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단축

0:00 / 0:00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이 시간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7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왔는데요.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남한에서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오늘도 날씨가 상당히 춥죠?

박소연: 너무 추운 것 같아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니까 마스크도 꼭 써야겠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인터넷을 하다가 깜짝 놀랄 만한 뉴스를 봤습니다. 한국 국방부가 군인들의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내놨더라고요.

노재완: 네, 저도 그 기사 봤어요.

박소연: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가 오는 2022년까지 사병들의 군 복무를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보고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2년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여기에서 또 줄인다고요?

노재완: 요즘엔 최첨단 무기의 개발로 사람들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현재 남한 육군 병력은 60여만 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군 복무 단축과 함께 육군 병력도 50만 명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하네요.

박소연: 육군 병력을 10만 가까이 축소하면 군인수가 너무 작지 않나요? 이런 게 궁금해서 제가 주변 남한 지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분이 군 복무 기한이 길고 군인이 많으면 청년들이 공부도 못하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를 본다고 말하더라고요. 지금은 재래식 무기를 들고 전쟁을 하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공감은 되지만 그래도 군 복무 기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조금 불안합니다.

노재완: 지금 북한군 병력은 어느 정도 되죠?

박소연: 북한군 병력은 100만여 명입니다. 한국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북한에서 군 병력은 남한의 두 배입니다. 군 복무 연한도 거의 5~6배나 길고요. 북한 군인들은 복무 기간 가족과 연락을 하기 어렵습니다. 간혹 휴가가 차려져도 부대에 바쳐야 하는 후방물자 부담 때문에 일부러 휴가를 회피하는 군인이 많습니다.

노재완: 군 복무를 10년 가까이 하는데 휴가도 제대로 못 가면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요?

박소연: 한국에서나 가혹하다고 말하지 북한에서 군 복무를 나라와 조국을 위해 지켜야 하는 신성한 의무로 간주하기 때문에 불만을 밖으로 얘기하지 않습니다.

노재완: 저는 30개월 군 생활 했는데요. 당시엔 30개월이 무척 길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소연: 30개월이면 2년 6개월이잖아요.

노재완: 보통 대학에 다니다가 군대에 가거든요. 자유롭게 살다가 갑자기 경직된 군대에 가니까 적응하기가 꽤 힘들더라고요.

박소연: 그러면 휴가는 잘 나갔어요?

노재완: 네, 저는 휴가와 외박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박소연: 가족과 면회도 됐나요?

노재완: 물론이죠. 친구 등 누가 오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 30개월도 길다고 느꼈는데 북한은 10년 넘게 군 복무를 하니 청춘을 거의 군에서 보내는 거네요.

박소연: 북한은 18세에 군대에 가서 거의 30세에 제대합니다. 그 기간 휴가는 물론 편지로 소식을 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부대 내에 전화도 없어서 전화도 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 젊은이들은 그냥 나라에 몸을 바친 거예요. 북한에서 태어났으니까 순리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남한 군대는 2년도 안 되는 군 복무 동안 휴가에다 가족 면회 등 자유시간이 많잖아요.. 처음에 남한에 와서 군대에 입대하는 군인들이 부모님과 그리고 애인과 헤어지기 싫어 울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북한 같으면 2년은 긴 농촌 동원 갔다 오는 시간과 비슷한데 왜 이렇게 울고불고 유난을 피우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행복한 땅에 태어난 남한 젊은이들이 부러웠습니다.

노재완: 저도 군 생활 해봤지만 1년 정도는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아요. 일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그냥 고참이 하는 거 따라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1년 후부터 진짜 뭘 하겠더라고요. 군 복무가 18개월로 줄면 사실 일할 만할 때 제대하는 거죠.

박소연: 공감이 됩니다. 북한의 경우 3년 정도 지나야 영양실조 안 걸리고 살 수가 있습니다. 처음 군대에 가면 북한 군인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노재완: 북한도 사병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나요?

박소연: 저는 군인들에게 월급을 준다는 사실을 남한에 와서 처음 알았어요. 북한에서는 오히려 입당을 위해 가족이 군대에 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노재완: 북한은 군인들에게 월급을 전혀 지급하지 않다는 말씀이군요. 소연 씨는 혹시 남한 병사의 월급이 얼마인지 아세요?

박소연: 네, 최근 언론을 통해 알았어요. 올해부터 사병 월급이 36만 원으로 된다고 하는데 미화로 하면 360달러죠. 북한 돈으로 계산하면 거의 300만 원 정도로 큰 금액입니다.

노재완: 제가 군 생활을 했던 1990년대 초에는 사병 월급이 2만 원 정도 했습니다. 그동안 사병 월급도 많이 올랐죠. 참, 탈북자 자녀들도 한국 군대에 갈 수 있습니까?

박소연: 예전에는 군대에 갈 수 없었는데요. 요즘엔 새로운 법이 제정돼 한국에 정착한 탈북 청년들도 자기가 원하면 얼마든지 군대에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종전처럼 안 가도 되고요. 저는 주변에서 군대에 가는 탈북자들을 많이 봤습니다

노재완: 소연 씨도 아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박소연: 아들이 아직 중학교 2학년이지만 저는 아들한테 군대에 가라고 말했습니다. 그것도 해병대로 말입니다. 아들은 군대에 가겠다고 대답했는데 그래도 그때 가봐야 알겠죠.

노재완: 사실 부모는 보내도 걱정, 안 보내도 걱정 아닙니까?

박소연: 네, 그런 것 같아요.

노재완: 남과 북이 평화체제를 유지하고 그 속에서 쌍방이 군인들의 수를 줄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게 이상적인 군복무 단축 아니겠습니까.

박소연: 그렇죠. 남북이 함께 잘 지내고.. 저는 개인적인 욕심에선 우리 아들이 군대에 나가기 전에 이런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노재완: 네, 잘 들었습니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