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세계 대중문화를 이끌어 가는 가장 강력한 나라가 미국이다 보니까 미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시상식은 곧 세계 최고의 상으로 인정받을 수 밖에 없는데요, 영화계의 최고상이 아카데미 상이라고 하면 음악계의 최고의 상은 그래미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수나 그룹이 최고의 영예로 생각하는 상이기에 당연히 그 벽은 높을 수 밖에 없고 특히 그래미 상은 미국 중심으로 다른 나라가 끼어들기 어려운 두터운 벽을 쌓고 있은 상이기에 외국의 가수나 그룹이 후보에 오르는 것 만으로도 큰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출신의 BTS, 방탄소년단이 내년 2월에 열리는 2021 그래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인지 또 과연 상을 받을 수 있는지 오늘 열린문화여행을 통해 전망해 봅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BTS, 보수적인 백인들의 잔치 그래미 후보에 올라 한국 대중음악사를 다시 쓰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마침내 '그래미의 꿈'을 이뤘다. 보수적인 '백인들의 잔치'로 불린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르며 한국 대중음악사를 다시 썼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달 25일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을 발표하며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후보로 지명했다.
방탄소년단의 후보 지명은 4대 본상(제너럴 필드)이 아닌 장르 부문에 해당하나, 그래미의 주요 부문에서 한국 대중음악은 물론 아시아권 가수가 후보에 오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후보 지명을 계기로 방탄소년단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에 후보로 지명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래미에서도 상을 받으면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시상식은 내년 2월 1일이다.
한국 음악계, '그래미 어워즈'에 이전부터 꾸준히 도전해와
K팝과 관련해서는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앨범 디자인에 참여한 파트너사 허스키폭스가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에 아트디렉터로 이름을 올린 적은 있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클래식과 국악 부문에서는 수상했거나 후보에 오른 이들이 있다. 1993년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와 녹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이 그해 클래식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상'에 선정됐다.
음반 엔지니어인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미국 작곡가 로버트 알드리지의 오페라 '엘머 갠트리'를 담은 음반으로 2012년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을 받았다. 이어 2016년에는 찰스 브러피가 지휘하고 캔자스시티합창단과 피닉스합창단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베스퍼스: 올 나이트 비질'로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다.
국악 음반이 후보에 오른 적도 있다. 국악 음반 제작사 악당이반이 만든 음반 '정가악회 풍류 가곡'은 2012년 '최우수 월드뮤직'과 '최우수 서라운드 음향' 두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진 못했다.
이 밖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마스터링 전문 남상욱 엔지니어가 2012년 미국 블루그래스(컨트리 음악의 하위 장르) 가수 새러 저로즈의 앨범 '팔로 미 다운'으로 '최고 기술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외신들, 일제히 "K팝의 제왕이 그래미의 역사를 다시 썼다"며 찬사 보내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지난 달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로 선정하자 외신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AP통신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으로 그래미 후보로 호명되자 "K팝의 제왕이 최초로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며 "BTS는 그래미 후보 지명을 꿈이라고 말해왔고,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K팝 센세이션 BTS가 첫 번째 그래미 후보로 지명되면서 한국 그룹으로서 큰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LAT는 "그래미 어워즈 측의 'K팝 회의론자'조차도 방탄소년단의 매진된 콘서트 투어, 스트리밍을 넘어선 주류 라디오 방송 횟수, 경이로운 앨범 판매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 대중음악 전문매체 빌보드는 "한국 그룹이 글로벌 팝 무대에서 놀라운 진전을 이루면서 그래미가 마침내 주요한 문화적 변화를 인식하게 된 것인가"라면서 "BTS가 드디어 (그래미의 벽을) 돌파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미국 연예전문 잡지 ET는 지난해 BTS가 그래미 후보로 거명되지 않았던 것을 꼬집으면서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의 BTS 거부가 막을 내렸다. BTS가 그래미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했다.
또 빌보드와 유명 연예 잡지 버라이어티는 그래미 후보 발표 장면을 직접 지켜본 방탄소년단의 동정과 팬들의 축하 메시지까지 잇따라 전하면서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후보 지명에 환호했다", "팬클럽 '아미'도 K팝의 전설에게 축하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7개 분야 신청에 1개 부문에만 오른 데 대한 외신들의 비판 이어져
외신들은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을 정복한 BTS가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등 주요 부문 후보에서 빠지고 단지 1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현재 BTS보다 더 큰 성과를 이룬 그룹은 없는데도 1개 부문 후보에만 오른 것에 팬들은 당연히 궁금해할 것"이라며 "그래미는 미국 주류 음악에서 K팝이 가진 엄청난 존재감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할리우드리포트는 "K팝이 팝 시장을 강타했는지 모르지만, 핫100 1위를 달성한 BTS가 그래미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다소 놀랍다"며 그래미 주최 측을 겨냥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BTS가 주요 그래미상 후보를 강탈당한 것인가"라면서 "BTS는 '올해의 레코드'나 '올해의 노래' 후보로 지명됐어야 했다"고 전했다.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2012년 신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그래미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 중 하나다. 2012년 시상식부터 신설됐다. 듀오 또는 그룹,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팝 보컬이나 연주 퍼포먼스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음악인에게 준다.`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통산 3주간 1위를 차지하며 선전한 것이 후보 지위에 오른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후보에 오른 뮤지션들만 해도 'Exile'의 테일러 스위프트, 'Rain On Me'를 합작한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 'Un Dia'에 참여한 영국 뮤지션 두아 리파 등 쟁쟁하다. 팝 부문은 대표적인 미국 주류 음악 장르라 경쟁도 치열할 뿐 아니라 보수적이고 인종적 위계가 심하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데뷔하지도 않은 BTS의 후보 진입은 K팝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미, 보수적 비판 받지만 전통의 권위있는 시상식
1959년 시작한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시상식이자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으로 꼽힌다.
그래미란 `축음기`란 뜻을 가진 `Gramophone`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래서 그래미 트로피도 축음기와 꼭 닮았다. 1959년에 첫 행사가 열렸으니 60년이 넘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셈이다. 올해도 그랬지만 후보자 명단은 주로 연말에 공개하고 시상식은 1월말, 한국 날짜로는 2월 첫날에 연다.
이 사이에 음악 산업과 관련된 각 가치사슬에 있는 회원들이 투표해서 이 결과를 반영해 상을 가리는 구조다. 심사위원이 1만3000여 명에 달하는데 방송국 PD와 진행자는 물론 현직 가수, 내로라하는 녹음 엔지니어들이 두루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있다.
그래미 어워즈는 대중성이나 상업적 성과는 물론 다른 시상식과 달리 음악성에 더 큰 중점을 두고 후보를 지명하고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권위와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래미의 장벽은 두터웠다. 오랜 시간 이어온 권위만큼 그래미 어워즈는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꼽혔다. 그동안 그래미 어워즈는 흑인음악, 라틴팝 등 백인들의 음악 이외의 장르에는 합당한 시상을 하지 않았다...그만큼 보수적 성향이 있어 아리아나 그란데 등 가수들이 비판하거나 보이콧하기도 했다....최근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며 여성, 유색인종, 어린 연령대의 선정단을 대거 영입하며 다양성을 추구했으나 결과로 두드러지는 측면은 드물었다.
레코딩 아카데미에 따르면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내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 등 다양한 음악산업 종사자들의 투표에 따라 수상자가 정해진다. 투표권을 갖는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 메이저 음반사들이 주도하는 미국음반저작권협회(RIAA) 소속으로, 이 때문에 상의 권위에 비해 백인 메이저 뮤지션에 대한 편애가 두드러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2017년 비욘세의 '레모네이드' 앨범이 여러 비평매체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뽑혔음에도 그래미에서는 아델의 '25' 앨범에 밀렸던 게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켄드릭 라마, 칸예 웨스트 등 많은 흑인음악 뮤지션들이 엄청난 음악적 성취에도 본상을 타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에도 높은 그래미의 벽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와 함께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 4년 연속,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3년 연속 후보에 오르고 수상까지 했지만, 그래미는 '철의 장벽'이었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거나 올해 초 개최된 '제62회 시상식'에서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친 바 있지만 수상자 후보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그래미 후보 지명을 통해 방탄소년단은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루게 됐다. 그래미 어워즈는 후보에 오르면 '그래미 노미니즈'라는 타이틀을 붙일 만큼 높은 위상을 부정할 수 없는 시상식이다.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주목받고 인기있는 음악이자 괜찮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증명이다.
비록 본상 후보는 아니지만 미국인도, 메이저 소속도 아닌 BTS가 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
막강한 지지층, 시대의 흐름 반영, 그래미도 거부할 수 없는 방탄소년단의 영향력
그동안 방탄소년단은 막강한 팬덤, 새로운 세대 및 시대상과 공명하는 감성을 바탕으로 팝 시장 심장부에 빠르게 밀고 들어왔다. 다양성과 혁신 압박을 받아온 그래미도 이런 흐름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까지 그래미 후보 지명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어떻게 보면 K팝에 대한 견제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2년 정도는 K팝이 견제할 수 있는 기세가 아니었고 '다이너마이트'라는 1위 곡도 나왔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주변부 마니아층, 열렬지지층의 것으로 더는 치부하기 어렵고 주류 팝 음악계도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BTS가 꾸준히 그래미 어워즈 측과 신뢰를 쌓아 온 과정이 중요했다고 본다. 그간 쌓은 신뢰가 큰 인기를 모은 곡 '다이너마이트'를 만나 기회를 얻은 것이다. BTS는 앞서 2018년 그래미 뮤지엄과 단독인터뷰를 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시상자로 나서고 올 2월 시상식에서는 공연까지 하는 등 그래미 무대와 인연을 이어 왔다.
이번 후보 지명은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즉 미국 주류 음악계가 방탄소년단의 위상을 인정했다는 가장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제스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래미는 음악산업계 동료들이 음악성을 가지고 평가하는 시상식이기 때문에 그동안 서구에서 '상품'으로 폄하돼온 K팝이 예술적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입성은 K팝의 음악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
그간 방탄소년단과 K팝은 미국에서도 대중에게 인기있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음악성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다. 이번 그래미 어워즈의 후보 지명을 통해 (방탄소년단이) 단순히 인기있는 음악이 아닌 적어도 미국 시장에선 음악적 퀄리티, 음악성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래미가 다양성을 인지하고 방탄소년단을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더이상 방탄소년단이 그래미에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을 가진 미국 팝 음악계의 일원이 됐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K팝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BTS, 그동안의 활약으로 높은 평가 받아 수상 가능성 기대
방탄소년단이 후보 지명을 넘어 실제 그래미 트로피를 거머쥔다면 한국 대중음악은 물론 그래미 역사 자체에도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방탄소년단이 그동안의 활동에서 보여준 경쟁력이나 화제성을 고려한다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수상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빌보드 차트나 음악 시장을 봤을 때 그룹이나 듀오 중에서는 활약상이 다른 그룹 못지않았다....사회문화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수상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그래미의 보수성이 워낙에 뿌리 깊어 수상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최근 여성과 소수인종, 그리고 젊은 회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규 회원을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혁신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BTS의 그동안의 활동과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화제성 등을 고려하면 수상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지만, 그래미가 대표하는 미국 주류 음악계의 강한 보수성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속단하기는 어렵다.
방탄소년단이 최근 내놓은 신곡 앨범 'Life Goes On' 에 담긴 곡 8곡 가운데 7곡이 미국음악전문지 빌보드의 인기순위 100곡 가운데 올랐고 앨범제목과 같은 곡으로 한국어로 된 곡으로는 처음으로 1위에 오른 곡입니다. 방탄소년단의 'Life Goes On' 들으면서 오늘 순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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