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최근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의 자랑스런 한류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다루었는데요, 음악,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만
문학 쪽에는 저희의 관심이 좀 덜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문학도 이제 K-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만큼 우리 한류의 한축을 떠받칠 걸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관련한 자세한 얘기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들어봅니다
한국 문학 세계 무대로 활발한 진출 – 재미, 재일 동포작가 올해 미국도서상 수상
한국계 교포 작가가 미국 출판문학계에서 권위 있는 미국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한국계 아버지와 유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전 최가 '신뢰 연습'으로 소설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미국도서재단이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제71회 미국도서상 시상식에서 최돈미는 시집 'DMZ 콜로니'(DMZ Colony)로 시 부문 수상자로, 유미리는 'JR 우에노역 공원 출구'를 번역한 'Tokyo Ueno Station'으로 번역문학 부문 수상자로 나란히 선정됐다.
서울에서 태어난 최돈미는 이민을 떠나 현재 시애틀에서 시인이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김혜순 시집 '죽음의 자서전'을 번역해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과 미국문학번역가협회 루시엔 스트릭상을 받았다. 그는 김혜순 시집 '전 세계의 쓰레기여, 단결하라!'를 번역해 루시엔 스트릭상을 한 차례 더 받았다.
수상작 DMZ콜로니'는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분단국과의 비극적 현실을 바라보면서 비전향 장기수와 부친의 이야기 등을 담은 시집이다.
유미리는 소설 '가족 시네마'로 지난 1997년 일본 최고 권위로 꼽히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일본 문단의 중견이다. '타일', '루주', '8월의 저편'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유미리는 2018년 8월 한국 일간지와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재일 한국인'이며 한국 국적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온라인 시상식에서 수상 영광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돌리겠다고 말했다. 'JR 우에노역 공원 출구'는 우에노역 인근에서 노숙자로 살다 죽은 뒤에 여전히 근처를 떠도는 남자의 영혼을 통해 가혹한 도시의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국내에는 2015년 기파랑에서 '우에노역 공원 출구'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김이듬 시인 ,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동시 수상
미국문학번역가협회는 전미번역상 시 부문 수상작에 김 시인 시집 ‘히스테리아’를 선정했다.
전미번역상(National Translation Award)은 1998년 제정된 권위 있는 상으로 미국에서 출간된 시와 산문을 대상으로 한다.
김이듬의 ‘히스테리아’는 2014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고 지난해 제이크 레빈, 서소은, 최혜지 씨의 번역으로 미국 액션 북스 출판사가 출간했다. 한국문학 작품이 전미번역상을 수상한 것은 ‘히스테리아’가 처음이다.
심사위원단은 ‘히스테리아’에 대해 “의도적으로 과도하고 비이성적인 시들로 구성된 흥미롭고 놀라운 작품”이라며 “민족주의, 서정주의,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면서 한국 여성 시학의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했다.
‘히스테리아’는 전미번역상 시 부분과 더불어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가 주관하는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도 받았다. ALTA가 문학상을 시상한 이래 한 해에 같은 작품이 2개 이상의 상을 받은 건도 최초다.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은 영어로 번역된 뛰어난 아시아 시 작품의 번역가에게 시상하며, 미국 시인이자 불교문학 번역가로 활동한 루시엔 스트릭의 이름을 따 2010년 제정됐다. 이로써 한국 시인들 작품이 2년째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가져갔다. 지난해에는 김혜순 시인이 쓰고, 최돈미 시인이 번역한 <죽음의 자서전>이 수상했다.
김영하의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독일어 번역본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 받아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은 2009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립출판인들이 제정한 상으로, 다른 문학상과 달리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한 해 동안 독일어로 출간된 모든 책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출판사가 신청한 작품 중 선정위원회가 후보를 선정하고, 일반 시민 온라인 투표로 최종 수상자가 결정된다. 올해에는 170개 작품이 신청해 10편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을 받아 한국과 일본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독립출판사인 카스 출판사가 올해 독역본을 펴냈다. 문학상 주최 측은 "간결하고 아이러니한 문체와 치매에 대한 색다른 접근 방식이 인상적"이라며 "독창성과 섬세함으로 인간의 심연을 표현하는 작가임을 입증했다"고 선정 경위를 밝혔다.
한국 추리소설도 인기
추리소설 작가 서미애 2010년작 소설 ‘잘 자요, 엄마’는 판권이 지금까지 14개국에 팔렸다.
지난 2월 미국에서 번역 출간됐고, 영국에서는 인기 드라마 ‘다운튼 애비’를 제작한 카니발 필름이 드라마 판권을 사들였다.
독일의 계약 조건도예상을 뛰어넘는다. 작가에게 지급하는 선인세가 5만 유로다. 수만 부 판매를 기대한다는 얘기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출간했던 ‘세르팡 아 플륌’ 출판사에서 대표를 지내다 독립한 피에르 비지유가 지난해 설립한 출판사는 K 스릴러, 한국의 장르문학을 전문 출간한다.
김언수의 ‘뜨거운 피’, 서미애의 ‘잘 자요, 엄마’를 출간한 데 이어 김재희·도진기·이종관 같은, 서미애보다 더 생소한 작가들의 소설을 앞으로 출간한다. 그런데 초판을 4000~5000부나 찍는다. 그만큼 팔린다고 본 것이다.
번역원의 불어권 담당 하민경 대리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아들이 상당액을 출판사에 투자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프랑스 최대의 서적 유통망인 인터포럼을 통해 대형 슈퍼에도 책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뭔가 산업적으로 달려드는 모양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 '82년생 김지영'을 '2020년 꼭 읽어야 할 책 100선'으로 선정
타임은 1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꼭 읽어야 할 책' 100작품을 공개했다. 이 중 한국 책으로는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성차별 현실을 고발해 국내에서130만부, 일본에서 10만부 이상 팔리는등 17개국에 번역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타임은 "매일 딸이자 아내이고 어머니인 김지영은 다른 사람으로 깨어난다"며 "남성 정신과 의사의 시각에서 풀어내는 김지영의 이야기는 한국의 성 불평등 현실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 작가가 쓰고 제이미 챙이 영문으로 번역한 이 장편 소설은 많은 젊은 여성들에게 암묵적으로 강요받았던 역할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분노한 여성혐오주의자들이 가하는 죽음의 위협을 상기시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 4월 미국에 처음 출간됐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이 소설에 대해 "주인공인 김지영은 너무나 평범하다. 그게 핵심이다"고 소개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일본서점직원들이 뽑은 올해의 최고 번역작품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
일본K-BOOK진흥회는 '아몬드'가 2020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2004년 제정된 일본 서점대상은 인터넷 서점을 포함해 신간을 판매하는 책방의 직원들이 투표를 통해 서점대상, 발굴, 번역소설, 논픽션 등 4개 부문의 수상작을 결정한다.
'아몬드' 일본어판은 올해 번역소설 부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는데, 아시아권 작품이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야지마 아키코 씨가 번역한 일본어판은 일본 중견출판사인 쇼덴샤가 지난해 7월 발간했다. 지금까지 약 3만5천부가 팔렸다. 서점대상 발표와 동시에 일본 전국의 중대형 서점에는 '서점대상 특설코너'가 운영되기 때문에 앞으로 판매 부수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에서의 한국 문학 붐은 주목할 만하다. 2018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은 15만 부가 팔려 6개월간 주요 서점 해외문학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최은영 ‘쇼코의 미소’, 정유정 ‘7년의 밤’ ‘종의 기원’, 김애란 ‘바깥은 여름’ 등이 소개돼 주목받았다. 일본 출판계에서 “영미 소설보다 한국 소설 반응이 확실하다”는 인식도 생겼다.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등 한국에서 일본 작가와 작품의 인기에 비해, 그간 일본 내 한국 작품의 존재감은 매우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문예 서적이 1만부 이상 팔리면 베스트셀러로 분류되고 해외 번역서는 더욱 팔리지 않는 일본 출판시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최근 일본에서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은 분명 이례적이다.
5년 전 까지만 해도 일본 출판 담당자들은 한국 관련 서적은 혐한 서적이 아니면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할 정도 였다고 하는데요. 이 같은 변화에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한국 문학 붐' 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주목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한국문학 인기 배경엔 K 팝 스타들의 활약 도움
한국 서적들이 일본에서 많이 읽히게 된 데는 먼저 K팝 스타들의 활약을 꼽을 수 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읽고 추천했다는 소문에 일본에선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됐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역시,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가 읽은 책으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앞서 '82년생 김지영'은 소녀시대 멤버 수영,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 등 여성뿐 아니라, BTS 멤버 RM 등 남성 아이돌까지 소감을 밝혀 일본 한류팬들 이목을 끈 것이 상업적 성공의 촉매가 됐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K팝 스타들이 추천했다는 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들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문학 번역가 이자 편집자인 오카자키 요코 씨는 "한국 작품들이 일본인들에게 이 만큼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는 영미권 작품보다 한국과 일본의 감각이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설 '아몬드'의 인기 비결에 대해서도 "소재 자체가 매력적이고 독특하지만, 인간의 감정과 가족이라는 일본인들도 공감할 만한 주제라는 게 주효했다고 본다" 고 말했다.
김금숙 작가의 만화 '풀'. 미국 하비상 최고의 국제도서 부문 수상
미국의 권위 있는 만화상인 하비상(Harvey Awards)은 미국의 만화가이자 편집자인 하비 커츠먼(Harvey Kurtzman)의 이름에서 따온 상이다.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릴 정도로 탁월한 만화에 주는 상으로 알려져 있다.
김금숙 작가의 ‘풀’은 최고의 국제도서(Best International Book) 부문에 최종 선정돼 수상했다.김금숙 작가의 ‘풀’은 가장 낮은 곳에서 인권을 유린당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살아있는 증언을 바탕으로, 비극적 역사 속에서도 평화 운동가이자 인권 운동가로서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가진 한 여성의 삶을 오롯이 그려낸 작품이다.
‘풀’은 ‘2016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의 최우수상 선정 작품으로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등 총 12개 언어로 해외 각국에 출간되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풀’은 2020년 이탈리아 트레비소 코믹북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해외 책 후보작에 선정됐으며, 2019년 미국 뉴욕타임스 최고의 만화 선정, 2019년 영국 가디언지 최고의 그래픽노블 선정, 2019년 프랑스 휴머니티 만화상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등 국내외 다양한 수상경력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각국의 대형 출판사들 앞다투어 한국 문학 소개 , 판권도 크게 올라
영미의 펭귄랜덤하우스와 하퍼콜린스, 프랑스의 갈리마르와 로베르 라퐁, 스페인의 플라네타, 일본의 지쿠마쇼보와 하쿠스이샤, 터키의 도안 등 세계 각국의 대형출판사들이 한국문학을 앞다투어 출판하고 있다.
‘채식주의자’에 이어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26개국에 소개되고, 일본 21만부를 포함해 외국에서 60만부 가까이 판매되는 등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맘충’이 보편의 언어라는 것을 증명했다.
번역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0월 현재 외국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서적은 총 4315권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순으로 활발했다. 유럽에선 러시아어ㆍ체코어ㆍ폴란드어로, 아시아에선 베트남ㆍ타이ㆍ몽골로 확산하고 있다.
작가는 황석영, 고은, 신경숙, 한강, 이문열 순이고 젊은 작가 중에선 김애란이 오롯하다. 작품은 ‘토지’, ‘엄마를 부탁해’, ‘채식주의자’, ‘구운몽’, ‘태백산맥’, ‘소년이 온다’ 순으로 장편소설이 압도적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하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같은 곳에서 만나는 외국 출판사 관계자들이 앉는 자세부터 달라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우리가 매달리는 편이었다면 이제는 그들이 적극적으로 나온다는 얘기다.
한국 작가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면서 선인세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뛰고 있다. 선인세는 최소 10배 이상으로 뛰었다.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특히 뜨겁다 한 출판관계자는 “실제로 경쟁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심해졌다”라고 말할 정도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속화 하려면 우수한 번역 전문가 양성과 체계적 정보 공유 필요
문제는 앞으로다. 이런 흐름을 대세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수한 번역 전문가 양성뿐 아니라 체계적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우수한 번역가들이 더 많이 배출돼야 한다. 그만한 인물을 키우기 위해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여전히 진입이 쉽지 않은 영미 시장에 진출해야 세계로 뻗을 수 있는 만큼 우수한 번역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체계적으로 번역을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출판 관계자들은 문학 수출 현황을 공유할 통합전산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 문학에 대한 외국 현지 출판사들의 관심은 높지만 막상 객관적 자료가 없어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어떤 작품이 어떤 언어권에 소개됐는지 알려주는 객관적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면 판권 계약에 도움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영어, 일본어 등 일부 언어에 집중된 지원을 중동, 동남아 등지로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