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산주의 역사 이야기, 기대와 좌절. '공산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해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사상'을 말합니다.
특히 오늘날 공산주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현대 공산주의, 즉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공산국가들마저 몰락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공산국가들의 현실과 미래도 암울합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와 함께 공산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미래도 조명해봅니다.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교수님, 저희 프로그램이 '공산주의 역사이야기'입니다. 공산주의라는 용어는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철학과 사상 체계입니다. 공산주의 철학과 사상 체계에도 재미있는 역사가 있다면서요?
란코프교수: 네 그렇습니다. 공산주의의 철학과 사상 체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역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역사에서 빛나는 성공도 있었고, 매우 심한 패배도 있었고, 통합도 갈등과 다툼도 있었습니다. 물론 공산주의의 핵심은 당연히 정치입니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원래 사회, 경제, 역사, 세계까지 설명하는 종합적이며 포괄적인 사상 체계로 등장하였습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살펴볼 가치가 많습니다.
기자: 공산주의는 도대체 언제 생겼나요?
란코프교수: 공산주의 사상은 확실한 생일이 있습니다. 1848년 2월입니다. 당시에 독일 출신의 젊은 학자 2명은 작은 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책은 공산당 선언입니다. 공산당선언은 초기 공산주의의 기본 이론을 압축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공산주의는 매우 포괄적인 철학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 물리학, 화학, 우주의 구조까지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에는 정치와 역사에 대한 공산주의 이론을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정치와 역사는 당시에 공산당선언이라는 책의 초점이었습니다.
기자: 공산주의의 기본 이론은 무엇인가요?
란코프교수: 공산주의의 기본 이론은 세계 역사가 진보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갈수록 경제수준도 높아지고, 사회도 복잡해지고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발전을 초래하는 것은 계급투쟁입니다. 맑스는 멀지 않은 미래에 자본주의 사회가 완전히 무너지고 공산주의 혁명 덕분에 공산주의 체제가 생길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그 혁명을 초래하는 세력은 바로 무산계급, 즉 노동계급입니다. 맑스는 자본주의 발전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길 줄 알았습니다. 그는 수십 년 이내에 노동자들이 갈수록 가난해져서 조만간 집도 없어지고 옷까지 소유하지 못하는, 살아있는 기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전복시키고 완벽한 공산주의 사회 즉 지상낙원과 별 차이가 없는 공산주의 사회가 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도대체 완벽한 공산주의 사회는 무엇인가요? 맑스는 어떤 사회를 꿈꿨나요?
란코프교수: 맑스는 모든 사회문제와 모순을 초래한 것은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산주의혁명 이후 사유재산이 없어지기 때문에 모든 사회모순이 즉각적으로 해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국가도 없습니다. 맑스는 구체적으로 공산주의 사회를 묘사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사회에서 종교도, 경찰도, 국가도, 민족도 애국심도, 차별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누구든지 능력에 따라 일하고 수요에 따라 받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기자: 공산주의 사회는 민족도 애국심이 없는 사회라는 말인가요?
란코프교수: 당연히 그렇습니다. 원래 공산주의 운동가들은 국가를 너무 미워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국가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바로 악독한 기구입니다. 지배계층이 이용하는 착취와 압박의 수단 뿐입니다. 맑스는 국가를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자본가들이 만든 위원회라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족과 애국심도 반동주의적 사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산주의 이론에 따르면, 민족주의도 애국심도 일반 노동자들을 속이고 착취하기 위해 자본가들이 만든 거짓말입니다. 초기 공산주의자들의 주장은, 노동자들에게 조국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맑스를 비롯한 초기공산주의자들은 국가도, 민족도, 애국심도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나요?
란코프교수: 네 그렇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민족도 국가도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공산주의 혁명 이후 얼마 동안 과도기 때문에 국가나 민족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조만간 완전히 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 때문에 초기 공산주의 이론의 한 중요한 특징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19세기말 맑스를 비롯한 공산주의 이론가들은 공산주의 혁명이 비슥한 시기에 전 세계에서 생길 줄 알았습니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먼저 경제발전과 사회발전 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 혁명이 생깁니다. 당시 기준으로 이러한 선진국은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혁명은 거의 즉각적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후진국에서도 모두 공산주의 혁명이 벌어질 줄 알았습니다.
기자: 공산주의이론에 따르면 혁명은 언제 어떻게 생기나요?
란코프교수: 먼저 공산주의혁명을 지도하는 세력이 필요합니다. 공산당입니다. 당시에 공산당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사회민주당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19세기 말 이후 공산당과 사회민주당은 사상이 달라지는데, 당시에 같은 사상을 가졌습니다. 물론 초기 공산주의자들은 무조건 세계 혁명을 믿고 민족주의와 애국심에 대해서 불만과 적대감이 많아서, 국가별로 공산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국제공산당, 즉 인터내셔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19세기 후반에 공산주의 이론가들은 공산당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20세기 초의 레닌이나 스탈린에 비하면 공산당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초기 공산주의자들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서 공산주의 혁명이 곧 자발적으로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후세 이론가들에 비하면 별로 중요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갈수록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떨어지고 있고, 끔찍한 자본주의 모순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곧 공산주의 혁명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초기공산주의자들은 공산주의혁명이 구체적으로 언제 생긴다고 믿었을까요?
란코프교수: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1840-50년대 맑스와 엥겔스를 비롯한 공산주의 이론가들은 세계 공산주의 혁명이 20-40년 이내에 생길 줄 알았습니다.
기자: 당시에 공산주의는 인기가 있었나요?
란코프교수: 네 그렇습니다. 인기가 없었더라면 거의 17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가 이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당시에 공산주의 이론의 매력은 대단했습니다. 한편으로 젊은 지식인들은 열망이 많았습니다. 19세기 말 사회 분위기를 보면 당시 사람들은 과학의 위대성을 굳세게 믿었습니다. 당연히 맑스를 비롯한 공산주의 이론가들은 공산주의 이론이 바로 과학이라고 했습니다. 물리학자들이 물체가 움직이는 궤도를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공산주의 이론을 아는 사람은 역사의 궤도를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보의 이념도 매력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공산주의 이론을 열심히 지지하는 사람은 지식인 뿐만이 아닙니다. 일반 노동자도 많았습니다. 물론 19세기초기의 자본주의의 첫 단계에서 노동자들은 정말 오늘날 상상하기도 힘든 열악한 조건에서 일했습니다. 그들은 적은 돈만 받고 하루에 12-14시간씩 일했고, 가끔 어린이들까지 일했습니다. 당연히 그들은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하는 공산주의 이론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상식과 달리, 공산주의 이론가들도, 지도자들도 거의 모두 다 지주, 부자, 자본가 집안의 아들딸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산주의가 일반 인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면 많이 확산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기자: 러시아 출신의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와 함께 알아본 공산주의 역사, 오늘 순서 여기까지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