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루스의 유행으로 외출도, 사람과의 만남도 줄면서 최근 보복 소비로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하죠. 급기야 약 8만 달러에 호가하는 명품 가구 매출실적이 크게 늘었다는데요, 한 명품 가구업체의 7월 전체 매출은 올 1월 대비 455%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대단하죠?
코로나19로 불황이 깊은 중에도 한국 명품 시장은 오히려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고 하네요.
남한과 북한의 문화의 차이를 경제로 풀어보는 ‘통통경제’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이고요, 오늘도 박소연 씨와 함께합니다.
기자 : 안녕하세요.
박소연 : 네. 안녕하세요.
기자 :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희가 녹음하는 날 비가 오고 있습니다.
박소연 : 가만히 집에 있으면 우울해져서요, 이럴 때는 나가서 쇼핑이라도 해야 기분 전환이 되죠.
기자 : 남한은 물건값이 천차만별이잖아요. 소연 씨는 주로 어디서 물건을 사나요?
박소연 : 딱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백화점에 갈 일은 드물지만 가끔은 가고요.
기자 : 요즘 백화점 가면 명품 매장을 들어가기 위해 그렇게 줄을 서요. 예전에는 제 주변 여성들도 명품 가방을 굉장히 선호하고 가지고 싶어 했습니다.
박소연 : 지금도 그렇지 않나요?
비싼 명품보다는 가성비 높은 물건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싶었는데 코로나 시국에 조용히 명품 매출이 부쩍 늘었습니다. 게다가 명품의 주요 소비층이 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한 소위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 즉 MZ세대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자신을 드러내려는 젊은 세대의 욕구가 과시성 소비로 이어진다고 분석합니다.
남한 내 명품 시장 규모는 125억 420만 달러 규모로 미국, 중국 등에 이어 세계 7위 수준인데요, 남한 대형 백화점 3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명품만큼은 전년 대비 15%가량 증가했을 정돕니다.
기자 : 그런데 명품이라고 하면 북한에서는 어떻게 이해를 하실까요?
박소연 : 비싼 물건이라는 것까지는 이해를 해요.
기자 : 유명 상표 값이죠. 그런데 저는 별로 이해를 못 했어요. 똑같은 로고가 찍힌 걸 왜 사람들이 그 비싼 값을 주고 살까 싶었거든요.
박소연 : 저도 남한에 와서 처음에는 가방을 수천 달러를 주고 산다고 해서 이해를 못 했는데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제 마음속에 명품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걸 알게 돼 놀랐습니다. ‘그래도 명품가방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기자 : 이런 얘기 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명품을 사면 오래도록 쓸 수 있다고. 명품을 리폼해서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도 들었거든요?
박소연 : 그렇죠. 리폼이라는 게 수리한다는 거잖아요. 구식이 된 명품을 새로 수리해서 아예 다른 가방으로 만들어서 쓰는 거죠. 제가 텔레비전을 통해서 봤는데, 명품가방만 리폼해서 서민 갑부가 된 사람을 본 적도 있습니다. 리폼 비용이 명품을 사는 비용의 3분의 1도 안 된다고 소개를 하더라고요.
기자 : 똑같은 디자인이 아니라 자신만의 가방을 만드는 거니까 그것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점일 것 같습니다.
박소연 :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방인 거죠.
기자 : 북한 주민들도 명품, 메이커를 좋아하나요?
박소연 : 사람 사는 곳은 똑같습니다. 90년대에는 명품이라는 것보다는 진품, 짝퉁이 있었습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북한에서 유행이었고, 그 상표가 붙은 옷을 누군가 입고 있으면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2015년경부터는 평양을 중심으로 루이비통이나 샤넬 가방을 들고 다니는 돈 있는 집 사모님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현송월 단장이 2018년 남한에 왔을 때 샤넬 가방을 메고 있어서 이슈가 되기도 했잖아요. 최근 북한에서 온 분들을 만나 보면 제가 살던 때랑은 또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도 이제는 명품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진품은 얼마 안 된다고 해요. 북한분들이 손재주가 좋아서 진품을 가져다가 똑같이 만드는 거죠. 북한은 90년대 초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지방공장들에서 손재주가 좋은 분들이 가죽을 밀수해서 가방을 만들어서 상표도 중국에서 가져다가 붙여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방 매장에 가면 별별 모양이 다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해외의 유명 상표들이 북한에 들어가면서 북한 내에서 만든 가방은 촌스럽다면서 외면하고 비싼 명품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긴 거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물건만 명품을 고집할 게 아니라, 삶도 명품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기자 : 이 와중에 하나 여쭙고 싶은 게 명품을 들거나 입은 사람을 보면 부럽나요?
박소연 : 네, 부럽죠. 저는 명품가방이 있거든요.
기자 : 그런데 비 오는 날도 못 들고 다니고 가방을 애지중지해야 하잖아요.
박소연 : 저도 명품가방 들고 흠이 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 보면서 코웃음을 쳤는데, 막상 명품가방을 들어보니까 그걸로 자신감이 높아지더라고요.
기자 : 명품가방 때문에요?
박소연 : 네. 물론 누구도 제 가방을 눈여겨보지 않는데 저 스스로, 마음속으로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저는 너무 무리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면 명품 하나씩 가지고 있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물건이 아니라 명품 같은 인생을 사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꼭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물건이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드는 거죠.
박소연 : 그렇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면 그게 명품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에서 반려 식물도 키우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반려동물도 키우면서 명품 같은 인생을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 사랑을 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명품 같은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박소연 : 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그런 기쁨이 제가 명품가방을 들고 다닐 때보다 행복하네요.
기자 : 소연 씨가 쭉 명품 같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통통경제>를 오늘로 마무리를 하게 됐습니다. 저는 인사를 드리고요, 소연 씨는 또 다른 좋은 프로그램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박소연 : ‘통통경제’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 그건 어떤 명품을 지닌 것보다 값진 명품 인생이겠지요. 우리가 모두 그런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통통경제’를 사랑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권지연이었습니다.
기자 권지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