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평양으로 운송하던 상당량의 금괴를 무장강도에게 강탈당했습니다. 서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감시와 통제라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북한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동시에 아무리 북한이라지만 끔찍한 처벌이 가해진 사건도 있습니다. 미성년자 2명이 한국 영화, 드라마를 시청, 유포했다는 혐의로 처형됐습니다.
관련 소식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손혜민, 안창규 기자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안창규 기자 : 안녕하세요.
/탈취된 금괴의 양이 상당합니다. 손 기자! 200 킬로에 달한다고요?
손혜민 기자 : 네, 지난 11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초대형 사건이 평양-신의주 1호 국도에서 터졌습니다. 금괴 운반 차량이 강도의 습격을 받았는데요. 이 때문에 신의주 일대와 양강도 국경 일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강도가 탈취한 금괴 수량도 상당하지만, 그 금괴가 평양에 자리한 당 39호실로 올라가던 금이라는 게 더 놀랍습니다.
당 39호실라면 북한의 당 자금, 그러니까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곳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쉽게 말하면 김정은의 돈주머니를 털었다고 할 수 있겠죠. 얼굴을 가린 강도 3명이 단행한 사건인데요. 참으로 간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중앙에 올라가는 금괴 운반 차량은 무장군인이 호송합니다. 이번에도 금괴 200킬로를 운송하던 차량에 두 명의 무장군인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무장군인을 제압한 것으로 보아 경보부대 출신, 즉 특수부대에서 군사 복무하였던 제대군인 남성들이 용의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범인은 오리무중입니다.
이 소식을 전한 신의주의 소식통은 “금괴 운반차량을 습격한 사람들은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습격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도 정주제련소에서 금괴 도난사건이 있었는데요. 정주제련소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간부를 끼고 벌인 일이었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군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금괴는 어디서 오는 겁니까?
손혜민 기자 : 강도들이 탈취한 200킬로 금괴 출처는 평안도 일대의 금광을 통해 정주제련소에서 제련된 금괴로 보입니다. 제련을 마친 금괴가 평양의 중앙당 39호실으로 올라가던 길에 탈취된 것인데요.
그 과정을 간단히 정리한다면 평안북도에는 운전군과 천마군 등지에 금 생산 광산이 있습니다. 평안남도 평원군 어파에도 금광이 있는데요. 여기서 생산되는 금은 전부 정주제련소에 집합됩니다. 정주제련소는 이렇게 모아진 금을 금괴로 제련하고 금괴 윗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장을 찍습니다.
정주제련소에서 국장이 찍힌 금괴 200킬로가 모아지려면 최소 3개월이 걸립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황금 200킬로가 언제 평양으로 올라가는지 사전 파악했다면 탈취는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금괴 운반차량이 3개월 단위로 평양에 올라간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금을 훔쳤다는 얘기죠. 한편으로 운반차량을 호송하던 군인들은 누가 감히 평양으로 올라가는 금괴 운반차량을 습격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에서 금괴는 개인도 투자의 목적으로 구매합니다. 금의 무게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고요. 그런데 북한에서 200 킬로에 달하는 금괴를 누군가 갖고 있다? 이걸 처분하는 것도 큰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손혜민 기자 : 물론 당장 처분은 어렵습니다만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북한에서도 금은 종류가 다양하고, 특히 투자 상품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북한 시장의 투자 상품을 잠깐 설명 드리면요. 공식 상품과 비공식 상품이 있습니다. 자금력을 보유한 돈주들이 국영 명의로 아파트 건설 등 부동산 건설에 투자하는 것이 공식적인 투자 상품입니다.
반면 비공식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은 대표적으로 금입니다. 1990년대 중순 국가 공급체계가 중단되면서부터 개인이 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금 거래 암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이후 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개인돈주들은 국영 금광이 폐기한 금갱에서 금을 생산했습니다. 생산 인력은 어딜 가나 과잉이니까 문제없죠. 2000년대부터 북한 내부에서 수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 것이 이 때문인데요. 석금이든 사금이든 최종적으로 분말의 광석에 수은을 떨구어 금을 생산합니다. 수은이 순수 금만 끌어당기거든요. 수은 대신 청산가리도 이용되는데, 청산가리는 평양 은정구역에 자리한 국가과학원 과학자들이 자체로 만들어 판매합니다.
이렇게 개인이 생산하는 금은 1그램 단위로 판매되는데요.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북한화폐 가치가 하락하자 북한 당국은 외화 사용 금지를 포고문까지 발표하면서 통제하였는데요. 이것이 역설적으로 금을 인기있는 투자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지폐보다 보관이 편리하고 언제든 환율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은 생산지와 국경지역 가격 차이가 큽니다. 예를 들어 현재 평남 회창금광 일대에서 금 1그램가격은 1.5달러이지만 신의주 국경지역에서는 4~5달러이죠. 다시 국경 밀수로 넘겨지면 가격은 20달러 이상으로 올라가거든요.
현재 남한에서 금 1킬로그램이 5만6천달러, 북한의 금 1킬로그램의 현지 가격이 1,500달러니까 거의 37배나 싸죠.
하지만 북한에서 금은 개인 거래가 엄격히 금지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금은 수령의 통치자금으로 상징되고 있어 금을 팔고 사다가 걸리면 총살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투자성이 강하고 안전자산인 금은 앞으로도 북한의 암시장 상품으로 각광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북한은>은 격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2주간의 북한 내부 소식 중 주요 소식을 정리하게 되는데요. 지난 2주간 북한 뉴스에서 가장 큰 사건… 아무래도 김정은 총비서의 딸이 공개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안 기자! 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보도했는데요. 다양한 반응과 분석이 나오고 있죠?
안창규 기자 : 네, 관련 사실을 보도한 많은 언론과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들도 처음으로 공개된 김정은 총비서의 딸에 큰 관심과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정일은 어렸을 때부터 김일성의 자녀로 공개됐지만 김정은은 2009년 김정일의 후계자로 언론에 공개될 때까지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이런 김정은이 스스로 자기 딸을 공개했으니 북한 주민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경우 우상화 도서나 교과서에도 어느 학교,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릴 때 내용은 하나도 없고 김일성군사대학을 다녔다는 내용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김일성군사대학은 고등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가는 곳이 아닙니다. 김정일이 평양4인민학교와 남산중학교를 졸업했다고 소개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지요.
소식통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김정은이 밝고 명랑하게 자라야 할 어린 딸을 미사일 시험 발사장에 데리고 나타난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어린 자녀에게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이며 고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꺼리는 것이 상식인데 공원이나 극장도 아닌 폭음과 불길이 치솟는 곳에 딸을 데리고 나왔으니 이에 대한 비판인 것이죠.
또 일부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때와 비견되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생활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화약내를 풍기며 군사력 증강에만 몰두하는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이를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아끼는 딸에게 오랫동안 고대하던 새 미사일 발사를 보여주고 싶어 데리고 나왔을 것이라고 좋게 평가하는 주민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김정은의 딸과 비슷한 또래 딸을 가진 부모들은 그가 입은 흰 솜옷과 신발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긍정적, 부정적 반응 모두 있네요. 한 가지 분명한 건 미사일 발사 자체보다도 김정은의 딸 등장이 더 주목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왜 갑자기 딸을 공개했느냐 그 배경에 대해서도 분석이 다양했는데요. 두 기자의 분석도 궁금합니다. 안 기자, 손 기자 어떻게 보셨습니까?
안창규 기자 : 미사일 발사 현장에 딸을 데리고 나온 김정은의 의도가 민생 해결이 아니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한다는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며, 외부적으로는 경직된, 부정적 이미지를 어린 딸을 통해 희석시키려는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그 의도는 비교적 적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으니까요.
하지만 딸을 또다시 등장시킨 것을 보면 외부보다 북한 내부에 더 주안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딸 공개를 통해 주민 불만을 잠재우는 것과 동시에 체제 안전과 국가적 이익보다 한류와 돈과 재물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미사일 개발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며, 바로 이것을 자기가 완성시켰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손혜민 기자 : 저는 여성의 시각으로 보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일종의 여심 잡기 전략으로 평가합니다. 북한사회 변화는 시장이 근원이고, 그 시장의 주체는 여성들입니다. 또 체제를 받드는 국가 경제가 살아나려면 국영공장에서 일하는 남편들이 안정돼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아집니다.
김정은이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등장한 장면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의 모성애를 공략하는 데는 선전선동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말입니다. 아버지 김정은의 팔을 끼고 다정하게 걷는 부녀의 모습은 김정은은 독재자가 아니라 평범한 아버지이자 인민의 지도자라는 선전성 측면에서 고도의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북한이 한국 드라마, 영화를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식은 좀 충격적이네요. 손 기자, 남조선 영화를 시청하고 유포한 죄로 10대 학생 2명이 공개 처형 됐다고요?
손혜민 기자 : 그렇습니다. 처형된 학생은 16살 정도의 고급 중학교 학생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 영화와 드라마 시청도 했지만,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담긴 메모리를 친구들에게 유포했다는 점이 공개 처형의 이유입니다. 지난 10월 3일, 혜산 비행장 등판에서 처형되었는데요.
특히 이들은 혜산1고급 중학교 학생으로 남한으로 치면 영재학교 학생들입니다. 왜 감옥에 보내지 않고 미성년자들을 총살했는지는 북한당국이 연이어 내려 보내는 지시문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RFA가 입수한 지시문 내용을 보면 ” 82연합지휘부의 지휘 밑에 법 기관에서는 남조선 영화 등 불순녹화물과 출판물을 소지한 자는 조사를 질질 끌지 말고 수사와 예심, 재판 공정을 속전속결해 공개투쟁에서 단호하게 처리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때문에 앞으로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단속되면 대상이 누구라도 공개 처형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 두 학생과 함께 처형된 사람의 죄목을 보면 살인죄입니다. 살인죄의 무게로 남한 영화 시청, 유포가 다뤄진다는 얘긴데요. 실제로 82연합지휘부가 단속하는 방법이 점점 고도화되는 것도 그렇고, 단속의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손혜민 기자 : 네, 이제는 한국영화 시청자와 유포자를 살인죄로 취급한다는 거죠.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된 이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유린은 한층 더 심각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영화와 드라마 시청자를 색출한다면서 이제는 학생들 속에 비밀요원을 침투시키고 있습니다. 일종의 스파이를 심는 것인데요. 이들이 직접 한국영화를 시청하고 또 한국 드라마를 구입하면서 시청, 판매한 사람들을 찾아내 고발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의 수법도 참으로 잔인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손 기자, 단속의 효과는 혹시 확인됩니까?
손혜민 기자 : 단속효과라기 보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던 한국 말투와 한국식 창법으로 노래하는 현상이 공공장소에서 사라졌다는 정도로 봐야겠죠. 그러나 연인 사이에는 한국 말투를 사용해야 친근감이 있다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 이런 경향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평양 동향을 취재하면서 흥미 있었던 것은 김정은 정권이 중시하고 있는 인재중시정책이 한류 확산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인재를 선발하는 ‘전국 알아맞추기’ 경연에는 10대 학생들이 많이 참가합니다. 여기서 우승하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한국에서 출판된 수학문제풀이집을 가지고 공부하면 우승할 확률이 매우 높아 어떻게 해서든 돈이 있는 부모들은 한국의 문제집을 암시장에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남북한 사람들은 영화, 드라마… 심지어는 학생들의 문제집도 함께 보며 공유할 수 있는데 이걸 봤다고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빼앗는다니,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한 현실입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의 식량 배급은 이제 뜨거운 감자인 듯 합니다. 북한의 주요 기업소에서 식량 배급을 시작했지만 배급량은 충분하지 않고 야간 노동 시간이 길어져 노동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라고 하죠. 또 평양에서는 배급되는 식량을 실어오는 관련 비용을 모두 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요?
안창규 기자 : 네, 평양시 각 구역은 가을에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의 여러 협동농장들이 수확한 쌀, 옥수수 등의 알곡을 현지에서 넘겨받습니다. 문제는 이 식량을 평양까지 실어 와야 하는데 거의 1년치에 해당하는 식량을 평양까지 수송하는 것은 말 그대로 전투가 되고 있습니다. 구역 양정사업소들에 트럭도 몇 대 되지 않고 연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각 구역 당국이 관내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트럭을 동원해 양곡을 운반했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국경이 모두 차단되기 전에는 연유도 일부 보장되었지만 작년부터는 공급되는 것이 전혀 없고 올해는 식량을 담을 포대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위에서는 이달 중으로 배급할 식량을 전부 운반해 오라고 호통을 치니 대안이 없는 구역 인민위원회가 관내 기관과 주민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서성구역에서는 매 가구당 현금 3만원과 포대 5개를 바치라고 지시가 내려왔고 다른 구역도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뿐 아니라 평양 소재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지방 출신 대학생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지 소식통은 대학 상황에 따라 금액은 다르겠지만 한 대학에서는 현금 8만원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구역 양정사업소가 관내에 소재한 대학들에 식량 운반에 필요한 트럭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구역 양정사업소에서 매달 식량을 받아오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양정사업소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습니다. 양정사업소가 식량이 없어 주지 못한다고 비틀면 큰일이거든요. 그러나 대학이라고 트럭이나 연유가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대학 당국이 기숙사에서 밥을 먹는 지방 출신 학생들에게 트럭과 연유의 구입 비용을 내라고 한 상황입니다.
또 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체육 선수단들도 구역 당국으로부터 트럭을 동원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체육단에도 지방 출신 선수들이 많은데 이들은 모두 합숙에서 공동 생활을 합니다. 체육단 역시 구역 양정사업소에서 식량을 받아오는 입장이라 구역의 요청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각 가정마다 운반 비용 3만원에 알곡 담을 포대 5개를 바쳐야 하고 지방 출신 학생들도 8만원의 비용을 요구받았다고 하셨는데요. 평양에서 세대당 배급량이 얼마나 되나요? 이 비용을 다 내고 식량 배급을 받으면 남는 게 있습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 근로자가 받는 식량 배급량은 하루 700g입니다. 하지만 경제난 이후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이 식량공급 기준을 조금씩 계속 하향 조절했습니다. 결과 근로자가 실제로 받는 하루 식량은 550~600g입니다. 한달에 18kg이 되는 셈입니다.
국가가 주는 배급 식량 가격은 쌀 1kg에 46원($0.005), 옥수수 1kg에 23원($0.003)입니다. 18kg의 식량을 배급 받는데 드는 돈은 828원입니다. 바로 국정 가격입니다. 하지만 현재 평양 시장 쌀 가격이 1kg당 6,000원 정도니 시장에서 쌀18kg을 사려면 10만 8,000원이 있어야 합니다. 무려 130배나 차이 나는 금액입니다.
주민들이 내는 3만원과 포대 5개, 대학생들이 내는 8만원도 작은 돈은 아니지만 1년간 국정가격으로 식량배급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감수할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양 주민들이 이번에도 불만은 있지만 구역 당국이 내라는 돈과 물자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식량을 운반해오지 못하면 배급을 받을 수 없으니까요.
/북한에서 나오는 배급제 보도를 보면 북한 내부에서는 배급을 받는다는 것이 자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요 공장 노동자, 평양 주민만 배급을 받는 상황이니까요. 배급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에는 아무리 뼈빠지게 노력해도 가족의 한 달 식량을 충분히 마련할 수 없는 주민이 절대 다수입니다. 이런 주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고대하는 소식은 식량배급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돈이 있거나 장사를 잘 하는 주민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들은 품질이 좋지 않은 배급 쌀이 아니라 시장에서 파는 고급 쌀도 충분히 사 먹을 수 있거든요. 또 배급이 정상화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일반 주민들도 있습니다. 배급을 구실로 장사를 못하게 한다든가, 공장기업소의 출퇴근이나 노동강도 등 당국의 조치나 통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전 국민의 배급제가 실시되던 당시, 인민 생활에서 국가의 위상은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배급제가 무너진 지금, 국가의 위상을 과거로 돌리고 인민 생활을 무조건 통제하려 한다면 그야 말로 역사에 대한 망상이 아닐까요?
<지금 북한은> 오늘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손혜민,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손혜민,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예진,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손혜민, 안창규, 이현주
진행 – 이예진
에디터 –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