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이장균입니다.
반세기가 훌쩍 넘는 남북의 단절로 많은 것이 달라지고 남북간에도 소통이 잘 안 되는 분야가 많습니다만 그 가운데는 남북의 문화도 서로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데요,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류, 한국의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등이 세계 여러 나라로 뻗어나가고 세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고 있는 현상입니다만 아쉽게도 이런 우리의 대중문화와 가장 가까워야 할 북한 쪽에서는 차단돼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음성적으로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 남한의 대중문화를 즐기는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많이 계신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남한과 북한의 대중문화의 차이 중에 가장 큰 것이 공연문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에서는 대형 극장, 공연장 같은 데서 늘 획일적인 체제선전, 지도자 찬양 등의 공연이 열리지만 남한에서는 정치, 체제와는 상관 없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공연들이 많이 열립니다다. 그런 공간 가운데 아레나라는 게 있는데요, 요즘 이 아레나가 곳곳에 많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어떤 얘기인지 오늘도 열린 문화여행의 길잡이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한국의 가수나 그룹이 해외 아레나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아레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에 어원을 두고 있는 아레나(arena)는 근래 옥외든 실내든 주로 전문공연장의 의미. 이름의 어원은 라틴어로 '모래'인데, 이는 투기장 안에 모래를 깔았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에서 2세기 초에 만들었으며, 로마제국 시대에는 맹수 사냥과 검투사들의 결투장으로 이용된 곳.
현대엔 복싱, 아이스하키, 농구 등 스타디움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실내 스포츠 경기장을 아레나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하계 올림픽의 수영장도 보통 아레나로 부른다
반면 스타디움(stadium)은 육상 트랙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야외 경기장을 일컫는 말로 하계 올림픽에서도 개·폐회식이 열리는 주 경기장, 육상 경기장 등이 대부분 스타디움으로 불린다.
-마돈나 등 해외 유명 가수들이 세계 순회공연에서 한국을 지나치게 되는 이유
팝의 여왕'으로 통하는 마돈나는 국내 공연관계자들 사이에서 해외 팝스타 내한공연 유치의 영순위로 꼽히는 인물로 아레나가 아닌 곳에서는 아예 공연을 하지 않는다
마돈나와 롤링스톤스, 셀레나 고메즈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아시아 순회공연에서 한국을 빼놓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빈발하는 이유도 전문공연장인 아레나가 없기 때문이다
팝 스타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대형 라이브 공연은 일본 등 해외에서 한다. 국내 대형 공연은 주로 올림픽체조경기장, 고척돔 등 체육시설 및 대학 부속 시설에서 열린다. 국내 아레나 건립은 K팝 등 대중음악 공연계의 숙원사업이다. 인구 2000만 명 규모의 배후 도시를 갖춘 국가 중 아레나가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 세계 10대 도시 가운데 아레나가 없는 곳은 서울뿐이다. 아시아에 일본과 중국은 있고,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도 아레나가 있다.
-아레나의 장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다목적경기장은 장치를 설치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진행하려면 무대, 음향, 조명 등의 각종 장치를 설치하는 데 10여일, 철거하는 데 10여일이 걸린다. '축구경기 한 번과 콘서트 한 번 하면 한 달이 지나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또한 실외시설은 온도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국의 경우 월드컵 경기장이나 올림픽 주경기장도 가능하지만 이런 곳은 외곽에 위치한 관객들에게는 무대가 너무 멀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아레나가 없어서 그간 우리의 K팝 스타와 해외 인기가수들은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해왔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체조경기장이 기본적으로 체육시설로 지어진 것이다 보니 음향과 무대배치에 있어서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음향은 공연가수들에게 제1의 요소다. "뮤지션들은 좋은 음향을 갖춘 무대에 서고 싶어한다. 소리를 잘 내고 잘 들리는 공연장이 우선이다.....체조경기장과 그 이전의 펜싱경기장에 음악가들과 관객들이 불편을 호소한 것은 첫 번째가 음향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음향시설을 갖춘 전문공연장은 국내 음악관계자들의 오랜 숙원 중 하나다
- 이런 아레나가 여러 곳 건설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어떤 곳들인가?
서울 도봉구, 경기 고양시, 의정부시와 인천국제공항공사, CJ그룹 등 서울 및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관객 1만~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실내공연장인 아레나 건설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역 복합문화단지의 핵심 시설로서 2~4년 뒤 완공을 목표로 아레나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곳을 'K팝 공연 중심지'로 키워 한류팬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다.
영종도 국제업무지구에 2022년 개장을 목표로 1만5000석 규모의 인스파이어아레나를 짓고 있다. 서울시와 도봉구는 창동역 인근에 1만8000석 규모의 서울아레나를 건립할 예정이다. 오는 8월 착공해 2024년 1월 개장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1만1000석 규모의 아레나를 포함한 복합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부지 조성 2만 석 규모의 K팝 공연장 건립을 추진한다. 또 CJ는 고양시 한류월드 부지에 CJ아레나(가칭)를 짓는다.
- 이렇게 앞다투어 아레나를 짓는 이유는 케이 팝 한류의 경제 효과 때문?
4~5년 뒤 수도권에 아레나가 두세 곳 운영되면 국내 대중음악 공연 시장이 지금보다 열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전망.."K팝과 해외 스타들의 대형 공연이 연간 200회 이상으로 늘 수 있다""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의 서울공연처럼 관객의 약 20%는 외국인이 될 것"
해외 한류팬 유치 및 국내 공연 시장 발전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도 아레나 운영으로 기대되는 효과다. "CJ아레나(가칭)는 연간 120~130일 이상의 음악 공연을 비롯해 대형 이벤트를 열어 연간 180만 명을 모을 것"...공연장 운영에 따른 취업유발 효과가 2150명으로 추산된다"
한 관계자는 "K팝 공연과 함께 세계적인 스타들의 공연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유치할 계획"이라며 "복합리조트가 개장하면 약 1만 명의 일자리와 5조8000억원의 생산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지난 10월 서울에서 연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경제효과가 1조원에 육박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레나 공연은 세계적인 추세라는데 세계적으로 아레나를 활용한 사례들은 어떤 게 있나요?
영국 런던 O2 아레나는 세계 아레나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 런던 O2의 전신은 2000년 융복합 전시공연을 목적으로 2만 명 수용 규모로 개관한 밀레니엄돔. 하지만 콘텐츠 부실로 곤란하다가 명소로 자리잡아 일반 방문객까지 합치면 지난해 연간 방문객이 900만 명. 런던의 공연 티켓 판매량을 5년 새 10배 증가. 이 기간에 영국 라이브 콘서트 시장은 6.5배 성장.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미 코네티컷주 모히건 선을 벤치마킹하고. 모히건 선의 연간 방문객은 1300만 명. 모히건 선의 핵심 시설은 1만 석 규모의 아레나.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음향 시설로 U2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공연 연중 내내 열린다. 규모는 작지만 관객 동원에서 미국 8위의 아레나.
일본은 아레나를 중심으로 공연산업을 키워와. 일본에는 최대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와 1만7000명 수용이 가능한 요코하마 아레나 국립 요요기경기장, 오사카성홀, 마린멧세 후쿠오카, 그린돔 마에바시 등 대형 라이브 공연장이 즐비하다.
일본 정부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덕분에 일본을 찾는 방문객이 연간 290만명 늘어남
.홍콩의 천문학적 공연장 투자...홍콩에는 아시아 월드엑스포 아레나 외에 1만2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홍콩 콜리세움(Coliseum)이라는 공연장도. 그럼에도 홍콩의 공연기획자들은 공연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 3만5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추가로 지으면 52억달러 상당의 공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홍콩의 공연 산업은 현재 조성 중인 '서구룡문화지구가 완성되면 한 단계 더 도약할 전망. 1998년부터 빅토리아항이 내려다보이는 간척지에 총 73만㎡ 규모로 조성 중인 서구룡문화지구에는 1만5000석 대형 실내 전용 공연장(Arena for Pop Concert)과 최소 250석에서 최대 2200석 규모의 중소형 연주장 14개, 박물관, 야외극장 등 총 17개의 문화예술시설이 예정.
-아레나와 같은 전문 공연장은 더 활성화 될 전망
원형의 대형 공연장에서 일반적인 콘서트나 뮤지컬에서는 구현하지 못하는 장대한 스케일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아레나 쇼는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인기를 모을 전망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지난해 발간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전망 2018~2022'에 따르면 라이브 공연 시장은 2022년까지 연평균 3.3% 성장해 306억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라이브 공연을 찾는 팬들은 특히 소비성향이 강함...이들은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관련 기념품을 구매하고, 인근 숙박·관광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공연장이 주는 스케일은 디지털 공간이 채워줄 수 없는 경험.
-전문가들은 아레나의 성공 요건으로 무대 시설과 접근성, 편의 공간 등을 꼽는다죠?
아레나의 필수 조건은 공연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는 세트와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 시설로 인건비와 공연장 대여비가 줄고, 공연 횟수를 늘릴 수 있으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관람료도 낮출 수 있다.
입지 조건도 중요. 지하철과 버스, 철도 등과 연결하는 대중교통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10대 관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은 필수로 꼽힌다. 여자 화장실도 대폭 늘려야 한다. 대중음악 공연의 경우 관람객 80% 이상이 여자다. 공연장 주변에 먹고 마시는 공간과 MD숍도 여러 곳에 설치해야 한다.
-아레나 건설이 많아지면서 과당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경계 해야
수도권에 동시다발적으로 아레나 건립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과당 경쟁에 따른 사업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아레나가 개장하면 공급 초과로 비싼 시설을 놀리는 상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공연 문화의 다양성과 공연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세워질 아레나 공연장이 K팝 외에도 내한공연, 대형 아레나 쇼 등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져야 할 것
-북한도 대형 건물, 경기장의 효과적 활용이나 아레나 같은 전문공연장 시설을 갖출 필요
체제 선전 위주의 행사 중심인 북한도 앞으로 개방을 대비해 관광객들을 유치할 경우 명소를 돌아보는 일반 관광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전문공연장 건설로 해외 유명한 공연을 유치하고 남한의 케이팝 가수, 그룹, 혹은 뮤지컬 등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 관광과 공연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