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명절 햇사과 공급, 김정은 평양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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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추석 잘 보내셨습니까? 올해 남한에서는 추석연휴로 나흘간 쉴 수 있었는데요. 북한에서도 9.9절이 끼어 있어 연휴였죠.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맞는 명절은 오히려 서글픈 날이 되기도 하죠. 남한의 추석 연휴 첫날, 북한이 공세적 성격의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관련 소식,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손혜민, 안창규 기자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안창규 기자: 안녕하세요.

- 손 기자, 북한의 이번 추석 사정은 어떤 것으로 전해집니까? 제사상에 쌀밥 한 그릇 올리는 게 버거운 주민들이 많았다… 이렇게 보도했는데요.

손혜민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추석은 북한 주민들이 가장 중시하는 명절입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산소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잘살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날이거든요. 북한이 중시하는 김일성 생일, 김정일 생일 등 정치적 성격을 띠는 국가 공휴일과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달리 말하면 수령보다 조상을 우상화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기원하는 날이 추석인데요. 그래서 주민들은 추석이 다가오는 몇 개월 전부터 장마당에서 매일 버는 돈이나 쌀의 일부를 된장 단지에 저축해 두었다가 추석 제사상 비용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봉쇄 후 주민들이 맞이하는 세 번째 추석입니다. 안팎으로 봉쇄되어 장마당 장사가 위축되다 보니 하루 세끼 식량도 벌 수 없는 것이 지금 북한의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 추석에는 알뜰하게 저축하던 돈과 쌀이 없으니 추석 제사상 쌀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가슴만 쓸어 내리는 겁니다.

평안북도 용천군 진흥리 한 주민도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쌀밥 한 그릇 지어 올릴 여유가 없어 부모님 산소에 올라가지 못하는 주민들이 대다수”라고 전했는데요. 용천은 국경 도시거든요. 특히 용천에서도 진흥리는 대북제재 속에서도 밀수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던 항구가 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바다 밀수와 서해바다 고기잡이 등으로 생활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인 거죠. 그런데 코로나 봉쇄로 “바다를 뜯어먹던 사람들이 손발이 묶이다 보니, 추석날 쌀 밥 한 그릇이 없어 빈손으로 산소에 올라 절만 하고 내려온 상황이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인데요. 지역적 차이가 있겠지만요. 밀수 항구 지역이 이 정도면 북한 지역 대다수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손 기자, 보도에서 평안남도 성천군 장마당에서 판매하는 햅쌀 가격이 1킬로에 8천원이라고 하셨는데요. 지난달까지 북한 쌀값은 6천원 초 중반 선 아니었습니까? 많이 올랐네요. 물가 상황은 어떻습니까?

손혜민 기자 : 전반적으로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지난 8월 초, 북한 전국 시장에서 식량 가격은 7천원 초반까지 반짝 폭등했죠. 그러다 러시아 밀가루가 수입되고 중국 쌀과 옥수수 등이 선박으로 수입되면서 8월 하순부터는 식량 폭등세가 멈췄습니다.

현재 평안남도 평성을 비롯한 성천 장마당에서 쌀 1킬로그램 가격은 6,100원(0.75달러), 옥수수 1킬로그램 가격은 2,800원(0.34달러)입니다. 환율은 1달러에 8,100원, 1위안에 850위안인데요. 덧붙여 설명한다면 요즘 시장 환율도 지역별 차이가 큰데, 이 역시 불안정한 시장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햅쌀 가격은 추석 이틀 전만 해도 8천원(0.98달러)이었으나 추석 전날에는 8,500원~9천원(1.04~1.1달러)에 판매되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추석 즈음에만 나오는 햅쌀은 올해만 비싼 것이 아닙니다. 추석이 다가오면 협동농장에서 잘 익은 논벼를 먼저 가을해 시장상품으로 햅쌀을 비싸게 내놓는데요. 문제는 북한 시장에서 쌀값이 상승하면 돼지고기, 과일 등 물가가 덩달아 오릅니다. 남한은 의식주라고 하지만, 북한은 식의주라고 하는데요. 즉 먹는 문제가 우선이고 시장 물가는 쌀값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추석 전날 돼지고기 1킬로그램 가격이 내화 2만5천원(3달러)이었는데요. 이 가격은 쌀 4키로 값이죠. 만약 쌀 1킬로그램 가격이 5천원이거나 그 이하라면 돼지고기 가격도 2만원, 혹은 그 이하로 내려갑니다. 그 원인은 주로 돼지 사료로 사용되는 모주(술지게미)의 원천이 알곡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식량 수급이 안정된다면 북한의 물가 안정도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 북한은 햅쌀과 묵은 쌀 가격 차이가 크네요. 그렇다면… 첫물 과일의 가격은 어떻습니까? 남한에선 추석 차례상에는 첫물 과일 즉 햇과일이 올라가긴 하지만 보통 때 큰 의미는 없는데요. 북한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안창규 기자 : 북한에서 첫물 과일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그해에 처음으로 수확한 과일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첫물 과일은 기본 수확기에 딴 과일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돈 없는 일반 주민들은 감히 첫물 과일이나 첫물 채소를 사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손혜민 기자 : 북한의 쌀과 과일의 가격은 각각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은데요. 쌀은 햅쌀이냐 묵은 쌀이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분명하지만 과일은 다르기 때문이죠. 오히려 저장했다가 겨울에 파는 사과는 첫물 사과보다 두세 배 비싸거든요. 또 첫물 과일도 어디서 어떻게 누가 재배했고, 과일 품종이 무엇이냐에 따라 선호도와 가격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내륙지역에서 6월 중순 첫물 과일로 시장에 나오는 살구를 본다면요. 농민들이 살고 있는 살림집마다 살구나무가 있기 때문에 살구철에는 장마당에 살구 바다가 됩니다. 즉, 첫물 살구라고 해도 공급량이 많아 1킬로그램 가격이 내화 1,000~1,300원입니다. 과일철이 오면 빵장사꾼들이 울상이라는 말이 이로부터 유래된 것이죠. 비싼 빵을 사 먹느니 낱개로 판매하는 살구를 사 먹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7월 중순부터 시장에 등장하는 회령 특산물 백살구는 첫물부터 비쌉니다. 회령시 과수농장에서 재배되는 것이죠. 일반 살구보다 품종이 큰데다 향기가 독특하고 맛도 달콤해 수요가 높으니까 가격이 높은 것입니다. 내륙으로 유통되어 판매되는 백살구 1키로 가격은 운송 거리에 따라 내화 4천원~1만 2천원까지 올라갑니다.

이번에는 사과를 보겠습니다. 흔히 북한 주민들이 대중적으로 인식하는 사과는 데리샤스, 국광, 홍옥 등이죠. 이게 일본말이거든요. 일본 외래어를 없애고 과일 품종명을 그 지역 이름을 따서 지으라는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데리샤스는 허천 사과, 국광은 북청 사과, 홍옥은 황주 사과입니다.

즉, 함경남도 북청군과 황해남도 과일군 등이 대표적인 사과 고장이었으나 2010년 평양 외곽지역에 대동강과수종합농장이 완공되었습니다. 평안남도 숙천군에도 과수농장이 운영되는데요. 각 지역농장마다 사과 품종과 재배 방식이 다르므로 맛 역시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북청 사과는 껍질이 두꺼워 첫물이라고 해도 황주사과보다 싸지만 저장용 사과로 수요가 높거든요.

전국의 과수농장에서 수확한 첫물 사과는 재배 방식에 따라 1등품, 2등품, 3등품 등으로 분류합니다. 북한 당국이 전국의 과수농장 과일의 맛과 품질을 비교해 1등부터 32등까지 매겼다는 보도도 있었죠. 대동강과수종합농장이 1등, 황해남도 과일군과수농장이 2등, 함경남도 북청군과수농장이 3등을 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1등품 사과 품종에서도 중앙당간부들에게 공급되는 사과나무에는 비료대용으로 설탕 등을 주기 때문에 사과 맛이 또 다릅니다. 특등품이라고 봐야겠죠. 특등품 사과와 1등품 첫물 사과는 시장에서 한 알 당 내화 3천원~5천원, 일반 사과는 1키로에 3천원이죠.

-국광, 홍옥 등은 남한에서도 팔리는 품종입니다. 예상보다 북한에도 과일 품종이나 판매가 다양하네요. 첫물 사과를 여쭤본 이유는 추석을 맞아 평양 주민들에게 첫물 사과가 공급됐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안 기자, 7월 중순에는 첫물 복숭아가 공급되더니 이번에는 사과네요?

안창규 기자 : 북한은 지난 8월 25일부터 평양시 각 동에 있는 과일남새(채소)상점을 통해 전체 주민세대에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서 수확한 첫물 사과를 공급했습니다. 정확한 공급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번과 같은 특별 공급은 통상 국정가격입니다.

물론 한 사람당 4~5알이 겨우 공급되는 수준이지만 지난 7월에 황해남도 과일군에서 딴 햇복숭아 공급에 이어 올해 국가창건일과 추석을 맞아 김정은의 뜨거운 사랑이라며 사과를 공급했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처럼 평양시민들에게는 매년 관례처럼 평양과 지방에서 수확한 복숭아와 사과, 배를 비롯한 과일이 공급되는데요, 반면 지방 주민들에게는 단 한번도 공급된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난달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에서 논의된 ‘수도시민 생활보장’과 연관성이 있는 조치로 보이는데요. 이런 조치를 다른 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평양의 특권을 인정한다고 해도 분명 차별적인 조치로 보이거든요? 심지어 평양에서 공급되는 과일들은 다른 지방 주민들이 농사 지은 것 아닙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은 2007년부터 평양시 삼석구역 원흥지구 1,000정보 면적의 대규모 과수농장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농장이 완성된 2009년까지 3년간 지방의 각 공장 기업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과수농장 건설에 돌격대로 동원되었으며 전국의 가정 세대들도 당국의 강요로 수차 지원금과 지원물자를 보냈습니다.

대동강과수종합농장이나 황해남도 과일군에 있는 과수농장도 다 지방주민들의 땀과 노력으로 건설된 것입니다.

농장을 건설하는 전 기간 북한 당국은 앞으로 여기서 생산되는 사과, 복숭아, 배를 비롯한 과일을 전국에 공급하게 된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확한 과일이 간부들과 평양 시민들에게만 공급되니 지방 주민들이 노동당이 자신들을 속였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미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방의 많은 주민들 속에서 “평양 주민만 공화국 공민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역대적으로 지방을 수탈해 평양만 챙겨온 노동당에 대해 “조선노동당을 평양노동당으로 명칭을 고쳐야 한다”며 당국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첫물 복숭아 공급 같은 경우에는 북한 언론에서도 보도했습니다. 기사에서는 연도에 나와서 주민들이 박수치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평양을 특별히 챙긴다는 걸 오히려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 기자,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도 그렇고 최근 부쩍 평양을 챙기는 모습을 강조하는 배경,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안창규 기자 : 북한 당국이 전체 인구의 약 8분의 1정도 되는 평양 시민들만 챙겨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방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만 평양 주민들에게는 식량배급과 명절공급, 생필품 공급 그리고 전기공급을 비롯해 다양한 생활상 혜택이 보장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엄청난 차별이지요.

북한 당국이 평양만 챙기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평양을 가리켜 '조선의 심장'이라고 합니다. 즉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 있는 곳이고 노동당과 내각을 비롯해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각 중앙기관 100%가 주재하고 있는 곳이라는 것이지요.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평양주민의 구성을 보면 엘리트이거나 핵심계층으로 북한체제의 주요 지지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평양에 식량 등 사회주의 공급 시스템의 혜택을 유지해 엘리트와 핵심 계층의 지지를 확고히 하는 한편,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외교관과 외국 관광객들을 통해 체제 존재를 과시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평양을 챙기므로써 핵심 지지층의 내부 결속을 다지고 공고함과 존재감을 외부에 보여주려는 의도인 것이지요.

- 평양 공화국이라는 별칭이 괜히 나온 건 아니겠죠. 이건 좀 다른 얘기일 수 있는데요, 이번 햇복숭아를 수확한 곳이 황해남도 과일군이죠? 한국에서는 듣는 사람마다 재밌다고 말하는 북한 지명인데요, 과일 생산으로 유명한 지역이잖아요. 손 기자! 북쪽의 과일 유통 상황은 좀 어떤지 궁금합니다.

손혜민 기자 : 북한 과수농장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과일은 사과, 배, 복숭아 등입니다. 특히 장신향이라는 ‘사과배’가 인기 있죠. 남한에는 사과배가 없더라구요. 사과와 배나무를 접목해 재배하는 과일인데요. 배처럼 물이 많고 사과 향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거든요.

이렇게 각종 과일을 재배하는 주체는 국영농장과 개인이 있어요. 농장에서 재배되는 과일 유통은 수출용과 내수용, 국가공급용이 있거든요. 물론 국가공급도 내수에 속하지만 국가계획으로 공급되는 것이므로 분류해서 보려고 합니다. 안 기자님이 설명하였듯이 평양 시민에 공급되는 과일은 국가공급용입니다. 공급과 판매용은 가격차이로 보시면 됩니다.

또 겨울이 되면 개인이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수박과 토마토가 유통되고, 중국에서 대량 수입하는 수입산 과일도 유통되죠.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어 북한산 과일이 중국에 수출 되지 못하고, 중국에서 귤, 바나나 등이 수입되지 못합니다. 상대적으로 북한 시장 물가 중에 과일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 이러한 요인으로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

-7일 최고인민회의가 열렸습니다. 김정은은 시정연설을 통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는데요. 북한은 이번 회의를 통해 공세적 성격의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언론과 외신에서도 크게 주목했는데요. 이런 회의가 개최되면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손 기자 기사를 보면 주민 소식통은 최고인민회의를 놓고 “쓸데없는 회의”라고 비난했네요. 결국 생활에는 별로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이런 생각인가요?

손혜민 기자 : 사실 북한 주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말 정치이기 때문이죠. 제가 남한에 입국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한국 국민들은 정치 정세 뉴스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었어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주민의 목소리를 정사에 반영해 실천하는 것이구나, 자기의 권리를 찾으려면 일반 주민도 정치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는 3대 세습과 체제 유지에 이용되는 도구가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최고 인민회의가 쓸데없는 회의’라는 주민들의 비판이 쏟아지는 겁니다.

인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대의원들이 모여 의정을 토의하는 회의가 최고인민회의인데, 현실은 그게 아니거든요.

이번 제14기 7차 최고인민회의를 보아도 민생 안정에 대한 의제는 찾아볼 수 없고 핵 무력의 사명과 구성, 지휘통제 등을 법령으로 규정했습니다.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킨다는 게 그 이유였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여야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해외투자 유치가 가능하거든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은 핵보유 정책만이 체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며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습니다. 십년이든 백년이든 대북제재 해보라며 미국과 국제사회에 공세적 태도를 보였죠.

지금 북한의 경제가 정말 힘든데요, 주민이야 죽든 말든 체제 유지만 중시하면서 대북제재를 자처하고 있는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민생 경제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우려되는 바입니다.

-추석 명절도, 9.9절도 지났죠? 9.9 절과 추석명절 어느 쪽이 북한에서는 더 중요한 행사일까요? 안 기자, 특히 올해는 국기, 국가, 국장에 대한 교육과 ‘우리 국가제일주의’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고요? 과거 수령 제일 주의, 사회주의 제일 주의에 이어 ‘국가 제일 주의’가 새로운 등장한 것 같습니다.

안창규 기자 : 북한에서 음력설과 추석 등 우리 민족의 전통명절보다 김일성 일가와 관련된 정치적인 기념일이 더 중요해진 지 오랩니다. 1년 중 제일 큰 명절은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과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 광명성절이며 이외 10월 10일 노동당 창립일과 9월 9일 국가창립일이 포함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김정일은 '우리 수령제일주의', '우리 당제일주의', '우리민족제일주의' 등 다양한 시대어를 외쳐왔지요. 김정은은 2019년부터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주창하고 있고요.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말 그대로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으뜸이고, 제일가는 국가라는 뜻으로 주민들이 국가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것과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을 강요하는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 시대어이자 담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국제 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뚫고 자체의 힘으로 핵을 보유한 전략국가에 오르게 되었다는 전제하에 전면적 국가부흥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결과가 김정은의 영도에 의한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곧 '우리 수령제일주의'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전의 수령, 당, 민족 제일주의와 최근의 국가제일주의 모두 내부 결속을 꾀하는 것으로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지도자와 국가를 부쩍 강조하는 배경 역시 북한의 어려운 내부 사정을 반영하는 것일까요?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분석하십니까?

안창규 기자 : 일각에서는 '우리 국가제일주의' 등장 후 북한에서 당보다 국가가 더 강조되고 중요시된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당보다 국가가, 당깃발보다는 국기가 강조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전혀 없습니다.

수령 제일주의와 당 제일주의를 강조하던 북한이 국가제일주의를 주창하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간의 경제난과 코로나 차단을 위해 3년째 이어진 국경봉쇄와 무역중단, 이동통제 등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을 능가하는 비참한 상황입니다. 일부 북한 소식통들은 지금이 '고난의 행군'시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김정은과 노동당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와 충성도 역시 이전과 많이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북한 당국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거든요.

결국 무오류의 신과 같은 존재인 수령이 공식 연설을 통해 능력이 부족하다, 인민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연출할 정도로 김정은도, 노동당도 민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철이 지나 효과도 떨어졌고 주민들의 신뢰가 하락되고 있는 수령과 당에 대한 충성을 대체해 국가에 대한 헌신을 강요하는 '우리 국가제일주의'가 등장했다고 봅니다.

이름만 바꿔 등장하는 제일 주의 선전은 결국 수령에 충성하라는 것인데요 . 국가 창건 이래 북한에서 이런 비슷한 선전은 계속 되어 왔습니다 . 9.9 절이 국가 창건일이죠 . 인민들이 국가에게 충성하고 헌신하라는 요구는 계속되지만 반대로 국가는 인민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 묻고 싶습니다 . 손혜민 , 안창규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손혜민,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예진,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진행 이예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