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해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사상'을 말합니다.
특히 오늘날 공산주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현대 공산주의, 즉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공산국가들마저 몰락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공산국가들의 현실과 미래도 암울합니다.
이 시간은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공산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도 조명해봅니다. 대담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입니다.
- 구소련 붕괴 이후 경제적 이익 누린 계층은 간부들
- 일반 국민의 불만 높았지만, 대체할 사회계층 없어
- 구소련 간부들, 합리주의적 경제체제에서 지도적 역할
- 구소련 간부들, 과거 공산주의 체제보다 더 효과적으로 활동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구소련은 결국 해체됐습니다. 하지만 소련의 해체 이후에도 당시 권력과 기득권을 누리던 공산당 간부들은 여전히 승리자로 평가됐는데요. 이들은 높은 교육과 국정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부와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소련 붕괴 이후 당시 간부 출신자들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 교수님, 소련이 무너진 지 거의 30년 되었습니다. 지금 러시아의 정치를 보면, 아직도 간부 출신자들의 역할이 큰가요?
[란코프 교수] 대체로 그렇지만, 물론 변화도 있습니다. 첫째로 2000년대 초 KGB, 즉 국가보위성의 공작원 출신이었던 푸틴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의 등장 이후부터 공산당 간부들보다 군인, 그리고 보위원 출신자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러시아의 주요 직위를 보면 구소련시대 당시 보위원으로 지냈던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당시 힘이 셌던 사람 대부분은 지금 나이가 많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합니다. 죽은 사람도 많고, 조용히 은퇴 생활을 누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 큰 권력을 누리는 많은 사람은 1980년대 고급 간부였던 사람의 자녀들이나, 구소련이 무너졌을 때 중∙하급 간부로 지내던 사람들입니다. 다행히 공산당 간부나 보위원들이 아니었던 사람들의 비율도 지난 10년 동안 많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기본 원칙은 여전합니다. 구소련이 무너진 이후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은 사회 계층은 소련시대 간부들입니다.
- 반면 일반 인민들은 어땠을까요? 그들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불만이 있었을까요? 있다면 어느 정도였나요?
[란코프 교수] 물론 불만이 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권위주의 경향이 심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를 미친 듯이 비난하는 방송이나 신문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정부 정치인들은 간부를 중심으로 하는 러시아의 정치 구조를 많이 규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간부 출신자들의 성공은 거의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 불가피한 일이었다면 왜 그런가요?
[란코프 교수]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1980년대 말 소련 사회에서 정치와 경영에 대한 경험, 그리고 교육을 받았던 사회 계층은 간부밖에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간부들은 그들이 경영했던 기업소를 사실상 훔치고, 개인의 소유로 만드는 것이 매우 쉬웠습니다. 이 때문에 간부들의 성공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소련 시대의 간부 출신자들은 합리주의적 경제 체제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경영하는 경제는 잘 성장했고, 인민들의 생활도 소련 시절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의 기본 문제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기본 문제는 체제였습니다. 체제가 바뀐 다음에도 지배계층은 별로 바뀌지 않았지만, 그들은 공산주의 시대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드리겠습니다.
- 교수님, 북한의 예를 들어 한 가지 더 질문하고 싶은데요. 현재 북한 간부들은 자신이 누려왔던 기득권을 잃을까 봐 지금의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것이 북한 체제의 변화를 늦추는 원인이 된다는 말도 있는데요.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란코프 교수] 북한은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그들은 체제의 붕괴보다 통일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제가 볼 때 그들의 우려는 근거가 없지 않지만, 매우 과장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체제가 무너지고 흡수통일이 이뤄질 경우 고급 간부는 새로운 체제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급 간부, 하급 간부는 별문제가 없을 겁니다. 좋든 싫든 지금 북한에서 구소련처럼 교육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바로 간부들입니다. 특히 북한은 대대로 간부들이 특권을 누려왔습니다. 평범한 인민 출신은 경험도 인맥도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출세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들의 공포는 매우 과정된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좋든 싫든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계층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북한 체제가 무너지면 북한 간부는 구소련의 간부만큼 잘 하지 못할 것입니다. 바로 통일 때문입니다. 특히 고급 간부는 그렇습니다.
- 그래서 지금의 체제가 무너져도 북한 간부들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필요할까요?
[란코프 교수] 이런 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북한 간부나 구소련 간부는 압도적으로 기회주의자들입니다. 그들은 능력도 있고, 어느 정도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지만, 기회주의자들입니다. 자신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해야 하는 말을 하고, 외쳐야 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체제가 바뀐다면 이들은 하루아침에 지금도 믿지 않는 주체사상, 공산주의 사상을 헌 옷처럼 벗어버리고 완전히 다른 사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 네. 높은 교육을 받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간부들은 공산주의 국가가 무너진 이후에도 기득권으로서 역할을 담당했군요. 반면 일반 사람에게는 그런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공산주의 체제가 바뀐 이후 간부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동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란코프 교수님, 고맙습니다
네. <공산주의 역사 이야기: 기대와 좌절>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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