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해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사상'을 말합니다.
특히 오늘날 공산주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현대 공산주의, 즉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공산국가들마저 몰락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공산국가들의 현실과 미래도 암울합니다.
이 시간은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공산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도 조명해봅니다. 대담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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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해체 이후 나타난 사회적 변화>
- 소련 붕괴 이후 살기 좋아진 사회계층 등장
- 낙후기술 가진 공장은 문 닫고 최대 10년은 경기침체
- 최신 기술 사용하는 새로운 공장 들어서, 새로운 산업도 등장
- 경제 ∙ 공업 등 발전하면서 기술자 ∙ 노동자 수요 늘어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이 붕괴한 이후에도 높은 교육을 받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간부들은 기득권으로 부와 권력을 누렸습니다. 반면 일반 사람에게는 그런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었는데요. 오늘은 공산당 체제가 무너진 이후 나타난 다른 사회적 변화도 살펴보겠습니다.
- 란코프 교수님, 지난 시간에 공산당 정권이 무너진 이후 가장 많은 권력을 누린 사람들이 공산당 간부, 군인, 보위원 출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초 동구라파와 소련에서 공산당 체제가 무너진 이후 살기 좋아진 다른 사회계층이 있었나요? 만약 있었다면 어떤 사회 계층입니까?
[란코프 교수] 당연히 있었습니다. 통계를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러시아의 1인당 소득은 1985년보다 거의 3배나 많았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붕괴 이후 사회 양극화가 너무 심해졌습니다. 그 때문에 많이 얻은 사회계층도 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사회계층도 있습니다.
그래도 특정 사회계층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 교육 수준별, 나이별, 지역별 차이를 비교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지금 러시아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사회주의 진영의 여러 국가를 보면 서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폴란드는 1985년보다 4배나 더 잘살고 있는데, 폴란드와 가까운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1985년 수준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 교수님, 폴란드는 4배나 더 잘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별 차이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란코프 교수] 이것은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몇 가지 가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폴란드는 1990년대 초 매우 결연하게 개혁을 시작했고, 시장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처음부터 서로 대립하는 세력이 등장해서 내부 갈등과 혼란이 심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답하기 쉬운 질문은 아닙니다.
- 교수님, 1990년대 과도기 때 구소련과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 많은 공장과 연구소가 문을 닫아 버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인가요?
[란코프 교수] 그렇습니다. 과도기 때 거의 모든 공산권 국가들은 공산정권 붕괴 이후 5~7년, 최대 10년 동안 경제위기에 빠져 버렸습니다. 그동안 주로 낙후한 기술을 사용하거나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 공장 대부분은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그들이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품질이 낮은 물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들어와 대부분 사회주의 진영 국가에는 새로운 공장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공장은 최신기술을 쓰고, 세계 수준에 적합한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이들 공장에는 비교적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취직됐습니다. 반면, 나이가 많고 옛날 기술만 아는 기술자들은 취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일반 노동자가 되어 버린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나라에는 없었던 새로운 산업도 많이 생겼습니다 . 예를 들어 식당입니다. 소련 시대에 식당이 2~3개밖에 없었던 거리에는, 지금 15~20개의 식당이 있을 겁니다. 상점도 옛날보다 많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봉사 활동도 많이 생겼습니다. 또 새로운 작은 공장도 많이 생겼는데, 한 예로 사회주의 국가 시대에는 자가용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수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러시아나 동구라파에서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은 자동차 수리를 위한 기본적인 기술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정비소가 많이 생겨서 전문가들이 쉽게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소련이 무너진 후에도 그렇지만, 새로운 체제, 새로운 세상에서 교육 수준이 높으면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에서 제일 큰 도움이 된 것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교수] 단계별로 봐야 합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자 소련과 동구라파 국가들은 개방정책을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 새로운 물건과 장비, 시설 등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 때문에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능력이 많이 중요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나 1990년대는 컴퓨터 혁명 시대였습니다. 당연히 컴퓨터 전문가들은 소득도 높고 인기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첫 단계에서 기술자와 학자, 연구자들은 희생자들입니다.
- 왜 첫 단계에서 기술자와 학자, 연구자들이 희생자인가요?
[란코프 교수]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당시 많은 공장, 특히 옛날 기술을 가진 공장을 문을 닫았습니다. 그 공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실업자가 됐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과도기에서 새로운 연구를 할 자원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첫 단계에서 학자나 기술자, 특히 연구자들은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을 전후해 그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과도기를 끝나고 제대로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기술 지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습니다 . 결과적으로 좋은 기술자나 연구자들의 사회적 지위도 2000 년대 초부터 많이 높아졌습니다 .
- 그렇다면 기술자들이 아닌 노동자들은 어땠나요?
[란코프 교수] 지역별 , 산업별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 상황이 매우 열악한 지역은 어디인지 아십니까 ? 큰 공장 하나만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 이 공장은 사실상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고 있었습니다 . 그래서 1990 년대에 공장이 문을 닫은 경우 , 그곳은 사람들이 살기 매우 어려운 도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 그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수도 있지만 ,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 물론 기술자들은 다른 지역에서 일반 노동자보다 일자리를 구하기가 비교적 쉬웠습니다 . 하지만 이 지역에서 노동자들은 정말 고생이 심했습니다 .
하지만 대체로 2000 년대 초부터 구소련에서 분리된 공화국 대부분은 경제와 공업 수준이 회복됐습니다 . 그때부터 노동자들 , 특히 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습니다 . 흥미롭게도 지금 러시아에서 별로 좋지 않은 지방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경험이 많은 숙련노동자보다 소득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큰 가치가 없는 대학 졸업장을 버리고 , 기초 기술을 배워 노동자가 됩니다 . 물론 노동자가 되는 사람은 좋은 대학교에서 기술이나 과학을 배운 사람들이 아닙니다 .
- 끝으로 과도기때 여성들은 어땠을까요?
[란코프 교수] 이것은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 아닙니다 . 소련 시대에 남녀평등을 많이 언급했지만 , 사실상 여성이 높은 직업으로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지금 러시아에는 장관급 여성들이 많은데요 . 러시아 중앙은행 지배인 , 교육부 장관도 여자입니다 .
한편으로 , 보통 여성들은 옛날보다 직장생활이 어렵습니다 . 여성 직장인들은 옛날처럼 육아 휴가가 가능하지만 , 휴가를 받을 경우에는 직장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물론 소련 시대에는 생각지도 못한 가전제품이 많아서 가사노동이 옛날만큼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 직장 생활은 여전히 어려워졌습니다.
- 네. 오늘은 소련이 붕괴한 이후 사회적으로 나타난 현상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란코프 교수님, 오늘 말씀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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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역사 이야기: 기대와 좌절>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