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첫 제품 ‘통일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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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여러분 ‘통일냄비’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지난 2004년 12월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업지구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제품입니다. 당시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냄비 이름을 ‘통일냄비’라고 붙였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통일냄비가 남한으로 출하 된지도 어느덧 10년이 됐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가동 10주년을 맞는 개성공업지구의 어제와 오늘을 되돌아봅니다.

남과 북이 개성공업지구 조성에 합의한 지 4년여 만인 2004년 12월 15일. 개성공업지구에서 생산된 첫 제품 냄비 1,000점이 출하됐습니다. 당시 남한 언론에서는 남북이 힘을 합쳐 스테인리스 냄비가 만들어졌다며 크게 보도했습니다.

YTN 뉴스(2004.12.15): 오늘 판매는 지난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개성공단 개발 합의서를 체결한 이후 4년 4개월, 2003년 6월 공단 착공식을 가진 지 1년 6개월 만의 성과입니다. 오늘부터 판매되는 제품은 리빙아트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측 근로자 250여 명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통일냄비’로 불렸던 이 제품은 개성에서 2시간 만에 서울 시내 한 백화점으로 운송된 뒤 이틀 만에 모두 다 팔리는 인기를 누렸는데요. 비록 작은 냄비에 불과하지만, 북측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서울 중심에서 팔린다는 소식에 남쪽 국민들도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시민 1: 고향이 이북이고 이북에서 왔다고 하니 그런 생각에서 왔어요. 여기에 온 지 2시간쯤 됐습니다.

시민 2: 우리가 물건까지 북에서 가져온다니 감회가 새로워요. 기념으로 사러왔어요.

시민 3: 식기나 의류, 다른 주방기기 등 이런 제품으로 확대해서 판매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냄비’는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인력과 토지가 결합한 첫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개성공업지구가 조성되기전까지만 해도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라고 해봤자, 임가공무역을 중심으로 한 교역과 금강산관광 정도였습니다. 개성공업지구가 좋아진 남북관계 속에서 태동한 만큼 입주 기업들도 설렘으로 개성공업지구의 발전을 기대했습니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 2004년 12월 15일 개성에서 제품 첫 출하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도 개성 현장에 있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기념식에 참석한 가운데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식을 열었는데요. 당시에도 오늘처럼 눈비가 오는 가운데 개성에서 생산된 제품이 대형 트럭에 실리고 출하됐습니다.

개성공업지구는 이후 10년 동안 남북관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며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연간생산액은 2005년 천4백만 달러 선에서 2007년 1억 8천만 달러, 2012년 4억 7천만 달러로 크게 성장했고, 누적생산액도 25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005년 6천 명이었던 북측 근로자는 이제 5만 3천여 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고, 입주 기업도 20여 개에서 120여 개로 증가했습니다.

옥성석 부회장 : 10년 전부터 쭉 개성공단의 발전 과정을 지켜본 장본인으로서 남다른 감회가 있죠. 특히 작년에 공단이 4개월간의 가동 중단이 있었고, 또 이전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출입 중단 등 여러 가지 일도 있었는데요. 그때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사실 개성공업지구는 당초 1단계 100만평에 이어 2단계 250만평, 3단계 550만평 등 총 2천만 평을 개발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1단계 사업은 정체 상태에 있고 2, 3단계는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입니다. 개발 면적으로만 봤을 때 당초 목표했던 계획의 5%, 업체 수로는 6% 내외에 불과합니다. 개성공업지구 활성화의 걸림돌은 무엇보다 불안정한 정치적 요인입니다. 급기야 지난해 공업지구의 잠정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공장은 이제 정상을 찾았지만, 당시 입은 피해와 후유증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 : 개성 현지에 쌓아놓은 물건 한 1천억 원 이상을 그냥 쓰레기처럼 다 버려야 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개성공업지구 가동 10주년을 맞아 입주 기업 대표들이 지난 12월 15일 간담회를 열고 공업지구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는데요. 기업인들은 갑작스러운 생산 중단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개성공업지구 가까운 곳에 물류 기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동옥 대화연료 대표 : 1차 적으로는 파주에 북부나 통일대교 인근을 저희 기업들은 선호하게 됩니다. 그래서 만약에 안 될 경우에 대안으로서 고양시도 좋은 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상품을 자체 판매할 수 있는 개성공업지구 상설 판매장, 그리고 교복 시장에 참여하는 방안 등도 건의됐는데요.

이희건 나인 대표 : 현재 개성공단에서 5개 업체가 학생복을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 메이저 제품이죠. 여건만 조성이 된다면 반값 교복도 가능하겠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도 지사는 조례 제정을 통해서 개성공업지구 입주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남경필 지사 : 반값 교복 문제와 관련해서는 교육협력사업으로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좋은 내용이고요. 물류단지 문제는 앞으로 체계적인 수요 예측을 통해서 진행하겠습니다.

올해 사상 최대인 총생산액 5억 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인데요. 수치상으로는 분명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성공업지구는 어제와 오늘보다 미래에 더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미래를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 개성공단이 벌써 10년이 됐는데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꽤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이 국제화가 돼야 합니다. 그리고 통행, 통신, 통관 등 소위 3통 문제가 해결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나아가 통일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개성공업지구가 지난해 9월 정상화되고 지금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지만, 입주 기업들의 경영 상황은 아직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거래처들이 예전만큼 생산 주문을 많이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래처들이 여전히 개성공업지구의 투자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가 북한의 막무가내식 조치입니다. 최근에도 북한은 남측과 아무런 상의 없이 노동자 최저노임 인상률 5% 제한을 없앴습니다. 규정대로라면 남북 당국이 협의로 하는 게 맞습니다. 남북은 지난해 8월 개성공업지구 재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노임과 세무 등을 국제기준에 맞게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남한 당국은 얼마 전 “북한이 남북 간 합의를 위반했다”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업의 주체인 입주 기업 대표들만 속이 타들어 갈 뿐입니다.

옥성석 개성공업지구 부회장 : 만약 북한의 주장대로 임금의 제한폭이 없어진다면 우리 기업들은 예측 불가의 환경 속에서 사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개성공단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개성공단에서 사업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들으신 것처럼 개성공업지구의 경쟁력은 저렴한 인건비입니다. 현재 북한 개성공업지구의 인건비는 중국이나 윁남(베트남)보다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저렴합니다. 그런데 인건비의 장점이 없어진다면 방금 옥성석 부회장이 말한 것처럼 기업들은 개성공업지구를 떠날 겁니다. 이 때문인지 개성공업지구가 조성되던 2000년대 중반부터 탈북자들은 개성공업지구 발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개성공업지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북한 주민이 아닌 북한 정권에만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이주도 탈북자 : 미래지향적으로는 개성공단 같은 특화된 사업을 북한 여러 곳에 세우면 좋긴 합니다만, 현재 북한 김씨 왕조가 살아서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독재체제가 더 강화되는 결과만 나올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남북통일은 더 멀어지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는 북측 노동자는 5만 3천여 명으로 연간 9천만 달러 정도가 북한당국 손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개성과 인근 주민 30만 명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개성공업지구는 북한 당국에 있어 최고의 외화벌이 창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여전히 외화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당국이 만약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할 경우 연간 9천만 달러의 돈을 날려버리게 되고, 또 30만 명의 생계를 포기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입니다.

반면, 공업지구 폐쇄 시 남한의 경제손실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후 남한의 이명박 정부가 보복조치의 하나로 개성공업지구 폐쇄를 검토했는데 남측의 손실은 약 5억 달러 정도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남측의 전체 경제규모로 볼 때 매우 미세합니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공업지구 폐쇄 시 경제적 피해가 120여 개 입주 기업에 국한되는 남한과 달리 북한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