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지난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3.8 국제부녀절로 부르죠. 부녀절 하루를 휴일로 정하고 텔레비전을 통해 사회 각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의 활약상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북한여성들이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주장하는 체제선전의 기회로 활용하는 면이 큰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어려운 많은 가정에서는 3.8절이 즐겁긴 커녕 이른 아침부터 대충 끼니를 때우고 하루 돈벌이를 위해 집을 나서는 고달픈 나날의 하루일 뿐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반면 남한에서는 여성들의 가사일의 비중이 아직도 크긴 하지만 그래도 남편들이 부엌일을 거들고 육아를 돕기도 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 됐습니다.
말로만 여성지위의 향상이 아니라 실제 사회 각 분야에서 가정에서 여성들을 위한 많은 배려가 예전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바탕에서 남한 여성들의 여가활동과 사회활동이 커지고 그런 결실이 전문여성들, 특히 작가나 영화감독들의 세계진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북한에서도 여성 여러분이 생계 유지와 갖가지 노력 동원 등으로 힘들고 고달픈 나날에서 벗어나 남한 여성들처럼 활발하게 사회활동에 나서고 개인의 꿈을 펼쳐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 염원해 봅니다.
오늘 열린 문화여행은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를 누비는 여성창작인들의 활약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마련합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 모셨습니다.
해외에 번역 출간된 문학 작품들로 한국여성작가들 잇따른 수상과 언론의 주목받아
재일교포 소설가 유미리와 재미교포 시인 최돈미가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을 나란히 수상했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미국 주간지 타임의 '2020년 꼭 읽어야 할 책 100선'에 선정됐고, 하성란작가의 소설집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영문판이 미국 출판계 최고 권위 서평지인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올해의 책 톱10(2020 best books top 10)'에 들었다. 지난 9월에는 전미번역상에 김이듬 시인의 '히스테리아'가 이름을 올렸다.
여성들의 일상적 고통과 슬픔 담은 작품들로 보편적 공감대 형성
과거에는 남성작가가 한국전쟁, 역사를 주제로 다룬 소설들이 번역돼 출간됐다. 외국 독자가 볼 때는 다소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수 있었다.
반면 여성들의 소설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적 고통과 슬픔이 중심이 된다. 국내에서 2016년 발간된 '82년생 김지영'은 주인공 김지영과 그 주변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 여성들의 삶 속에 있는 차별을 그려냈다. .
'타임'지는 이 책에 대해 "여성들이 암묵적으로 강요된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는 2002년 국내에서 출간됐다. 씨랜드 화재 참사('별 모양 얼룩'), 시골 순경의 총기 난사('파리'), 성범죄('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일상에 깃든 사회 문제를 담았다. 김이듬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도 미혼 모, 창녀, 이혼녀 등 사회적 약자로 여겨진 여성들의 경험을 다뤘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여성 문제에 대한 주제들이 힘을 더했다. 기존 남성중심의 문학적 세계관과는 다른 여성의 체험과 사유가 묻어난 문학이 해외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다
노벨문학상, 부커상 등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에서 최근 몇년간 여성 작가들이 대거 수상을 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비롯한 여성작가들 작품, K 문학으로 자리 잡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2008년),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2002년)이 각각 39개국, 29개국에 수출된 것은 한류 콘텐츠로서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초였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
일본에서는 2018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은 15만 부 넘게 팔리며 6개월간 주요 서점 해외문학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최은영 '쇼코의 미소', 정유정 '7년의 밤' '종의 기원', 김애란 '바깥은 여름' 등이 소개돼 주목받았다. 일본 출판계에서 "영미 소설보다 한국 소설 반응이 확실하다"는 인식도 생겼다.
한류의 후광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김수현 작가의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일본에서 24만 부가 팔리는 '빅 히트'를 쳤다. 'BTS(방탄소년단)가 읽는 책'으로 알려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여성 작가들의 활약 두드러져
교보문고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여성작가의 작품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1위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2위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창비) 순이다.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도 6위에 올랐다.
남성 중심의 문학은 담지 못했던 여성의 현실과 감성도 여성작가들의 활약에 바탕이 되고 있다
여성작가들이 한국 문단에 대거 등장한 건 1990년대부터다. 당시 오정희·박완서·신경숙·은희경까지 여러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등장했다. 이들은 대중적 인기를 끌었고 평론가의 주목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문단은 남성중심으로 돌아갔다.
2014년 한강, 2016년 조남주 등 작가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등장했고 심지어 문학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만화를 그리는 김금숙 작가, 해외 굵직한 만화상 휩쓸어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하비상(Harvey Awards) 2020년 '최고의 국제도서' 부문 수상은 김 작가의 수상 행진에 정점을 찍은 기록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그린 '풀' 하나로 지금까지 만 10곳에서 상을 받았다. 김금숙 작가는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9 최고의 만화' 수상을 비롯해 프랑스의 '뤼마니테 만화상', 카투니스트 스튜디오의 '최우수 출판만화상' 등 굵직한 만화상들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상을 탄 작품 '풀'은 처음 구상한 시기를 따지고 올라가면 20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작품이다. 당시 프랑스에 있던 김 작가는 그곳에서 열리던 앙굴렘 국제 만화페스티벌 출품작으로 '비밀'이라는 단편을 냈다.
위안부 할머니의 삶과 고통을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밀'은 단편이라 무거운 주제를 다 담지 못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많은 고민을 거쳐 장편으로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만든 게 '풀'이었다;
김 작가는 "무엇보다 전쟁이 죄 없는 여성을 비롯해 어린아이와 민간인 모두에게 희생을 강요했고, 그 피해가 이후로도 트라우마로 남는 모습에 나 자신이 마음 아파하며 그렸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한 '비밀' 특별전, 일본 측의 방해가 오히려 유명세 계기
김 작가를 포함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열린 '지지 않는 꽃' 특별전이 일본의 입김이 닿은 일부 세력 때문에 방해받기도 했다.
일본의 우익단체들이 전시공간을 빌려서 전시회를 방해했지만 이 일로 오히려 세계 만화계 안팎에서 위안부 전쟁범죄를 은폐·왜곡하려는 일본 측 세력을 지탄하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비밀' 이후 '풀'을 탈고하기까지 꼬박 3년 동안 작품에 매달린 김 작가는 2017년 작품을 국내에 출간한 데 이어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어 등 각 언어로 번역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일본어판도 내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도 벌어졌다. 일본 사람들이 앞장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작품의 일어판 출간을 지원해 처음의 모금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고 2차까지 모금을 이어갈 정도로 호응이 높았던 것이다.
이산 가족 아픔 담은 김금숙 작가의 신작 '기다림'
자신과 부모세대 그리고 한국인 모두의 삶을 관통하는 역사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이어온 그가 '풀'의 2부 격으로 선택한 소재는 이산가족 문제였다. 출간된 '기다림'은 김 작가의 가장 가까운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 작가의 어머니의 언니, 그러니까 큰이모는 외가가 고향인 전남 고흥을 떠나 만주로 가던 길에 평양에서 머무르게 됐는데 그때 어머니만 남쪽으로 내려오고 언니는 남았다.
'기다림'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을 내려오다 헤어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취재해 김 작가 자신의 경험과 엮어 이산가족의 현실을 보여준다.
김 작가는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포화가 그쳤지만, 가족 간의 이별이 지금도 전쟁을 맞고 있는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류 보편적인 문제라는 시각에서 신작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의 날개 짓 해외까지 큰 반향, 59관왕 기록
일본에서 개봉한 '벌새'는 도쿄의 예술영화관 유로스페이스에서 연일 매진되며 상영관을 확대해 가며 상영됐다.
개봉 첫 주부터 매진 사례를 일으키며 이례적인 반응으로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일본의 영화평론가 다카하시 유지는 "현실의 생생함과 덧없는 꿈같은 감각이 뒤섞인 이 작품의 신비한 시선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들썩이게 한다"고 극찬했다.
1994년 열네 살 소녀 은희의 이야기 '벌새'는 최근 런던 동아시아영화제 신인배우상, 워싱턴웨스트영화제 최우수 장편 감독상, 대종상 신인감독상, 백상예술대상 감독상과 조연상 등을 더하며 전 세계 59관왕을 기록했다.
'벌새' 미국 외신들의 반응도 뜨거워
뉴욕타임스 수석 평론가 마놀라 다지스는 '벌새'를 '이번 주의 선택'으로 선정하고 "삶이라는 것을 화면에 포착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보다 더 어려운 건 그것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며 극찬했다.
5번의 퓰리쳐 상 비평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는 마놀라 다지스는 까다롭고 평가에 인색하기로 이름난 평론가임에도 불구 '벌새'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디와이어 수석 평론가 데이비드 에를리히도 "김보라 감독의 데뷔작은 이보다 더 강력한 작품은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감성 있고 숙성되어 있다"고 평했다.
인디와이어 선정 '2020년 최고의 영화', 메타크리틱 베스트 2020 영화 등에 선정되며 해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 감독은 "해외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자신 안에 있는 은희를 만나고 영화에 조응해주시는 것이 감동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보라 감독은 "반응이 뜨거워서 무척 감사한 날들이고 일본에서도 계속 매진이 되고 SNS를 통한 후기를 읽는 것이 설렙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해외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자신 안에 있는 은희를 만나고 영화에 조응해주시는 것이 감동적"이라며 뜨거운 해외 반응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성 감독들이 만든 영화 '69세'와 '남매의 여름밤' 해외 영화제 초청 이어져
영화 '69세'는 69세 여성이 29세 남성 간호조무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후 자신만의 방식으로 폭력과 편견에 맞서 나가는 이야기를, '남매의 여름밤'은 여름 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와 동주가 겪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임선애 감독의 '69세'는 중국의 유일한 여성영화제인 제4회 더 원 국제 여성영화제(The ONE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에 초청받았다.
10월에는 이스라엘 최초의 국제영화제인 하이파 국제영화제에서, 11월에는 터키의 국제죄와벌영화제(International Crime and Punishment Film Festival)에서 상영된다.
'69세'는 제22회 타이베이 영화제 '퓨처 라이츠'(Future Lights), 제15회 런던한국영화제·제8회 브뤼셀한국영화제·뉴욕아시안영화제·싱가포르 퍼스펙티브 영화제 등에서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은이 지난해 11월 한 달간 무려 5개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제24회 토론토 릴 아시안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오슬러 최우수영화상을 받았다.
홍콩 아시안 영화제에서는 주목할 만한 젊은 감독에게 수여하는 뉴탤런트상을 받았다.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받았던 상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토리노 영화제에서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이 선정한 최고 작품상을, 아르헨티나의 제35회 마르델플라타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프랑스에서 열린 낭트 3대륙 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작품상을 각각 받았다.
배우 윤여정,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배우 최초 여우 조연상 기대
영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팀 미나리는 극 중 한국적인 정서와 미국의 삶을 담은 특별한 가족을 환상적인 연기 호흡으로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윤여정은 극중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아는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제93회 아카데미상의 후보 발표는 3월 15일, 시상식은 4월 25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경우 국내 배우로는 최초, 아시아 여배우로는 1957년 '사요나라'의 일본 배우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번째가 된다. 경쟁자로는 영화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꼽히지만, 트로피 갯수로는 윤여정이 월등히 앞선다는 평이다.
특히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스카 관련 보도를 하며 '미나리' 윤여정에 대해 "여우조연상의 강력한 후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윤여정이 골든글로브에서 후보로도 지명되지 않은 것을 놓고 미국 여러 매체에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의 제작사에서 만들었음에도 대사의 50% 이상이 한국어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외국어영화로 분류됐다. 이에 여우조연상 등 후보 지명이 제외됐다.
이에 뉴욕타임즈는 "(윤여정이) 후보 지명을 받을 만했는데 하나도 받지 못했다"면서 "골든 글로브의 실수"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외국어 영화상 부분에 오른 것에 대해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작품상이나 각본상에 올리지 않은 것도 나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일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시위를 통해 빵과 장미를 요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합니다.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여성들의 생존과 정치참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고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북한을 들여다보면 빵도 장미도 여성들에게는 너무나 멀리 있는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 여성 여러분들도 온갖 집안일과 또 생계라는 이중고 삼중고에서 벗어나 마음껏 사회활동도 하고 국가정치에도 참여하고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열린 문화여행은 8일 여성의 날을 뒤돌아보며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쳐 세계무대로까지 진출하고 있는 남한 여성들의 활약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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