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폭우에 날아간 새 살림집 지붕은 중국산?
-장마가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미치는 영향
-북, 임진강 댐 무단 방류는 해도 이물질 테러는 못할 듯
아직 장마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얼마 전 북한 양강도 농촌에서는 폭우에 지붕까지 날아갔다고 합니다. 폭우 탓만은 아닌 것 같죠. 한편, 북한 당국은 올해 유독 자연자해 대비책을 강조하며 세금까지 걷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이예진: 최근 양강도 농촌에 국지성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고 합니다. 문성휘 기자, 제방이나 농작물은 그렇다 쳐도 지난해 신축한 살림집 지붕이 날아갔다는 건 공사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닙니까?
문성휘: 네. 문제가 있죠. 남한도 국지성 폭우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북한은 워낙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약간의 폭우에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양강도는 여태껏 가물다가 지난 6월 24일, 비가 좀 내렸는데요. 여기에 더해 29일에는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게 워낙 국지성 폭우이다 보니 양강도 전반에 피해를 준 것이 아니고, 양강도와 함경북도 경계에 있는 시, 군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양강도 보천군과 삼지연시, 백암군과 운흥군 일대에 강한 바람을 동반한 많은 폭우가 쏟아졌고, 따라서 피해도 이런 지역들에 집중되었다고 합니다. 살림집 지붕까지 날아갔다는 건 바람이 매우 거셌던 탓도 있지만 살림집 건설에 문제가 많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북한의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었지만 양강도는 지난해 자체의 힘으로 농촌살림집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진척되지 않자 중앙의 조치로 지난해 7월부터 전국 당원돌격대가 살림집 건설을 이어받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중순, 시범적으로 건설한 농촌살림집에서 상수도관이 터져 벽체가 허물어지고, 바닥이 파손되는 등 여러 가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을 강행해 지난해 10월 4일, 양강도의 각 군에서 농촌살림집 입주행사가 동시에 진행되었는데요. 시범적으로 건설했다는 살림집도 변변치 못했으니 새 살림집에 입주하는 주민들의 불안은 컸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겨울철에 접어들자 벽체에 성에가 끼고 벽지가 떨어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이런 살림집에 아무런 보강 대책이 없다 보니 올해 역시 국지성 폭우에 의한 피해가 속출했다는 건데요.
사실 북한의 농촌살림집들은 지붕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산 철판 기와도 문제이고, 북한이 자체로 만든 철판 기와도 문제라는 건데요. 중국산 철판 기와의 경우 얇은 아연강판에 페인트를 칠해 만든 기와입니다. 북한산 철판기와는 황해제철과 청진제강소에서 생산한 강판에 페인트를 칠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요. 중국산 철판은 아연 강판이니 녹이 쓸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강판이 종잇장처럼 매우 얇다는 건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산 철판 기와들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펄럭거리며 날아가 버리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자체로 만든 철판 기와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얇은 중국산 철판 기와보다 북한에서 자체로 만든 철판 기와를 더 선호하는데요. 철판이 두꺼워 바람에 잘 날아가지 않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만든 철판 기와는 아연강판이 아닌 일반 철판이라는 겁니다. 일반 철판으로 기와를 만들다 보니 녹이 쓸어 오래 견딜 수가 없다는 겁니다. 철판 기와를 오래 사용하려면 특수 페인트로 자주 보강공사를 해야 하는데 북한은 일반 페인트도 생산을 못해 모두 중국산입니다. 농촌 살림집에 사는 주민들은 철판 기와를 보강할 페인트를 살 여력이 없다는 거죠. 거기다 살림집 기초도 부실해 벽체에 금이 가는 등 농촌살림집에 대한 우려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형편입니다.
이예진: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본격적인 장마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겁니다. 문 기자 기사를 보면 현재 건설 중인 농촌 살림집들 중에도 벽이 무너져 내렸다고 하는데, 현재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지방에 건설 중인 사업이 꽤 되지 않습니까? 앞으로 닥칠 장마와 태풍, 폭우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을지 의문이네요.
문성휘: 장마와 태풍, 폭우에 견디려면 살림집의 기초가 튼튼해야 하고 벽체가 규정대로 건설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지방공업공장들이나 농촌살림집들도 기초는 물론 벽체도 마구잡이입니다. 얼마 전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지방공업공장 건설 상황을 분석했는데요. 북한의 언론들이 떠드는 것과는 달리 지방공업공장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이같은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는데요. 지방공업공장 건설 상황은 위성사진만 보고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소식통들은 자재만 충분히 준비되면 건물을 일떠세우는 건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북한 당국은 현재 지방의 공장기업소, 인민반을 동원해 농촌살림집과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필요한 블로크(벽돌)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블로크만 넉넉히 마련되면 벽체는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쌓을 수 있다는 건데요.
문제는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담당한 인민군 각 군단 124연대가 주민들이 만든 건설용 블로크를 사용하지 못하겠다고 강력히 항의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들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블로크에 흙모래가 너무 많은데다 시멘트가 정해진 양만큼 들어가지 않아 강도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모래를 채취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모래 채취를 위한 도구나 운반 수단도 변변치 않다 보니 주민들은 흙이 많이 섞인 모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시멘트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시멘트를 구하지 못해 살림집 보수도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장마철을 비롯해 습한 날씨에는 습기를 머금은 벽체가 상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릴 위험성까지 대단히 높은데요. 농촌살림집과 지방공업공장의 벽체를 이룰 블로크부터 이렇게 부실하게 만들어지다 보니 장마로 많은 비가 내리든지,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라도 들이닥치면 온갖 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입니다.
이예진: 대비책이라는 게 결국은 북한 주민들만 달달 볶는 일이 아닌가 싶은데요. 북한 당국이 올해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대해서는 염려가 큰가 봅니다. 손혜민 기자, 올해는 큰물 피해 대책으로 세금까지 부과했다고요?
손혜민: 그렇습니다. 큰물 피해를 사전에 막으라며 농민 1인당 새끼줄 100미터를 바치라, 장대 10대 바치라고 하더니 현금까지 부과했는데요. 저지대 논밭에 양수기를 설치해 장마로 불어난 물을 뽑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양수기를 가동할 연료를 국가에서 공급하지 않고 큰물 피해만 막으라고 다그치니, 그 비용이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으로 돌아온 거죠.
지방을 발전시켜 인민생활을 높이겠다며 농업 부문을 강조하면서도 아무런 조건을 보장하지 않으니 농촌간부들은 자재와 연료 등 큰물 피해 관련 비용을 농민 세부담으로 부과하고 있어 농민들의 생계가 가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퇴근 이후 부과된 과제를 수행해야 하니 여가시간이 없어진 건데요. 농민들에게 여가시간은 생계와 연결된 수익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농촌에서는 농가마다 심어놓은 뒷뜰 살구나무나 복숭아나무에서 살구와 복숭아를 따게 됩니다. 그것을 시내로 이동하여 장마당에 팔아 식량을 사거든요. 또 텃밭에서 재배한 오이나 고추도 장마당에 넘기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데요. 큰물 피해 전투에 농민 부담이 계속 늘어나고 여가시간도 없어져 농민들의 불만이 터지는 겁니다. 특히 농민들도 홍수에 살림집이 잠기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겠는데 말입니다.
이예진: 북한 당국이 해마다 장마와 폭우,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매해 큰 피해를 입고 있죠. 하지만 올해 유난히 예방 사업에 사활을 거는 모습인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손혜민: 실패한 정책을 만회하려는 것입니다. 집권 초기 김정은은 공식석상에서 다시는 인민들이 배를 곯게 하지 않겠다고 선포했지만 실패했죠. 현재 민생은 더 어렵습니다. 악화된 민생으로 체제 이반 현상이 심각해지자 김정은은2022년 인민경제발전 12개 중요 고지를 발표했는데, 첫 번째 목표가 알곡생산 증산입니다. 식량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민심 다잡기에 나선 것인데요. 올해 또 다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지방발전 20X10 정책'이 발표된 것도 같은 연장선입니다.
인민생활 문제를 해결하려면 먹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업이 발전하여 알곡 생산을 늘려야 합니다. 그러자면 자연재해를 막아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인데요. 지난해 농사가 잘되어 농민들에게 결산분배를 주게 되었다고 북한이 선전했는데, 그 원인은 큰물과 가뭄 등 자연재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부터 북한은 지난해와 똑같이 올해도 국가비상재해대책위원회를 시, 군별 조직하고 각 농장마다 큰물에 의한 위험 개소들을 빠짐없이 찾아 대책을 세우도록 강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장마에서 각 농장들이 자연재해를 예방하지 못하면 농장 간부들이 출당 철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왜냐면,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8기 10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은 현재까지는 올해 농사 형편이 괜찮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말은 이제부터 각 농장마다 큰물과 태풍 등 자연재해를 막아내지 못하면, 알곡수확고가 떨어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경고나 같습니다. 농장 관리위원장은 물론 각 시, 군 농촌경영위원회 간부들도 초긴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예진: 장마에 대한 각종 대비책을 내놓고 있는 남한에서 대비를 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죠. 바로 북한의 ‘묻지마 방류’입니다. 장마가 시작되면 북한이 예고도 없이 댐 수문을 열고 있는데, 최근에 이미 무단 방류를 한 것으로 포착됐습니다. 2009년 북한의 황강댐 기습 방류로 연천군 주민 6명이 숨진 사건 이후로 댐 방류 시 사전통보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합의사항을 이행한 건 몇 번 안 되죠. 더구나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악의적인 방류와 오물 풍선을 대신하는 이물질을 떠내려 보낼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두 기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문성휘: 최근 북한이 남한을 향해 수천 개의 오물 풍선들을 내려 보내 국제적으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장마철 북한에서 남한으로 흐르는 북한강을 통해 이물질 테러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마철 북한이 의도적으로 남한에 이물질 테러를 감행할 경우 너무도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물론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세계 최강국의 대열에 우뚝 선 남한의 보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이 돌발적인 상황에 의해 테러가 테러를 낳는 마당으로 변하게 될 경우 결국 승자는 압도적인 기술, 과학적 우위에 있는 자에게 차례지기 마련입니다. 핵 만능주의를 그토록 떠들던 김정은 정권이 오늘날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세계와 벽을 쌓으며 더욱 고립주의에 광분하는 이유는 과학기술은 물론, 사상적으로, 물질문화적으로 남한을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한의 단호한 대응에 오물풍선 테러도 주춤하는 북한이 장마철 이물질을 통한 테러는 더욱 주춤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손혜민: 북한만큼 무책임한 국가가 또 어데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통보도 하지 않고 임진강 황강댐 방류를 강행했다는 소식에 저도 놀랐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북러 관계와는 반대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방류를 통한 이물질을 고의적으로 떠내려 보낼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오물 풍선을 대신하는 이물질 방류에는 한번 더 고심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물질 방류는 군사적 대결보다 한국 시민의 삶과 연결되므로 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질 것이고, 그러면 대북제재 확대를 자처하게 됨으로써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 회생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