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한 노동자 돈바스 가나 - 북한 해외 노동자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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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35만 명의 북한 주민이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파견이 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노동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안창규 기자: 안녕하세요.

/북한 당국이 지난달 23일부터 코로나 왁찐 접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지은 기자!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첫 왁찐 접종이죠?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지난 9월 28일자 기사로 보도됐는데요. 접종은 9월 23일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소식통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24일이고 소식통은 ‘어제부터… 그러니까 23일부터, 코로나 예방접종이 시작되었으며 본인이 거주하는 인민반은 모두 접종을 마쳤다’고 전했습니다.

제가 연락이 닿은 소식통들은 내륙의 타 지방에서 왁찐 접종이 동시에 진행되는지 확인하지 못 했지만 양강도 등 국경 연선 지역에서는 연이어 실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실상 연선 지역에서 접종이 시작된 요인은 코로나 감염 악화로 보이는데요. 국경 지역이라는 특성도 있고요. 양강도 지역에서는 코로나 사망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왁찐의 종류는 확인됐나요?

김지은 기자 : 소식통도 왁찐의 이름을 정확하게 전하지 못 했는데요.

남한에서는 코로나 백신을 접종해도 지금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수입산과 국산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접종 초기에도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왁찐의 종류와 정보를 잘 알고 있었죠. 하지만 북한에서의 예방 접종은 주로 백일해예방주사, 열병예방주사, 홍역예방주사 등으로만 알고 있지 이름 등 정확한 정보는 거의 알지 못 합니다. 이번 코로나 왁찐의 경우에도 비슷한데요. 의사들을 통해 중국산이라는 점은 확인됐습니다.

/감염병에 있어 왁찐이 효과가 있으려면 북한 주민의 80%가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특히 저희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일단 왁찐을 맞으면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좀 줄어들거든요. 주민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왁찐의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북한 주민들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북한의 대부분 주민들은 왁찐 접종에 있어서 사실상 소외됐습니다.

처음 유입된 왁찐은 중앙당 간부들과 군부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접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주민들 속에서 ‘간부만 사람이냐, 우리도 사람이다’ 이런 식의 불만이 있었고요.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던 5월경에는 평양시 화성지구 건설자들과 함경남도 련포온실농장 군인 건설자들을 우선 접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코로나 왁찐을 야매로(뒷거래로) 구입해서 맞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부 돈 있는 주민들은 자신의 부모를 위해 북한 돈 35만 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의사들에게 건네주고 왁찐을 접종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집니다. 쌀 1kg이 북한 돈 5,700원이니 쌀 60 킬로그램이 넘는 큰 돈입니다. 그만큼 왁찐에 대한 필요성이나 요구성이 높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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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남도 함주군 수흥리 병원에서 한 여학생이 홍역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빠른 속도로 예방 접종이 이뤄져서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소식 역시 코로나와 관련됐는데요. 통계를 잘 밝히지 않는 북한에서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약 8개월 간의 북한 질병 사망자 숫자가 전해졌습니다. 안창규 기자, 그 숫자가 35만 명이라고요? 상당히 많네요.

안창규 기자 : 네, 지난 9월 초에 시, 군당위원회 부부장 이상 간부들이 참가한 회의에서 이 사실이 통보됐습니다. 회의에서는 올해 북한 전역에서 코로나 의심 증상과 수인성 질병 등 각종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35만 명이 넘는다고 언급되었습니다. 최대비상방역 기간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지만 그 숫자가 적게는 3개, 많게는 5개 군의 인구에 해당하는 35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에 회의에 참가한 간부들도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에서 민심이 들끓고 불만과 동요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각급 당 조직과 보위부, 안전부가 주민들의 동향을 철저히 살피고 통제를 강화할 데 대해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중 코로나 환자가 몇 퍼센트다… 혹시 이런 부분도 공개됐습니까?

안창규 기자 : 그 점은 간부 회의에서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망자의 대부분이 북한이 코로나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5월 초부터 비상방역 승리를 선언한 8월 초까지 3개월 사이에 사망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워낙 북한은 초보적인 통계도 잘 공개하지 않고 비밀로 취급하고 있지요. 사망자가 35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북한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일반 주민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관계부문 일꾼들만 알아야 하는 “대내 비밀”에 속하는 것입니다. 아마 최고위 간부들은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겠지요.

/안 기자와 김 기자가 북한 코로나 상황에 대해 계속 취재, 보도해 오셨는데요. 지금 전해진 올해 북한의 사망자 규모, 어떻게 보십니까?

김지은 기자 : 북한에서 코로나 시기에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 당국의 투명하고 정확한 발표가 없이는 그 숫자를 추측할 수 없겠죠. 다만 북한 소식통들의 얘기로 볼 때 적어도 이 중 대부분은 코로나 사망자로 추정됩니다. 이런 추정은 주민들이 ‘공화국이 생긴 이래 처음 보는 상황’이라고 증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망자 규모는 코로나 비루스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람뿐 아니라 식량난으로 사망한 사람도 포함해 봐야할 것으로 보이고요. 따라서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35만 명의 두 배 이상 될 수도 있겠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는 적어도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이 열려 정상적 교류가 진행됐고 장마당 이용도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망은 무조건적인 주민 이동금지, 장마당 폐쇄, 또 북한 내부 의료 체계의 부실 등으로 인한 강요된 사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식량부족에 의한 영양 실조에 수인성 질병까지 겹치는 바람에 숱한 주민들이 희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안창규 기자 : 코로나 비루스 감염에 의한 사망자만도 35만 명 중 절반 이상이라고 봅니다.

통상 북한에서 간부 학습, 간부회의라고 하면 시와 군급 기관 공무원들, 각 공장 기업소 지배인과 당비서와 같은 간부들이 참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번 간부회의는 시, 군당위원회 부부장급 이상 간부들만 참가하는 급이 높은 회의였습니다. 이런 회의에서 사망자 숫자가 언급되었다는 것은 매년 각종 질병과 영양상태 부족 등으로 사망한 사망자의 숫자가 아니라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언급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간부회의를 열고 짧은 기간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하여 주민들의 불만과 동요가 있을 수 있다며 주민 통제와 감시를 강화할 것을 주문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평시에 각종 질병에 의한 사망자가 많다고 이런 지시를 하달하지는 않지요. 이번 간부회의에서 언급된 숫자는 올해에 코로나 감염 의심 증상으로 사망한 숫자가 대다수이고 그 숫자가 상상 이상인 것을 고려해 주민 통제와 감시를 강화할 데 대한 지시가 하달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간부들의 입을 막는다고 이게 완전히 비밀로 유지될 수 있을까요?

안창규 기자 : 회의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일반 주민들에게 알려졌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의 충격이 컸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족을 떠나 보낸 사람들의 상실감이 당국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요. 바로 이 점을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앙으로부터 관련 사실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데 대한 긴급 지시가 하달됐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민심을 흐리는 유언비어를 믿거나 퍼뜨리지 말 데 대한 선전과 단속이 강화된 것입니다. 이런 조치 이후 실제로 북한 주민들 속에서 35만명 사망자 언급이 유언비어라는 당국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재건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죠. 말만 무성하던 파견이 드디어 초읽기에 들어가나 보네요.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들은 당국의 이런 결정,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김지은 기자 : 9월초 러시아 주재 북한 영사관은 러시아에 파견된 일부 북한 회사들에 우크라이나 돈바스로 이동할 것이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상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터로 건설을 빌미로 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시는 북한 건설 회사의 간부들에게 먼저 하달됐고 다시 노동자들에게 전해졌는데요. 지시내용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으로의 이동을 위해 대기할 것과 돈바스로 출발하기 앞서 9월까지 밀린 과제금을 깨끗이 결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과제금이란 게 파견된 기업이 북한정부에 바쳐야 하는 돈입니까?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과제금이란 파견근로자들이 매달 당국에 바쳐야 하는 돈입니다. 과제금은 1인당 지정된 것이어서 각 회사마다 인원수에 맞는 자금을 바쳐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파견 건설 회사들은 러시아 대방들에게 공사비를 받아야 과제금을 낼 여력이 생기는데요. 돈바스로 이동하라고 지정된 회사들 중엔 진행 중인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해 공사비를 받지 못한 곳이 있고, 러시아에서도 한동안 코로나상황이 악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건설공사가 중단되거나 함께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끼르끼즈스탄에서 일하러 온 인력들이 현장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공사가 지지부진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돈을 버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파견 근로자들의 경우 다른 외국인들처럼 고향에 가거나 집에도 돌아갈 수도 없이 건설현장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생활에 필요한 숙식비와 술과 담배, 치료비 등 각종 소비성 생활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때문에 파견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과제금이 밀리게 되고 일부는 러시아 현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과제금을 바치다 보니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잘 아시겠지만 간부들은 과제금을 내지 못하면 해임, 처벌받습니다. 하여 이번에 돈바스 파견 지시가 떨어지면서 파견회사들에서 몇몇 간부가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소식통들은 간부들뿐 아니라 노동자들 속에서 돈바스로 가기를 거부한 탈출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돈바스 지역으로의 이동지시를 받은 북한회사는 대부분 현역 군인들로 구성된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은 10년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앞둔 일부 군인들을 선발해 건설노동자로 파견해왔는데 이렇게 현역 군인들로 이뤄진 북한 건설회사가 러시아에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견 규모나 시기도 궁금한데 이에 대한 지시도 있었나요?

김지은 기자 : 북한 건설 인력의 파견 규모는 아직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일단 북한 당국은 7총국과 8총국 산하의 일부 건설회사와 그리고 현역 군인들로 이루어진 건설회사 3곳에 9월까지 당 자금 과제금을 마무리하고 대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아 10월 이동이 유력해 보였는데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현지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조만간 이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시간에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경우, 코로나 이후 거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전해드렸는데요.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은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중국 파견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 지급은 이렇습니다. 계약상 평균 노동자의 월급은 1인당 중국 인민폐 2천 위안~2,500위안으로 책정됩니다. 이중에서 노동자들의 식사비를 공동으로 제외하고 각자의 생필품, 치료비 등 생활비를 제외합니다. 또 매월 바쳐야 할 과제금과 시기별 평양에서 제기되는 삼지연시 꾸리기, 평양시 주택건설, 온실농장 건설과 같은 국가대상 건설에 대한 충성의 지원금이 하달됩니다.

결국, 북한 노동자가 수중에 쥘 수 있는 돈은 고작 한달에 중국돈 200~300위안 정도 뿐입니다. 그것이 오로지 노동자 개인이 모을 수 있는 돈이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합숙을 한다는 이유로 각 노동자의 월급을 장부에 기록하는 방법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합숙하는 과정에 개인이 돈을 갖고 있으면 언제 도둑을 맞힐지 모른다는 이유인데 그렇다고 개인이 벌어놓은 돈이 모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로 북한 회사의 사장이나 책임자들은 노동자가 번 돈을 마치 자기 소유인 것처럼 여기고 자기 마음대로 처리하는데 ‘당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가 충성의 마음으로 바치자’고 호소합니다. 충성심으로 돈을 바치라는 말에는 싫어도 정면으로 반대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다 개인당 영사관 유지비 10위안까지 떼이고 나면 실제로 북한의 여성노동자들은 아플 때 약을 사먹거나 치료를 받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고 심지어 생리대를 살 돈도 없다고 증언합니다.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책과 필기도구, 세면비누와 화장품, 화장지(위생지)까지 본인이 자체로 해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필요한 물품을 신청하면 관리자가 대신 사다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회사는 그나마 남자 감시자들을 대동하여 10명 정도씩 조를 묶어, 번갈아 가며 열흘에 한번 쉬는 날 생필품 구입에 나서게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북한이 파견한 해외 노동자들은 다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가 러시아에서 만난 한 북한 노동자는 건설현장에서 5년간 일했지만 북한으로 들어갈 때 갖고 갈 돈이 200달러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많이 모은 사람이 겨우 1,000달러를 갖고 간다고 합니다. 실제로 해외에 파견될 때 북한 사람들의 최고 목표가 1천 달러를 벌어서 집에 갖고 가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보통 파견 기간인 3년 동안에 1천 달러를 벌어간다고 하면 한 달에 얼마를 번다는 것입니까.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죽도록 일하고 겨우 한달에 30달러를 벌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정말 북한 노동자들의 파견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북한당국에 대한 분노를 참기 어렵고 또 청춘을 희생당하는 젊은 노동자들의 인생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탈출자들이 생기는 것이겠죠. 우즈베키스탄의 북한 식당 ‘내고향’의 종업원 탈북 소식이 지난주 전해졌습니다. 안 기자, 5명이 탈북했다고요?

안창규 기자 :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겐트에 있는 북한 식당 ‘내고향’의 책임자를 포함한 여종업원 5명이 지난 5월과 6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연쇄 탈출했습니다. 식당에는 책임자까지 홀 서빙 인원이5명이었고 주방에 2명 정도 있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소식을 전해준 교민도 주방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직접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내고향’ 식당은 2019년 처음 타슈겐트에 개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5월 홀 서빙을 하던 20대 여성종업원 1명이 탈출한 것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후 처음 보는 북한 남성 2명이 한동안 식당에 상주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 대사관이 있는 로씨야에서 파견된 보위원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변 나라에는 북한 공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1992년 우즈베키스탄과 수교한 후 북한은 타슈겐트에 대사관을 운영해왔으나 2016년 8월 공관이 폐쇄되었습니다.

그후 6월에 또 다른 20대 여성 종업원이 두 번째로 식당을 탈출했습니다. 두 번째 탈출 후 식당을 찾은 교민들에게 식당 종업원은 8월 말까지만 식당을 운영한다면서 귀국하면 조사를 받게 되고 복잡해질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귀국이 가능하냐고 묻자 러시아나 중국을 통해 갈 수는 있다고 말하면서도 문책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눈치였다는 겁니다.

그때로부터 2개월 정도 지난 8월에 남아있던 홀 봉사자 2명과 여성 책임자가 같이 탈출했습니다. 이들은 2명씩이나 탈출하는 것을 막지 못한 연대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탈출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5명의 식당 종업원 모두 현지 한국 대사관을 통해 무사히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며칠 후 한 교민이 식당을 찾아갔더니 식당은 폐업했고 건물도 다른 사람에게 임대되어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의 원칙대로라면 첫 탈출이나 두 번째 탈출이 발생했을 때 이미 ‘내고향’ 식당은 영업을 중단하고 북한으로 철수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는 북한이 국내외 외교관들의 입국마저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귀국이 용이치 않아 부득이하게 식당 운영이 계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식당 종업원 탈출과 관련해 여러 가지 뒷얘기가 나옵니다. 일단 종업원의 한국 남자친구가 탈북을 시켰다… 이런 얘기도 있고요. 한국의 유튜버들이 우즈벡 식당을 촬영해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안 기자는 이번 탈출 소식과 관련해 어떤 지점을 눈 여겨 보셨나요?

안창규 기자 : 한국 일부 유튜버들이 공개한 식당은 지난 5월 여종업원의 첫 탈출이 있기 전에 운영하던 곳입니다. 5월 이후 건물을 옮겨 운영하던 식당은 RFA가 공개한 사진에 있는 건물입니다. 그리고 한국 남자친구가 여종업원을 탈북시켰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교민들도 식당에서 처음 탈출한 여성이 한국 남성과 사랑 관계였던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부족한 외화획득을 위해 여러 나라에 건설, 임업, 광산개발, 제조업뿐 아니라 식당도 많이 진출시키고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북한이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를 고려함이 없이 외화벌이 근로자를 마구 파견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열악한 외화 사정을 엿보게 하는 부분이지요.

해외에서 운영되는 북한 식당의 경우 중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무역회사나 외화벌이 회사소속으로 종업원들도 평양 주민이 많습니다. 결국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의 탈출은 거의 다 평양 주민이라는 것이지요. 평양은 지방에 비해 생활여건이 괜찮은 곳으로 지방 주민에 비해 평양 주민의 체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평양 주민의 탈북이 증가한다는 것은 북한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평양마저 균열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북한 여성 종업원과 남한 남성의 러브 스토리 , 사랑 이야기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만, 그 이면엔 파견된 어디든, 일종의 노예 계약으로 일하는 북한의 젊은 노동자들의 인생이 있다는 점을 더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예진,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이현주, 에디터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