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한국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나 그룹들을 K팝 스타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이돌가수, 그룹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남자들로 구성된 방탄소년단 여성들로 구성된 블랙핑크의 인기는 세계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죠.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보니 이런 아이들 그룹의 일거수 일투족이 나라 간의 미묘한 갈등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어떤 이야기인지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자세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6.25한국 전쟁과 관련한 국민청원 게시판 글로 역사왜곡 논란
'중국의 한국전쟁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중국인 연예인들의 한국 활동 제재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현재 중국은 '항미원조 70주년'이라며 다양한 선전물을 만들고, 황금시간대에 관련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다"며 "여기서 중국은 본인들이 한국을 공격했던 이유가 '미국 제국주의에서 구하기 위해서였다'며 뻔뻔하게 우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6.25 한국전쟁 역사왜곡에 한국에서 데뷔하여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은 중국인 연예인들이 중국 sns 웨이보에 관련 선동물을 올리며 같은 중국인들, 한국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전세계인들을 상대로 선동에 힘을 싣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엔터 소속으로 돈과 명예를 얻은 그들이 파렴치한 중국의 역사왜곡에 동조한 뒤 뻔뻔하게 한국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퇴출이 힘들다면 한국 활동에 강력한 제재를 걸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사 소속으로 돈과 명예를 얻은 이들이 역사 왜곡에 동조한 후에 다시금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청원 게시판에선 이 글을 검색할 수 없다.
빅토리아, 레이 등 중국출신 아이돌 그룹 가수 중국 CCTV 기사 공유
에프엑스(f(x))의 전 멤버 빅토리아, 엑소(EXO)의 레이 등 중국 출신의 아이돌 가수들이 중국 기반의 소셜미디어에 '항미원조 70주년' 기념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빅토리아와 레이 등은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일을 앞둔 지난 23일 중국 웨이보에 '#지원군의 항미원조 출국 작전 70주년 기념'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영웅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 등의 글과 함께 중국 CCTV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는 6.25 전쟁에 참전했던 중공군을 기리는 내용이 담겼다.
프로듀스 101 출신의 중국인 가수 주결경과 걸그룹 우주소녀의 성소·미기·선의 등 중국 출신 아이돌도 비슷한 글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K팝 그룹에서 중국인 멤버로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중국에서 주로 활동 중이다. K팝 그룹으로 데뷔해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은 이들이 이같은 게시물을 올렸다는 것에 국내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에도 중화권 출신 K팝 아이돌들 홍콩의 송환법 개정 반대 시위 진압 중국 정부 입장 지지
중국 출신 아이돌들의 글과 인식으로 논란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f(x) 빅토리아, 엑소 레이, 프리스틴 주결경, 갓세븐 잭슨, 우주소녀 성소, 세븐틴 디에잇과 준, 아이들 우기, 웨이브이(NCT 중국활동팀) 등이 '오성홍기 수호자는 14억명이 있다. 나는 국기 수호자다'란 글을 공유했다. 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때려라. 홍콩이 부끄럽다'란 게시물을 올렸다.
당시 홍콩 시민들의 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중국 정부와 홍콩 경찰에 대한 비난이 전 세계적으로 들끓을 때였다. 이들은 홍콩 시민들을 비판했고, 홍콩 경찰을 지지했으며, 종국에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당연히 비난이 일었다.
한국에서 출세 발판을 마련하고 막상 중국 편 드는 먹튀 비난
특히 중국인 멤버들이 K팝 팀으로서 인기를 얻은 후 자국으로 돌아가 개인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먹튀'라는 비판까지 따르고 있다. 한류 영역에서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항미원조 사상을 찬양한 것이기에 더 이상의 이미지 회복은 불가하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비판을 받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역사왜곡와 폭력사태를 지지해서만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종종 "한국을 이용해 뜨고, 결국은 이익을 위해 소속사를 배신하고 중국으로 튄다"는 인식을 줬기 때문이다.
슈퍼주니어 한경, 테이스티, 엑소의 크리스, 루한, 타오, 워너원 출신 라이관린 등이 한국 활동을 발판삼아 한류스타로 중국에서도 인기를 얻자,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 계약을 무효화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이들은 중국으로 돌아가 독자적인 활동을 하겠다며 계약 기간, 정산 문제 등을 문제 삼았다.
곤란해진 건 연예기획사들이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타깃을 아시아는 물론, 미국·유럽 등지로 넓힌 이들은 역사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노심초사다. 글로벌 그룹을 지향하면서 팀 내 외국인 멤버가 필수 요소처럼 자리잡은 탓이다. 앞서 한일관계가 경색되면서 불매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났을 당시에도 엔터사들은 전전긍긍했다.
이런 정치적 문제에 휘둘리지 않게, 대형 기획사 위주로 K팝 제작 시스템을 통한 현지 멤버들로만 구성한 그룹을 내놓기도 했다. 보이스토리, 웨이션브이 등이 예다.
방탄소년단도 밴 플리트 상 수상 소감으로 중국에서 곤욕
BTS(방탄소년단)는 지난 달 7일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로부터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양국(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6·25 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 발언 가운데 '양국이 겪은 고난의 역사'를 문제 삼고 있다고 환구시보는 주장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일부 네티즌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내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국가 존엄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BTS 멤버가 과거에 대만을 국가로 지목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일부 중국어 방송에서 '양국'을 '한국전쟁의 교전 쌍방'으로, '남녀의 희생'을 '남녀군인의 희생'으로 오역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반미 여론을 더 부추겼다. 이후 중국 내에서는 BTS 굿즈 배송이 중단되기도 해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세계 언론들은 일제히 중국인들의 편협한 중국 중심적 사고를 비판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BTS는 한국 전쟁 희생자들을 기렸지만 일부 중국인들은 모욕을 감지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BTS는 공공연한 도발보다는 진심 어린 포용성으로 잘 알려진 인기 보이 밴드다"며 "BTS 수상소감은 악의없는 말이었지만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지체 없이 BTS를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고 중국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
영국 'BBC'는 "BTS의 발언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임에도 BTS가 편향적인 태도로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지적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BTS가 희생양이 됐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시진핑 시대 과도한 애국주의 교육 영향 받은 중국 2030 세대가 주축
한류에 위력을 과시하는 중국인들의 상당수는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2030 세대다. 중국에서 이들은 각각 '링링허우'(00后)와 '주링허우'(90后)로 불린다. Z세대인 2000년대와 1990년대 출생자를 가리킨다.
시진핑 시대의 과도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첫 세대들인 이들은 강한 중화사상에 물들어 있다. '소분홍(少粉紅)'으로 불리는 '중국판 일베' 분홍이란 명칭을 얻은 데에는 "이런 애국 네티즌들, 민족주의 네티즌이 발언한 사이트가 배경화면에 분홍색으로 돼 있다.
소분홍이 중국 입장에서 중국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 악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러니까 한편으로 중국 정부나 공산당을 돕는 역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짓을 하는 것도 이들"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 23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대회'에서 "항미원조의 승리는 중화민족과 인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최근 중국은 항미원조를 대대적으로 띄우면서 애국주의를 계속 고조시켜나가고 있다.
앞서 시 주석은 항미원조 전쟁 7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중국의 6.25 참전 의미를 "제국주의의 침략 확대를 억제한 것"으로 규정해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왔다.
미중 갈등 속에 항미원조 관련 영화,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 제작으로 내부결속 의도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항미원조 70주년을 맞아 중국에 방영되거나 상영되는 애국주의 콘텐츠는 모두 6편에 달한다.
전쟁 영화 '금강천'은 애국주의 항일 전쟁영화 '팔백'의 관후와 SF영화 '유랑지구'의 궈판 등 중국 최고 인기 감독들이 연출을 맡았다. 6·25전쟁 당시 금강산 금강천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룬 영화 '금강천'이 흥행하는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도 항미원조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부분이 맹목적 애국주의를 불러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어깃장을 놓는 것 같은 이들에게 맹목적 적대심으로 '사이버 폭력'을 발현한다는 것이다. 관영 중앙(CC)TV는 20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항미원조 전쟁'를 방영. 항미원조 전쟁 참전 결정의 뒷이야기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 외에도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와 영화 '영웅련', '보가위국' 등도 항미원조 70주년을 맞아 제작됐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건국 70주년을 맞아 애국주의 영화 '나와 나의 조국'을 제작해 이틀 만에 1천억원의 수입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중국에서는 '나와 나의 조국', '중국 기장', '등반자' 등 애국주의 영화 3편이 동시 개봉했지만, 올해처럼 동시에 6편의 작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내부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애국주의 콘텐츠는 내부를 결속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와 같다"고 설명했다.
한한령 지속되면 오히려 중국측 불리
중국 아이돌 멤버들의 '먹튀' 인상이 깊어진 이후에는 SM의 글로벌 그룹인 NCT의 루카스, 쿤, 윈윈, 런줜, 친러와 에버글로우 이런 정도다. 눈에 띄는 중국인 멤버가 줄었다.
한국 연습생으로만 구성해도 이제는 충분히 글로벌 그룹으로서 위상을 갖추는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케이팝 아이돌이라면 한국인들로만 구성하는 게 맞지 않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이 큰 시장이긴 하지만 K 팝 그룹들은 미국, 유럽, 심지어 중동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중국 시장 진출 제한이 그리 큰 장벽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한류를 통해 관련 사업을 펼쳐나가려던 중국 업체들이 사업 위축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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