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단속에 맞서 손전화 지키자…주민 결집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함경북도와 양강도에서는 장마당에서의 식량 판매가 금지됐습니다 . 식량 판매를 양곡 판매소로 일원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북한의 쌀 수확량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된 탈곡 노동에 쓰러지는 농민들이 속출한다는 소식입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안창규 기자: 안녕하세요.

북한 당국이 여러 부문에서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 김 기자, 장마당에서 개인 장사꾼의 식량 판매를 금지했다고요? 식량이라면 쌀을 포함한 알곡 모두를 의미하는 건가요?

김지은 기자: 네, 쌀 외에 콩이나 팥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함경북도의 주민 소식통이 지난달 28일 전해온 소식인데요. 약 2주 전부터 이 지역 장마당에서 식량 매대를 없애고 적은 량의 쌀도 판매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 같은 상황은 양강도 역시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함경북도와 양강도 모두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직장에 등록한 가족 숫자만큼 식량배급카드가 나오고 그걸 갖고 양곡 판매소에 가서 식량을 사면 된다고 합니다. 양곡 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식량은 장마당 가격보다 약간 눅게 판매하고 있고 따라서 현재 장마당의 식량 매대는 텅 빈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김 기자 , 기사에서 " 입쌀은 킬로 당 4700 , 강냉이 쌀은 2600 원으로 양곡판매소에서 살 수 있고 일부 주민들이 몰래 야매로 파는 입쌀은 킬로 6 천원 "이라 보도했는데요. 양곡판매소에서 파는 식량 가격이 싸면 주민들로서는 문제가 없는 거 아닙니까?

김지은 기자: 가격으로만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장마당에서는 좋은 것과 가격이 눅은(싼) 것을 골라서 살 수 있지만 양곡판매소에서는 정해진 물건을 정해진 가격에 사야 합니다.

특히 문제는 양곡판매소에서는 직장에서 나오는 배급카드에 의한 수량만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 가족이 한 달에 받을 식량 카드에 20kg이 기록돼 있으면 20kg에 한하여 입쌀과 강냉이를 지정된 가격에 사고 더 필요한 수량은 장마당 가격으로 조금 비싸게, 즉 입쌀 6,000원과 강냉이 3,000원에 구입해야 합니다. 추가로 필요한 식량을 양곡판매소에서 장마당과 같은 금액으로 파는 것은 당국에서 개인이 식량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식량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 이 같은 조치, 왜 내려졌고 당국의 의도는 어떻게 파악됩니까?

김지은 기자 : 식량을 국가에서 지정한 곳에 가서 배급표를 갖고 구입하는 것은 과거 배급제와 일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과거에는 1달 로임(월급)으로 배급소에서 한 달 분으로 지정된 식량 가격을 지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달 로임으로 하루치 식량도 구입할 수 없습니다. 배급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던 1980년대 말 노동자의 한달 로임은 평균 45원 수준이었고 배급소에서 입쌀의 1kg가격은 7전, 잡곡(밀, 옥수수)은 4전이었습니다. 한달 40kg의 식량을 배급 받는 가정에서 잡곡과 입쌀을7:3의 비율로 계산하면 1달 일해 1달분의 배급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자의 평균 월급 2,000원인데요. 이 돈을 갖고 양곡 판매소에서 강냉이 1kg도 살 수 없습니다.

앞서 질문에 북한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아 내려진 조치가 아닌지 물으셨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효과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돈 있는 주민은 야매가격이라도 식량을 충분히 살 수 있고 돈이 없으면 배급으로 지정된 저가 식량마저 구입할 수 없을 테니까요.

단, 당국이 적은 식량을 최대한 장악해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사회불안을 통제하려는 의도는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한은 이제 추수철이 마무리가 되고 있죠 ? 미국 농무부는 올해 북한의 쌀 생산량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36만톤으로 추정했습니다. 위성 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라 실제 생산량과 차이를 고려해도 올해 수확량은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북한의 올해 수확량, 내부에서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요?

김지은 기자 : 지금 벼 가을이 마감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월에 년간 총화를 짓기 때문입니다. 1년간 농사지은 알곡의 정보당 수확고의 통계를 계산하여 각 도, 시, 군의 농장에서 총 결산을 합니다. 때문에 요즘은 거둬들인 볏단을 털고 옥수수를 탈곡하는 때입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올해 농사가 지난해에 비해 잘 안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봄철 씨 뿌리기 철인 5월과 6월에 북한에서 코로나 최대비상사태가 발표되면서 농사 적기를 맞추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또한 8월말부터 9월초까지 알곡이 여무는 시기에는 가을 장마가 계속되면서 알곡 소출이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는 북한이 예년에 비해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봄, 가을에 있은 코로나 사태와 가을 장마가 알곡 소출 저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올 겨울과 내년 봄에는 식량이 최고가를 갱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수확량이 적든 많든 농장원들의 고단함이 덜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 안 기자, 탈곡 작업 중에 쓰러지는 농장원들이 많다고요? 이게 예년과 비슷한 상황입니까? 아니면 올해만 좀 더 심각한 상황인가요?

안창규 기자 : 북한 농촌에서 탈곡은 뽀얀 흙먼지 속에서 종일 무거운 볏단을 들었다 놨다 해야 하는 고된 노동입니다. 탈곡이 보통 12월말에 끝나므로 농민들이 2개월 이상 힘든 작업에 시달립니다. 이전에도 주야간 내몰리는 가을걷이와 탈곡 작업 중에 쓰러지는 농민들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올해가 좀 더 심각한 것은 맞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코로나 사태입니다. 북한 농민들은 올해 코로나 사태로 예년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연초부터 퇴비생산, 봄에는 ‘모내기 전투’와 동시에 가뭄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밀 보리밭 물주기로 들볶였고 여름에는 ‘김매기 전투’와 ‘풀베기 전투’, 현재는 ‘가을걷이 전투’와 탈곡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각 협동농장 간부들은 한해 농사를 결속하기 전에는 쓰러질 권리도 없다면서 농민들을 가을걷이와 탈곡에 밤낮없이 내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성 농장원들 대부분이 김정은이 주창한 사회주의 농촌건설 정책에 따라 진행되는 농촌주택건설과 탈곡장 경비 등에 동원되다 보니 볏단운반과 탈곡 작업 현장에는 거의 여성들만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성들이 다른 곳에 동원됐다면 여성들이 힘쓰는 일까지 모두 담당하겠군요 .

안창규 기자 : 그렇습니다. 북한은 수확한 벼를 한아름씩 단을 묶어 논밭에 세워 두어 말립니다. 어느 정도 볏단이 마르면 탈곡장으로 실어 들이는데 운반 수단이 충분하지 못해 트랙터나 소달구지에 볏단을 최대한 가득 높이 싣거든요. 볏단 한개의 무게가 보통 7~10kg 정도 되는데 여성들이 종일 무거운 볏단을 트랙터 위로 던져 싣는 일이 보통 힘에 부치는 일이 아닌 겁니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도 집에 들어가 추가 노동을 또 해야 한다고 합니다. 농장원 한 가구당 매일 50kg의 옥수수 껍질을 벗기고 알을 발라내 바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노예노동이나 다름이 없지요. 함경남도 함주군의 한 주민은 봄내, 여름내, 가을내 고된 노동에 시달려온 농민들이 쓰러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또 농민들이 코로나 사태로 식량과 식용유 등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해 겪고 있는 생활상 어려움도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워낙 도시보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생활이 더 열악합니다. 이전에는 농민들이 이른 봄부터 개인 텃밭에서 본인이 재배한 채소나 토마토, 감자, 가축 같은 것을 팔아 부족한 식량과 공산품 등 필요한 것을 구입했습니다. 북한 영화에도 볏모 관리를 하는 농민이 작업 현장을 이탈해 읍 장마당에 가서 강아지를 팔고 오는 내용이 있거든요.

하지만 올해는 당국의 코로나 비상방역으로 이동이 통제되고 시장운영까지 중단되면서 도시 주민과 마찬가지로 농민들도 그 영향을 심하게 받았습니다. 북한 농촌 여기저기서 충분히 먹지 못해 영양이 부족한 여성 농장원들이 힘든 탈곡 작업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문제도 코로나 영향이 크군요 . 사실 농민들에게 가장 큰 기쁨은 일년 동안 지은 농사를 거둘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만 북한 농장원들은 매년 국가에 바쳐야 할 할당량이 있고, 특히 농사가 잘 안 됐을 때는 이런 우려가 더 클 것 같은데요?

안창규 기자 : 맞습니다. 농민들에게 가을은 기쁨의 계절이 되어야 하지만 북한 농민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북한 협동농장의 분배구조를 보면 한 해 수확량에서 군량미, 2호미, 농기계 및 비료 값 등 국가에 바쳐야 할 량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농민들이 나눠 가지는 구조입니다. 올해 농작물 수확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은 외부에서도 많이 보도되지만 농민들도 느끼고 있습니다. 농민들의 안색이 많이 어두워질 수 밖에 없지요.

추위도 다가오는데 걱정이네요 . 그런가 하면 북한 당국은 수년째 북한 내부 소식이 밖으로 나가지 못 하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을 단속하는 동시에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특히 중국 휴대 전화를 단속하고 있죠. 아마 이 부분은 두 기자 모두 크게 체감하고 계실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외부와의 차단에서 나서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핸드폰, 즉 손전화입니다. 국제전화가 가능한 중국 손전화에 의해 내외부의 정보가 교류되고 주민 탈출과 송금이 가능하며 따라서 북한 독재체제의 반동성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강력히 단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내부 실상을 강력히 차단하는 것은 실제로 주민들의 생활고가 외부에 그대로 알려지면 충격이 될 만큼 참담하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당국이 각종 대회와 정치적 행사를 체제 선전에 지도자에 대한 위대성 선전으로 철저히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여 외부에 선전하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는데요. 한마디로 지금 북한 내부가 세계에 떳떳하게 드러내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창규 기자 : 사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과 연결된 밀수와 전화통화 단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올해는 북중 국경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당국이 내부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여느 해에 비해 단속을 더 강력하게 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 당국은 불법 휴대 전화 사용을 막기 위해 검열과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는데요 . 이번에는 회유책인가요? 최근 북한 당국이 중국 휴대 전화를 갖고 있는 주민이 자수하면 처벌을 면해준다고 하고는, 실제로 자수하면 오지로 추방을 보낸다고요. 김 기자, 관련 소식 보도하셨는데요. 당국의 말을 믿고 진짜로 자수하는 주민들이 있었나 보네요?

김지은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최근 불법 손전화를 소지한 주민들은 자수하라는 당국의 선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사법당국이 자수하면 용서한다고 하고 잡아들이거나 중대한 사건이라며 처벌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자수하면 용서해 준다는 당국의 선전을 잘 믿지 않는데요. 이번에는 당국이 한 술 더 떠 자수를 하면 깨끗이 용서해 주지만 자수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고발로 인해 발각된 경우엔 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협박을 했습니다. 이런 협박을 받은 일부 주민들은 만약 손전화를 소지한 사실이 드러나면 자신뿐 아니라 부모, 자식이 겪게 될 처벌이 두려워 자수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자수한 사람을 용서하진 않은 거죠.

다만 과거에는 주변 주민들에게 교화형이나 추방 등을 알리는 방식으로 사회적 공포를 조성했다면 요즘은 소리소문없이 처리하는 방식으로 더 큰 공포심을 주고 있습니다. 한밤 자고 깨면 소리없이 사라지는 집들이 생기자 중국전화기가 있는 주민들은 자신들도 언제 어떻게 처리될지 몰라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막다른 처지에 놓인 일부 주민들 속에서 반발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당국이 불법 손전화를 계속해서 적발하여 처리하면서 남아있는 손전화도 몇 대 없는 실정이라고 하는데요. 손전화가 없으면 송금도, 가족의 안부도 알 수 없는 주민들은 이 손전화를 생명선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계속되고 불법 손전화, 즉 중국 전화죠. 이마저 없다면 내부에서 주민들의 생활은 더 어렵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주민들이 합심하여 손전화를 지켜내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의 단속과 무자비한 처벌이 결국 주민 결집이라는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가족 , 오지 추방, 그것도 밤 사이 사라진다면 이전에 비해서도 강력한 처벌이네요.

김지은 기자 : 사실 이런 불법 손화기를 갖고 있는 주민들은 장사를 하거나 송금을 하려고 국제전화가 필요하지만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독재체제에 의한 북한의 실상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법 손전화를 갖고 있다가 자수한 주민들은 손전화도 잃고 겹겹이 보초소가 설치된 산골에 보위부 추방을 가게 되면 다시 사회로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아무리 내부 실상이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불법 손전화 소지자나 자수자를 추방해도 생존을 향한 주민들의 의지는 결코 꺾지 못할 것입니다.

반대로 북한 당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불법 손전화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될 수 있겠네요 . 그만큼 외부 소식을 두려워한다는 의미겠죠. 다음 소식입니다.

요즘 북한 지방들은 그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공장에서 실적을 내지 못하는 간부는 해임하고 능력 있는 간부를 임용하고 있다고요? 안 기자, 어떤 내용입니까?

안창규 기자 : 최근 김정은이 지방 공업을 추켜세워 지방을 변화시키며 자체로 발전할 것을 독려하면서 도, 시, 군 지역별 경쟁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 경쟁에서 낙후한 평가를 받는다면 지역의 책임간부들이 무사할 수 없습니다. 지역발전을 평가하는 지표는 경제, 도시미화, 국토환경, 삼림조성 등 여러가지지만 아무래도 경제가 가장 중요하게 평가될 겁니다.

결국 각 군당 위원장, 군인민 위원장들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지방 공장 살리기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오랫동안 멈춰 있는 공장을 살리려면 자금과 원료, 자재, 전력 등이 필요한데 전력은 지역 당국이 민간용 전기를 돌려서라도 해결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돈주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지역당국이 실적을 못 내거나 능력이 없는 공장, 기업소 간부들을 해임하고 돈주나 수완이 있는 장사꾼 출신을 책임자로 임용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에서 간부가 되려면 본인의 출신성분과 사회계급적 토대가 노동당의 기준에 부합해야 하며 노동당원, 군복무, 대학 졸업 등의 자격을 갖추어야 되지 않습니까. 평양과 도소재지 같은 큰 도시에는 간부 등용 자격을 갖춘 사람이 넘쳐나는 반면 작은 시골 군에는 그런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골군은 인구도 적고 한해에 대학에 입학하는 인원도 아주 적거든요. 이런 간부 등용의 어려움도 간부 자격을 갖추지 못한 돈주를 등용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뜻 들으면 이 소식은 북한 당국이 지배인 등을 선발하면서 토대 , 성분, 학벌보다 능력을 중시한다… 이렇게도 들리는데요.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또 앞에서 중국 휴대 전화 소유자 추방, 식량 판매 중앙 통제 소식을 전했고 또 지난 시간엔 개인 장사꾼이 아니라, 국가 은행에서 환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어떤 소식은 국가의 감시,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이고 또 어떤 소식은 그 반대로 보이거든요. 북한 당국의 의도는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봐야 할까요?

안창규 기자 : 북한 일부 지방에서 간부등용자격을 갖추지 못한 주민이 간부로 임용되었다고 해서 노동당의 간부 선발 원칙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김정은이 지역의 자체 발전을 주창하며 지역간 경쟁을 강조하는 만큼 이런 경향은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기 자리를 유지하려는 간부들의 궁여지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 같은 간부들의 필요성과 힘없는 노동자로 사는 것보다 권력을 가진 간부로 사는 것을 원하는 일부 돈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결합된 결과이겠지요.

새로 임명된 돈주나 수완가들이 비록 한 개 공장이라도 살리고 실적을 낸다면 지역간 경쟁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시나 군의 책임 간부들이 자기 자리를 유지하거나 승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간부들에게는 손해 없는 장사인 셈이지요.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몇 년 전에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못을 만드는 작은 공장 지배인으로 임용된 돈 있는 교화(교도)소 출소자가 자기 돈으로 설비를 갱신하고 원재료를 원만히 보장하면서 생산이 늘어 종업원들이 다 좋아했으나 지배인을 오래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생산율이 높아져 돈을 벌게 되니 검찰소가 재정 검열을 했고 그 결과, 개인 착복으로 지배인이 해임되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지배인은 자신이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 했겠지요.

이번에 공장 지배인으로 임용된 돈주나 장사꾼들의 전망도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노동당 간부들에게 이들은 한시적으로 이용할 장기 쪽에 불과하거든요.

결과적으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통제 강화가 아니라 국경개방, 기업자율성 확대, 시장 역할 확산 등의 조치가 우선이겠지만 최근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고려할 때 결코 통제를 약화할 수 없는 것이 김정은과 노동당이 처한 딜레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딜레마라는 말을 우리말로 풀어보면 진퇴양난 , 즉 두 개의 상황에 끼어서 어느 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주민들을 위한 경제 회복이냐 아니면 체제 유지를 위한 강력한 통제냐… 결국 주민들을 위한 선택을 하진 않겠죠. 북한 당국의 선택은 정해져 있지 않나 싶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김지은, 안창규, 이현주, 에디터 : 오중석, 웹팀 :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