg에서 두부 4모가 나옵니다. 하루 한 모씩, 매일 병사들에게 두부를 먹이려면 150명 기준의 북한군 중대들에 하루 37.5kg의 메주콩이 있어야 합니다. 1년동안 매일 두부를 먹이려면 한 개 중대가 13톤688kg의 메주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그야말로 북한군 병사들이 1년 내내 염소를 키우고 콩농사만 짓는다고 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국가 지도자가 병사들이 먹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내놓은 방법이 이렇게 황당한 것들입니다. 그러니 북한군 병사들의 유일한 생존수단, 위대한 자력갱생의 ‘만능의 보검’은 도둑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해 연말 열린 노동당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국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복을 공급하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적어도 올해는 교복의 질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손혜민 기자, 평성장마당에서 교복 단속이 있었다고요?
손혜민: 네. 그렇습니다. 4월 개학을 앞둔 3월 중순부터 교복 장사꾼들을 단속한 것인데요. 북한이 장마당에서 교복 판매 현상을 단속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교복 장사가 합법은 아니죠. 단 사법당국이 교복을 몰수하면서까지 통제한 적은 없었다는 얘깁니다. 올해 당국이 교복장사를 통제하는 배경은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처음으로 학생교복을 무상으로 공급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75년 김일성 생일 65돌부터 북한은 전국의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교복을 선물하면서 선물정치에 보답해야 한다는 우상화 교육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고 심각한 경제난이 도래하면서 무상 교복은 사라졌습니다. 유상 교복으로 변화한 것인데요. 단 유상이라 해도 국정가격으로 공급해야 하므로 국가로서는 재정적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떻겠습니까. 중국에서 수입하는 교복 원단은 싸구려 원단이고, 지역마다 자리한 피복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교복 품질은 정말 한심했죠. 2년에 한번 국가에서 공급한 교복을 자녀에게 입히는 부모는 학부형 회의에서 창피할 정도입니다. 교복시장 확장으로 새 학년도 시기마다 교복 장사꾼들이 특수를 맞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복을 통해서도 대중의 충성도가 수령에서 시장으로 이전하는 경로를 엿볼 수 있는 건데요. 올해 김정은이 지방발전을 직접 언급하며 학생 교복 품질을 강조한 것도 민심이반을 바로 잡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고, 이와 맞물려 교복 장사꾼들도 동시에 통제해 교복의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공급된 교복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기존에 비해 높아지긴 했지만 개인이 만든 교복 품질에 비교하겠나요.
이예진: 국가가 공급하는 교복의 질이 어느 정도로 좋지 않기에 단속을 하고 있음에도 돈을 모아 장마당에서 교복을 따로 사는 걸까요?
손혜민: 일단 먼저 말씀드릴 것은 새 학기를 맞으며 전국의 학생들에게 공급한 교복 원단이 혼방천이 아닙니다. 혼방천은 이미 북한에 없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농촌사람들도 혼방 옷은 안 입는데, 혼방이 '나쁘다 좋다'를 떠나서 혼방 자체가 없습니다. 그만큼 북한의 의류 원단 문화가 달라진 것인데요. 이번에 국가에서 공급한 교복 원단도 나일론과 데트론실로 짠 원단이라고 합니다. 개인이 만든 교복 원단과 비교해 본다면 편직 기술과 색상에서 차이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도 고급 양복지와 일반 양복지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입어보면 같은 색상이라 해도 열처리 기술과 편직기술에 따라 무게감이 다릅니다. 그러니 가격에서 차이나는 것인데, 북한도 같습니다. 국가에서 공급하는 교복 원단과 개인이 만드는 교복 원단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곤청색, 빨간 자주색 원단이죠. 얼핏 보기에는 차이가 없지만 입고 나가면 무게감과 색상의 고급함이 차이나는 겁니다.
이예진: 교복의 질이 그렇게 다르다면 학교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보일 것 같은데요. 학교에 가서 검열을 당하면 뺏기는 거 아닙니까?
손혜민: 아직 빼앗겼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만 국가에서 공급하는 교복과 색상과 디자인이 같으면 경고만 하고 뺏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단 색상이 다르면 당연히 못 입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급원단으로 만든 교복을 입는 현상은 통제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고급 원단으로 개인이 가공한 소학생 교복은 북한 돈 10만원(미화11.49달러)~15만원(미화 17.24달러), 초·고급중학교 학생교복은 북한 돈 20만원(미화22.98달러) 정도인데요. 이 정도의 교복을 구입하는 계층은 간부와 돈주도 있지만요. 요즘은 북한도 저출산 시대에 들어서다 보니 일반 주민들도 비싼 교복을 구매해 자녀를 내세우는 사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문제는 학교당국이 통제력을 잃었다는 현실이죠. 교사 월급이 가치가 없다 보니 잘사는 집 부모들이 교사의 생활비를 대주고 있는데, 개인이 가공한 비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돈주의 자녀들 아닙니까. 모순이죠.
하지만 대학생들 속에서 옆으로 메는 가방은 대학당국이 직접 무상 몰수하는데요. 끈이 긴 가방을 옆으로 메는 것이 괴뢰 문화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4월 초에 들어서 평성 사범대학과 함흥 의과대학에서 배낭식 가방을 메지 않고, 옆으로 메는 대학생들을 단속하여 가방을 몰수하고 있다는 소식도 한류 확산으로 체제 근간 붕괴를 우려하고 있는 당국의 행태라고 보아집니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 속에서는 사회문화가 발전하려면 선진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을 통제하니 사회 문명이 북한 정부로 인해 후퇴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예진: 옆으로 메는 가방은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누구나, 아무나 사용하고 있는데, 북한 당국이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는 것 같네요.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