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 공상과학영화 한류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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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최근 미국의 화성탐사선의 화성안착 소식과 더불어 여러 나라의 우주를 향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많습니다.

그만큼 기후 변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의 한계에 대한 불안이 우주를 향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런 분위기에 때맞춰 나온 한국영화 '승리호'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SF, 즉 공상과학영화이면서도 다가올 미래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이라든가 한국영화로서는 도전하기 힘든 분야에 과감히 도전해 의외의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인데요, 오늘 열린 문화여행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전세계에 영화나 드라마를 공급하는 세계적인 영상기업 '넷플릭스'에서 개봉하자마자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로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물론 그 뒤에 순위가 많이 하락해서 반짝 인기라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킨 건 나름 큰 의미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적인 영화, 드라마 공급사 넷플릭스에서 개봉 하루 만에 받아보기 1위

승리호'는 190여 국가 2억400만명이 회원인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지 하루만에 전체 스트리밍 1위 자리에 올랐다. 승리호는 개봉 첫 날 한국‧프랑스‧핀란드‧방글라데시‧말레이시아 등 16개국 인기영화 1위에 올랐다. 지난 8일엔 26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팔아 큰 돈을 벌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승리호는 당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개봉을 미루다 결국 넷플릭스 단독 개봉으로 선회했다.

"한국이 영화계의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 해외 반응

작품을 본 해외 시청자들은 "한국이 영화계의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유튜브@Jer***), "최근에 본 영화 중 최고였다. 훌륭한 SF영화가 탄생했다"(유튜브@Ger***), "올해 넷플릭스 영화 중 최고"(유튜브@Rec***) "특수효과가 정말 아름다울 정도였다"(유튜브@max***) 등 다시 한번 한국 영화의 놀라운 존재감을 알린 '승리호'에 대한 만족스러운 평가를 남겼다.

"캐릭터들의 특징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는 부분이 정말 아름다웠다"(유튜브@Kri***), "캐릭터에 흠뻑 빠져서 각각의 캐릭터를 사랑하게 됐다. 덕분에 울고 웃었다"(유튜브@Cha***) 등 몰입감을 더한 캐릭터 활용에 대한 칭찬도 눈에 띄었다.

해외 매체에서는 "'승리호'는 디테일한 의상 디자인과 눈길을 끄는 미술까지 매 컷마다 화려한 비주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Decider), "웅장하고 신나는 우주 액션을 담고 있다"(Gizmodo) "에너지가 넘치는 우주 어드벤쳐 영화다. 신나는 액션 시퀀스에 감동이 더해졌다" (Ready Steady Cut), "한국은 '부산행'에서 그랬듯 '승리호'로 또 한 번 장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영문 제목도 Victory Ship이었으면 좋았을 것. 이 영화야말로 '승리'이기 때문이다"(Fanboys Of The Universe)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주 쓰레기 수거하며 살아가는 청소선 선원들이 결국 지구를 구해

작품은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그는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리더 장선장(김태리 분), 거칠어 보이지만 따뜻한 내면을 지닌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분), 익살스러운 매력의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분)와 함께 승리호를 타고 우주를 누빈다. 선원들과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를 수거하며 살아가지만 늘어가는 건 잔고가 아닌 빚이다.

파산 위기에 몰린 승리호 선원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한 소녀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소녀가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봤던 대량살상 로봇 도로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로시는 천진난만한 면모로 승리호 선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하지만 태호만은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도로시를 테러 조직에 넘겨 일확천금을 받아낼 계획을 짜고 다른 선원들도 고민 끝에 이를 동의한다.

하지만 일은 점차 꼬이기 시작한다. 살상로봇이라고 하기에 도로시는 너무나 천사 같고 이 때문에 선원들은 갈팡질팡한다. 그리고 도로시와 관련된 인물과 조직들이 대거 등장하며 태호가 꿈꾸던 일확천금은 점차 멀어져 간다.

한국 영화계는 유독 우주 SF와 관련해서는 불모지와도 같았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서도 승리호'는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우주 SF'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승리호'는 우려와 달리 무엇보다 관객이 기대할 다채로운 볼거리를 영화 가득 채웠다. 각양각색 개성으로 무장한 우주선들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돼 수려한 자태로 우주를 누빈다. 그 우주선들의 추격도 캐릭터들의 전투도 모두 특유의 SF적인 분위기를 살려내 연신 눈을 즐겁게 만든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등 '승리호'의 선원들은 여전히 믿고 보는 배우라는 것을 증명한다. 모션 캡처에 목소리 연기까지 모두 소화한 유해진도 CG로 빚어진 업동이 캐릭터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영어 제목이 아닌 '승리호'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자신감

익숙해서 잘 몰랐던 우리만의 생활과 문화가 우주선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된장찌개와 김치, 콩자반, 계란 프라이가 밥상에 오른다. 현금 대신 쌀을 현물로 건네고 한국 어린이는 한글을 배운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목돈 마련 대책 '계'도 등장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장면들이다.

조성희 감독의 전작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승리호라는 공상과학영화에서까지고 인간과 기계를 뛰어넘은 초월적 가족애를 담아냈다. 조성희 감독은 단편 '남매의 집'을 시작으로 장편 '짐승의 끝'을 지나 첫 상업영화 '늑대소년'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 후 두 번째 상업영화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만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2천2백만 달러라는 한국영화로는 기념비적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한국 최초 SF 대작 영화' 승리호' 탄생하게 되었다.

가족이야기가 신파라는 일부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 해외에서는 오히려 주목 받는 요인돼

조성희 감독은 "제가 가족 만들기,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이 많았다"라며 "진짜 가족이 있는데 그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끼리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이야기가 이 영화에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조성희 감독은 태호는 자기 친딸은 아니지만 키운 딸을 찾고 있고, 꽃님이는 아버지를 잃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형태의 아버지와 딸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신파에 대한 비판이 일부 나오지만, 해외에서 '승리호'의 신파에 대한 평가는 좀 다르다. 한국 영화 속에서 다룬 가족의 이야기가 '승리호'에 나오는 것을 한국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한국 관객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또 한국 영화의 특징이고 매력이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해외영화계는 한국의, 아시아 영화의 가족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피로 엮인 가족이든, 그게 아니든 가족이 주는 의미는 전세계 어디서도 일맥상통한다.

인간이 쏘아 올린 낙원도시 위성, 화성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꿈, 완전히 인간 같은 로봇까지. SF 영화 속에서 만나는 가족이야기, 흔히 우리가 신파라 부르는 그 이야기가 세계 여러나라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10년의 세월 동안 숙성돼 탄생한 '승리호'

'승리호'의 출발점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성희 감독은 10년 전 친구와 식사를 하며 우주 산업 폐기물에 관한 대화를 하다가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어 '승리호'의 첫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흘러 공개된 '승리호'는 초고와 여러 설정이 달라졌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만은 변함없이 지켜졌다. 조 감독은 '승리호' 제작보고회에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직업은 여러 작품에서 다뤄졌던 소재인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살아남을 한국인들이 이런 우주 노동자를 연기하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힌 바 있다.

대규모 SF 영화에 필수인 시각 특수효과에 전문가 1000여명 참가

광활한 미지의 세계를 자연스러우면서도 독창적으로 화면에 구현해야 관객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제법 앞선 VFX(시각적인 특수효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할리우드 SF 장르 영화에 버금가는 영상을 구현해냈다.

시각 특수효과의 기술적 성취만큼은 '놀랍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제작 예산이 훨씬 많은 할리우드의 대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찬사다.

전반적으로 높은 그래픽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후반에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 장면이 특히 백미다. '승리호'의 80%는 시각 특수효과로 이뤄졌다. 작품 전체 약 2500여 개 장면 중 2000여 장면이 시각 특수효과 작업으로 완성됐다. 이를 위해서 국내 8개 VFX 업체와 10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승리호'의 인기와 함게 '우주 쓰레기'에 대한 관심도 커져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2092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 우주 쓰레기는 먼 얘기가 아닌 현실이다.

우주 쓰레기는 통상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 파편들을 가리킨다. 우리 지구를 둘러싼 우주는 더이상 청정 지역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우주 탐험의 잔재들이 우주 공간을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지구 궤도에는 6,000개가 넘는 위성이 떠 있고, 2만 8,000개 정도의 우주 파편들이 지구를 돌고 있다. 이들 파편은 언제라도 위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수많은 다른 파편, 우주 쓰레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나마 관측 가능한 우주 쓰레기만이 정도일 뿐, 유럽우주국은 1억 개가 넘는 우주 쓰레기들이 궤도를 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스페이스X 스타링크, 아마존 카이저 등 주요 우주 기업들이 우주 인터넷용 위성을 저마다 쏘아 올리는 상황에서 하늘 위의 위성들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2025년 우주 쓰레기 제거 우주선을 발사한다. 우주 쓰레기 청소만을 위한 우주선으로는 인류의 첫 발사이다.

'승리호'는 무한한 확장성 염두에 둔 작품

영화 '승리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내수용이 아닌 세계 시장을 목표로 잡았다. 한국 시장과 중국 시장을 연이어 공략하고 나아가 해외 시장에도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또한 영화를 시작으로 인터넷 만화, 웹툰과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활요하는 IP(지적재산) 확산을 방향성으로한 영화다.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웹툰 소설 게임 등 2차 창작물과 이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내용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K-SF라는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