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0대, 근대에 빠져들다
- 개화기 옷 대여 , 근대화기 간판 단 식당도 등장
- 지방자치단체들도 근대를 주제로 한 관광 상품 내놔
- 근대화 시기 다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개화기 풍광, 문물 관심 촉발
- '미스터 션샤인' 따라 하기 유행
- 전통과 서양문물의 충돌 개화기 혼돈이 미래 불투명한 젊은 세대의 공감 이뤄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죠?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최근 한국의 개화기 시절의 옷차림이라든가 당시 문물에 빠져드는 그런 현상이 요즘 많다고 하는데요, 일종의 복고풍 유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오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십니까?
이장균 : 우리 역사 속에서 근대사 하면 일제강점기가 떠오르는 우울한, 암울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만 우리가 영화에서 독립군들의 활약, 의병들의 활약을 많이 보기도 하는 그런 시절인데요, 젊은이들이 그 시절의 옷차림이라든가 문물, 여러 가지 장식이라든가 생활분위기.. 이런 데에 많이 빠져들고 있다고요?
10-20대, 근대에 빠져들다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10대에서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전통사회에서 벗어난 신여성의 생활 스타일, 유형에 대해서 환호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언론에 보도된 걸 보면 개인 소셜, 그러니까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자기 이름을 올리는 게 있거든요.
거기에 모던 OO, 그러니까 모던 아무개 이런 식으로 올리는 경우가 있고요, 특히 방에는 아파트인데도 할머니가 물려준 자개장을 놓고 있다든지, 커피를 소반에 받쳐 마시고 또 주말에는 친구들과 서울 익선동이나 아니면 북촌, 서촌에서 개화기풍 원피스를 입고 케이크 먹는 사진을 찍어 올리는 그런 개화기 시절로의 시간여행을 즐기는 10대와 20대 층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 거죠.
그 동안 근대는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했지만, 새로움 발견하길 좋아하는 청춘들은 관습이 무너지고 신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격동기에 매력을 느끼면서 패션 즉 유행옷차림이나 인테리어 같은 장식, 그리고 음식, 드라마까지 개화기 유행이 거세게 번지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장균 : 요즘의 사회관계망 서비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이런 것들을 통해서 유행이 급속도로 삽시간에 번져가는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것 가운데 하나가 아까 말씀하신 모던 아무개.. 모던 이라는 말이 개화기, 근대 시절을 얘기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개화기 시절의 모습을 담은 자신의 사진 같은 것을 올리면서 다른 여성들이 보니까 아.. 참 매력적이다.. 이렇게 해서 따라 하는 면도 있겠고 그래서 확산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개화기 그 당시의 옷을 한번 빌려 입어본다거나 또 그 당시의 음식점, 식당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그런 모습으로 꾸미는 식당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고요?
개화기 옷 대여 , 근대화기 간판 단 식당도 등장
김헌식 : 그렇습니다. 서울의 종로구 '경성의복'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여기서는 1900년대 개화기 의상을 빌려주는 곳입니다. 10~20대 여성들이 짙은 와인색 원피스, 망사 달린 모자, 팔꿈치까지 오는 장갑을 착용해보면서 경성의 모던걸로 변신을 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거죠.
심지어 빌려 입은 뒤 남자친구와 덕수궁 중명전을 산책하며 놀기도 합니다. 덕수궁에는 서양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할 수 있어서 근대 의상이 잘 어울리고 이것을 사진을 찍어 서로 공유하면서 마치 모델이나 영화배우가 된 것처럼 느낌을 공유하는 거죠.
또 식당 간판도 옛날 식으로 달아 놓은 곳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OO구락부' 또는 '경성 OO' 'OO가옥'
이런 식으로 옛날식 간판을 단다든지 하는 건데요, 익선동이라는 곳에 가면 '경성과자점'이 있어요.
여기서는 알록달록한 예전 근대화 시기의 포장지로 포장한 빵이나 차를 팔고 축음기에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천장엔 화려한 그 당시의 샹들리에, 천정조명등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1900년대 혹은 1910년대 20년대로 돌아간 듯한 모던 경성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서울에 생기고 있습니다.
또 을지로 입구 역 근처 비좁은 골목에는 자개장과 괘종시계, 고가구로 꾸민 개화기 다방 느낌을 낸 '커피한약방'과 양과자 전문점 '혜민당'이 마주 서 있어서 이곳에 가도 개화기 시절의 분위기를 체험해 볼 수 있고 실제 그 시절 과자도 먹어보고 커피나 차도 마셔볼 수 있어서 반응이 좋습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저희가 지난 주에 한복이 다시 젊은이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나눴습니다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예전 시절로의 회귀, 복귀, 복고.. 이런 느낌이 드네요. 이러다 보니까 지방자치단체, 각 도라든가 특별시, 시 같은 곳에서 이런 분위기를 소재로 한 관광 상품을 내놓고 있다죠?
지방자치단체도 근대를 주제로 한 관광 상품 내놔
김헌식 : 그렇습니다. 서울시는 매주 토요일 남산골한옥마을에서 '1890 남산골야시장'을 엽니다. 그러니까 1890년대가 배경인데요, 개화기 복장과 말투로 구한말 장터를 재현합니다. 색다른 개화기 풍경을 시장과 결합시켰고요,
지방으로 내려가면 청주 같은 경우 청주의 근대 역사문화 특별전. 근대 청주의 풍경과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다양한 기획으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서울뿐만 아니고 지역까지도 개화기 근대 공간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관광프로그램, 전시프로그램으로 국민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insert :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장면 sound)
이장균 : 최근 남한에서 방영됐던 한편의 드라마, 텔레비전 연속극이 바로 개화기, 말하자면 구한말 일제강점기로 접어드는 그 시기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참 암울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죠.
나라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는 그런 시기고 또 당시 이름 없이 목숨을 바쳤던 의병들이 비참한 면면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그러한 시기이기도 합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그 시기의 아주 독특한 여러 가지 풍광들, 문물들을 담고 있었던 드라마가 바로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죠?
제목이 왜 썬샤인이 아니고 션샤인인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당시의 한글 표기법이 썬 같은 말은 '션' 이렇게 썼기 때문이더라고요.
김헌식 : 맞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썼다고 하더라고요.
이장균 : 아마 북한에서도 요즘은 남한 드라마를 하도 빨리 보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벌써 보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근대화 시기 다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개화기 풍광, 문물 관심 촉발
김헌식 : 구한말, 이렇게 일제 강점기로 접어드는 시대적 배경은 우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의 이런 작품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적 공간은 우울했을지 모르지만 당시 조선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이런 점들을 적극적으로 많이 구사를 하고 있는데요,
주인공 유진 초이, 그러니까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맡은 역할인데 조선에서 불우하게 노비로 태어나서 고생을 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미국으로 갑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해병대 장교가 돼서 다시 조선으로 오게 되는데 그를 중심으로 해서 보여지게 되는 서울의 풍광, 그러니까 한양의 풍광이 참 아름답습니다.
예를 들면 노을이 지는 풍경 속에 독립문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 또 처음 전등이 점화되는 한성시내 거리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또 유진과 애신, 김태리라는 배우가 역을 맡았는데 나룻배 장면, 정말 아름답게 그려지게 되는데 이 장면도 사실은 시각적 효과를 써서 만들어진 것이죠. 그래서 이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 당시의 조선이 굉장히 아름답구나, 그렇지만 비극적인 상황이 펼쳐졌구나 해서 아름다움과 비극이 같이 교차하면서 묘한 느낌을 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당대의 느낌을 담아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개화기나 근대에 대한 관심을 더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insert :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가운데 유진과 애신의 대화 sound) + program ID)
이장균 : 그 당시의 현대화 되지 않은 조선의 아름다운 강산 이런 모습을 재현해 낸 면에서 참 좋은 드라마였다는 생각이 들고요, 간접적으로 개화기 시대를 저희가 드라마를 보면서 체험했다는 느낌이 들었던 드라마 이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까 드라마에서의 대사라든가 여러 가지 면에서 따라서 하는 유행이 많이 생겼다고요?
'미스터 션샤인' 따라 하기 유행
김헌식 : 그렇습니다. 젊은 층뿐만이 아니고 40대, 50대 층들도 많이 본 드라마였는데요, 그러면서 극 중의 어투가 유행을 했습니다. 바로 '하오'체인데요, 특히 김태희가 역을 맡았던 고애신이 주로 '하오'체를 많이 썼습니다.
'나도 그러하오' '이런 생은 글렀소' 이렇게 하오 체를 많이 사용하면서 인터넷에서 또 놀이문화가 나타나는 상황이 됐고요, 또 복고풍 의상과 소품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개화기 룩' 이라고 해서 온라인 쇼핑몰이나 한복 대여 전문점에서 화제가 됐는데요, 심지어는 중국 등 외국인들까지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 스타일 한복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또 귀걸이나 김태희의 머리띠의 브랜드, 즉 상표명을 물어보는 문의도 많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복고풍 패션 용품, 생활용품이 인터넷을 통한 구매사이트를 보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까 드라마를 통한 개화기에 대한 관심이 젊은 층 사이에서 크게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장균 : 보통 독립군을 다룬 영화나 역사극이 실패하는 이유가 너무 역사적인 사실에만 집중해서 웅장하게 의로운 활동만으로 끌고 가는 식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제작하기 때문인데요, 요즘 젊은 세대들도 관심을 갖게 하고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를 많이 담았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영화들도 초창기에는 너무 체제선전이라든가 애국적인 것만 강하게 늘어놓다 보니까 외면을 당했는데요, 최근에는 예술적인 면도 많이 가미하기도 하고, 텔레비전 드라마도 천편일률적으로 수령의 영웅화라든가 체제선전에만 치중하다 보니까 외면을 당해서 그런지 군데군데 여러 가지 희극적인 요소들을 많이 넣어서 만들더라고요.
김헌식 : 그렇게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장균 : 네, 줄거리도 남한 드라마처럼 개인 간의 갈등 같은 것도 집어 넣기도 합니다만 안 그러면 북한 주민들이 남한 드라마를 많이 보기 때문에 거기에 익숙해 졌는데 옛날 방식의 드라마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는 외면당하기 때문에 북한도 방향이 바뀌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남북이 서로 가까워지고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가면 참 할일 많아질 것 같습니다. 아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가 고종의 직할부대 젊은이들을 훈련시키는 장면이 나오죠?
거기 보면 그 당시의 젊은이들이 안고 있었던 많은 고뇌들이 의병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만 요즘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근대시기, 개화기에 주목하는 이유가운데는 또 자신들이 처한 현실의 고뇌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고 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만 특별히 요즘 젊은이들이 근대 시기에 관심을 갖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요?
전통과 서양문물의 충돌 개화기 혼돈이 미래 불투명한 젊은 세대의 공감 이뤄
김헌식 : 네, 지금 현재 전지구적으로 서양식 문화 코드가 휩쓸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개화기와 근 현대기가 바로 우리 전통과 서양으로 이어주는 가교역할 지점이라고 보는 거죠.
또 문화적인 양식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역사성에 대한 탐구가 개화기와 근대기에 초점이 맞춰져서 젊은이들한테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지금 현대의 원형들이 그 당시의 우리 전통과 결합돼 정착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하나 하나 발굴해 가는 느낌도 있고요, 또 가치관 관점에서 봤을 때는 격랑의 개화기, 근대기가 가치관의 혼동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젊은이들의 가치관과 미래의 불확실성이라고 하는 상황들이 이런 개화기와 근대기에 대한 주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분석되고 있습니다.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우리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역사도 있고 또 잊고 싶은 역사도 있죠. 그러나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올바로 재조명해서 불행한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일제 36년 강점기의 치욕을 남긴 한국의 근대사, 우리가 애써서 외면해 온 면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너무 어두운 쪽만 조명해서 비극적인 어두운 쪽만 바라보게 하는 것 보다는 젊은이들에게 그 당시의 개화기에 겪었던 여러 가지 새로운 문물과 전통이 부딪치던 그 당시의 고뇌 이런 것들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바라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가는데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 옛 것을 통해서 다시 체험해 보고 느끼게 하는 새로운 현상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오늘은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근대화시기, 개화기의 새로운 문물들을 호기심을 갖고 체험해 보고 경험해 보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과 관련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 김헌식 교수님 도움 말씀 주셨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