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한 이모작, 그림의 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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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올해 북한의 농사는 삼중고입니다. 대규모 인원 동원을 힘들게 만든 코로나 비루스 확산, 여기에 가뭄까지 심한 상태죠. 그리고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당국의 농업 정책도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중앙의 무리한 이모작 정책 때문에 모내기가 늦어지고 코로나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결핵 환자는 치료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으로 확인됩니다.

<지금 북한은> 오늘은 김지은, 안창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안창규 기자 : 안녕하세요.

지금은 모내기를 마치고 한창 김매기 할 땐데요 . 한국의 모내기는 진작 마무리가 됐는데, 북한은 이제 끝나간다고요. 김 기자, 안 기자! 북한의 올해 모내기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북한의 모내기는 남한과 시기 차이가 있습니다. 지리상 차이도 있지만 올해는 특히 코로나 최대비상체제가 겹쳐 북한의 모내기가 더 늦어지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모내기철이 다 끝나가지만 북한의 기본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서는 모내기를 절반도 못한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늦어도 이번주까지 모내기를 무조건 끝내야지 더 늦어지면 올해 벼의 정보당 수확고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 비루스 확산으로 인한 봉쇄로 보이는데요. 북한의 벼 모내기 최적기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5월 15일부터 6월 15일입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확진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시점이 5월 12일이죠. 모내기 철을 바로 앞둔 시기에 ‘국가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며 주민들의 이동을 봉쇄함으로써 모내기 철에 농촌동원령을 내릴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가 6월 중순까지도 모내기를 절반도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북한은 코로나 최대비상체제 18일만에 봉쇄를 부분 해제하고 뒤늦게 모내기 총동원령을 하달하였습니다. 하지만 때늦은 조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안창규 기자 :네, 저도 김지은 기자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해에 비해 모내기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은 분명해 보입니다. 북한은 모내기를 전투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모내기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볼 수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 봉쇄로 주민 이동이 모두 차단되면서 모내기를 도울 충분한 지원인력이 농촌에 투입되지 못했는데, 이것이 올해 북한에서 모내기가 늦어지고 있는 가장 주요한 이유로 파악됩니다.

김지은 기자는 올해 모내기가 북한 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한 이모작 때문에 늦어진다는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 북한은 과거에도 이모작을 해왔지 않습니까, 올해 좀 특별한 상황이 있는 건가요?

김지은 기자 :네. 과거에도 북한은 이모작을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전에는 중국으로부터 비료나 각종 기계, 비닐박막 등을 들여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모작을 하고 있는 건데요. 지난 1월 27일 농업근로자동맹 제9차 대회에서 밝힌 총비서의 '다수확 품종을 적극 받아들이고 알곡 대 알곡 위주로 하는 두벌 농사를 하면서 앞뒤그루 농사에서 다같이 옹근소출을 내야 한다'는 서한에 따라 북한은 올해 농장마다 이모작 운동을 더 힘차게 벌여왔습니다.

원래 감자는 알곡으로 치지 않습니다. 감자의 뒷그루로 옥수수를 심기는 했습니다. 그렇게 이모작, 삼모작을 추진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지금은 벼와 보리, 벼와 밀을 이모작으로 하라고 하니까 기술적으로, 인력적으로,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상황인 겁니다.

여건이 따라준다면 이모작은 이상적인 농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김정은식 다수확 체계에는 이모작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없습니다. 우선 이모작농사에 필요한 것은 밭, 그리고 수확에 필요한 기계, 비료 등인데요. 남한의 경우에도 이모작은 앞그루 작물을 제때 수확할 수 있도록 기계 동원이 필수적이고 비료가 보장돼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것들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내놓은 이모작 정책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결국 이모작도 코로나 비루스가 확산되면서 영향이 있었네요 . 만약에 올해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이모작 농사, 가능했을까요?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김지은 기자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북한이 알곡 생산 구조를 바꾸겠다며 강하게 추진한 올해의 이모작은 실패했다는 내부의 평가가 나옵니다. 벼와 강냉이는 북한의 알곡 생산에서 최고의 수확고를 자랑하는 작물입니다. 벼는 정보당 평균 5t에서 최고로 잘 나왔을 때는8t, 강냉이(옥수수)는 정보당 6t~10t인데 대부분의 협동농장에서 최고 수확고를 내지 못하고 최저 수준의 수확고도 달성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또 앞에서 설명했지만 코로나 비루스 확산으로 봉쇄조치가 발령되며 밀, 보리 수확이 늦어지고 모내기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미 수확량이 많은 늦벼종자를 심지 못하고 이제는 수확량이 적지만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올벼종으로 심어야 하는 데 그것마저도 제철이 지나 농장원들의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코로나 비루스의 확산이 올해 모내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가 아니었다고 해도 모든 것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모작은 힘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안창규 기자 :여건만 된다면 이모작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만 김 기자 말씀대로 필요한 것들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문제입니다. 북한 협동농장들은 올해 코로나 감염이 공개되고 봉쇄조치가 있기 전에 이미 앞그루 밀과 보리 파종은 끝낸 상황이었습니다. 밀, 보리는 손이 많이 가지 않아 비록 수확량은 적지만 옥수수에 비해 농사짓기 쉬운 작물입니다. 다만 4월과 5월 초에 북한 함경남도,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등 주요 곡창지대에 50년 만에 처음 보는 봄가뭄을 겪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앙기관 사무원들까지 총동원해 등짐으로 밀, 보리밭에 물주기를 하면서 애썼지만 수확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안 기자의 보도 역시 중앙에서 밀 농사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 북한 당국이 시, 군 양정사업소에 제분기를 비롯해 밀 가공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안창규 기자 :네, 작년 12월 말에 개최된 노동당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주민들의 식생활 문화를 흰 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꾸겠다며 벼와 밀 농사 방침을 제시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농업정책에서 벼와 옥수수 위주의 알곡생산 구조가 벼와 밀로 바뀐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각 협동농장들에 밀, 보리 파종 면적을 두 배로 늘릴 데 대한 지시가 하달되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밀 농사가 추진되었습니다.

북한은 오래전에 주민들에게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번에 주민들이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들으면서 김일성의 ‘흰쌀밥과 고깃국’ 주장이 떠올랐습니다. 김일성이 ‘흰쌀밥과 고깃국’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다면 김정은은 이제 ‘밀가루’를 약속한 것입니다. 옥수수 음식 대신 밀가루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북한주민 누구나 좋아할 겁니다. 옥수수 밥은 뜨거울 때는 괜찮지만 식으면 딱딱해 씹기가 힘들고 소화도 잘 되지 않습니다.

밀, 보리 농사 정책을 제시한 김정은은 8기 4차 노동당 전원회의 이후 여러 기회에 양정사업소들의 양곡가공설비 현대화를 강조한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또 설비의 현대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주민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양정사업소들이 주민들에게 밀가루를 공급할 수 있게 제분기를 비롯한 밀 가공에 필요한 현대화된 설비를 설치할 데 대한 지시가 하달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소식통은 ‘정미기와 제진장치 등 설비효율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제분기도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전했는데요. 다만 이 같은 설비를 중앙의 지원 없이, 양정사업소의 자체의 힘으로 꾸려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각 양정사업소에도 이미 제분기가 있고요 . 제분 등의 통곡물의 가공은 양정사업소보다는 동네에 있는 개인들이 운영하는 제분소(국수 방앗간)에서 해오지 않았습니까? 이 때문에 제분소를 운영하는 개인들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중앙에서 정책을 결정해 시행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혼란이 생기는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안 기자, 이번 결정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안창규 기자 :네, 맞습니다. 제분기를 가지고 있는 양정사업소도 있긴 하지만 주민들은 집 가까운 곳에 있는 개인 제분소를 이용해 왔습니다. 제분소는 떡을 해먹으려는 주민들로 명절 전에 가장 붐비고, 평시에는 가루보다 국수를 많이 누릅니다. 북한에 저녁 한끼로 옥수수 국수를 먹는 가정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제분소들이 일감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분소의 설비는 1950~6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만약 국영기업인 양정사업소에 새로운 제분기가 설치된다면 개인 제분소에 비해 규모가 크고, 전력 공급과 설비가 좋을 것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개인 제분소를 운영하는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양에서만 살아온 김정은과 노동당의 고위 정책 작성자들이 단 한번이라도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는 제분소에 가본 적이 있을까요?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제분소의 운영 현황 같은 것도 잘 모를 것은 뻔하고요. 저는 양정사업소들이 없는 돈과 물자를 들여 제분기를 설치하게 하지 말고 수확한 통밀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거나 팔아주면 된다고 봅니다. 주민들이 자기 필요에 맞게 제분소에 가서 가루를 내 빵이나 전 같은 것을 부쳐 먹을 수 있고, 혹은 밀로 국수를 눌러 먹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밀가루 음식을 먹는 주민도 좋고, 제분소 운영자도 손님이 많이 와 좋을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조치는 밑바닥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 행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와중에도 코로나를 이용해 농촌 동원에서 빠지는 인원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 열 나는 것으로만 코로나 비루스 감염 여부를 결정하는 방역의 허점인 듯한데요. 김 기자, 코로나를 이용해 농촌 동원에 빠지는 인원이 늘고 있다고요?

김지은 기자 :예, 그렇습니다. 농촌동원이란 게 원래 아무 대가도 없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강제성 무상노동입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든 농촌동원에서 빠질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데요. 때마침 코로나확진사태로 인한 최대비상방역체제라는 봉쇄령이 내려졌고 이런 상황을 일반 주민들은 물론 농사를 지어야 할 농장원들마저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의 코로나 비루스 감염 여부는 체온기에 의한 발열 체크로 결정되다 보니 대부분의 코로나 환자들은 의사의 진단에 의해서 정해집니다. 담당 지역의 검진 의사 소견만 있으면 15일이라는 격리 기간에 힘든 농촌동원에서 빠질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열이 난다고 하면서 의사에게 식량 20킬로정도의 현금이나 현물을 뇌물로 고이고 코로나 진단을 받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의사와 주민간에 몰래 벌이는 일이어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분명히 주변의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 진단을 받고 농촌동원에 나가지 않으니 해당 기관에 신고하고 사법일꾼들은 신고가 들어온 집을 찾아다니며 조사하는 복잡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법일꾼들 속에서도 뇌물을 받고 조사건을 무마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자각적인 참여가 없이 어떻게 농사가 바로 되겠습니까. 농사는 어느 누구의 명령과 지시에 의해 억지로 하기보다 농사의 주인인 농민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당국은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해 주는 게 알곡 증산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본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 농사만큼이라도 현장에 맡긴다면 많은 게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소식도 코로나와 관련 있는데요. 북한에서 고질적으로 오랫동안 인민들을 괴롭혀 온 병이 결핵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 기자, 코로나 봉쇄 이후 북한의 결핵 환자들이 오히려 증가했다고요?

안창규 기자 :네, 최근 북한이 코로나 감염을 떠드는 사이에 지방의 결핵병원에 환자가 넘쳐나고 있다고 다수의 소식통이 전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부족에 의한 병으로 알려진 결핵은 북한에서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결핵을 예방하자면 전염성 폐결핵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격리하고,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하는데 북한에는 결핵 치료제가 부족합니다. 또 북한의 지방들에서는 엑스레이 촬영으로 결핵 진단을 받는 것 외에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며칠 전 RFA는 세계보건기구가 지난해 말까지 북한에 일련의 필수 의약품을 보냈다고 보도했는데 그 물량이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유엔과 각 나라들이 대량으로 북한에 의약품을 지원하던 시기 물량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북한에 지원된 도쯔 결핵약 세트가 환자들에게 제대로 배분되지 않았습니다.

한 북한 주민은 2008년, 결핵을 진단 받은 동생의 병세가 심각했지만 약을 구할 수 없어 군대에서 연대장을 하는 친척을 통해 군부 병원에서 결핵약을 구입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주민들은 결핵약을 자신이 스스로 구해 먹습니다. 특히 결핵은 3~6개월씩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북한에서 일반 결핵 환자가 장기간 먹을 약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전에는 이렇게라도 중국산 결핵 치료제를 구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 봉쇄로 모든 것이 차단되면서 북한 내에서 결핵 약이 부족한 데다가 식량부족이 겹치면서 충분한 영양섭취를 못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결핵이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 당국이 코로나 감염 차단에 모든 재원을 집중하면서 결핵과 같은 다른 병에 대한 대응이 약화된 것도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결론적으로 2년 넘게 이어진 강력한 코로나 봉쇄가 코로나는 막았을 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결핵 환자는 증가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한국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북한에 의료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계속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외면한다면 코로나 환자도, 결핵 환자도 줄어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오늘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예진,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기자 김지은,안창규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