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사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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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산주의 역사 이야기, 기대와 좌절. '공산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해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사상'을 말합니다.

특히 오늘날 공산주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현대 공산주의, 즉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공산국가들마저 몰락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공산국가들의 현실과 미래도 암울합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와 함께 공산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미래도 조명해봅니다.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시간까지 험난했던 알바니아의 역사를 살펴보았는데요, 공산정권이 무너진 다음에 아주 혼란스러운 시간을 겪어야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1997년에 대규모 금융 사기 사건이 생겼고 이 때문에 내전까지 생겼다는데요, 도대체 어떤 사건인가요?

란코프교수: 아마 알바니아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러시아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알바니아 사람들이 1997년에 겪은 금융사기 사건은 알바니아에서만 생긴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매우 비슷한 사기 사건은 공산당 정권이 무너진 후 과도기를 겪던 구 공산권의 많은 나라들에서 생겼습니다. 저는 러시아 사람이므로 같은 경험이 있습니다.

기자: 교수님도 1990년대 금융 사기 때문에 손해를 보셨다는 말씀인가요?

란코프교수: 저는 소박한 사람이어서 그런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1997년 알바니아에서 생긴 금융사기와 매우 비슷한 대형 사기사건이 러시아에서도 있었습니다. 1994년 초 러시아에서 아주 시끄러운 사건이 있었는데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습니다. MMM회사 사건입니다.

기자: 어떤 사기 사건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란코프교수: 1990년대 초까지 소련과 동구권 사람들은 시장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몰랐습니다. 공산당 간부들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놀이를 잘 한다면 잘 살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그들은 매월 돈을 투자한다면 막대한 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러한 회사들에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100달러를 투자하면 앞으로 영원히 매월마다 10달러씩 받는다는 약속입니다. 물론 이러한 약속은 지켜질 수조차 없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이 아시는 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보통 매년 5%의 이익이 있다면 좋은 투자입니다. 10%라면 놀라울 정도로 좋은 투자입니다. 매월 10%의 이익이 있다면 1년에 120%의 이익이 있는 셈인데, 이러한 투자는 있을 수 없습니다. 100달러를 투자하면 매달 10달러를 받는다는 주장은 확실히 거짓말인데, 이러한 사기를 피라미드 사기라고 합니다.

기자: 피라미드 사기라고 하셨는데 어떤 유형의 사기행위를 가리키는가요?

란코프교수: 제일 먼저, 피라미드 사기를 치고 싶은 사기꾼은 자신이 돈을 매우 잘 벌수 있는 위대한 사업가라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돈을 맡기면 자신이 잘 투자하고, 돈을 맡긴 사람들에게 매달 5%나 10%씩 이익을 지불할 수 있다고 약속합니다. 당연히 거짓말이지만, 믿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소박한 사람들이 돈을 맡기면, 흥미롭게도 처음 얼마 동안 진짜 매달 5%나 10%의 이익을 지불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피라미드 사기꾼은 어떻게 투자자들에게 돈을 지급하나요? 자기 돈을 주는 건가요?

란코프교수: 당연히 아닙니다. 예를 들면 피라미드 사기는 1월에 시작했다고 생각합시다. 1월에 100달러를 투자한 사람들이 100명 있습니다. 사기꾼은 1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다음달에 약속한 대로 10달러씩 지불한다면 1천 달러가 필요합니다. 남은 9천 달러는 대부분 광고에 씁니다. 방송국이나 신문을 찾아가 자기 사업을 광고하는 자료가 많이 나오도록 합니다. 소박한 사람들은 시끄러운 광고를 믿습니다. 2월에 이 사기를 믿는 사람이 200명 생겨서 2만 달러가 생깁니다. 바꾸어 말해서 사기꾼은 새로운 가입자들이 투자한 돈을 진짜 사업을 하는데 쓰지 않고, 시끄럽게 광고하는 데 씁니다. 한편으로 기존에 자신에게 돈을 낸 사람들에게 이익을 지불하는 데 씁니다. 이 사업은 몇 개월이나 몇 년 동안은 유지할 수 있지만,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거짓으로 사업을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란코프교수: 피라미드 사기꾼이 더 많은 사기를 치기 위해서는 계속 수많은 사람들이 가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가입자 숫자는 영원히 늘어날 수 없습니다. 조만간 새로운 가입자가 사라지고, 사업은 위기에 빠집니다.

기자: 위기에 빠진 피라미드 사기는 어떻게 됐나요?

란코프교수: 피라미드식 사기를 시작한 사람들은 조만간 이러한 위기가 생길 것을 처음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입자들이 맡긴 돈 일부를 훔치고 잘 숨깁니다. 결국 피라미드 사기가 흔들리기 시작할 조짐이 보이면, 그들을 돈을 가지고 도망갑니다. 상황에 따라서 잘 도망칠 수도 있고, 체포될 수도 있습니다. 마침내 가입자들은 약속한 이익을 받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이 투자한 돈을 되찾을 희망조차 없습니다. 예를 들면 러시아에서 피라미드 사기를 친 MMM회사는 1994년 초에 무너졌는데, 피해를 본 사람들은 수백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들 가운데 수십 명은 자살까지 했습니다.

기자: MMM회사의 사기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란코프교수: 설명할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피라미드 사기꾼들인데, 그들은 자신들이 돈 관리를 매우 잘 할 수 있고, 자신들에게 돈을 맡긴다면 매월 5%의 이익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믿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MMM회사는 자신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을 광고하기 위해서 흥미로운 선전까지 했습니다.

기자: 어떤 내용이었나요?

란코프교수: 그들은 어느 날 모스크바에서 누구든지 하루 종일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하철회사에 하루치 전체 요금을 자신들이 냈습니다. TV광고도 아주 많이 했습니다.

기자: 피라미드 사기는 아주 파렴치한 사기 같은데요.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이러한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이 있나요?

란코프교수: 자본주의 나라에서도 가끔 생기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사기를 당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나라가 무너진 다음에 어려운 과도기에 이러한 피라미드 사기가 진짜 많았습니다.

기자: 왜 그런가요?

란코프교수: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사회주의국가 인민들은 시장경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간부들도, 지식인들도 거의 모두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을 잘 모릅니다. 그들은 돈을 투자한다면 매월 5%나 10%씩 받을 수 있다는 거짓말을 쉽게 믿을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국가 사람들은 시장경제에서 돈놀이를 너무 잘 한다고 해도 매월 5%의 이익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가 무너진 다음에 사회주의국가 인민들은 광고가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자본주의국가 사람들은 진짜 기사와 광고자료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광고라는 것이 사실상 합법적인 거짓말이나 과장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사회주의나라 사람들은 TV나 신문에 나오는 광고가 모두 다 사실이라고 생각했고 열심히 믿었습니다.

기자: 러시아 출신의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와 함께 알아본 공산주의 역사, 오늘 순서 여기까지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