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코로나 19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가운데 개최를 1년 늦추는 우여곡절 끝에 무관중으로 열렸던 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폐막식을 갖고 끝이 났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단은 비록 기대만큼 성과는 거두지 못했어도 선수 개개인이 이뤄낸 성과와 열정에 많은 감동을 남긴 점에서는 메달 수에만 관심을 가졌던 예전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던 올림픽이었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우리 선수 개개인들이 써 내려간 감동적인 얘기 만큼이나 우리 한국을 빛나게 한 주역이 바로 우리 한국 젊은이들의 노래와 음악, K-팝이었습니다.
각종 경기장이나 행사에서 우리의 젊은 K-팝 그룹들의 다양한 노래들이 효과음이나 배경음악으로 빈번하게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K-팝 올림픽이라고도 부르는 이유입니다.
오늘 열린 문화여행을 통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K-팝 덕 본 도쿄올림픽
이번 도쿄 올림픽이 'K-팝 올림픽'이 됐다. 각종 경기장이나 행사에서 K-팝 아이돌 그룹의 다양한 노래들이 효과음이나 배경음악(BGM)으로 빈번하게 사용됐기 때문이다.
가수들이 대형 행사에 기대 인지도를 높인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 오히려 행사의 분위기를 위해 K팝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몰랐던 경기가 K팝을 통해 알려지기도 한다.
K팝 팬들은 이를 통해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 나간다.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 노래가 흘러나오는 경기 영상 일부를 공유해 소문을 내는 것이다. 외신들도 '전 세계 K팝 팬들이 도쿄올림픽에서 하나가 됐다' '도쿄올림픽이 K팝 팬들을 노래하고 춤추게 한다'고 조명했다.
K-Pop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관중 대신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음악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눈에 띄는데, 아마도 청중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K-팝을 듣고 자란 선수들이 K-팝을 부각시켜
케이 팝을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 선수 즉 K팝 키즈가 올림픽의 풍경을 확 바꾸어 놓았다.
K팝 키즈는 올림픽을 앞두고 태평양 넘어 미국에서 먼저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수영 선수 시에라 슈미트는 각종 대회에서 트와이스 '치얼 업'(Cheer Up), 블랙핑크 '마지막처럼' 등을 따라 추는 영상들로 화제가 됐다.
시에라 슈미트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 댄스곡 플레이리스트를 궁금하다고 했다"면서 요즘 듣는 K팝 곡도 공유했다. 블랙핑크, 트와이스를 비롯한 레드벨벳, 소녀시대, 위클리, 스트레이키즈, 있지 등 다양한 노래를 재생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미국 지상파 NBC 방송을 통해 중계된 국가대표 선발전 수영 여자 자유형 1,500m 예선. 플랫폼에서 수영복을 입은 채 헤드폰을 끼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선수가 TV 화면에 잡혔다. 양손으로 줄을 잡아당긴 뒤 펭귄처럼 뒤뚱거리는 춤을 추는, 트와이스의 히트곡 '치얼업' 안무였다.
오디션장도 아닌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K팝 댄스라니. 이 K팝 키즈는 미국 수영 국가 대표를 다섯 번이나 지낸 시에라 슈미트(23) 선수다. 그는 4일 본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나눈 인터뷰에서 "경기 전 자신감을 얻기 위해 K팝을 듣고 춤을 췄다"고 했다.
슈미트 선수, "K- 팝을 들으면 행복해지고 경기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슈미트는 "K팝은 열정적이며 들으면 행복해지고, 메시지가 긍정적이라 좋아한다"며 "K팝을 듣고 경기에 나가면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했다. 3년 전, 미국 뉴욕 퀸즈 시티 필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에서 기자와 만난 제이미(18·버지니아)는 "다른 팝스타들이 (음악에서) 돈 얘기만 할 때 방탄소년단은 삶을 얘기한다"며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들을 때 꼭 가사를 번역해 본다"고 말했다.
미국 Z세대가 현지 팝송에선 좀처럼 듣기 어려운 청춘 성장 이야기를 K팝에서 찾으면서 K팝이 그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주요 수단이 된 것이다.
"미국 Z세대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 K팝으로 마음을 다잡는다는 건 K팝이 그들의 팝송이 됐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방탄소년단은 '너를 사랑하라'란 뜻의 '러브 유어셀프'를 주제로 시리즈 앨범을 내고, 블랙핑크는 '포에버 영'에서 "후회 없는 젊음이 타오르게"라고 노래한다. 청춘의 언어로 가득 찬 K팝이 Z세대의 팝송이 돼 일상 곳곳에서 K팝 DNA가 툭툭 튀어나오는 이유다.
특히 ARMY 중에서는 방탄소년단 팬층이자 올림픽 성화불을 붙인 일본 테니스 스타 나오미 오사카가 연습하면서 방탄소년단의 'Dream Glow'를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미 팬들은 오사카가 방탄소년단의 진정한 팬임을 확인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팔로우했다.
K-세대는 K팝의 언어로 말하고 행동한다. 서양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자기 긍정 메시지가 두드러진 K팝의 특성을 닮아, 지역성에 갇히지 않고 당당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다. 국위 선양에 짓눌려 늘 엄숙했던 옛 선수들과 확연히 결이 다른 선수가 등장한 배경이다.
K팝 키즈는 경기장을 혈투가 아닌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양궁 3관왕을 차지한 한국의 안산 선수는 도쿄올림픽에 '무봉'(그룹 마마무의 응원봉) 배지를 달고 나갔다. K팝 키즈는 몸에 '필승'이 새겨진 문신이나 장신구 대신 운동복에 자신이 좋아하는 K-팝의 상징물로 자신을 드러낸다. 국가 대표이기에 앞서 청춘이고, K-팝을 사랑하는 세대라는 정체성을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 경기에 응원가로 등장한 K- 팝
지난달 31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A조 대한민국 대 일본 경기에서 울려 퍼진 그룹 오마이걸의 '던 던 댄스' 가 울려 퍼졌다.
오마이걸 특유의 발랄한 에너지가 배구 대표팀에게 힘을 북돋았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숙적 일본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 4일 여자 배구 8강 한국–터키전은 명승부였는데, 이날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득점할 때마다 경기장에는 K-팝이 울려 ..오마이걸 'Dun Dun Dance', 트와이스 'Alcohol-Free', 엑소 'Love Shot' 같은 익숙한 멜로디가 선수들의 흥을 돋웠다.
배구장은 블랙핑크, 에이티스, 스테이씨, 스트레이 키즈 등 K팝 가수들의 노래로 가득했다. 한일전에서 Omegirl의 Dun Dun Dance 노래. 팬들은 SNS에 태연의 'Week End', 인헤이븐의 'Given Taken' 등 일본이 한일전에서 K팝송을 선보이고 '던 던 댄스'를 부른 오마이걸 멤버 지호는 SNS 라이브를 통해 "여자배구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고 있었는데, 마침 '던 던 댄스'가 나오고 있었다"라며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너무 영광이었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여자양궁 단체전에서는 그룹 블랙핑크의 '붐바야'가 흘러나왔다. 이날 블랙핑크의 기운을 듬뿍 받은 여자양궁 대표팀은 '금빛 명중'을 이뤄내며 올림픽 9연패 신화를 기록했다. 특히 양궁에서 안산 선수가 여자 개인 금메달로 3관왕을 달성했을 때도 양궁장에 'Permission to Dance'가 울려 퍼졌다.
한국 선수 경기 만이 아니라 도쿄올림픽 경기장 곳곳에서 K팝 울려 퍼져
심지어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도 익숙한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여자 배구 미국-중국전에서는 방탄소년단의 'Butter', 남자 배구 캐나다-이란전에서는 엑소의 'Don't Fight the Feeling', 'Love Shot'이 흘러나와..여자 배구 세계 랭킹 4위의 터키가 디펜딩 챔피온인 중국(세계 랭킹 3위)을 3:0으로 완파하며 이변을 일으킨 25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는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와 '빅뱅'의 <뱅 뱅 뱅(Bang Bang Bang)>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테니스 여자 단식 경기에선 방탄소년단X찰리엑스씨엑스의 '드림 글로우'(Dream Glow)가 나왔고..라질과 튀니지의 남자 배구 경기장에서는 '세븐틴'의 <베리 나이스(Very Nice)>...남자 복싱 료고쿠 국기관 경기장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TXT(TOMORROW X TOGETHER)'의 <매직(Magic)>이 중국과 미국의 여자 배구 경기와 플라이급 여자복싱 우간다와 일본 선수의 경기에선 방탄소년단의 '버터'가, 여자 체조 경기장에서 미국 선수들의 모습이 화면에 잡힐 땐 있지의 '돈 기브 어 왓'이 흘러나왔다.
뿐만 아니다. 그룹 엑소의 '돈트 파이트 더 필링', 세븐틴 '아주 NICE', 있지의 '돈 기브 어 왓', 에이티즈의 '불놀이야' 등 수많은 K팝 곡이 각 경기장에 흘러나와 올림픽을 지켜보는 수많은 이의 귀를 쫑긋하게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K-팝은 단연 방탄소년단 노래
이번 도표올림픽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K-팝은 방탄소년단의 '버터'와 '다이너마이트'인 것으로 전해진다.
빌보드 차트 1위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Dynamite', 'Butter' 등은 복싱, 싱크로나이즈드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나와 인기를 입증했다.
개그우먼 김신영은 최근 방송된 라디오방송'에서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나오는 노래를 신청하는데 방탄소년단의 '버터', '다이너마이트'가 제일 많았다고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K팝이 분위기 메이커로서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이밖에도 샤이니, 위너, 블랙핑크, 오마이걸, 있지, 세븐틴, NCT 127,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스테이씨 등 다양한 K팝 스타들의 노래가 도쿄올림픽 경기장을 채웠다.
도쿄올림픽에서의 K-팝의 인기는 그만큼 K-팝의 세계적인 인기를 증명
최근 K팝이 전세계 각국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인기 음악으로 떠올랐고, 그에 힘입어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K팝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과거 올림픽에서는 전세계인에게 익숙한 팝이 주로 울려 퍼지곤 했는데, 지난 몇년간 K팝이 인기를 얻으면서 경기장에 노출되는 빈도가 크게 늘어났다"라며 "K팝의 높아진 위상을 몸소 확인할 수 있어 매우 뜻깊다"라고 전했다.
트위터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전 세계 트위터에서 K팝 관련 트윗은 75억 건이 이뤄졌다. 올해 기준 세계 인구수(약 78억 명)와 비교하면, 각국의 시민 1명당 한 번꼴로 K팝 관련 메시지를 트위터로 지인과 주고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올림픽은 대규모 국제 행사고, 그곳에 출전한 10~30대 각국 선수들에게 가장 친숙한 음악이 K팝이라, 주최 측도 용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미국의 CNN은 "K-팝 스타들이 올림픽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제목이 "올림픽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K-팝 스타들"로 바뀌었다.
K-팝 가수들도 올림픽 효과 누려
K팝 가수들도 올림픽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의 등장한 K-팝 곡명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계속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오마이걸의 '던 던 댄스'는 여자배구 한일전이 끝난 뒤 트위터 월드와이드 트렌드 6위까지 올랐다. 이 밖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곡이 올림픽에서 몇 번이나 노출됐는지 집계하는 SNS 계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세계적인 축제인 올림픽에 K팝 가수의 음악이 나온다는 건 무한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라며 "그로 인해 새로운 팬들도 유입되고, 곡과 가수에 대한 홍보도 저절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각종 경기장에서 나오는 K-팝 현황을 전세계 K-팝 팬들이 실시간으로 파악해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 실어 나르는 것도 매우 중요한 흐름이다. 이들은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누가 더 많은 K-팝 사용 현장을 찾아내는지 경쟁하는 듯한 경향마저 보인다.
올림픽과 연관된 K-팝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지난 달 23일 개막식 중계 직후에도 확인됐다. 개막식 중계에서 우리 선수단이 입장할 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의 하나로 BTS 사진이 등장하자, 전세계 아미(BTS 팬클럽)들은 "BTS가 남대문, 이순신 장군과 함께 한국의 3대 아이콘으로 선정됐다"며 이 소식을 SNS에 연쇄적으로 올렸다.
기자 이장균,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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