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시멘트 배급으로 떨고 있는 간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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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식량 대신 시멘트 배급, 주민들 반응은?

-시멘트 배급으로 떨고 있는 간부들

-북한엔 밭을 갈 뜨락또르도, 디젤도 없다?

-소가 밭 가는 북한, 김정은의 과학농사는 어디에

공장 근로자들에게 식량 대신 시멘트를 배급으로 준 간부들이 오히려 떨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한해 농사의 중요한 시기인 요즘, 소 대신 뜨락또르(트랙터)들이 밭을 가는 일이 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이예진: 북한 당국은 대북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 상황 속에서도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 건설 등 건설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왔죠. 덕분에 잘 돌아가던 시멘트공장에서 최근 노동자들에게 식량 대신 시멘트를 배급으로 줬다고 합니다. 손혜민 기자, 공장에서 배급을 식량으로 주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는 겁니까?

손혜민: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가 식량 배급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영 공장 노동자의 식량 배급은 내각 양정성 산하 각 도, 시, 군마다 자리한 양정사업소에서 실행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시다시피 1990년대 경제난 이후 농업 부문도 타격을 입으면서 알곡생산성이 하락하다 보니 국가 식량 배급제가 마비되었습니다. 지금도 국가 식량 배급제는 작동하지 않다 보니 시멘트공장에서 노동자들을 먹여 살리는 차원에서 식량 대신 시멘트 배급을 실행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식량을 시멘트로 대신할 수 있냐는 게 문제인데요. 이러한 의문은 시장과 연결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봄철에 들어서 북한에서는 수도 건설과 지방 건설에 이어 개인 주택 건설과 보수가 한창입니다. 국가 건설기관의 시멘트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시멘트를 수요하는 개인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시멘트는 굳이 시장까지 팔려 나가지 않아도 어디서든 팔 수 있는 건설자재이므로 현금 교환이 가능합니다. 현금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시장에 나가면 식량을 삽니다. 그러니 시멘트공장 간부들이 자율성을 발휘해 노동자들에게 시멘트를 배급한 것은 시멘트를 팔아서 식량을 해결하라는 거죠. 그렇다고 3만여 명의 시멘트공장 종업원 전원에게 시멘트 배급이 실행된 건 아니고요. 석회석을 구워내 시멘트를 생산하는 소성직장 노동자 200여 명에게만 주었다고 합니다. 시멘트 생산에 석회석을 비롯한 자재를 공급하는 석회석광산이나 내화물공장 등 다른 공장에서는 시멘트 배급을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합니다. 직장 단위마다 생산물이 다르니까요.

소성직장 노동자들이 공식적으로 시멘트 배급을 받았다면, 내화물공장 노동자들은 비공식적으로 내화벽돌을 유출해 식량을 해결하거든요. 내화벽돌 한 장에 0.2달러니까 하루 다섯 장만 몰래 가지고 나와도 북한 돈 8천700원(1달러), 시장에서 옥수수 두 킬로 반정도는 살 수 있는 겁니다. 석회석광산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인데요. 개인이 집에서 마광기를 차려놓고 석회석을 가루로 보드랍게 분쇄하는 업자가 많습니다. 이 가루를 생돌가루라고 하는데 이걸 시멘트에 섞어 팔기 때문에 시멘트를 전문으로 파는 업자에게 팔 수 있으니 식량으로 대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시멘트나 벽돌 등 돈이 되는 생산물은 근로자들이 그동안에도 암암리에 빼돌려 식량을 사왔다는 얘기고요. 이번에 공식적으로 처음 시멘트를 배급으로 줬다는 건데, 근로자들에게는 이게 더 나은 겁니까, 아니면 더 손해인 겁니까?

손혜민:좋다 나쁘다고 말하기 보다는 식량을 전혀 공급받지 못하는 타 공장 노동자들보다는 형편이 조금 낫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굶어 죽지 말라고 시멘트를 주는 게 낫다고 하지만,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겠느냐는 분위기입니다. 식량 배급 대신 공장 생산물을 공급한 공장이 시멘트공장 말고 또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는데요. 그만큼 이례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방식대로라면 청진제철소도 식량 대신 강철을 노동자들에게 배급해야 맞지 않습니까. 하지만 식량 배급 대신 강철을 주었다는 사례는 전해지지 않았는데요. 그 원인은 강철 생산은 원가가 높아 판매가격도 높은 데다 시멘트처럼 대중적으로 소비하는 시장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국가가 국영공장에서 일을 시켰으면 노동의 댓가로 월급과 식량을 노동자들에게 공급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노동자들에게 식량을 주지도 않으면서 시멘트공장에 생산계획만 내리 먹이니 공장간부들은 어떻겠습니까. 생산물을 조율해 시멘트 배급을 실행하면서 수도 건설과 지방 건설 현장에 시멘트를 공급해야 합니다. 결국 노동자의 입장에서 시멘트 배급이 굶는 것보다 괜찮겠지만 간부들의 입장에서는 긴장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예진: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지방경제 발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업은 앞으로도 북한의 주력산업이 될 것 같은데요. 손 기자, 식량 대신 시멘트를 배급으로 주는 상황이 지속되거나 더 확대될 수도 있다고 보십니까?

손혜민:국가계획으로 생산된 시멘트를 식량 대용으로 배급한 것은 불법이라면 불법이고, 합법이라면 합법입니다. 노동자들의 출근 가동을 높이기 위해 생산물의 일부를 조율하여 식량 배급 대신 주고 국가건설장에 시멘트를 공급한 것으로 평가되면 자력갱생이 되는 겁니다. 단 간부들의 월권행위로 평가된다면 비사회주의로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합니다.

현재는 북한이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영 공장 생산물이 자본주의 시장을 확대하는데 기여했다는 등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척결하라는 바람이 불면 시멘트 배급을 실행한 간부부터 처벌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하는 방식으로 뭉칫돈을 벌어들인 개인 돈주가 사법기관 조사에 걸려들면 아파트 건설에 시멘트를 공급한 국영공장 간부도 걸려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량 대신 시멘트를 배급으로 주는 조치는 더 확대되기 보다 현재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수도 건설과 지방 건설 사업이 지속되기 때문에 시멘트를 생산해 공급해야 하는 공장간부들의 입장에서는 노동자의 출근이 중요하므로 시멘트를 식량 대신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오랜만에 북한 농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문성휘 기자, 북한 당국이 그동안 전시 물자로 비축하던 디젤유를 농장들에 공급하면서 밭갈이 일정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요?

문성휘:네. 식량 증산에 사활을 건 북한 당국이 밭갈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북한의 내각 농업위원회는 길주 이남의 내륙지대 농장들에 4월 25일까지, 북부 산간지대 농장들에 늦어도 5월 5일까지 밭갈이를 끝낼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길주 이남의 내륙지대라고 하면 함경북도와 함경남도 일부지방, 그리고 자강도와 강원도의 일부 지방이 속합니다. 황해남도와 황해북도는 이미 지난해 초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밭갈이를 끝내고, 그 땅에 밀과 보리를 심었다고 하는데요. 그 외 함경남도와 강원도의 대부분 지역, 평안북도와 평안남도는 올해 2월 말부터 밭갈이를 하고 즉각 밀과 보리를 심었습니다. 이렇게 앞그루(전작)로 밀, 보리를 심고 뒷그루(후작)로 강냉이와 벼를 심어 2모작 농사로 식량 증산을 한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북한의 밭갈이는 이미 3월 말에 기본적으로 끝이 났다고 보면 됩니다. 내각 농업위원회가 4월 25일까지 밭갈이를 끝내라고 지시한 농장들은 2모작 농사가 어려운 함경북도와 자강도, 강원도의 일부 고산지대 농장들입니다. 양강도는 북한에서도 제일 추운 북부 산간지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5월 5일까지 밭갈이를 끝내라는 것이고요. 소식통들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밭갈이는 내각 농업성이 지정한 날짜까지 별 탈없이 무난히 끝났다고 하고요. 북부 고산지대인 양강도도 지정된 5월 5일까지 여유 있게 밭갈이를 끝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한해 농사에서 밭갈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밭갈이를 제때에 끝내야 다른 농사 일정도 늦춰지지 않게 되는데요. 그러나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후 해마다 밭갈이가 늦어져 김매기를 비롯한 전반적인 농사일정에 많은 지장을 받았습니다. 4월 25일 당시 양강도의 밭갈이 실적은 46%였고, 하루 밭갈이의 속도는 6%라고 합니다. 하루 6%씩이면 4월 26일부터 5월 5일까지 남은 열흘 동안에 넉넉히 밭갈이를 끝낼 수 있다는 건데요. 여기다 올해 북한은 전시물자 디젤유를 밭갈이에 사용하도록 허용했다고 합니다. 디젤유가 있으니 뜨락또르(트랙터)까지 동원해 밭갈이의 속도를 높이게 됐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밝힌 내용입니다.

이예진: 그럼 이제까지는 디젤유가 없어 뜨락또르를 밭갈이에 동원하지 못했다고 보면 됩니까?

문성휘:네. 규정대로라면 해마다 2월에 농업용 연료를 농장들에 공급해야 합니다. 1980년대에는 이런 원칙이 철저히 지켜졌고요. 하지만 동유럽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원유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규정도 지켜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월에 들어와야 할 연료가 4월에 들어오고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농업용 연료나 비료를 아예 공급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많았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도 농업용 연료 공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특히 2017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유엔의 대북제재가 시행되면서 연료 공급은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북한은 중국에서 원유를 조금씩 수입해 들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농장들에 연료 공급이 제대로 안 되기도 했고, 설령 공급이 된다고 해도 제 날짜를 맞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해인 2023년에도 양강도는 밭갈이가 한창 진행되던 와중인 4월 25일에 농업용 디젤유를 공급해 뜨락또르를 밭갈이에 제대로 동원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봄의 경우 전시예비물자를 보관하는 ‘4호 창고’에도 휘발유와 디젤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어디서 먼저 가져다 쓰려고 해도 그럴 형편이 못됐다는 건데요. 지난해 가을부터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을 수출하고 그 대가로 휘발유와 디젤유를 들여오고 있습니다. ‘4호 창고’에 전시예비물자 디젤유도 채웠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북한 당국은 ‘4호 창고’에 비축해 두었던 전시예비물자 디젤유를 먼저 농업 부문에서 사용하도록 허락했다는 겁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4월 18일부터 디젤유가 공급돼 적기에 뜨락또르를 동원할 수 있었다는 건데요. 올해는 예년보다 밭갈이가 일찍 시작돼 설령 뜨락또르가 동원되지 않았다고 해도 제 기일에 밭갈이를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북한의 밭갈이는 아직도 뜨락또르가 아닌 소가 기본적인 수단이라고 하는데요. 더욱이 양강도는 험한 산줄기들에 둘러싸여 있어 뜨락또르로는 밭갈이를 못하는 밭들이 많습니다. 산을 깎아 밭을 만들다 보니 경사가 심해 소를 들이밀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요. 고산지대가 아닌 평야지대의 농장들도 경작지의 70%는 뜨락또르가 아닌 소가 갈아 엎고 있습니다.

이예진: 소로 밭을 가는 나라는 이젠 북한밖에 없지 않을까 싶네요. 올해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 찾은 곳이 농기계 전시장이었고요. 이곳에서 김 위원장은 기계 농사, 과학 농사를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의 농장들은 밭을 갈 뜨락또르도 제대로 못 갖추고 있다,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기계 농사, 과학 농사와는 너무 거리가 먼 얘기 아닙니까?

문성휘:북한의 언론들은 뜨락또르로 밭을 갈고, 탈곡기로 벼가을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그러나 북한의 농업기계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도 못 된다고 봐야 합니다. 농장마다 등록되어 있는 뜨락또르나 탈곡기는 많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운흥군의 경우 21개의 농장이 있는데 1개 농장은 적게는 260정보(257.85ha), 많게는 320정보(297.52ha)의 밭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양강도 운흥군에 등록되어 있는 뜨락또르는 106대라고 하는데, 그중 당장 밭갈이가 가능한 뜨락또르는 20대 정도라는 것입니다. 지난 3월 4일 김정은은 양강도에 중국산 뜨락또르 100대를 선물로 보내주었는데요. 그 100대 중 운흥군에 차려진 뜨락또르는 8대라고 합니다. 그 8대까지 합쳐서 당장 밭을 갈 수 있는 뜨락또르가 20여 대밖에 안 된다는 건데요. 이게 왜 이렇냐 하면 북한의 농장들이 보유하고 있는 뜨락또르들은 모두 1980년대에 생산한 것들입니다.

1990년대부터 “금성뜨락또르공장”이 가동을 못해 뜨락또르를 생산하지 못하는 데다 1990년대 이후에 생산한 뜨락또르들은 중국산 부속품들을 들여와 조립한 것들이어서 지금은 고장이 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나마 밭을 갈 수 있는 뜨락또르들도 언제 고장이 날지 모른다는 거죠. 농업 기계화를 실현해야 과학 농사도 가능해지고요. 김정은 정권이 부지런히 쏘고 있는 미사일처럼 농기계, 자동차와 뜨락또르도 부지런히 만들어 시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