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최근 중국에서는 몸속의 바늘을 26개나 가지고 살아온 한 중국 여성의 얘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연인 즉은 이 여성이 어린 아이였을 때, 그녀의 조부모가 남자아이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같이 많은 바늘을 주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국의 남아선호 사상. 무엇이 문제인지 전해드립니다.
올해 31살의 이 여성은 얼마 전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와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녀를 진단하기 위해 X-레이를 촬영한 의사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환자의 몸속에서 무려 26개의 바늘이, 그것도 일부는 폐와 간, 신장 등을 관통했으며 어떤 바늘은 세 조각으로 부러져 그녀의 뇌 속에까지 침투한 것입니다. 의사들은 이 여성의 진술을 바탕으로 그녀가 태어났을 때 딸이라는 사실에 실망한 조부모가 다음에 손자를 얻기 위해 오래전에 꽂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아 선호 사상이 원인이었던 것이죠.
다행인 것은 이 여성은 지난 11일 첫 바늘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하네요. 바늘의 수가 많고 쉬운 수술이 아니 여서 앞으로 수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하긴 하지만 그녀에 대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중국 전역에서 성금이 모아지고 미국과 캐나다의 의료진이 수술에 참여하려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남아 선호 사상은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남아 선호 사상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아들 무척 좋아합니다. 옛날부터 아들 못 낳는 며느리는 소박감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 남한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아들딸 구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손자를 여전히 원하는 눈치입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유독 중국인들은 남자아이를 낳기 위해 안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의 한 가구 한 자녀 낳기 정책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 낳으면 되지만,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까 정부에서 아예 한 아이만 낳도록 법으로 정해 버렸습니다. 참고로 이 법은 매우 엄격해서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경우에만 첫째가 딸일 때는 둘째까지 가질 수 있고, 둘째도 딸이면 어쩔 수 없답니다. 그래도 아들을 낳으려고 또 낳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벌금을 물리기도 하고, 벌금을 못 내면 재산을 몰수하며, 강제 유산도 시키고, 직장에서 쫓아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정부의 한 가구 한 자녀 방침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었죠. 남한 인천 대학교 무역학과 박정동 교수의 말입니다.
"중국은 이것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대단히 엄격하게 적용했습니다. 부부의 피임이라든지 결혼 적령기를 늦추게 한다든지 그리고 그런 원칙을 어기게 되면 아이를 호적에 올리지 못하게 하고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게 하는 등 대단히 엄격하게 실시했습니다."
따라서 중국 사람들은 이왕 하나만 낳을 거면 가문을 이어갈 수 있는 아들로 낳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요즘에는 태어난 여자아이에게 바늘을 꽂지 않아도 손쉽게 뱃속에서 성별을 감별해 낙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중국인 Chou씨에 따르면, 중국의 많은 집안에서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초음파 검사해 봐서 딸이면 낙태 수술을 하고 아들이면 낳는 것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It is violate the law, in a lot of places doctor are not allowed to use ultrasound to determine the sex.)
"중국 정부는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한 성 감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농촌 지역에서는 성감별을 통한 낙태 수술이 매우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의 경우는 도시에 비해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합니다. 왜냐면 농촌에서는 아들이 곧 노동력이고 노동력이 곧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습니다. 그리고 낙태에 대한 인식이 교육을 받은 도시 사람들에 비해 부족하죠. 따라서 중국 농촌에서 한 집안의 며느리가 낙태 없이 첫 아들을 낳으면 그 며느리는 그 집안에서 여왕으로 모셔질 정도입니다"
무분별한 성감별 낙태로 인해서 중국 인구는 여자 아이 100명당 남자아이 117명으로 남녀 성 비율이 비정상입니다. 일부 시골 지역의 경우 여자 아이 100명당 남자아이가 무려 150명이라는 극단적인 성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는 2020년이면 중국에서 짝이 없어서 결혼하지 못하는 노총각이 4 천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구지 2020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중국 농촌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처녀 품귀 현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인동포 노종수씨는 농촌에서는 총각들이 결혼을 하기 위해 많은 돈을 주고 아내를 데려오는 풍토가 정착했다며, 모순되게도 남아 선호 사상 덕분에 여성의 위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농촌이거든요. 여기서는 남자가 돈을 몇 만원씩 주고 결혼을 하는데 제가 아는 친구도 이번에 결혼을 하는데 중국 돈 3만원을 처갓집에 주고 여자를 데려와서 결혼을 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이곳 한 달 월급이 6백 원 정도니까 3만원이면 엄청나죠."
일찍이 마오쩌뚱은 부족한 혁명역량을 보충하기 위해 '여성은 하늘의 절반을 떠받들고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정책적으로 여성의 해방을 부르짖어 왔습니다. 그 결과 중국 여성들은 당당하고 강인해 보입니다. 중국 가정에서 밥이나 빨래 등 집안일을 아내와 남편과 동등하게 분담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국의 여성들은 여전히 높은 남존여비 사상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인 Chou씨는 중국의 여성 해방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중국 여성은 반쪽의 하늘이 아니라, 여전히 중국 남성에 속해 있는 반쪽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