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개성공단 주요설비, 곧 반출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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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분석 해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이번 주의 키워드는 어울리지 않지만 , 밥가마와 소녀입니다. 북측이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남측 설비와 부품을 무단 사용해 전기밥가마를 생산, 판매한다는 소식입니다. 2022년 11월 대중 앞에 처음 등장한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 북한 주민들의 호기심이 반감으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도 들어와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관련 소식, 알아봅니다. 손혜민, 안창규 기자 함께합니다.

/쿠쿠밥솥은 북한 주민들도 잘 아시죠.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대표 제품이기도 했는데요, 손 기자! 북한이 개성공단의 쿠쿠밥솥 생산설비를 무단 가동하고 있다고요?

손혜민 기자 : 네, 그렇습니다.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남한의 기업들이 생산설비 등을 개성공단에 그대로 두고 철수했는데 그중에는 쿠쿠전자 기업도 두고 나온 생산설비와 자재가 있었고요. 그걸 북한이 무단으로 가동해 전기밥솥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개성공단이 북한에 있다고 해서 남한의 승인 없이 개성공단 설비를 무단 가동하는 것은 남한 기업의 재산권을 대놓고 침해하는 행위이며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업지구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죠.

‘개성공업지구법’ 제7조에는 ‘개성공업지구에서는 투자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며 투자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보장한다. 투자자의 재산을 국유화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으며 ‘부득이하게 투자자의 재산을 거두어들이려 할 경우에는 투자자와 사전 협의를 하며 그 가치를 보상하여 준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한 언론에서는 이걸 ‘짝퉁쿠쿠’ 이렇게 이름을 붙여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남의 재산을 무단으로 가로챈 상황인데요. 이렇게 생산한 밥가마... 평양 백화점과 상점에서 판매된다고요? 가격도 상당히 비싸네요?

손혜민 기자 : 평양 백화점과 상점에서는 '비음성 전기밥가마'라는 이름으로 팔리는데요. 한국산 쿠쿠밥솥은 밥이 다 되면 '쿠쿠가 맛있는 쌀밥을 완성하였습니다'는 음성이 나오지 않나요? 그래서 말하는 밥가마, 즉 음성 밥가마라고 한다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밥솥에서는 음성 안내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비음성 밥가마'라고 합니다.

현재 평양에서 팔리는 ‘비음성 전기밥가마’의 판매가격은 10인분 밥가마가 80달러, 6인분 밥가마는 50달러인데요. 이 가격은 평양의 상층과 중층 수준으로 계산하면 높은 가격은 아니지만 일반 계층의 소비 수준으로 따지자면 많이 비쌉니다. 하지만 비음성밥가마는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아서 가격이 비싸도 수요가 많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앞으로도 북한은 개성공단 설비를 무단 사용해 생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주민들도 평양에서 팔리는 비음성 밥가마가 개성공단의 ‘쿠쿠밥솥’ 생산 시설에서 만든 제품인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손혜민 기자 :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전기밥솥이 '비음성 전기 밥가마'라는 한글 상표를 달고 평양으로 유통되는데요. 한글 상표라면 북한 상품이거나 남한 상품이라는 얘기 아닙니까. 그런데 북한에는 전기밥가마를 생산하는 공장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시장에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 전기밥솥이 유통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봉쇄로 국경이 막히면서 중국산 전기밥솥이 수입되지 못하는데 ‘비음성 전기밥가마’라는 한글 상표를 단 제품은 어디서 생산된 것일까요. 당연히 개성공단 설비로 생산되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개성공단에서 남한의 쿠쿠전자기업이 전기밥솥을 생산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가동될 때 그곳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몰래 생산품을 유출해 국내시장에 넘기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개성공단에서 칼도마(도마)도 생산했는데, 그 제품이 평성시장까지 유통되어 ‘공단 칼도마’로 인기리에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공단 제품 자체가 일종의 보증서였네요.

손혜민 기자 : 네, 또 '비음성 전기밥가마'를 공단 제품으로 북한 주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지만 현재 개성공단에서 쿠쿠밥솥을 생산하는 인력은 개성공단 가동 시기 남한의 쿠쿠전자기업에서 일하던 개성 주민들로 확인됩니다. 남한의 기업에서 생산기술을 배운 기술자라는 얘기입니다.

정리해 보자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몰래 생산하는 쿠쿠밥솥은 남한기업이 양성한 기술자들이 남한의 설비, 남한의 기업이 두고 간 생산 자재로 생산하는 제품이며 이걸 북한 주민들도 잘 알고 구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쿠쿠밥솥은 2018년에도 북측이 개성 공단에 남아 있던 재고를 중국에 밀수출했던 것이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북측이 개성 공단의 남측 시설을 불법, 그러니까 비법으로 가동한 시기를 언제쯤으로 봐야 할까요?

손혜민 기자 : 북한이 해외자본을 국내에 유치하고 트집을 잡아 외국 투자 자본을 통째로 떼먹은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고, 이러한 수법이 개성공단에서도 나타난 것입니다.

북한은 2016년 개성공단이 중단되고 나서 2년 정도는 개성공단 설비는 물론 각종 완제품과 원자재 등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7년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지고, 외화벌이 창구인 개성공단 재개는 희망이 안 보였거든요. 그러자 2018년부터 남한의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두고 간 완제품들을 빼돌려 국내외 시장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북측은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수만 대의 쿠쿠밥솥을 전부 빼돌려 중국에 밀수로 넘긴 정황이 확인됐고 2018년 RFA자유아시아방송도 북한의 한 군부 무역회사가 개성공단에 있던 쿠쿠밥솥 수 천대를 중국에 밀수로 넘겨 판매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북측은 의류가공 설비도 무단 가동해 학생 교복 등을 생산해 왔는데요.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 국경 봉쇄가 장기화된면서 설비와 자재 수입이 막혔고, 경제위기가 심각해지자 북한의 시선은 개성공단 설비를 주목한 겁니다. 북한 당국은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개성공단 설비를 동원할 수 있는 만큼 동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 같은 지시 이후 개성공단에 남한의 기업들이 두고 간 수많은 생산설비 중에서 쿠쿠밥솥은 물론 타이어 생산설비, 전기까벨(케이블) 생산설비 등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개성공단의 중요 설비들이 아예 무단 반출돼 주요 공장기업소의 생산설비로 이전될 계획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한 간부 소식통이 전해왔습니다.

/개성공단 입주한 125개 한국 기업 소유 공장 중 30개가 무단으로 가동되는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사실상 북한 땅에 있는 개성공단에 남측이 대응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입니다. 손 기자 기사를 보면 개성공단 버스도 근로자 출퇴근 버스로 이용되고 있다는데요. 지금은 남북이 함께 개성공단을 운영하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옆에서 봐 왔던 개성 주민들 감정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손혜민 기자 : 네,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사실 개성공단은 남북이 하나된 기업으로써 남한은 남한대로 기업수익을 창출하고, 북한은 북한대로 외화벌이할 수 있어 서로가 유익한 사업이었습니다.

특히 개성시 주민들은 개성공단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데요. 대형버스를 타고 개성공단으로 출근해 전자제품과 경공업 제품 등을 생산하면서 휴식 시간에는 초코파이 간식을 타 먹으며 일하지 않았나요. 시장가격의 월급을 타면서 처음으로 사람다운 삶을 살아봤기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으니 개성공단 재개는 물거품이 되고 북한은 말로만 인민 생활을 높여야 한다면서 개성공단 재개에는 관심도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개성공단에서 사용하던 출퇴근 버스마저 몰래 빼돌려 평양시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의 출퇴근 버스로 이용하는 등 개성공단 설비를 무단 사용하면서 남북 간 정세를 고조시키니 이를 지켜보는 개성 주민들도 씁쓸한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인물, 김정은 총비서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게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 기자, 북한 주민들이 거부감을 느낀다고 보도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에서 그렇습니까?

안창규 기자 :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김주애가 처음 나타날 때 보였던 어린 학생다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공주처럼 변했다는 겁니다. 두 번째 반응은 어린아이임에도 머리 희슥한 간부들이 고개를 숙이고 쩔쩔매는 등 특수에 특수 같은 대접을 받는 모습이 싫다는 겁니다.

작년 11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 차림을 보면 빨간 구두에 흰 솜옷을 입었고 머리도 또래 여학생들이 흔히 하는 머리단장으로 비교적 평범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 2.8 열병식 때 김주애가 고급 양복과 외투에 브로치까지 달고 나타났고 그 후에도 북한 돈으로 1,558만 원짜리(약1,900달러) 프랑스제 고급 솜옷을 입는가 하면 머리도 성인 여성처럼 길게 기르는 등 일반 여학생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북한 언론도 처음에는 김주애에 대해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했지만 그후에는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호칭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왕별을 세 개, 네 개씩 단 장령(장군)들이 굽신대며 김주애와 악수를 하는 모습, 김주애가 다른 간부들을 제치고 주요 행사장 주석단 상석에 앉는 등 특별 대우를 받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이런 모습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마치 이 나라에 김정은과 그의 딸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또 장기간의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의 시각에서 김주애의 귀족 같은 모습과 최고 대접을 받는 모습은 결코 좋게 보일 리 없는 겁니다. 이런 데로부터 일부 북한 주민들이 김주애가 더 이상 TV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까지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주민들의 반응과는 달리 김주애는 사흘에 한 번꼴로 공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한 번도 못 본 장면이죠? 남한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많은 분석이 나오는데 북한 주민들의 시각도 궁금합니다.

안창규 기자 : 작년 11월, 화성 17형 미사일 발사 현장에 김주애가 나타났을 때 기자와 연결된 북한 주민은 주민들 속에서 새 미사일 발사 성공보다 아버지를 닮은 점, 또 다른 자녀 유무, 옷차림 등 김주애에 대한 이야기가 더 화제가 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주애의 등장이 민생이 아니라 미사일 개발 등 군사력 강화에만 몰두하는 데 대한 주민들의 반감과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도 전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이 김주애를 데리고 나타나는 곳은 대부분 경제 관련 현장이 아닌 미사일 발사장, 열병식장 등 군대와 관련된 장소입니다. 이는 군부에서부터 시작해 백두혈통인 김주애에 대한 신격화와 친근감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화성지구 1만 호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야간에 준공식을 했다는 게 이례적입니다. 북한 당국, 야간 행사를 하는 걸 참 좋아합니다?

손혜민 기자 : 네, 지난 4월 16일 화성지구 1단계 1만 호 준공식이 야간에 진행됐는데요. 북한이 살림집 준공식을 야간에 진행한 것은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밤하늘에 축포를 쏘면서 살림집 준공식 테이프를 끊는 김정은 총비서의 모습이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면서 주민들의 눈길이 곱지 않습니다. 무슨 돈이 많아서 살림집 준공식에 축포를 쏘느냐는 것이죠. 특히 야간 준공식이 1호 행사로 진행되었으니 행사에 동원된 청년 건설자들과 군인들이 얼마나 피곤했겠습니까.

/항상 평양 살림집 보도를 보면서 궁금한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이런 집에는 누가 들어가 사나, 또 하나는 과연 이게 정말 주민을 위한 게 맞나’ 하는 것인데요. 주민 생활을 위해서라기엔 북한 상황에 맞지 않게 살림집들이 너무 초고층 아닙니까?

손혜민 기자 : 우선 평양 살림집 건설은 김일성 시대에 이어 김정일 시대, 김정은 시대로 꾸준히 이어지는 사업입니다. 수도 평양을 아름답고 문명의 도시로 꾸려야 한다며 초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건데요. 이렇게 건설된 살림집은 건설 목적에 따라 공급 대상도 차이가 나는데요.

예를 들어 2015년 완공된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 아파트는 김책공업대학 교수와 연구사를 비롯한 과학자들에게 공급되고, 송신-송화지구, 화성지구 살림집 아파트는 일반 시민들에게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겉으로 보기에 멋있을지 몰라도 평양시민들은 층수가 높아질수록 고민이 깊어집니다.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데, 15층짜리 아파트를 공급받은 주민은 매일 걸어서 오르고 내릴 걱정부터 앞서는 거죠. 그럼에도 김정은 시대 들어서면서 평양 살림집 건설을 계속 진척하는 것은 살림집 건설은 최고지도자의 인민애를 선전하는 최적의 가시적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최적의 가시적 결과물, 이걸 목표로 하기에 민생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 북한은 요즘 이사철이죠 ? 북한 당국이 개인 간 주택 거래를 막기 위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요. 안 기자, 남한에서는 북한은 주택을 국가가 배정해 주고 사고팔지는 못 한다고 알고 있거든요?

안창규 기자 : 북한 주택의 대부분은 국가 소유 및 협동 소유(기업소유)이고 극히 드물지만 개인 주택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민은 주택을 소유는 못 하고 주택 허가 사용증을 받습니다. 사용증이 있으면 일정한 주택 사용료를 내면서 평생 그 집에서 살 수 있고 부모가 사망해도 자녀가 계속 살 수 있습니다.

또 개인 주택을 제외한 모든 주택 매매는 금지되어 있지만 경제난 이후 비법적인 주택 매매가 활발히 진행되는 실정입니다. 초기에는 개인 대 개인 거래가 많았지만 지금은 매매와 교환을 돕고 가격을 흥정해 주는 주택 거간꾼(중개인)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거간꾼은 주택 거래 가격의 5~7%를 수수료로 가져갑니다. 거래가 이뤄지면 새 주인의 이름으로 주택 사용허가권 즉 입사증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 당국이 주택 개인 매매를 차단하기 위해 입사증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단속도 진행해 단속에 걸릴 경우 주택은 물론 거래된 돈도 다 빼앗기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일부 주택 거간꾼들이 입사증 발급기관인 인민위원회 도시경영부와 단속기관인 안전부를 끼고 주택 서류발급과 차후 단속을 막아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웃돈(큰 집과 작은 집 간 시세 차익)을 받고 작은 집으로 옮겨가거나 도시 중심에서 주변 지역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평양의 경우, 화성지구 1만 세대 입사를 앞두고 단속이 취해진 건데요. 여기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할까요?

안창규 기자 : 네, 기자와 연결된 평양 주민은 이번 단속이 화성지구 1만 세대 주택 입사를 앞두고 진행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21일부터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주택 이사(입주)가 진행됐지만 김정은의 치적으로 요란하게 선전되는 송화지구나 화성지구의 주택은 거간꾼들이 개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사 간 주민이 살던 집을 의미하는 ‘뒷그루 집’은 거간꾼들의 손에 거래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합니다.

중앙이 이런 상황을 우려해 화성지구 주택 입사를 앞두고 평양시에 개인 간 주택 거래를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볼 수 있지요. 북한은 중앙의 지시가 지방의 하부 말단까지 신속하게 전달되고 그 집행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중앙집권제 사회입니다. 그런 만큼 지방에서도 비슷한 단속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전반적으로 주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알려졌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평양만 5만 호 주택을 짓는다고 크게 보도하는 것을 보면 지방 주민들의 괴리감은 상당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안창규 기자 : 많은 탈북민들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부족이 심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집이 없어 한 주택에 부모, 아들 가족, 딸 가족 이렇게 3가구, 심지어 5가구가 같이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러 가구가 함께 살 경우 커튼으로 방을 나누기도 하고 평양의 경우 아파트 옥상이나 지하에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은 기본 집에 잇달린 작은 집을 짓거나 석탄이나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를 집으로 꾸려 사는 주민이 정말 많습니다.

문제는 평양은 2012년 창전거리를 시작으로, 은하거리, 미래과학자거리, 여명거리에 이어 최근 송화지구 1만 세대, 화성지구 1만 세대 주택이 완공되었고 현재도 화성지구 2단계와 서포지구 새 주택건설이 한창 추진되고 있지만 지방은 새로운 주택건설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평양에서는 한 집에 여러 세대가 같이 사는 다세대 가정을 요해해(조사해) 집을 우선 공급하기도 하지만 지방은 전혀 그렇지 못하지요. 더욱이 평양시 주택 건설을 담당한 군인들과 각종 돌격대의 대부분이 다 지방 사람들입니다. 한마디로 지방과 지방 주민을 수탈해 평양만 챙기는 상황이니 지방 주민들이 ‘평양만 사람 사는 곳이냐’ 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평양과 핵무력 , 북한 당국의 시야에는 딱 이 두 가지만 있는 것 같은데요. 안타깝게도 그 애정전선은 당분간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 소식,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손혜민,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진행에 이예진,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손혜민, 안창규, 이현주

진행 이예진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