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밥상머리 화제는 단연 남북정상회담
-차례와 제사는 구분해야
-추석에 전을 부치는 것은 전통이 아니다
-차례에 올리는 음식 종류도 정해진 것 없어, 정성과 마음이 중요
-제사, 차례 준비 여자만 하라는 법은 없다
-추석 차례 지내는 가정 점차 줄어드는 추세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지난 24일이 추석, 한가위 큰 명절이었고요, 남한에서는 26일까지의 긴 추석연휴가 끝났습니다.
북한주민 여러분은 24일 당일 하루만 쉬셨을 텐데요, 아마 가족과 함께 단란한 좋은 시간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추석, 한가위 명절은 설날과 함께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가운데 하나인데요, 무엇보다도 한 해의 수확에 대해 조상께 감사 드리고 그래서 차례를 지내고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풍성한 놀이, 잔치도 많이 열었던 그런 명절이죠.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시대가 바뀌면서 명절의 차례 지내는 문제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습니다. 오늘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은 추석 차례와 관련해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세요.
이장균 : 추석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김헌식 : 네, 저도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도 만나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이장균 : 그러셨군요, 대개 추석이 되면 추석밥상머리 화제, 이런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다들 끼리끼리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화제들이 그 식탁, 밥상 위에 오르게 되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지난 번 3차 남북정상회담 화제가 많았을 것 같아요?
올해 추석 밥상머리 화제는 단연 남북정상회담
김헌식 : 네, 말씀 하신 대로 이번 추석의 밥상머리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얘기들이 압도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천지에서 두 지도자가 나란히 사진 찍은 장면을 굉장히 감동적으로 봤다는 실제 말씀들을 들었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아마 역사적으로 길이 길이 기록될 만한 사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에 앞서서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 15만명의 평양시민이 운집한 곳에서 남한의 대통령이 그렇게 평양 시민들에게 연설을 했던 장면도 참 인상 깊었고 내용도 가슴을 찡하게 했던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헌식 :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가 5천년인데 지금 70년만 헤어져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다시 만나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부분이었는데요, 5천년 역사에서 70년은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거든요.
이장균 : 그럼요.
김헌식 : 그렇기 때문에 그런 단절의 시간을 넘고 하나가 될 것 같고요, 또 감동적이었던 것이, 많은 분들이 그런 얘기를 하세요, 통역이 없어도 말이 이렇게 쉽게 통하는구나.. 그래서 굉장히 감동을 많이 하는 이야기들을 하셨습니다.
이장균 : 어떤 분들은 분단으로 인해서 남북이 크게 달라지고 이질화 됐다, 그래서 이질화 된 것을 또 하나로 하려면 너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데..
김헌식 : 자꾸 이질적인 것만 강조를 하면 너무나 다른 민족내지는 다른 국가처럼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자꾸 공통적인 점을, 특히 문화적인 요소들을 계속 공유시키는 노력이 더 근본적인 통일로 가는 단계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느껴졌습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차례에 대해서 시시비비, 이런 말 저런 말이 나오는 핵심에는 제사나 차례를 지낼 때 여러 가지 준비과정이라든가 음식 차리는 문제, 왜 여자만 해야 되나 이런 문제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우선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차리는 음식이 너무 많다 이런 논란이 있죠?
차례와 제사는 구분해야
김헌식 :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추석의 차례상이 마치 제사상 음식처럼 차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원래 추석 차례는 새로운 음식, 즉 곡식이나 과일이 나오면 그걸 조금 올려 조상께 인사 드린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사와 오인해서 너무 거창해졌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적하셨듯이 이를 전담하게 된 주부들이 너무 힘들어졌고 이것이 가족간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사와 차례를 구분해서 간소화해 힘든 일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요약해서 말씀 드리면 술, 포, 적, 과실 정도로만 간단하게 차리는 것이 기본적인 본질이라고 하네요.
이장균 : 그렇군요. 어릴 때 추석 전날 같은 때 보면 집안을 진동하는 냄새가 있는데 바로 전을 부치는 냄새죠.
김헌식 : 그렇습니다.
이장균 : 명절 전날 시어머니, 며느리, 여자 분들 모여서 전을 부치는 풍경이 일반적입니다만 전을 부치는 게 만만치 않죠. 준비과정도 그렇고.. 이게 전통처럼 돼 있는데 전통적인 건 아니라는 얘기도 있죠?
추석에 전을 부치는 것은 전통이 아니다
김헌식 : 네, 전 자체는 전통음식이고요 다만 추석에 전을 올리는 것이 과연 전통이냐 하는 문제를 전문가들이 지적을 하고 있는 거죠. 유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잘못된 방식으로 전승된 예법이라고 합니다. 본래 유교식 제사상에는 기름진 음식을 올리지 않았고, 전을 올리는 것은 사찰식 제사 전통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거기다 그대로 구워도 될 재료에 굳이 켜를 입혀 낮은 온도의 기름에 오래 익히는 음식인데요, 그래서 기름도 많이 들어가고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고칼로리로 영양분이 많은데다 요즘엔 다이어트, 살빼기의 적으로도 불리고 있는데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쳐 왔었고 여성들은 굉장히 힘들어하는 상황이 됐었잖아요.
어쨌든 건강이라든지 차례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전은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것이 맞다 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장균 : 네, 여자 분들이 아주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차리는 것도 차리는 거지만 굉장히 까다로운 격식이 있지 않습니까?
배열도 그냥 막 하는 게 아니라 동쪽 서쪽 나눠서 올리기도 하고 올려야 할 음식이 있고 올리지 말아야 할 음식도 있고 해서 까다롭습니다만 최근에 나온 얘기로는 차례에 올리는 음식 종류는 격식과 무관하다고 하던데 어떤 얘긴가요?
차례에 올리는 음식 종류도 정해진 것 없어 , 정성과 마음이 중요
김헌식 :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주자가례를 봐도 구체적으로 과일 이름을 그리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홍동백서'라고 해서 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 이렇게 돼 있는데 이것도 원래는 기재돼 있지 않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지방마다 나는 과일이 모두 다르고, 사는 지역에 따라 바닷가에서 나는 것, 산에서 나는 것이 모두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도 현실적으로 원래와는 다른 점들을 요즘에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장균 : 지역 여건에 맞게 자기 집안의 형편, 분수에 맞게 정성을 담아서 차리면 되는 게 아닌가 ..
김헌식 : 맞습니다.
이장균 : 이렇게 되면 결론적으로 차례상을 간소화 하자 이런 얘기가 될 텐데요, 상을 간소화한다면, 어떻게 간소화 한다는 것일까요?
김헌식 : 네, 그 집안의 형편과 상황에 따라, 남을 의식하지 말고 하면 된다고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공경하는 마음을 기본으로 한 최소한의 정성이 필요한 것이죠.
유교는 사실 현실 중시의 사상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같으면 조상님들이 맛보지 못한 음식을 준비해서 드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정말 옛날에는 찬물 한 그릇 밥 한 그릇을 떠놓고 지내도 그 정성 자체를 중요시 했는데요, 그런 정성이 담긴 전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고요, 다만 의미를 좀 추가하시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례음식 중에서도 의미 있는 과일 같은 것을 생각하시면 되는데 예를 들면 한 번 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가 맺히는 대추는 자손 번창과 혈통을 보존하는 가족주의를 생각할 수 있고요, 땅에서 썩지 않는 밤은 조상과의 연결을 뜻하고요, 가지치기를 잘 해줘야 열매가 맺히는 감은 많이 가르쳐야 훌륭하게 자라는 사람을 뜻합니다.
또 배는 백의민족을, 알을 많이 낳는 명태로 만든 북어포는 자손번창을 뜻하기 때문에 만약 가족주의를 생각한다면 가족주의를 의미하는 과일이나 음식을 올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오늘은 추석명절을 보내면서 추석차례상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차례상의 간소화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잠시 특별한 노래 한 곡 듣고 또 얘기 나눌까요? 지난 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일행이 백두산 천지에 올랐을 때 남한 가수 알리가 즉석에서 불러 화제가 됐었죠? 진도아리랑..
그 때 현장에서 불렀던 알리의 노래에 이어 북한가수 리분희의 음성으로 진도아리랑을 잠시 듣고 다시 돌아오도록 하죠.
(music : 진도아리랑 / 알리, 리분희)
이장균 : 명절 치를 때 가장 첨예하게, 예민하게 대립되는 논쟁거리가 있죠? 제사나 차례 준비를 여자만 하느냐 하는 얘깁니다만 요즘엔 또 젊은 남자 분들이 많이 도와주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실 여성만 한다, 젊은 남자만 한다 이런 건 아니라고요?
제사 , 차례 준비 여자만 하라는 법은 없다
김헌식 : 네, 제사만 그런 게 아니고요 원래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 수라간이 많이 나옵니다. 궁중에서 음식을 하는 수라간이 나오는데 원래 이 수라간의 대부분의 구성원은 남자들입니다.
프랑스 같은 데도 국민요리사 대부분은 다 남자거든요. 그 이유는 뭐냐 하면 고대부터 국가의 제례는 다 남자들이 했어요.
그러니까 설 뿐만 아니라 추석에서도 조선시대 임진왜란 전에는 남성들이 당연히 차례음식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특히 규모가 큰 제사 같은 경우는 워낙 양이 많기 때문인데요, 궁중에서도 왜 남자들이 많았냐 하면, 그림도 남아있습니다만 워낙 양이 많아서 운반하기가 버겁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성들, 상궁나인 같은 사람들은 주로 상을 차린다든가 궁중에서 드릴 때 잠시 맡아 하는 경우, 그리고 간단한 소반 같은 경우에는 수라간 나인들이 만들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이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라가 굉장히 피폐해지면서 남성주도적으로 바뀌게 되면서 점차 여성에게로 부담이 갔고 그 후 일제시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모든 가사노동은 여자가 하는 것처럼 되다 보니까
차례, 제사 같은 경우 여성들이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사실 조선시대 같은 경우는 양반가를 중심으로 보게 되면 부부간에 서로 존대말을 썼고 또 절을 해도 맞절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술을 올리는 것도 여성도 올렸습니다. 첫 번째 술은 집안의 대표인 아버지가 올리고 두 번째 술 같은 경우는 어머니가 올렸습니다.
장자 같은 경우에도 올리고 나서 두 번째 술은 장자의 아내가 올리고요 이런 식으로 여성들도 참여를 했는데 지금은 아예 여성들이 배제돼 있는 상황인데요, 아마 북한에서도 여성들이 부엌에서 많이 노동을 하고 제사를 지내는 경우에는 배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원래 우리 전통은 다 같이 노동을 하거나 남자가 더 노동을 하고 또 제례도 같이 지내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차례를 지내더라도 다같이 지내는 게 오히려 21세기 정신이나 전통 정신에 맞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장균 : 네, 북한에서 오신 분들 얘기 들으면 북한에는 아직도 유교적인 전통이 굉장히 강하게 남아 있다고 해요.
지금은 조금 달라지긴 했습니다만.. 여자분들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면서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전과는 좀 다르긴 하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아직도 여자분들이 집에서 여러 가지 많은 힘든 일들을 하는 걸 보면서도 남편들은 뒷짐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이번 추석명절 보내면서도 여자분들이 대부분 다 부엌에서 이것 저것 다 준비하시지 않았나 싶은데요, 그럴 경우에 지금 말씀해주신 내용을 강조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사준비를 다 남자들이 했다.. 이걸 좀 강조하셔서…
김헌식 : 맞습니다. 자꾸만 서구화됐기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들을 도와준다 이렇게 얘길 하는데 원래 전통 정신에도.. 임진왜란 전 조선시대만 해도 유산도 여성에게 반반씩 나눠줬고 또 공부도 사대부집안 경우지만 다 시켰고요, 그렇기 때문에 전통을 반드시 전근대적이라고 치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이장균 :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는 분위기인데요, 이런 달라지는 추석풍경에 대해 어떤 설문조사가 나온 게 있나요?
추석 차례 지내는 가정 점차 줄어들어
김헌식 : 2017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 수도권 가정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1년 77.4%에서 2013년 69.5%, 2017년은 61.7%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추석에는 차례를 꼭 지내야 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22% 정도로 4명중 1명 꼴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전통이 없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없어지지는 않고 간소화 되는 방향으로 재정립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것이 또 전통의 원칙에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추수감사절처럼 가족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요, 유교의 기본 정신은 가족이거든요. 그래서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시대에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이런 전통, 조상께 감사하는 마음은 남북이 전혀 달라진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남북이 앞으로 하나가 되어서 분단으로 헤어진 가족, 친지들이 남북을 오가며 서로 차례도 함께 지내고 남북의 주민들이 서로 모여서 우리의 전통놀이도 함께 즐기는 그런 명절을 보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됩니다.
오늘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명절의 분위기, 또 그에 따라 간소화 되고 있는 차례상에 대해 이모저모를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말씀 들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