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최근 중국에서 일어난 주요 소식들에 대해 알아보는 '중국의 오늘' 시간입니다. 요즘 중국인 사이에서는 해외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입니다.
해외여행.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를 사용하는 낯선 나라에서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다는 것. 아마 해외여행 싫어하실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지구촌 일일 생활권이라고 하죠? 비행기만 타면 지구 저쪽 반대편에 있는 나라라고 할지라도 24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들에게는 아직도 해외여행은 꿈만 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북한정부는 주민들의 해외여행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죠. 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주민들의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보장하고 있는데요, 중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국은 지난 1998년부터 가까이 있는 나라부터 단계적으로 해외여행을 자유화 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세계 각국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설 정도로 경제력이 있는 아시아 최대 관광 시장이 되었습니다. 중국 동북 3성에 사는 조선족 정씨는 과거 중국에서 해외여행은 특권층만 누리는 것이었는데 요즘에는 일반인들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일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정: 지금 중국에 돈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지금 중국인들 가운데 외국 여행하는 사람들 아주 많습니다. 중국도 이제 잘 살게 되었단 말입니다.
중국 국가관광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중국인들이 모두 3452만명에 달합니다. 북한 인구가 2천2백만명 가량이라고 하니까 작년 한 해 동안 북한의 전체 인구보다 1,250만명이 더 많은 중국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깁니다. 여하튼 세계 관광 기구는 중국은 2020년 세계 4대 관광대국이 될 것이며, 앞으로 15년 안에 연간 1억명이 해외 여행을 나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아시아입니다. 2005년 상반기 전체 해외 여행객의 90%가 인근 아시아 국가를 관광했는데요, 중국인들은 특히 국경일등 연휴 기간이면 앞다퉈 해외로 나가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기념일인 오는 10월 1일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 상품에 대한 예약 문의가 넘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관계자: 지금 중국에 해외여행 가시는 분 많습니다. 이전에는 중국 내에서만 여행 다녔는데 지금은 해외로 가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주로 동남아 쪽 인도 그리고 태국 같이 가기 쉬운 곳으로 많이 갑니다. 또 한국은 중국하고 가깝잖아요. 비행기로 2시간밖에 안 걸리는데 지금 유람과 예약 같은 것 문의하는 분이 많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씀씀이도 큽니다. 최근 프랑스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 여행객이 프랑스에서 쓰는 돈은 1인당 평균 3000달러 정도로 일반적으로 유럽 미국의 여행객 소비액인 1000달러의 세배입니다. 대만의 한 연구 단체는 중국 관광객 한명 당 쓰는 평균 쇼핑 비용(물건을 사는데 쓰는 비용)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중국인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관광, 즉 여행비용보다 쇼핑비용이 더 많이 드는 관광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에서 중국인 관광 안내 일을 하고 있는 사무엘 쿠 (Samuel Ku)씨는 중국인들을 쇼핑하기 편한 대도시 관광이나 도박을 위한 카지노 관광을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Ku: 3년 전에 비하면 한 80% 중국 관광객이 늘었습니다. 4년 전과 비교한다면 200-300%나 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로스엔젤레스 입니다. 그 다음으로 인기 있는 곳이 뉴욕이죠. 도박을 할 수 있는 라스베가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특히 대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은 쇼핑을 좋아 합니다. 주로 명품이나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삽니다. 회사에서 연수차 방문한 관광객의 경우는 회사 측에서 쇼핑 비용도 대준다면서 쇼핑에 많은 돈을 쓰는 것을 봤습니다.
해외에 나가는 중국인들이 많아지자 중국당국은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혹시 자국민들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지, 국가에 대한 인상을 나쁘게 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 하는 모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영사 보호와 협조 지침’이라는 해외여행 지침서를 발간했는데요, 지침서는 큰 소리로 떠들지 말고 돈 자랑 하지 말라. 현지 문화를 미리 숙지하고 잘 지켜라 등 구체적인 주의 사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도박과 성 매매 장소에 가지 말 것도 함께 당부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중국인들이 해외 관광지에서 보인 몰상식한 행동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이 태국의 한 섬에서 열대어를 구경하다가 주변에 있는 나무를 땔감으로 이용해 즉석에서 열대어를 구워 먹었는가 하면, 또 최근 이란을 방문한 한 중국인은 현지의 정치 경제 군사와 관련된 민감한 지역에서 사진 촬영을 해 간첩으로 의심받아 법원으로 간 사건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관광당국은 중국인 관광객이 관광지나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등 질서를 지키지 않아 가장 상대하기 힘든 관광객이라고 공개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북한 나진선봉 지구와 마카오 등 해외 카지노에서 거액의 공금을 탕진한 중국 공무원들이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억 인구의 중국 관광객은 세계 관광 시장에서 거대한 잠재 고객으로 대우받고 있습니다. 세계 유명 관광 도시들은 요즘 중국말을 할 줄 아는 안내원과 통역원들을 배치하고 중국어 안내 책자를 만드는 등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공략 마련에 바빠졌습니다. 서울 곳곳의 백화점과 면세점등 고급 유통매장에서도 요즘 단체 중국 관광객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한 가지 부러운 점은 중국인들은 북한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웬만해서는 외국인들에게 여행 비자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중국인들에게만큼은 관대해서 중국인들은 금강산이니 백두산이니 돈만 내면 갈 수 있고 평양관광이나 아리랑 공연도 중국인들에게는 개방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남북한 모두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중국인 관광객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