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나도 김주애처럼?’ 여성들 속 선글라스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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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할 것 다 하고 명절만 아닌 ‘김정은 위원장 생일’, 왜 공식화 안 하나

-주민들, 김 위원장의 생일날은 알아도 정확한 나이 몰라

-최근 북 주민들 사이에 유행하는 짙은 선글라스, 이번에는 여성용도?

-장마당의 여성 장사꾼도 선글라스 끼고 물건 파는 진풍경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 1월 8일은 올해도 달력에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생일에 맞춰 당과류 증정, 행사도 진행했는데요, 집권 10년이 넘도록 공식화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김 위원장이 선글라스를 쓴 장면이 자주, 보도를 통해 보이는데요, 어김없이 주민들 사이에서 유행되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관련 소식 알아봅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안창규 기자 : 안녕하세요.

[진행자]올해도 김 위원장의 생일이 공식 명절은 아닙니다. 그래도 주민들은 생일이라고 대강 짐작할 것 같은데요.

김지은 기자 : 주민들도1월 8일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인 것은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북한 당국도 김정은을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한 가지 이유로 세습한 것이 명색이 일개 국가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부당한 처사인 것이라는 점은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김일성과 김정일의 출생과 가계에 대해 낱낱이 소개하던 북한이 김정은이 집권한 지 13년이 넘도록 아직 공식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생일 전날, 소학교까지의 어린이들에게 당과류를 선물하고 1월 3일 열리던 충성의 결의를 다지는 선서 모임도 1월 8일에 맞춰 열립니다. 결국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주민들 스스로 알아서 짐작하라는 의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김정은의 생일날은 알아도 그가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 즉 몇 살인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의 어느 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면서 자신의 출생과 경력, 가족관계 등을 밝히지 않고 정치를 합니까. 비록 조상의 혈통을 이어 세습했다고 할지라도 국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출생과 가족관계 등을 모른 채 그를 수령으로 따라고 충성하라는 강요만 받는 실정입니다.

[진행자]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이후에 매년 새 달력이 나오면 기자들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1월 8일입니다. 공식적인 공휴일로 지정됐는지 확인하는 것인데 아마 여기 두 분 기자도 같으시죠?

김지은 기자 : 매년 그랬습니다. 사실 저는 올해는 공식 명절로 지정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올해도 북한 당국은 당과류를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 하루 전인 1월 7일에 공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분명하게 ‘1월 8일용’이라고 밝혔습니다.

명색이 선물이지 사탕, 과자의 품질이 장마당에서 개인이 만들어 파는 당과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공급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지금 북한의 각 학교 학생수는 김일성 시대에 비해 4분의 1로 줄었고, 김정일 시대에 비해서도 2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농촌 학교는 더 적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비해 김정은 위원장 시기의 선물 부담이 매우 적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김정은의 생일을 공식화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가계도 문제로 보입니다.

공식화하려면 당연히 출생일과 출생지, 부모, 조부모의 내력이 다 나와야 하는데 재일교포 출신의 어머니 고용희가 걸림돌로 보입니다. 백두혈통의 순결성을 내세워 세습 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상당한 약점인 겁니다.

[진행자] 바로 그 문제가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이후 줄곧 걸림돌로 지목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의 절차는 생일이 명절로 공식화되는 쪽으로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에는 북한 내부에서도 10년 뒤에는 선대들처럼 김정은의 생일이 공식화 즉 명절로 선포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초기에는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후계자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능력을 입증할 만한 경력이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정치 경력을 쌓고 능력을 선전하여 북한의 통치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입니다.

일반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김정은의 생일을 선대와 같이 공식화한다는 것은 주민들 앞에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북한의 세습 전통인 백두혈통의 순결성이나 수령으로서 통치 능력에서 북한 주민들의 지지와 추앙을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직 공식화되지 못했다는 건 그런 단계가 아니라는 방증이겠죠.

안창규 기자 : 최근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에 붙이던 '태양절', '광명성절'이라는 명칭을 없애려고 했고 주체 연호도 없애버렸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취했던 일부 노선과 업적을 지우거나 부정, 혹은 깎아내리면서 자신을 태양에 비유하는 등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절차는 차근차근 진행 중으로 봐야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40살은 연장자 취급을 못 받는 연령입니다. 구체적으로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노숙하지 못하며 모든 것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젊은이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친모 고용희의 출생지, 재일 귀국자 등의 약점과 함께 아마 이런 점이 김정은 생일 공식화를 주저하는 주요한 이유일 것으로 보입니다. 또 김정은 주변에 60, 70대 간부들이 많은 것도 공식화가 늦어지는 원인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생일이 북한의 공식 국가 명절로 된다면 그것은 김정은이 선대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내지는 경제회복이나 민생 향상 등 큼직한 성과를 냄으로써 자신의 치적이 주민의 인정을 받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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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에서 선글라스가 유행이라고요. 어떤 선글라스가 유행하는 겁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에서는 선글라스를 색안경이라고 합니다. 최근 북한 주민들이 선글라스가 유행되고 있지만 남한처럼 특정한 모양의 선글라스가 유행하는 건 없습니다.

다만 색안경 알의 색상이 중요합니다. 연한 색의 선글라스보다는 색이 짙은 선글라스가 유행하고 안경테가 너무 얇지 않으면서 검은색을 띠는 선글라스를 많이 쓴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선글라스는 광범하게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색이 짙은 검은 선글라스는 주로 시각장애인 같은 사람들이 사용했을 뿐 일반 주민이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일부 보위지도원, 안전원 같은 권력자들이 색이 짙은 선글라스를 끼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이유가 우선 법관인 자신을 과시하려는 의도인 것 같고 또 다른 하나는 주민들이 감시하는 자기 눈동자를 보지 못하게 가려 보위지도원이나 안전원이 어느 방향을 주시하는지 모르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북한 주민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권력자들이 하던 행동을 본떠 비록 힘없는 노동자이긴 하지만 ‘나도 한 번 써본다’, ‘나도 이런 선글라스가 있다’는 식으로 뽐내거나 으스대고 싶은 차원에서 색이 짙은 검은 선글라스를 애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김정일 위원장이 즐겨 썼던 선글라스도 그렇고 한 때, 박정희 대통령의 선글라스도 북한에서 유행하지 않았습니까? 주로 남성들 속에 유행한 건데요. 이번에는 여성용 선글라스도 유행이라고요. 김정은 위원장의 딸, 주애 양의 영향일까요?

안창규 기자 : 당연합니다. 남성을 우대하는 가부장적인 경향이 짙은 북한에서 여성이 선글라스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일반 여성은 더욱 그렇습니다.

남성도 때와 장소 등을 잘 가려 쓰지 않으면 건방지다, 버릇없다는 말을 듣기 십상인데 여성이 선글라스를 쓴다는 건 과거 북한에서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성은 물론 여성들이 선글라스를 많이 쓰고 있는데 이는 분명 김정은과 김주애의 영향입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지도자를 따라 배우라고 합니다. 지도자의 사상, 선대에 대한 충성, 인민을 위한 헌신, 소박한 품성 등을 배우라는 건데 실제 주민들이 따라 하는 건 눈에 보이는 패션이나 말 같은 것입니다.

하나의 사례로 김정일은 생전에 정장보다는 잠바(점퍼)를 많이 입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이 입는 잠바에 대해 신사복이 아닌 작업복이라며 김정은이 잠바를 즐겨 입는 것은 인민을 위해 헌신하려는 지도자의 의지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잠바 사용을 은근히 독려했습니다.

이런 상황의 연속으로 사치품으로 인식되던 선글라스가 북한 주민들 속에서 빠르게 유행되고 있는 겁니다. 소식통은 평양에서는 출퇴근은 물론 길거리에서, 또 지하철에서도 여성들이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하늘이 맑은 날 시장에 가면 여성 장사꾼이 색안경을 쓴 채 물건을 파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선글라스 쓰고 물건 파는 장마당 여성들, 생각만 해도 맵짭니다. 어쨌든 이번에는 '김주애의 선글라스'가 유행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사실 유독 북한 사람들이 선글라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서방 세계에서도 공식 행사에서는 선글라스를 안 끼는데 오히려 북한 간부들은 공식 행사에 많이 씁니다. 남북 관련 대화나 행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뭡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에서 방영된 이전 소련, 중국 등의 외국영화를 보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모습이 많이 나옵니다. 해수욕장 같은 장소에서 선글라스는 필수이고 길거리나 일상생활에서 많이 착용합니다. 이런 모습이 멋져 보이기 마련입니다.

좀 뽐내고 싶은, 남보다 더 강해 보이고 싶은 이런 내면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는 제한된 범위에서 조심스럽게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면 이제는 마음 편히 쓸 수 있게 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 국가 행사에 선글라스를 쓰고 참가하는 김정은처럼 말입니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은 외국 영화와 한국이나 서방을 묘사한 몇몇 북한 영화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이라면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 차홍기(최홍희) 홍영자 편을 기억할 겁니다. 북한에서 굉장한 인기를 끈 영화이지요. 이 영화에 북한 최고의 여배우 오미란이 출연했기 때문인데 영화를 보면 한국의 정치권에 깊숙이 관여하는 위치에 있는 홍영자 역을 맡은 배우 오미란이 선글라스를 끼고 자주 등장하는데 북한 주민 누구나 잊지 못하는 장면일 겁니다.

워낙 유명한 여배우가 멋진 선글라스를 낀 모습은 북한 여성은 물론 남성들 보기에도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여성들이 그런 패션을 절대 따라 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최근 김정은과 그의 어린 딸이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한 모습이 텔레비죤과 신문 등에 자주 공개되면서 일부 여성들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선글라스를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선글라스를 쓰며 소소한 즐거움을 물론 화창한 여름날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덤까지 얻어, 다행입니다.

[김지은 기자]저도 북한에서 선글라스 못 써봤죠.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최고 지도자가 입고 쓰는 게 유행해도 금지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조금 다릅니다. 김정은의 통 큰 바지가 유행했을 때도 금지했고 현송월의 머리 모양도 금지하지 않았습니까? 선글라스는 금지되지 않길 바라봅니다.

[진행자] 북한 여성들, 선글라스 꼭 사서 쓰시고 한껏 멋 내시길 바랍니다. 농촌 동원 나간 논밭에서도 권해드립니다. 오늘 소식, 여기까집니다. 다음주 시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