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주민 사이에 돌고 있는 김연자 영상 파일 속 노래 모두 금지
-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 북한 노래도 금지곡에 포함, 배경은?
- 노동자 파견할 새로운 중국 거래처 찾는 북한 당국
- 내부에서는 파견 노동자 신체검사… 검사 인원, '과거 인원보다 3배 많다'
오늘은 노래 얘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
김 기자 , 안 기자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한 가수는 누굽니까 ?
안창규 기자 : 저의 경우를 보면 북한에서 한국 노래를 자주 들었지만 가수가 누군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서 단독 공연을 하고 그 공연이 텔레비죤을 통해 전국에 중계된 유일한 가수 김연자 씨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지은 기자 : 제가 알기로는 백만송이 장미를 부른 심수봉이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때 조선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의 '최홍기'편에서 박정희 대통령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격 현장을 목격하는 심수봉에 대해 나오거든요. '백만송이 장미'는 원곡이 러시아로 한 때 러시아어로 많이 유행했습니다. 음악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노래를 다 부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입수한 자료를 보면 실제로 북한에서 유명한 남한 가수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김 기자가 얘기한 자료에 언급한 가수가 바로 김연자 씨인데요 . 북한에서는 가수 이름을 모르고 듣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 ' 김연자 ' 라는 이름을 딱 지명해서 부르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진 이유가 있을까요 .
김지은 기자 : 우선 지시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한국의 국정원과 경찰청에 해당하는 북한의 보위부와 안전부가 통제와 단속을 강화해 ‘공연 파일에 들어있는 김연자의 노래’를 듣지도 부르지도 못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김연자 씨는 북한에서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 공연했는데,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 돌고 있는 영상 파일에 수십 곡의 노래가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 파일은 두 공연을 합친 것으로 보이고, 이 파일이 들어간 모든 노래가 금지된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한 이후 남한의 노래, 영화, 도서, 그림 등을 단속했지만 김연자의 노래만큼은 계속 불렸다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김정일 위원장이 있는데요.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초청한 가수이기 때문에 공연 파일이 공공연히 돌고 주민들도 불러왔던 겁니다. 또 김연자의 노래가 북한 주민들의 정세에 잘 맞았기 때문에 단속 효과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노래가 금지되는지 곡명도 언급이 됐습니까 ?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공연 파일에 들어있는 노래는 모두 금지됐는데 '홀로 아리랑', '반갑습니다', '휘파람'이 금지곡으로 언급됐습니다. 남한 사람들도 잘 알고 있는 북한 노래라는 점, 남북 화해 분위기에서 남북이 같이 불렀던 노래도 금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남한 명소와 관련된 노래 '울산 타령' '경복궁 타령' '북악산의 노래'는 듣기만 해도 죄가 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남한에서 김연자는 흘러간 과거의 가수로 기억되지만 최근에 ' 아모르파티 ' 라는 노래로 젊은 세대들에게도 사랑을 크게 받았는데 이 노래도 북한 주민들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
김지은 기자 : 북한 주민들 사이에도 사랑받는 노래입니다. 혁명적이고 투쟁적인 노래만 강요당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로운 인간적 정서를 반영하면서 크게 사랑받는 애창곡이라고 하는데요.
노래 가사가 특히 주민들에게 와닿는다고 합니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 (중략) …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을 지금이야/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대로 가면 돼’ 라는 노랫말은 남한 사람들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어려운 생활 속에서 힘을 주는 노래입니다.
이번 지시로 주민들이 평소에 즐겨 부르는 노래는 대부분 금지됐지만 대신 요즘 북한 주민들이 귀가 아프도록 듣는 노래가 있다고요 . ' 친근한 어버이 ' 라는 노래라고 하는데 어떤 노래입니까 ?
김지은 기자 : 이 노래는 2021년 2월 16일,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 기념 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노래 '친근한 이름'을 '친근한 어버이'로 제목을 바꾸고 노랫말을 개사한 곡입니다.
노랫말에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후렴구인데 원곡의 ‘노래하자 김정일 우리의 지도자, 자랑하자 김정일 친근한 이름’ 중 ‘김정일’을 ‘김정은 위대한 령도자’로 모두 바뀌었습니다.
주민들은 집에서는 3방송 스피커로, 거리에서는 방송차로, 정기 학습 시간에는 이 노래를 부르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이뿐 아니라 전기가 올 때 TV를 틀면 또 노래가 나와서 ‘혈압이 터질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일을 찬양하면서 나왔던 노래로 대표적인 게 ' 쪽잠과 줴기밥 ' 인데요 , 이 노래가 나온 90 년대 말은 고난의 행군 시기였고 당시 배고픈 주민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절대 굶을 일이 없는 장군님을 걱정했다고 하죠 .
안창규 기자 : 고난의 행군 시기 김정일 찬양 가요나 '쪽잠과 줴기밥' 같은 '혁명 일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당국의 선전과 달리 김정일이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지 모르는 주민과 내막을 좀 아는 주민이 서로 달랐습니다.
선자의 경우 당국의 선전 대로 지도자인 김정은이 인민을 위해 차에서 쪽잠을 자고 노상에서 줴기밥을 먹으며 전국을 찾아다니며 헌신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결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그 많은 노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도자의 혁명 역사나 인민적 품성 등이 노동당 선전부에 의해 과장돼 서술되고 왜곡되는 현실에 분노하는 후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김지은 기자 : 지금 주민들은 당시보다 더 알고 있는 것이 많으니 반감을 가진 사람의 비율도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당에서 계속 강제로 주입시키고 부를만한 남한 노래는 다 차단시키니까 자연히 주민들의 입에 오르고 머리에 남는 노래는 매일 틀어주는 찬양곡입니다. 매일 듣다 보면 자연히 흥얼거리게 되고요.
‘쪽잠과 줴기밥’의 노랫말은 ‘장군님, 장군님 우리 아버지/ 우린 정말 몰랐습니다/ 장군님이 드시는 쪽잠에 줴기밥/ 줴기밥이 무언지 몰랐습니다’ 였는데, 당시 길에 굶어 죽은 사람들이 널려져 있는데도 주민들이 김정일을 걱정하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던 겁니다.
김정일도 줴기밥이 어떤 음식인지 알고 멋쩍었던지 사회적으로 그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거리에 떠돌며 굶어 죽어가는 꽃제비들이 ‘친근한 어버이’ 노래를 부르고 그 모습을 보는 주민들의 마음이 찢어 진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어느 어버이가 자식을 굶기고 자신의 배가 채울까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 중국에 진출한 무역 회사들이 새로운 대방을 찾고 있다고요 . 말하자면 새로운 거래선을 찾아 파견 노동자를 늘리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 가시적 성과는 있습니까 ?
안창규 기자 :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그 성과를 두가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현 상황이 현재 계약 실행 중인 중국 대방에게 월급을 인상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최근 노동자들의 월급을 더 주는 것으로 중국 대방과 계약을 다시 맺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높아진 월급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의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겠지만 당국으로서는 큰 성과입니다. 다음으로 북한 노동자를 새로, 혹은 추가로 고용할 중국 대방을 찾아내면 북한당국의 외화 수입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며칠 전 보도된 내용이지만 중국 요녕성 동강시의 한 의류 관련 중국 기업이 800명 규모의 북한 노동자를 새로 고용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노동자는 물론 관리성원까지 다 북한 주민으로 북한 회사가 공장을 운영해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는 중국 회사가 하는 식입니다.
이 계약에서 북한 노동자의 월급을 3000위안(413.47달러)으로 정했습니다. 계약이 실현되는 경우 800명의 북한 노동자가 버는 한달 수입 총액이 240만 위안(33만 700달러)에 달하는데 이중 50%만 국가에 상납한다고 해도 120만 위안(16만 4천달러)이라는 돈이 북한 당국의 수중에 들어가는 셈입니다.
북중 무역이나 인적 교류 모두 북한 당국이 필요한 부분만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는데요 , 이런 상태는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
안창규 기자 : 작년 말부터 적어서 4년, 길게는 7년동안 중국에서 일한 북한 노동자 일부가 귀국했습니다. 이들은 해외 생활, 즉 사상생활이나 조직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건강이 좋지 않거나, 가정 사정이 있는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해외에 파견할 노동자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은 간간이 보도되고 있지만 북한 노동자가 대량으로 중국에 파견됐다는 소식은 아직 전해진 게 없습니다..
중국 현지 소식통이 전한 데 따르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기로 한 중국 기업과 북한무역회사가 체결한 계약서에 북한 회사가 8월 말까지 필요한 인력을 중국에 입국시킨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8월말 이전에 과거 수준은 아니더라도 중국과의 인적 교류를 일정 한도로 북한이 허용할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 중국 회사는 이들의 장기 체류와 노동허가 수속을 맡는다는 내용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중국에 입국한 북한 노동자들이 장기 체류가 아니고, 또 노동 목적이 아닌 그 어떤 다른 용도의 비자를 이용해 중국에 입국하려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능합니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의 철도 운행도 재개하기로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중국에 나와 있는 노동자들을 언제까지 교대하지 않고 계속 일 시킬 수는 없는 만큼 조만간 대규모 인적 교류가 있을 거로 봅니다. 국경 차단이 주민통제에는 유리하지만 북한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국경 개방이 필수인 언젠가는 북한이 국경을 열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과거 수준이 아닌 필요할 때에만 한시적으로 국경을 개방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워낙 북한의 결정이 쉽게 바뀌는 만큼 결과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최근 파견을 앞둔 북한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
중국은 임금 문제가 있고 , 러시아는 전쟁으로 회피하는 사람도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지원자들 모집 상황은 어떻습니까 ?
김지은 기자 : 신체 검사장에 모인 인원의 규모만 놓고 보면 파견 노동자 숫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 병원 즉 의학 대학 병원에 검사를 위해 약 100명의 청년들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과거에는 30명 정도의 인원이 목격됐습니다.
특히 함경북도의 경우 신체검사 대열에 40대 정도의 남성들까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대량 인원을 선발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선발 대상은 해외에 나가가 싫어도 다른 선택이 크게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외부 세계와 다릅니다. 공장 기업소들에 국가에서 어떤 국가 대상 건설이 제기되니 몇 명을 선발해 보내라는 폰트가 내려오면 조직적으로 인원수를 선발하는데 안 가면 그 공장에서 견디기 어렵게 됩니다.
또 공장 기업소에서 일해도 돌격대 등으로 선발돼 외지를 떠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라리 외국에 나가면 배는 곯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으니 해외 파견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신체 검사에서는 대부분 집단 생활에 전염병을 일으킬 개방성 결핵이나 급성 간염이 있는지를 확인했는데 큰 문제가 없는 이상 대부분 통과합니다. 특히 이날 검사에 나온 청장년 남성들은 러시아 파견 대상으로 “이들은 앞으로 러시아에서 무너진 건물을 새로 건설하게 되며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임대 받은 토지에서 콩, 밀, 강냉이 농사를 짓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파다하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탈북 파견 노동자들을 만나면 얼마나 노동 환경이 열악하고 일이 힘들었나를 설명하는데항상 끝에는 " 그래도 먹는 건 잘 먹었다 " 고 합니다 . 북한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합니다 .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지은 ,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
김지은,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 지금 북한은 >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