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수경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 중에 '얼나이'와 '샤오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얼나이'는 두 번째 부인이란 뜻이고 '샤오미'는 귀여운 비서를 일컫는 말로 모두 첩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최근 중국의 권력자들이나 졸부들 사이에서는 '얼나이'를 두고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이 만연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전해드립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한 미모의 젊은 여성이 인터넷 상에 자신의 얼나이 생활을 공개해서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중국 남서부 셴젠에 거주하고 있는 '아전'이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여성인데요, 이 여성은 친구를 사귀는 웹사이트인 bbs.yeeyoo.com 에 자신은 원래 농촌 출신인데 얼나이가 된 이후부터 중국에서 가장 현대화된 도시로 꼽히는 셴젠에서 즐겁고 걱정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웹사이트에는 벌써 1억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방문했으며 해외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에서도 잘 알려진 홍콩 가수겸 배우죠. 알란 탐은 이미 장성한 아들까지 낳은 얼나이를 몰래 숨겨두고 있었음이 뒤늦게 폭로 되서 곤욕을 치루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광둥성 산터우시에서는 얼나이를 여러명 둔 남자의 세 번째 첩이 두 번째 첩을 잔혹하게 죽인 살인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요즘 중국에서는 얼나이, 즉 첩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첩을 두고 사는 남성들이 많아 졌다는 얘긴데요. 주로 권력자나 갑자기 부자가 된 남성들이 얼나이를 두고 산다고 합니다. 첩을 두고 사는 것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도 개인 사생활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와 절대 옳은 일이 아니다로 분분합니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조선족 오진룡씨는 돈이 많으면 첩을 두고 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관대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오진룡) 돈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두고 살지요. 여자들한테 돈도 쥐어주고 차도 사주고 집도 사주고 그렇게 두고 살지요. 좋게 뭐고 그런 거 없고 그저 그런 일은 보통일인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중국에서는 인구가 많으니까 그런 것은 문제가 안 될 것입니다.
반면에 베이징에 사는 조선족 가정주부인 서혜련씨는 만일 자신의 남편이 첩을 둔다면 같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혜련) 결혼 하셨어요? 네 만약 남편이 첩을 두겠다 한다면? 안된다고 해야죠. 저는 용납 못해요. 무조건 화 나는 거죠.
특히 부자들이 많이 사는 홍콩과 인접해 있어서 얼나이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셴젠에서 현재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중국인 주씨는 얼나이들은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며 비난했습니다.
(주) (얼나이 여성이 운영중인 웹사이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나이 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모임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나이는 행복한 가정을 파괴시키고 정상적인 가족의 관계에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존재는 중국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조화로운 사회와 반대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중국에서 이처럼 축첩이 유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발전 때문입니다. 과거 중국에서 한 남자가 여러명의 부인을 두는 것은 수 천년 동안 내려왔던 전통이었습니다. 그러나 1949년 중국 공산주의 체제가 건립되면서 법적으로 1부 1처제를 명시하고 첩을 두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특히 자본주의 요소를 뿌리 뽑자는 운동이었던 문화 대혁명 시대 때는 첩을 거느린다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성공적인 개혁개방으로 부자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지면서 돈을 쫓는 여성들이 생기게 되고, 자연스럽게 돈 쓸 곳을 찾는 부호들과 권력자들이 그녀들을 첩으로 삼게 된 것입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한인동포는 부인 이외에 다른 여자를 두는 것은 남한이나 미국 어느 자본주의 국가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중국도 자본주의 화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인동포) 중국도 개혁개방 이후에 사회가 많이 변화되어서 경제는 체제는 시장경제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그런 와중에서 남자들이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좋지 않는 생각이 난다고 하는데 중국이라고 다를 것이 없습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중국에서는 축첩을 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 베이징 대학 법학과 출신인 언론인 Zheng씨에 따르면, 법적으로 축첩은 금지되어 있지만, 정작 축첩을 한 당사자를 처벌할 수 있는 형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Zheng : (there is no law. It's regulation and policy for government officials, if he has second wife he lose his job.)
“중국에서 첩을 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없습니다. 다만 공무원의 경우 첩을 거느릴 경우 관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규정은 있습니다. 그리고 민사상 첩을 거느린 남편을 부인이 고소할 수는 있는데 이 경우 부인에게 위자료를 준다거나 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남편이 큰 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최근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는 축첩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왜냐면 축첩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국가에 약 6천 5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혀 사형선고를 받은 류진바오 전 중국은행 홍콩지사 총재, 역시 사형선고를 받은 5백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챙긴 청커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자살한 쑹핑순 전 톈진시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이들은 모두 한때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정부패 공무원들인데요, 놀라운 것은 이들 뒤에는 모두 얼나이, 즉 첩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류진바오 전 총재는 자신의 첩의 성형수술 비용으로 공금에서 50만 달러나 사용했으며, 청커제 부위원장은 뇌물 받은 돈으로 첩의 사업을 도왔다고 합니다.
Zheng씨는 중국 당국이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축첩을 근절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밀리에 진행되는 축첩을 조사하기도 힘들 뿐더러, 처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부자들이 위자료 몇 푼 주고 끝나는 민사 재판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