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 에세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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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공감 주는 에세이 , 서점가에서 큰 인기

-여유와 희망 주는 친근한 만화의 동물 주인공에게 위안 받아

-그림은 많아지고 글을 짧지만 소소한 일상의 위로 받을 수 있어

-작지만 소소한 행복 추구 흐름은 계속 지속 될 전망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모두의 손에 들여 있는 게 스마트폰, 손전화입니다. 혹은 태블릿.. 간편한 휴대용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만 어쩌다가 책을 들고 있는 분들을 보면 오히려 좀 낯설어 보이는 그런 세상이 됐습니다.

조금은 이상한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그런 가운데서도 책, 종이 책은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서점가에는 에세이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문화여행을 통해 어떤 얘기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십니까?

이장균 : 최근 서점가에서 새로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게 에세이라고요? 위로와 공감을 주는 에세이가 올 서점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요?

위로와 공감 주는 에세이 , 서점가에서 큰 인기

김헌식 : 그렇습니다. 올 한해 에세이 도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1% 증가했다는 인터넷 서점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 작은 행복과 마음가짐을 다룬 책이 대다수입니다. 지난 3월 출간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와 후속작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는 누구나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담은 작품이고요, 또 책 제목 때문에 화제가 된 작품들도 있습니다. 백세희 작가의 우울증 기록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역시 일상에서의 아픔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들이 담겨 있고 그 밖에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대부분 마음의 어떤 위로를 삼으려고 하는 그런 책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우리가 보통 수필 하면 예전에 학창시절에 읽었던 문학적인 연륜이 풍부한 유명작가들이 썼던 깊이 있는 철학적인 내용을 생각하게 됩니다만 조금 전에 소개해 주신 책들의 제목을 보니까 좀 색다르네요.

예전에는 '낙엽을 태우며' 이런 수필이 많았는데 '죽고 싶지만 떡볶이를 먹고 싶어' 이런 제목들이 예전 수필의 개념하고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만 조금 전에 말씀 해주신 이런 수필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

김헌식 : 일단 공감과 소통이라는 단어로 많이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그림을 더해 웃음이 나오면서도 슬픈 현실을 재치 있게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거죠.

그러니까 죽고 싶을 만큼 굉장히 우울한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떡볶이는 먹고 싶어, 그러니까 행복하게 살고 싶어, 그런데 그 행복이라는 게 떡볶이를 먹을 때 느끼는 행복인 거죠.

그래서 예전처럼 거창하거나 낭만적인 그런 해법이 아니고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해법들을 찾는 것이 이런 에세이들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일상에서 소소하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이런 위로를 주는 에세이, 이른바 힐링 에세이라고 불리는 이런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씀인데요, 그 가운데는 동물 캐릭터, 동물 주인공인 곰돌이 푸라든가 보노보노 같은 만화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은 이런 주인공들이 출판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요,

글쎄요,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곰돌이 푸를 하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키 마우스는 확실히 아시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미키 마우스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방송에서는 '톰과 제리'도 방영을 하기도 해서 이런 캐릭터들이 좀 익숙하실 것 같긴 합니다. 그래서 이런 동물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에세이들이 위로를 많이 주는 모양이죠?

김헌식 : 미키 마우스 같은 경우에는 디즈니가 1923년에 만들어낸 캐릭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친숙하고요, 곰돌이 푸는 그 이후에 만들어진 캐릭터죠.

그래서 곰돌이 푸라든지 하는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을 담은 그런 책들이 굉장히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베스트 셀러, 인기 판매 1위, 2위를 달리는 그런 기록까지도 보였습니다.

(insert : 만화 영화 '톰과 제리' 장면 sound) / program ID )

이장균 :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이런 책들의 제목을 보면 아무래도 젊은 청년세대들의 감성과 통하는 제목이 아닌가 싶어서 주로 독자들이 청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요즘 청년들이 많이 힘들지 않습니까? 취업도 어렵고 치열한 경쟁에도 좀 지쳐있고 그래서 그런지 어떤 위로를 주는 내용들이 공감을 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여유와 희망 주는 친근한 만화의 동물 주인공에게 위안 받아

김헌식 : 네, 대체적으로 20,30대 여성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 해줬으면 하는 말들이 실려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고요, 내용들이 굉장히 심오하거나 깊다기 보다는 일상에서 기운이 빠지거나 약간 우울할 수 있을 때 마음을 다잡아 줄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 많다는 건데요,

무엇보다도 젊은 세대들이 많이 좋아하다 보니까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공유하기 좋은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을수록 훨씬 더 이런 책들의 인기를 더하게 하고 있습니다.

주로 인터넷에서 공유하기 좋은 짧지만 마음을 위로해주는 그런 내용일수록 훨씬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동물 캐릭터를 통해서 위안을 받는 것인데요, 곰돌이 푸, 바로 귀여운 아기 곰 아닙니까? 이 아기 곰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렇게 위안을 주는 것일까요?

김헌식 : 네, 아기 곰인데요, 동그란 얼굴입니다. 통통한 체격이고요, 귀여운 이미지를 주게 되죠. 그런데 성격이 언제나 느긋하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미래를 낙관하는 모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할수록 이런 느긋함을 가지고 있는 만화주인공을 통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거죠.

푸는 영국 아동문학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만든 만화 '위니 더 푸(Winnie-the-Pooh)'의 주인공이었는데요, 1977년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대인들이 빨리빨리 살아가고 있는 데 비해서 여유 있게 미래를 낙관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어린이뿐만 아니고 성인들 사이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느긋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 매력을 느끼게 하고 위안을 주는 것이군요.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를 읊는다든지 하면서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는 듯한 느낌도 주는 그런 주인공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장균 : 요즘에 유튜브에서 곰돌이 푸의 감동적인 노래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잠시 들어볼까요?

'Wherever you are – Winnie the Pooh' 입니다.

(music : Wherever you are – Winnie the Pooh / YouTube)

이장균 : 곰돌이가 달님 별님에게 외롭다고 하소연도 하는 모습이 동료의 느낌, 나의 외로움을 푸가 대신해주는,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이런 내용의 노래인 것 같은데요, 이런 내용들이 젊은 20,30대 특히 여성들의 마음에 많이 다가가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만화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책에서는 글은 짧아지고 등장한느 주인공의 모습, 캐릭터는 커진 것이

특징이라고요?

그림은 많아지고 글을 짧지만 소소한 일상의 위로 받을 수 있어

김헌식 :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노보노'라고 하는 책이 되겠는데요, 1986년부터 그려진 고전만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노보노는 바다에서 사는 해달인데요, 캐릭터 비중은 커지고 글은 짧아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그림은 많아지고 글은 짧아지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은 압축적으로 다뤄진다는 것이죠.

또 지난 2016년 출간된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라는 책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빨강머리 앤이 전하는 이야기들을 보여주면서도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장균 : 이 보노보노, 빨강머리 앤.. 북한 주민들께서는 모르는 분들이많으실 것 같은데요, 어떤 작품인지 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김헌식 : 보노보노는 1986년에 처음 탄생했고요, 현재 40권이 넘는 책이 나올 정도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주인공입니다.

주변의 동물과 같이 어울리면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는데 이 동물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합니다. 그러면서도 순박한 모습을 보이죠.

그래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그런 주인공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의 고민 모음집입니다. 예를 들면 ‘취미가 없어서 불안해요’ ‘뭔가 되고 싶지 않을 때는 어쩌죠?’ ‘결혼은 꼭 해야 할까요?’ 등의 질문을 보노보노에게 던져요.

그에 대한 보노보노의 일관된 반응은 ‘대체 그게 뭔데?’입니다. 그리고 심각하게 의견을 구하는 우리들에게 보노보노는 ‘고민은 네가 좋은 사람이어서 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거꾸로 되물으면서 일깨움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에서 9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독자 분들이라면 죽은 깨의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요 라는 일종의 만화주제가를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빨강머리 앤은 입양된 소녀입니다.

어느 날 사내아이를 원하는 집에 여자 아이로 입양이 되면서 겪는, 낙천적인 성격을 통해서 고난이 올 때마다 위기를 극복하는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소녀 주인공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빨강머리 앤의 모습이 여성 독자들의 가슴에 와 닿았지 않았나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도 많이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싶고요, 아마 북한 여성분들도 보시면 정말 매력적인 만화주인공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짧은 글에 친근한 동물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런 책들이 인기를 얻는 이런 현상이 계속 될 것으로 보시는 지요?

작지만 소소한 행복 추구 흐름은 계속 지속 될 전망

김헌식 : 네, 앞으로도 이런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는 흐름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돈을 굉장히 많이 번다거나 거창한 권력욕을 갖겠다거나 이런 것 보다는 지금 현재의, 특히 젊은 층의 분위기가 일상생활에서 어떡하면 불안과 근심을 해소하고 행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 라는 고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공감과 치유를 할 수 있는 에세이들이 등장하고 있고요,

예전에는 교수나 현자나 종교인들이 쓰는 인생 지침서가 인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친구 같은, 동료 같은 주변에 있는 친근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말에 힘을 더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SNS,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인기를 얻는 것도 또래 비슷한 사람들이 추천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굉장히 커지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문화적으로 취향이라든지 고민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긴 책들이 각광을 받고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습니다.

이장균 : 이런 만화의 동물 주인공들이 점점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셨습니다만 개인으로 고립되는 현대생활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동물 캐릭터들이 옆에서 친구가 돼주고 진짜 친구처럼 옆에서 얘기를 해주는 데서 위안을 받고 그런 것도 물론 필요는 하겠습니다만 실제 옆의 친구, 실제 가족, 동료 이런 분들에게서 생활 속에서 위로와 위안, 즐거움을 받아야 하는 게 이치에 맞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헌식 : 그래서 현재 일인 가구들이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거꾸로 사실 일인 가족으로 남겠다고 하는 것 보다는 무의식적으로 함께 뭔가 연대를 하고 공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해서 이런 구매나 소비로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rogram title music)

오늘 열린 문화여행은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위로를 주는 에세이, 글은 짧고 친근한 동물 캐릭터들, 만화의 동물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그런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를 함께 들어봤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 김헌식 교수님 도움 말씀 주셨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