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 전성시대 ‘K 할머니’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우리의 한류 한국대중음악에서부터 영화, 드라마, 음식,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요즘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는데요, 이제는 K-할머니까지 등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 번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씨가 그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만 지금 할머니들의 활약은 윤여정 씨 뿐만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는 우리 한국의 할머니들 활약이 대단합니다,

오늘 열린 문화여행을 통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윤여정 씨 'K- 할머니' 바람 일으켜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씨에 대한 2030 세대의 반응이 뜨겁다. 윤여정은 오스카상 이전부터 2030여성들의 인기를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를 시작으로 '윤식당' 등을 통해 삶의 지혜와 명언을 남겼다.

틀에 박힌 역할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는 윤여정 씨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한국 할머니의 새로운 통로를 열었고 젊은 소비층에는 젊은 모델이어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당당한 할머니 광고 모델로 윤여정 특유의 개성과 그녀가 주는 인생에 대한 메시지에 많은 공감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의 방송사 NBC가 먼저 사용한 'K-할머니 (K-Grandma)

미국 언론이 윤여정을 'K-할머니'라고 표현한 것은 최근의 NBC 인터뷰가 처음이다 NBC는 윤여정을 "강한 직업윤리를 가진 배우"라고 평했다.

CBS방송은 아침 프로그램 '오늘 아침'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여배우 글렌 클로즈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 좋겠다고 했던 윤여정의 말을 상기하며 진행자가 "글렌 클로즈가 상을 받길 정말 바랐는가"라고 다시 묻자 윤여정은 "그렇다. 그는 정말 열심히 연기하고, 난 오랫동안 그의 연기를 보면서 존경해왔다. 또 다른 후보였던 올리비아 콜맨도 정말 뛰어난 연기자"라고 치켜세웠다.

윤여정 표 K 할머니의 매력은 특유의 화법. '윤며들다' 신조어까지 탄생

재치있고 솔직한 윤여정 특유의 화법은 '윤며들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윤여정에게 스며들다'의 축약어로 영어로 손님을 접대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따뜻함과 재치를 잃지 않는 그를 향한 젊은이들의 찬사다.

외국인들에겐 신비롭게까지 느껴지는 한국 엄마의 그 따뜻함에 전 세계가 '윤며들었'다. 윤여정이 그간 여러 차례 전성기를 거쳐 왔지만, 바로 지금이 최고라 할 만하다. 어딘가 까칠하고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그녀는 젊은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문화를 존중하며 열린 태도를 유지한다. 뛰어난 영어 실력과 해외 경험에서 오는 재치있는 농담도 돋보인다.

스스로를 '올드 레이디'라고 부르고 실수 앞에서 겸허하게 인정하고 사과한다. 외국인들은 모두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미나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으로 이민 간 딸의 요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의 할머니의 옷을 입은 그의 모습이 벌써 선명하게 그려진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윤여정의 무기는 누구나 환영할 수밖에 없는 K-할머니의 매력이다. 독특한 K-할머니 윤여정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윤여정 외에도 유튜브에서 K 할머니들 맹활약

8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밀라노 할머니) 장명숙도 있고, 1947년생으로 윤여정과 동갑인 유튜버 박막례(구독자 131만)도 있다.

밀라논나는 새 옷을 사지 않기 위해 체중 관리를 하며, 80년 된 아버지의 면 셔츠를 조심스럽게 빨고 다려서 입는다.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비녀를 브로치로 만들고 옛날 옷들을 고쳐 입고 쓰면서 나만의 것으로 재탄생시킨다.

플라스틱을 쓰지 않기 위해 고체 비누 샴푸를 구입하며 일회용기 뚜껑을 모아 두었다가 반찬그릇 덮개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습이 궁색하지 않고 누구보다 아름답다. 스스로 "할머니"라고 칭하지만, 조곤조곤한 말투로 인생을 상담해주는 그녀에게 젊은 층들은 큰 공감을 보이고 있다

패션계의 전설 밀라논나, 78년 이탈리아 밀라노 유학

1978년 밀라노에서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으로서 유명 백화점의 패션 담당 바이어, 무대의상 디자이너와 교수로 활약, '살바토레 페라가모', '막스마라' 등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를 한국에 론칭했다. 살아있는 패션계의 전설이다.

2019년, 유튜브를 개설했다. 채널이름인 밀라논나는 밀라노와 이탈리아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논나를 합쳐서 만들었다. 항상 영상을 시작하면 아미치들(친구들이라는 뜻)~이라면서 특유의 인사말로 구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지게한다.

구독자들의 인생고민에도 할머니라 스스로 칭하며 진심을 담아 들어주는 모습에 MZ세대들이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할머니 유투버 1세대 '코리아 그랜마' 박막례 할머니 해외에서도 인기

할머니 유투버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박막례 할머니는 특유의 구수하고 솔직한 입담으로 MZ세대들의 인기를 사로잡았다.

박막례 할머니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치매방지 목적으로 손녀 김유라씨가 도와 17년도에 처음 유투버를 시작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어 많은 세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박막례 할머니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집중이되었다. 영국 BBC 방송 등에서 유투버 박막례할머니를 다루었으며, 구글 본사에도 초청받는 등 인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박막례 할머니에게는 웃음과 재미에 따뜻한 감동까지

드라마를 보며 툭툭 던지는 자유로운 리액션(반응), 요리를 하며 분방하게 던지는 욕설, 손녀인 유라에게 내미는 투박한 듯 다정함이 있다.

2019년 그는 구글 본사의 초대를 받아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를 만났고, 유튜브 최고경영자 수전 워치츠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행복하다 외쳤고, 미국 패션지 '보그'와 인터뷰하면서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2017년 5월1일 업로드한 '근로자의 날에 일한 당신에게 된장찌개 에이에스엠아르(ASMR, 주로 오감을 통한 쾌감 느끼기)' 편은 90만명이 넘는 사람이 보았다.

"근로자의 날인데 너는 일허냐?" 밤늦게 밥도 못 먹고 들어온 손녀가 안쓰러워서 된장찌개를 끓이고 같이 몇 수저라도 하려는 모습에 눈물이 난다며 댓글이 줄줄이 붙었다. "화장실 못 가도록 밥 굶어가면서 일했는데 할머니 말씀에 울었어요", "나도 눈물이 뚝뚝…", "한동안 엄청 울었네." 등…

'할매니얼', 할머니 감성'에 빠지는 2030 세대 현상

"회사에서 나눠준 과자가 맛있어요. 하얀 설탕 코팅에 살짝 계피 맛이 나는 옛날 과자. 어릴 때는 계피를 싫어했는데 이제는 '할매'(할머니의 방언) 입맛이 됐어요."(트위터 이용자 A씨)

"(흑임자로 만든 우유가) 두유보다 달고 부드러워요. 고소해서 나 같은 할매 입맛에 딱 맞아요."(인스타그램 이용자 B씨)

밀레니얼 세대 (20대후반부터 30대) 에서 '할머니 감성'이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할머니와 밀레니얼을 합친 '할매니얼'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옛 것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특히 먹거리에서 밀레니얼의 '할미' 취향이 두드러진다. 사회관계망 서비스 인스타그램에 '할매 입맛'을 치면 2만4천 개의 게시글이 등장한다. 주로 중장년 층 입맛에 맞는 것으로 알려진 흑임자나 녹차, 쑥, 생강차, 인절미 등을 이용해 만든 음식 사진이 많다.

인스타그램에 할미룩 사진을 올리는 이들은 할머니들이 자주 입을 법한 고풍스런 느낌의 카디건과 풍성한 라인의 긴 치마를 즐겨 입는다. 패션계에선 '그래니룩'(Granny look·할머니 의복을 연상시키는 스타일)으로도 불렸다.

젊은 세대를 위한 광고에도 할머니들 대거 등장

"옷 입는 데 남의 눈치 볼 거 뭐 있니. 그러니까 니네 마음대로 사세요." 배우 윤여정이 무심한 듯 대사를 툭툭 던지는 이 영상은 16일 나온 지그재그의 광고다.

10~20대 여성이 많이 이용하는 이 의상 광고는 일주일도 안 돼 유튜브 조회수 142만을 기록했다. 지난 2월 화장품 브랜드 리더스코스메틱은 배우 강부자가 젊은이들과 노래를 부르는 광고를 선보였고, 지난해 배달의 민족은 '배민 오더'의 광고 모델로 배우 문숙을 내세웠다. 현대자동차와 화장품 브랜드 어퓨의 광고엔 비연예인 할머니들이 등장했다. 어퓨의 광고 모델은 원래 설현이나 사나 같은 20대 아이돌이다.

할매니얼이 늘어나자 식품 업계와 카페, 식당에선 이들의 입맛을 겨냥한 디저트와 음료를 내놓고 있다.

할머니가 가진 미덕이 요즘 젊은 세대와 잘 맞아 떨어져

완고하고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할아버지와 달리 할머니는 할 말은 당당히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80만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할머니 유튜버' 밀라논나(장명숙)의 경우, 젊은 세대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면서 MZ세대의 멘토로 인기를 얻었다. 맞벌이가 많은 X세대를 부모로 둔 Z세대가 할머니의 돌봄을 받으며 자란 비중이 크다는 것도 한 몫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