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주년과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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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2015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5년은 한반도 역사에 있어 아주 의미 있는 해입니다. 광복 70주년이면서 동시에 분단 70주년을 맞게 되는데요.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단절과 갈등의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시대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들도 이미 마련해 놓았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분단 70주년과 통일’이라는 주제로 준비해봤습니다.

1945년 광복과 더불어 미국과 소련의 군정으로 시작된 남북의 분단은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민족상잔이라는 비극을 맞게 되는데요. 3년에 걸친 전쟁으로 한반도는 완전히 잿더미가 됐고, 전쟁 기간 남북을 합쳐 약 200만 이상이 죽거나 실종됐습니다. 게다가 전쟁은 약 20만 명의 전쟁미망인과 1천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을 만들었습니다. 황해도 금천이 고향인 이산가족 나옥인 할머니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나옥인 (이산가족): 우리집 아저씨는 고향에 가서 죽겠다고 자주 말했어요. 죽어도 고향 가서 죽어야지.. 고향에 부모님과 형님이 계셨다고 했는데 부모님이야 벌써 돌아가셨겠죠. 그리고 형님도 아마 돌아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휴전 이후에도 남북 간에는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계속 있었는데요. 1968년에는 북한에서 김신조를 앞세워 청와대를 침투했고, 1976년에는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미군을 살해하는 도끼 만행사건 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도끼 만행사건은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뻔했던 큰 사건이었는데요. 당시 김일성 주석은 미국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 전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무력충돌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에도 계속 이어졌는데요. 최근 들어선 천안함 침몰 사고와 연평도 포격전이 있었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조사한 한국의 민군합동조사단의 윤덕용 합조단장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윤덕용 합조단장 : 결론적으로 침몰해역에서 수거된 결정적 증거물과 선체의 변형형태..수집한 어뢰 부품들의 분석결과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천안함은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되어 침몰되었고..무기체계는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폭약 250kg 규모의 어뢰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5년의 세월이 흘렀는데요. 2015년은 남북한이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분단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인 만큼 남북 양측이 기념비적인 사업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로선 활발하게 움직인 쪽은 남측입니다. 통일준비위원회가 1월 중 남북 당국 간 회담을 하자고 지난 12월 29일 북측에 공식 제의했는데요. 지난해 발족한 통일준비위원회는 약칭 통준위라고 합니다. 남측은 통준위를 회담 주체로 한 데 대해 “통준위의 활동을 북측에 설명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업들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부위원장 : 북한 측에서도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궁금해하고 있는 걸로 그렇게 저희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정부의 정책으로 저희의 구상을 구체화하기 전에 북한 측 대표들을 만나서 설명해 주고 저희 입장을 여러 가지 과제들을 부연설명을 하면서 북측의 호응을 얻어야 되겠다고 하는 그런 필요성을 느껴 이번에 회담을 제안하게 됐습니다.

남한의 이번 회담 제의는 여러 면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회담을 제의한 주체가 통일부가 아닌 통일준비위원회라는 사실입니다. 통준위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입니다. 어찌 보면 박 대통령이 직접 회담을 제안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박 대통령은 2015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국민들에게 전한 신년사에서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는 통일의 길을 열겠다”며 다시 한 번 통일 의지를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이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

지난해 남북 간의 회담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직접 챙겼다면 올해 2015년은 통일준비위원회 차원에서 이끌 모양입니다.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통준위를 창구로 내세움으로써 기존 공식 당국 간 회담보다 유연하게 대화를 해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회담 제의 때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재개 등 북한이 원하는 의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류 장관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 남북 간에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정하게 어떠한 의제를 결정해서 제시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어떻게 보느냐는 건데요. 북한은 현재까지 남한이 추진하고 있는 통일 관련 사업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선전매체 등을 통해 통준위를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라며 비난했습니다. 12월 31일에도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남한 당국이 ‘북의 변화’를 주장하며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드는 등 체제 통일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집요하게 날뛰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비난 속에서도 남한 정부가 통준위를 통해 남북회담을 제안한 이유는 뭘까요? 이는 통준위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대부분이 북측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류 장관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작업을 구체화하여 착수하고 국제기구와 남북이 협조하여 DMZ 생태계를 공동으로 조사해 나가겠습니다. 또 나진 하산 사업과 같이 남북과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경제협력 사업의 추진을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또 통준위가 남북대화에서 논의할 의제들을 보면 무척 다양한데요.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남북 축구대회나 평화문화예술제 등 문화분야의 교류입니다. 이는 민간교류의 확대를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사실 2015년은 북한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삼년상을 끝내고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가 시작되는 해인 만큼 이젠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입니다.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경제난도 타개해야 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인지 북한은 지난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정부 간 관계가 막혀있는 상태에서 민간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측의 의지를 보이면서 공을 남측에 던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남북한은 많은 대화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대화의 수를 생각하면 그 결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통일은 두 개가 하나가 되는 것이기에 서로의 양보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이 정말로 2015년을 통일기반의 원년으로 삼고 서로를 위해 힘써 나간다면 한민족의 오랜 숙원인 통일도 머지않아 열릴 것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