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이 시간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7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왔는데요.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남한에서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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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완: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북한 예술단 점검단을 이끌고 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어제 북으로 돌아갔잖아요. 1박 2일 동안 한국 언론은 현 단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뤘잖아요.
박소연: 그러게요. 인터넷에도 현송월 단장 관련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사진도 되게 크게 나오고.. 저는 그걸 보면서 2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뉴스는 보통 나라 안에서 일어난 중요한 내용을 주로 다루잖아요. 사실 현 단장이 한국에 온 목적은 다른 게 아니라 공연에 앞서 공연장을 사전 점검하기 위해 온 겁니다. 그 자체는 큰 뉴스가 아닌데 언론에서 크게 다뤘다는 거고. 저는 그걸 보면서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무척 크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동시에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노재완: 사실 언론이 관심이 있는 것에 비하면 한국 국민들은 무덤덤했다고 봐야죠. 언론에서는 국민들이 현 단장 일행을 환영했다고 했지만 그리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박소연: 한국에서는 현송월이라는 이름이 과거부터 많이 알려졌잖아요. 일단 그분이 노래를 넘 잘합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가장 노래를 잘했던 사람이 보천보전자악단의 김광숙과 현송월이었습니다.
노재완: 아, 그래요?
박소연: 저는 인정합니다. 김광숙과 현송월은 타고난 가수입니다. 북한에서 현송월은 ‘준마처녀’라는 노래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날 보고 준마처녀래요~’ 이렇게 부르는 노래인데 진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 노래로 북한 주민들도 가수 현송월의 이름을 알게 됐습니다. 반면 남한에서는 언론을 통해 가수 현송월이 모란봉악단의 단장이 되고 그러다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까지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갑자기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추측성 기사도 많이 나왔죠. 김정은의 신임을 얻었다는 것부터 시작해 여러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노재완: 심지어 김정은의 애인이라는 보도까지 나왔죠.
박소연: 제가 볼 때 김정은의 애인이라는 보도는 좀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북한은 남한에 대표단을 보낼 때 항상 남자를 내보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여자를 보냈단 말입니다. 그게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위대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을 반겨서도 아니에요. 북한에서 노래를 잘 했다는 여자고 게다가 김정은의 신임을 받았다고 하니까 한국 국민들은 어떤 여자인지 궁금했을 겁니다. 하지만 언론은 그 사람의 얼굴이나 옷차림 등 외모에만 치중했다고 봅니다.
노재완: 어쩌면 2년 넘게 남북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 더구나 남자가 아닌 여자가 그것도 유명한 가수가 왔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이 호기심을 갖고 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언론은 그것에 편승해서 기사를 생산한 것 같습니다.
박소연: 북한에서 살았던 저로선 이런 남한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국 언론이 이렇게 관심을 가진 것에 대해 북한은 역으로 선전에 이용할 것이란 겁니다. 북한이 위력하고 강해서 남한 언론이 이렇게 보도했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도 이런 내용을 담아 교양할 게 뻔합니다. 그러나 남한은 그런 게 아니었잖아요. 그냥 남북이 오랜만에 교류했고 또 큰 명성을 떨쳤던 북한의 유명한 여자 가수가 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궁금해서 그렇게 한 것인데.. 아마 북한에서는 현송월을 장군님의 부르심을 관철하는 여전사로 표현할 겁니다. 장군님의 의도로 움직이는 여전사가 갔는데도 이럴 정도인데.. 뭐 이런 식으로 선전하면서 김정은의 위신을 더 높이겠죠. 현 단장이 한국에서 내려와서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네” “네” “네” 이런 말만 했는데요. 한국 국민들은 어쨌든 현송월이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왔으니까 손을 흔들어주고 한민족이라며 따뜻하게 대해줬습니다. 현 단장도 깊은 인상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현 단장도 ‘강릉 사람들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노재완: 현 단장도 알 겁니다. 강릉 사람들이 강제로 동원돼서 온 게 아니라 지나가다가 자신을 보고 환영해줬고 그것을 본 현 단장도 마음으로 느꼈을 겁니다. 그랬으니까 그런 말을 했겠죠.
박소연: 저는 또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남한에는 현송월 단장을 반기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실제로 서울의 모 회관에 왔을 때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대한민국은 자유가 있잖아요. 북한 대표가 와도 싫으면 싫다고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북한 주민들이 봐야 합니다. 북한 주민도 이것을 보면 자유가 뭔지를 알게 될 텐데 안타깝게도 북한에서는 이런 모습을 내보내지 않겠죠.
노재완: 현 단장이 개성공단을 통해 파주와 서울을 거쳐 KTX를 타고 강릉을 갔다 오고, 다시 서울로 오면서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많이 봤을 텐데.. 그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좀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요?
박소연: 저도 현송월 단장이 말씀하신 대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에도 현 단장처럼 주요 인사들이 타는 1호급 교통편이 있습니다. 평양에서 강원도까지 가는 거리나 서울에서 강릉까지 거리나 비슷하거든요. 그러나 북한의 1호 열차가 아무리 빨라도 평양에서 강원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시간 걸릴 것입니다. 그런데 남한의 일반 사람들이 타는 열차가 2시간이면 갑니다. 텔레비전을 보니까 현 단장이 계속 차창 밖을 내다보더라고요. 그 사람은 모든 것을 눈으로 감지하더라고요. 말없이 그냥 보면서도 현 단장은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확인했을 겁니다. 현 단장은 말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잖아요. 아마도 그건 남한에 오기 전에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제 눈에도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흐트럼 없이 다니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노재완: 그랬군요. 네, 잘 들었습니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